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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문화읽기

[청춘 진구의 영화 후기] 에브리바디 올라잇. 올라잇?

by 행성인 2012. 9. 22.


진구(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가족이란 것은 무엇일까?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힘일까? 가족을 이루기 위해선 구성원 안에 남자와 여자는 필요조건일까? 법을 떠나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가족을 이루고 살면 안되는 걸까?

※이 글은 영화의 모든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레즈비언 부부

여기에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부부와 다른 부부가 있다. 여자와 여자다. 이 두 명의 여자는 각자 같은 남자에게서 정자를 기증받아 수정시켜 아이를 낳았다. 아이들은 엄마가 다를 뿐, 아빠는 같다. 다시 말하자면, 이복남매이다. 그들의 관계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빠가 생겼어요

고등학생이 되어 아빠가 궁금했던 아이들은 정자기증기관을 통해 아빠를 만난다. 그는 생각보다 쿨하고 조니와 레이저의 마음에 들었다. 남매의 아빠인 그, 폴 또한 아이들이 마음에 든다. 근데 문제는 그 아이들의 엄마까지 마음에 들어 버렸다는 거다.

 


섹스, 그리고 가족을 위협하는 침입자

폴의 정원을 꾸며주던 줄스는 그와 짧은 입맞춤을 하게 된다. 입맞춤은 점점 깊어지고 그들은 끝내 잠자리까지 가지게 된다. 폴은 줄스에게 안정감을 느끼고 줄스는 닉에게 얻지 못한 감정을 폴에게 느낀다.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면 영화 보길 권한다 :) )

 

조니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폴에게 호감을 느끼자, 그와 함께 저녁을 먹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모두 함께. 폴의 집에서. 닉은 폴과 함께 한 저녁 식사에서 그도 그리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시. 폴의 집 욕실에서 줄스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곤 닉의 머릿속은 오만가지 생각으로 엉켜버린다. 닉은 끝내 폴의 침실까지 수색하게 되고, 그곳에서 줄스의 물건을 발견한다.

 

 

 


내 가족이야, 당신의 가족이 아니라고.

정자만을 필요로 했던 남자 때문에 닉과 줄스의 가정은 뿌리째 흔들려 버렸다. 폴은 이참에 줄스에게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고 제안하지만, 줄스는 그런 폴에게 질려 버린다. 폴은 자신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 그녀들의 집을 찾는다. 결과는 문전박대. 닉은 폴에게 “이 가족은 당신의 가족이 아니야. 가족이 갖고 싶다면 당신이 직접 만들어”라고 말하며 문을 닫는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가족. 정상으로 보일지 않을진 몰라도 꽤 행복하게 잘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남은 건 무엇일까? 이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조니는 대학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된다. 아직 얽힌 감정이 풀리지 않은 닉과 줄스 덕분에 차 안의 공기는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채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다.



헤어지지 마. 헤어지기엔 두 분 너무 늙었어요.

대학교 기숙사에 조니를 내려 주곤 작별인사를 하는 가족. 보통 아이들이 울지만, 이 가족은 엄마가 울보다. 그것도 둘 다. 밤새 놓아주지 않을 기세로 조니를 꼭 안은 채 한참을 우는 닉과 줄스. 그 울음으로 닉과 줄스의 엉킨 마음 또한 풀리는 듯 보인다.

돌아오는 차 안. 레이저는 두 엄마에게 말한다.

“두 분 헤어지지 마세요.”

“왜? 안돼?”

“너무 늙었잖아요.”

아들의 말에 조니와 줄스는 웃어버리곤 손을 꼭 잡는다.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동성애, 이성애를 가리지 않는다

레즈비언 부부에게 남자는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남자가 넝쿨째 굴러 들어오자 줄스는 넙죽 입술부터 들이댄다. 남자의 부재가 줄스에게 어떤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일까? 그렇다면 가족을 이루기 위해선 여자에겐 남자가 꼭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해야만 하는가.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게이 부부에게 여자가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면, 그들 가운데 어느 누가 되었든 입술을 들이댈 자가 있을까? 입술을 들이댐의 원인이 그들 서로에게 있을까? 그래서 게이 부부 또한 레즈비언 부부와 같이 동성이 아닌 이성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가.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남자와 여자의 섹스가 아니다.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섹스라고 해도 그것을 뛰어넘을 가족애가 이들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가족 모두가 행복해 지고자 하는 마음이 여느 가족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쳤을 때, 그것이 동성애 부부가 되었든 이성애 부부가 되었든 그 의미는 다를 바 없다. 국어사전에도 가족이라는 의미가 동성애, 이성애로 나뉘어 정의되어 있지 않다. 가족의 의미는 “부부를 기초로 하여 한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조심스럽게 현실적으로 한 번 생각해볼까? 파트너와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과 함께 추석에 친척들을 찾아간다면. 이웃보다 먼 친척들이 나의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줄까? 추석이라고 용돈을 쥐여줄까? 돈으로 내 뺨을 때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