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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가족/명절과 가족

[대안 명절 가이드] 추석에 뭐하지?

by 행성인 2012. 9. 25.


조나단(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대안이 라는 것은 기존에 있던 문제점을 극복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대안 명절 가이드라는 기획을 책임지려면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의 양태를 분석하고 부조리한 부분을 찾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시켜 명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 그렇게 했다면 분명 의미 있는 시도였을 것이다. 읭? 그 말인 즉,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처음에 부조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이성애적 가족 문화에서 LGBT들이 겪는 부조리함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을 것인가? 하지만 그 다양성이 함정이었다. 커밍아웃 여부부터, 기혼 이반, 장남인 게이, 차남인 게이, 막내인 게이, 장녀인 레즈비언, 차녀인 레즈비언, 막내인 레즈비언, MTF, FTM, 가족이 없는 LGBT, 외국에 있는 LGBT,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LGBT, 내려가는 LGBT, 수능을 앞둔 LGBT, 종교적인 이유로 명절이 휴일일 뿐인 LGBT 등 다양한 LGBT들에게서 보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만한 무엇을 뽑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다. 우리는 '아니다'로 뭉쳐 소외의 공감대가 형성된 성적 소수자 들이었다. 이성애가 '아니'라는 것에 우리는 퀴어로 뭉칠 수 있지만 무엇이 아니라는 것만큼 다른 사람들이다. 비슷하다는 것이 다르다는 말을 따뜻하게 표현한 말이라면 우리는 미지근함 정도의 다름을 가진 퀴어들이다.

그렇다면 이 기획을 접을 것인가? 보편성을 가질만한 조건을 꼽는 게 만만치 않다면 조금 가볍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정했다. '추석에 뭐하지?' 사실 가볼만한 전시나 축제에 대한 소개를 하려고 했는데, 지역에 따라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추석기간에 어느 곳에서 누구와 있든 혼자서도 할 수 있음직한 일을 소개해보려 한다.


1. 간단한 전통음식

사먹기만 하던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들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주변에 선물하기도 좋고 주전부리로 먹기도 좋은 전통 후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오븐이나 거창한 요리도구 없이도 만들기 쉬운 후식으로 조나단은 양갱을 추천한다.

양갱. 의외로 만들기 어렵지 않고 비빔밥이 실패할 확률만큼 적다. (확률 수치는 모른다.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p)그리고 재료를 정량 만큼만 구입할 수 있는 많은 DIY 키트가 나와있어 음식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활용할 응용 요리를 찾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구매를 위한 추천 검색어는 '양갱 만들기'다.


<밤양갱 레시피>

1. 물에 한천를 넣고 5분간 불린 뒤 설탕을 넣고 중불에 살살 저으며 걸죽해질 때까지 끓여준다. (물 양과 한천 양은 팥앙금을 얼마나 넣을지에 따라 다르다. 키트를 구매하면 거기서 제시하는 양만큼 넣어주면 실패하지 않는다. 설탕은 팥앙금으로도 충분하니 제시 양보다는 적게 넣는 것이 좋지만 개인의 취향이므로 달게 먹고 싶으면 설탕을 설탕설탕설탕설탕 넣어도 말리지 않겠다. )

 

 

2. 뭉근하게 걸죽해 지면 팥앙금을 넣고 잘 개어 끓인다.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올 때까지 저어준다.

 

 

3.  거품이 올라오면 불을 끄고 한김 식히며 저어준다.

 

 

4. 모양을 낼 경우에는 실리콘 재질로 된 모양틀에,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네모틀에 3번의 앙금액을 붓는다. 반정도 붓고 준비한 통조림 밤을 넣고 다시 앙금을 부으면 맛있는 밤 양갱을 먹을 수 있다. 앙금액을 다 붓고나서 탁탁 흔들어주면 기포를 뺄 수 있다.

 

 

5. 서늘한 곳에서 세시간 정도 식히면 완성!

 

 

     직접 만든 양갱은 사먹는 양갱보다 훨씬 쫀득쫀득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경험상 만들고 냉장고에 보관하면 일주일까지 맛있는 양갱을 먹을 수 있는데 2~3일 정도 지나면 쫀득함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은 있다.


2. DIY 물건만들기

     요리는 평소에 질릴 만큼 하는 당신. 그렇다면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해서 DIY 물건을 즐겨보면 어떨까? 직접 만들 수 있는 가구부터, 가죽에 염색을 하여 만들 수 있는 핸드폰 줄이나 카메라 줄, 바느질로 만들 수 있는 장식품까지 DIY의 세계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가격도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

 

출처: JWYDESIGN

 

출처: foodboxdiy

 

출처: foodboxdiy

가죽을 좋아하는 조나단은 지난 웹진팀 엠티에서 염색한 가죽으로 무지개 프레스 안장을 만들어볼 것을 권유 받았는데, 의욕적으로 준비해보려다 문득 깨달은 것. 바로 대량생산을 위해 공장식 사육을 당하는 동물 복지를 위해 채식을 (지향)하면서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것은 뭔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석기간에 천으로 무지게 프레스 안장을 만들어볼까 한다. (다음 웹진 후기에 예쁜 무지개 프레스 안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만들어 볼게요!)


3. 인간 외의 생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딱히 뭔가를 만들기 너무 귀찮은 당신. 휘적휘적 걷는 매일 지나치는 길, 하루를 보내는 방을 특별하게 만드는 법을 제안한다. 바로 인간 외의 생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간단하다. 평소에 좋아하는 동물, 곤충이 있다면 바로 그 높이에서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그 동물의 눈이 있을 높이에서, 곤충을 좋아한다면 바닥에 딱 붙어 사진을 찍어보라. '여기가 이런 곳이었나?' 싶을 정도의 낯섦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 지구는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과 공생하는 공간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특별하고 색다른 추석을 보낼 방법이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칠까 한다. 즐거운 추석 보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