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사(동인련 웹진기획팀)
웹진 ‘랑’ 11월 호는 성소수자와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룹니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터에서 성소수자라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권리보장은 커녕 차별 금지조차 동성애혐오 세력에 의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동성 결혼은 요원한 일이고 따라서 가족제도에 기초한 온갖 복지혜택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입니다. 트랜스젠더들은 까다로운 성별변경 절차와 조건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동인련은 오랫동안 성소수자와 노동에 관해 고민해 왔습니다. ‘성소수자 노동권팀’은 노동자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을 드러내고 ,노동자 운동이 성소수자 권리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동인련은 초창기부터 노동자 운동에 연대해 왔습니다. 우리들도 대부분 노동자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했고, 노동자 운동의 이해관계가 성소수자들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심화하는 이들이 평등과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세력과 일치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또 차별과 억압, 착취에 맞서 투쟁하는 이들과 연대하는 것이 우리 편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왜 노동을 이야기하는가에 관해 동인련 안에서나 밖에서나 여전히 많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기리고, 한국 노동자들의 요구와 자긍심을 드러내는 노동자대회가 열리는 11월, 웹진 ‘랑’은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일터에서 우리의 삶은 여느 일반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잦은 야근으로 피곤해 하고, 로그인하자마자 로그아웃해버리는 월급통장 보며 한숨 쉬고, 상사 눈치를 봐야하고, 로또 1등을 꿈꾸죠. 동시에 우리는 직장 동료들이 동성애자를 농담거리 삼는 상황에서 화를 삭여야 하고, 여자친구, 남자친구 없냐는 질문을 맞닥뜨릴 때마다 거짓말을 해야하고, 가족 수당이나 가족 복지에서 배제되는 억울함을 삼켜야 합니다.
게이 서비스직 노동자의 페북 일기, 예비 노동자 동성애자가 꿈꾸는 미래, 외국 뉴스를 보며 감탄하고 부러워했던 성소수자 친화적인 기업 문화에 대한 오리의 생각, 성소수자 노동자 문제를 넘어서 노동계급과 성소수자 문제가 어떤 지점에서 맞닿아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담긴 이경의 글을 모아보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드러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동인련 웹진팀, 특히 팀장의 부족함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인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우리의 삶, 고민, 꿈들을 조금이나마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일도 사랑도 놓칠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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