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리뷰


김경태(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 로맨틱 코미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30대 게이들의 일상을 다룬다. 의사인 ‘민수(김동윤)’는 동성애자이다. 그는 동료 레즈비언 여의사 ‘효진(류현경)’과 1년 후의 이혼을 전제로 계약 결혼을 한다. 민수는 가족들의 결혼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효진은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결혼 사기극을 꾸민다. 그들은 민수의 부모님으로부터 아파트 한 채를 선사받고 그곳에 신혼살림을 차리지만, 사실 효진은 자신의 10년 된 애인 ‘서영(정애연)’과 맞은편 아파트에서 산다. 얼마 후, 민수는 미국교포 ‘석이(송용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게이인 자신을 혐오하는 가족들을 피해 한국으로 도망 온 석이는 만나던 유부남과의 사랑에 실패한 직후였다.


이 글은 <두결한장>에 대한 평론이지만, 한국의 다른 게이감독들이 만든 퀴어영화들도 적잖이 언급할 것이다. 동시대 퀴어영화들이 보여주고 있는 게이들의 다양한 욕망의 결들을 따라가며 동성애자들이 속해 있는 게이 커뮤니티, 동성애자들이 맞닥뜨리는 호모포비아, 그리고 동성애자들이 꿈꾸는 사랑과 섹스와 결혼 등의 동상이몽들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물론 그 어디에도 모범 답안은 없다. 이 영화들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보다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서 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이 커뮤니티가 우리를 구원하리니


<두결한장>에서 민수는 직장/결혼/가족이라는 이성애적 테두리의 압박감과 자신의 끼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게이합창단에서의 해방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한국에서 ‘다중이’로 사는 삶에 지친 그는 게이들의 천국으로 가정된 프랑스로의 유학을 결심한다. 그는 완전범죄를 위해 여성과의 한시적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가족을 안심시킨다. 최소한 한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끝까지 이성애자로 남고 싶은 것이다. 한편, 그의 게이 친구들은 한국에서 도망치려는 민수가 달갑지 않다. 그의 도피는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의 소중한 게이 친구들을 포기하는 선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이합창단 공연연습에 나오지 않으면 병원에 찾아가서 머리에 핀을 꽂겠다는 귀여운 협박에서 알 수 있듯이, 친구들은 한국사회에서 게이로서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고자 한다. 따라서 <두결한장>은 민수가 우여곡절 끝에 커밍아웃을 하며 당당한 게이로서의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영화이자, 게이로서의 삶을 사는데 있어 게이 커뮤니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영화이다.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포스터>



이처럼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게이 커뮤니티를 긍정적이며 사실적으로 재현하려는 노력에 있다. 그동안 한국의 동성애자 재현은 그들의 커뮤니티를 드러내는데 있어 인색했다. 박재호 감독의 선구적인 게이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1996)에는 조력자로서의 게이 친구가 등장한다. 강요에 못 이겨 게이인 주인공이 맞선을 보는 자리에 그의 친구가 임신한 여성으로 변장하여 나타나서 그를 구원(?)해준다. 그러나 이후의 한국 퀴어영화들에서는 게이 주인공이 게이로서의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이 친구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2006)에서는 ‘게이 호스트바’처럼 온기 대신 살아남고자 하는 독기로 가득찬 공간이다. 또한 실제 종로에서 벌어졌던 불특정 게이들을 대상으로 한 호모포비아들의 ‘묻지마 폭행’을 다룬 <백야>(2012)에서 볼 수 있듯, 게이 커뮤니티는 호모포비아들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서 노출되어있는 결코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게이 커뮤니티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그것이 위치한 대도시의 구조적 한계이다.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창궐하는 (이성애규범적인) 계급사회에 자리 잡은 아지트는 본질적으로 게이들의 유토피아일 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도시를 벗어나기를 꿈꾼다. 즉 그들은 개울가에서 나체로 유유히 헤엄치던 고아원 시절을 향수하거나(<후회하지 않아>) 원초적 생명력으로 넘치는 아프리카 초원을 동경한다(<백야>). 그곳은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인간의 언어로 구획되지 않은 시원적이며 대안적 공간이다.


반면에 <두결한장>의 민수의 사랑은 게이 커뮤니티로 대변되는 동료 게이들의 응원 속에서만 역경을 이겨내고 성숙해질 수 있었다. 이성애자 커플들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특히 그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게이 인생’의 황금기를 발견한 ‘대근/티나(박정표)’의 캐릭터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게이 커뮤니티가 부재한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비로소 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충실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내려가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게이 친구들이 많은 대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울러 <두결한장>은 게이 하위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거나 게이 은어들을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동원하며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동성애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그들 쪽으로 이성애자들이 한 발짝 더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곧 게이 커뮤니티는 절대 폐쇄적이지 않으며 그들을 지지하는 모든 이들을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호모포비아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이송희일의 게이 멜로드라마에서 가장 두드러진 호모포비아는 동성애자들의 내면에 있다. 그의 영화 속 게이들은 자기부정이나 자기혐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아>에서의 폭력은 자해의 형태를 띠거나 게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백야>의 경우에도 영화의 초점이 무차별 혐오 폭력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이 벌어지고 한참 후로 맞춰져 있다. 감독은 가혹한 혐오범죄의 실상보다는 그 범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이들의 내면을 조망한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악몽에 갇혀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자기혐오는 당시 사건을 방관하던 게이 커뮤니티에 대한 혐오로 확장되어 있다. 게이 커뮤니티가 그를 구원할 수 없기에 그에게 선택은 단 하나, 개인적으로 복수를 감행하는 것이다.


<두결한장>은 시종일관 편안한 웃음을 유발할 것 같은 게이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면서도 노골적인 호모포비아 택시기사를 등장시켜 관객의 허를 찌른다. 그로인해 티나가 죽음에 이르게 되고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민수는 복수가 아닌 커밍아웃을 선택한다. <백야>의 원규가 묻지마 폭행을 계기로 한국을 등진 채 독일로 떠났던 것에 반해, <두결한장>에서는 티나의 죽음이 프랑스로 떠나고자 결심했던 민수에게 한국에서 당당한 게이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줬다. 물론 이송희일과 김조광수는 모두 외국으로의 도피는 한국의 동성애 혐오에 대응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김조광수는 그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게이 커뮤니티가 뭉쳐야 된다고 주장한다면, 이송희일은 사적 복수라는 위법적 태도를 보여주면서 커밍아웃을 통한 연대라는 이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사랑의 완성은 섹스보다 결혼


<후회하지 않아>에서 ‘호스트바 선수’로 일하는 ‘수민’과 <줄탁동시>(김경묵, 2011)에서 유부남 게이의 ‘보이 토이boy toy’로 지내는 ‘현’에게서 볼 수 있듯이, 그동안 게이의 몸은 성적으로 착취당해왔으며 그것이 인물들의 성격 형성과 행위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이 돈과 힘의 논리에 종속된 섹스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에 기원한 섹스로 이행해야만 한다. 그러나 섹스가 돈과 사랑의 자리바꿈 속에서만 추동될 수 있다면, 섹스는 많은 의미가 함축된 강박적 행위일 뿐 가벼운 유희일 수 없다.


<백야> 포스터



소준문 감독의 <REC>(2009)에서 이별을 앞 둔 커플이 격렬하게 마지막 섹스를 하는 것은 그들의 사랑이 진짜임을 재차 확인하기 위한 행위였다. <백야>도 다르지 않다. 주인공은 자신을 구타했던 호모포비아들에게 되갚아주는 복수를 감행한다. 이때, 그의 조력자는 오랫동안 함께 했던 게이 친구들이 아니라 섹스를 목적으로 만나 서로 알게 된지 하루도 채 안 된 게이 ‘태준(이이경)’이다. 복수 후에야 그들은 미뤄뒀던 섹스를 한다. 그제야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게이들에게도 섹스는 엄연한 사랑의 징표여야만 한다.


<두결한장>에서 섹스의 이와 결이 다르다. 게이 섹스는 우정에 기반한 섹스인 소위 ‘우정박’의 형태로 변주되어 게이 공동체를 견고하게 해주는 환대와 위로의 의미를 갖는다. 티나의 장례식장에서 한 친구가 살아생전에 티나의 우정박 제안을 거절한 친구들 중 한 명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거나 또 다른 친구가 그들을 향해 “한번 대주지 그랬어? 금테 둘렀니? 난 대줬다”며 핀잔을 주는 장면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난다. 유희로서의 섹스는 게이 공동체의 응집력을 높여주는 활력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그냥 무정형의 게이 섹스가 아니라, ‘평때박마’에서 ‘평마박때’에 이르는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한 것은 섹스는 게임이기에, 가장 잘 맞는 호흡(!)으로 그 게임을 즐기기 위함이다.


이송희일의 멜로드라마는 돈이나 유희를 위한 섹스에서 사랑을 위한 섹스로의 도약을 향해 나아가고 김조광수의 로맨틱코미디는 위장결혼에서 진정한 사랑에 기반한 결혼으로의 도약이 목표이다. 전자가 섹스(의 암시)로, 후자는 결혼식으로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해피엔딩을 구축한다. 이송희일에게는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에도(<후회하지 않아>), 호모포비아들에게 복수를 감행한 뒤에도(<백야>), 그 보상은 늘 섹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결한장>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 충실하며 각자의 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민수와 석, 효진과 서영이 함께 동성 결혼식을 올리는 무리수를 둔다. 한국사회에 비추어 이는 분명 현실의 층위를 비껴간 결말로서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이다.


따라서 이송희일의 영화에서 사랑의 완성은 ‘섹스’이지만, 김조광수의 영화에서 그것은 가족과 게이 커뮤니티의 축복에 기반한 ‘결혼’이다. 역으로 말해 전자는 개인 대 개인의 내밀한 섹스에 대한 욕망을, 후자는 공동체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 같은 결혼식에 대한 욕망을 각각 가지고 있다. 이송희일의 영화에서 ‘너무 늦게’ 온 섹스는 동성 성애의 쾌락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그 순간 섹스는 그들을 둘러싼 세계의 전부이다. 그러나 재민은 결혼을 강요하는 부모와의 갈등을 해결해야만 하고(<후회하지 않아>) 원규는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백야>).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두결한장>에서 과정이 생략된 급작스러운 동성 결혼식은 이성애규범적인 견고한 가부장의 벽을 ‘너무 빨리’ 허물어버렸다. 그 순간, 그 결혼은 그들을 둘러싼 세계의 전부이다. 다만, 결혼식 내내 좌불안석하는 민수의 아버지는 그 환상에 현실적인 균열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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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08 19:10 신고 [Edit/Del] [Reply]
    여러 게이영화를 이렇게 비교해서 정리할 수 있다니 감동ㅋ
    담번엔 게이 말고 다른 성소수자 영화도 이렇게 글 받아봐야겠네요ㅋ
  2. 이경
    2012.08.09 20:33 신고 [Edit/Del] [Reply]
    경태는 정말 소중한 평론가야. 게이커뮤니티, 환대와 위로, 가끔 우린 그런걸 너무 공기같다 생각해서 잊는 것 같기도 해. 게이커뮤니티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건 자본주의 대도시의 구조적 한계라는 점도 소중한 지적인 듯
  3. 마음의 평화
    2012.08.12 06:21 신고 [Edit/Del] [Reply]
    티나가 죽었을때 정말 헉~하고 놀랐다..그 순간은 정말 사람이 죽은 거였다..그렇다..게이든 바이든 모두 사람이다. 죽음앞에서 평등하고 삶에서도 평등했으면 한다.. 오랫동안 동성애친구가 갖고 싶었던, 세상과 다른 시각으로 사는 나 자신이 어쩔땐 너무 웃긴,,, 이미 결혼이란 굴레에 빠져버린 슬픈 유부녀...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참 어렵고 복잡한 세상의 잣대...
  4. 2015.12.20 08:32 신고 [Edit/Del] [Reply]
    오픈퀴어 - http://www.openqueer.com

    OPENQUEER - KOREA LGBT 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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