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2월 16일 서강대학교에서 ‘여성/청년/비정규직/성소수자/이주 노동운동의 경계를 넘어’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2월 16~17일 이틀간 열린 ‘무지개행동 LGBT인권포럼 KEEP CALM AND COME ON’의 하나의 섹션으로 동성애자인권연대 노동권팀에서 준비했다. 토론회에서는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청년유니온 한지혜, 기륭전자 전 분회장 김소연, 동인련 노동권팀 형태, 우다야 라이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 비대원장이 초대 손님으로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로 다른 노동운동의 경험을 공유는 자리였다. ‘노동운동의 경계를 넘어'라는 이름답게 정체성, 성별, 나이, 국적 모두 다른 초대 손님이 참석하여 자신의 노동운동 경험을 나눴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요구를 운동으로 만들어간 경험, 운동으로 일으킨 변화, 경계라는 벽에 부딪힌 경험, 인권과 노동 등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경계를 넘어 사회적 소수자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말하는 자리이다.” 사회자는 토론회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노동운동에서 노동자로 대표되지 않는 새로운 주체들이 나서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차별에 맞서 사회적 소수자, 약자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을 패널로 모았으며, 사회적 소수자의 노동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여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서로 조건이 다르지만,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공감이 된다. 작지만 큰 담쟁이들의 연대를 꿈꾼다”는 말과 함께 토론회가 시작됐다.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이 주류 노동운동에서 소수자로 취급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류 노동운동에서 사회적 소수자와 노동운동을 소외시키고 배제해왔다는 것이다. 이것의 원인은 사회적 소수자 노동운동이 조직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주류 노동운동과 소수자운동의 접점이 여전히 작기 때문이라고 지적됐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적극적 연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토론회 이름처럼 경계를 넘는, 정체성에 갇히지 않는 노동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이번 토론회는 ‘노동운동의 연대의 상은 무엇일까? 차이를 존중하면서 연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생각을 하게했다.   


소수자의 노동권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소수자 노동권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노동권 전반에 관한 새로운 생각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과 노동이 혼재하는 운동에서 노동이라는 한 부분만 강조되면 인권이라는 나머지 부분은 소수자만의 문제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노동에 대한 인권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동을 인권의 차원에 접근할 때, 한 사람의 인간에게서 분리될 수 없는 갖가지 권리들을, 이 권리들이 취사선택 되거나 박탈될 수 없다는 것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노동권은 문서상의 명시적 권리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할 권리로서의 노동권뿐 아니라 차별 받지 않을 권리로서의 노동권, 박탈할 수 없는 인권으로서의 노동권, 적극적인 연대로서의 노동권 등, 노동권이 역동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을 하게 됐다.


왼쪽부터 청년유니온 한지혜,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기륭전자 전 분회장 김소연, 우다야 라이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 비대원장,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형태, 사회를 맡은 동성애자인권연대 곽이경



‘OO노동자'로 모이다.


사회자 : 각자 단체 활동, 단체 활동 방향에 관해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청년유니온 한지혜 : 청년유니온은 노동조합입니다. 청년들이 노동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로 보이지 않고, 일회용처럼 쓰고 버려지고 있었는데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이런 청년 노동을 사회에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청년의 문제는 능력이 없거나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리고,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30분 배달제 폐지와 주휴수당 체불을 이야기했을 때 많은 청년의 공감대를 얻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유니온이 1기에서 끝나지 않고 300명이었던 조합원이 600명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청년유니온 활동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고, 그 사람들이 청년유니온의 활동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987년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당시는 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많은 노동조합이 생겼지만, 그 속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배제돼 있었습니다. 노동이 해방되면 여성이 해방된다고 하면서 여성노동운동은 나중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 여성은 사회에서 약자이고, 여성노동자를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만들어질 당시에는 노동조합 간부들을 만들어내고 지원하는 활동을 했고, 노동조합이 자리 잡으면서 여성들의 문제를 독자적으로 제기할 필요성을 느껴 지역여성노동조합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여성들의 일할 권리를 사회적으로 알리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는 비정규직 여성노동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성노동 상담소가 있어서 시기별로 해고, 비정규직, 가사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초점을 달리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륭전자 전 분회장 김소연 : 기륭에 2002년 입사했는데 직원 대부분 비정규직이었고 소모품처럼 취급됐습니다. 해고 위협 등에 의해 쉽지는 않았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같은 곳에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비정규직과 파견노동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렸습니다.

기륭전자 투쟁을 하면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비없세’) 네트워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비없세는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만 무게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모여서 일상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희망버스를 통해 비없세가 많이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노동자계급정당건설을 위한 변혁모임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무너진 노동현장을 바로 세우고, 무너진 노동정치 진보정치도 새롭게 만들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많습니다. 이주노동자는 90년대 초부터 한국에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도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했고 아무런 제도적 지원도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이주노동자에 관한 법이 없어서 임금체불과 차별이 많았고, 결국 이주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쟁을 벌였습니다. 미등록 상태로 일해야 했던 이주노동자의 합법화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미등록 노동자들을 추방하고 악명 높은 ‘산업연수생제도’를 시작했습니다. ‘연수생’은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이 제도를 반대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에 폐지되고 고용허가제가 시행됐습니다. 명동성당에서 381일 동안 이주노동자들이 투쟁했습니다. 그때 투쟁한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2005년에 이주노조를 설립했습니다. 이주노조는 지금까지 7년이나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도 이주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형태 : 성소수자노동권팀은 생긴 지 3년 정도가 됐습니다. 성소수자는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드러낼 수 없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도 노동운동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던 것은 드러내면서 소리를 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동인련이 노동운동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건 1997년 대학동성애자인권연합(동성애자인권연대의 전신)이 노동법 총파업에 연대했을 때부터입니다. 그 이후엔 사회연대 활동만 하다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소수자 노동자 인터뷰, 노동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드러내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민주노총 내 단체와 함께 캠페인도 벌였습니다. 이런 활동으로 운동의 기반을 만들어냈고, “성소수자 노동자”라는 이야기도 조금씩 나왔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힘을 받았던 건 희망버스 때였습니다. 희망버스에서 성소수자 노동자의 이름이 불린 것이 인정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성소수자 운동의 한 부분으로서 성소수자 노동운동은 아직 조직되지 않았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습니다. 연대를 계속해왔지만, 그 안에서 드러내는 방법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로 가시화하기


사회자 : 다섯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정'이란 말을 인상 깊게 듣게 됩니다. 성소수자 운동에서도 인정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인정이란 누군가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정받기 위해서 스스로 싸우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질문은 '가시화'에 대한 것입니다. 각자 자신의 요구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운동을 해 오셨는지, 또 운동이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궁금합니다.


청년유니온 한지혜 : 청년이라고 하면 어느 영역이든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청년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가시화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 실태는 어떤지 알리기 위해 편의점 실태 조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70퍼센트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실태를 저희도 조사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 문제가 이슈가 되고 두 달 동안 언론에 회자됐습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압박을 느꼈는지 최저임금 모니터링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 다음은 커피숍이었습니다. 청년유니온이 자체적으로 노동법 세미나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하면서 카페에서 일하던 친구가 주휴수당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사람들을 모아 고발을 하면서 카페베네를 압박했습니다. 받지 못한 주휴수당을 커피빈에서 6억, 카페베네에서 6천만 원 지급하게 됐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가시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청년에 가까운 문제부터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사회자 : 청중들 다수가 청년이라 관심을 많이 두실 것 같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 IMF 당시 여성이 직장에서 제일 먼저 해고됐습니다. 그런 상황에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성의 가혹한 현실을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여성 가장의 실직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당시에는 여성 가장이라는 말 자체가 없었습니다. 여성 가장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여성도 가장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습니다. 여성 가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김대중 정부로부터 여성 가장 채용 우선, 직업 훈련 등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그 다음은 최저임금 문제입니다. 2002년에 용역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상담을 오셨습니다. 상담하면서 임금이 굉장히 적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용역업체는 입찰을 넣는데 원청은 최저입찰을 넣는 곳에 줄 수밖에 없었고 용역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으로 결정됐습니다. 당시 최저임금은 너무나 적은 액수였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 최저임금 이슈가 노동계 전체로 받아들여지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가사노동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가사노동자는 노동자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습니다. 식모, 파출부로 불리며 일을 해 왔지만, 분명 우리 사회에서 존재해 온 분들입니다. 근로기준법엔 ‘가사사용인은 적용을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게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으면서 산재를 당해도 해고를 당해도 하소연을 할 수 없고, 건강보험 등 아무것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사회자 : 두 분 다 최저임금 얘기를 하셨습니다. 차별받는 사람일수록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것 같습니다.


기륭전자 전 분회장 김소연 : 비정규직은 치열하게 투쟁 할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목숨을 걸어야 하고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노동조합과 사회가 관심을 가집니다.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조직 내에서 관철하려면 어떻게 할까?’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모여보자고 해서 비정규직연대회의, 비정규직투쟁본부를 만들어서 당사자 대표자들이 투쟁을 결의하고 벌였습니다. 노동조합은 사고를 치기 때문에 좋아하진 않지만, 주체가 먼저 나서야 조직도 움직이고 사회적인 움직임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희오토 관련해서 기아차 모닝에 선지피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 뒤 저희를 전부 연행했습니다. 이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되면서 비정규직 우선 해고 반대하고 총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싸웠습니다. 당사자들의 치열한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비정규직문제는 이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여론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에서도 불법파견이 대법원에서 승리했는데 당사자들의 치열한 투쟁이 중요했다고 봅니다. 이것을 보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한 투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계에 좌절하거나, 경계를 넘어서거나


사회자 : 우리는 성소수자-이성애자,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이주민-내국인 이런 차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다 보면 차이 때문에 부딪히거나 싸우는 경우가 많죠. 운동을 하면서 벽에 부딪힌 경험, 잘 넘어섰거나 넘어서지 못한 경험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예전에 우다야 라이 위원장님 쓰신 글 중에서 ‘민주노총에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자고 하면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표정이 달라진다,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이야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봤습니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온 지 20년이 됐지만, 아직도 이주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도 그런 의식이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도 같이 일하면서 한국이 필요해서 오는 것입니다. 제가 민주노총 이주활동가로 일하고 있지만,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기가 어렵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활동하기 전 공장에서 일할 때 한국 사람들이 저한테 “우리나라 돈 다 가져간다. 빨리 돌아가라”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많이 발전했지만, 평등 인식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누구 권리를 뺏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 단일민족만큼이나 단일이성애주의도 문제죠. 동인련 노동권팀 형태씨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형태 : 2011년 노동절집회에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엽서 모으기 캠페인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청소년 성소수자가 가판을 지키고 있었는데 건설노동자 한 분이 행패를 부리셨어요. “이게 뭐냐, 아직 안 된다”는 말을 하시면서 위협을 하셨죠. 화가 나고 속상해서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그 뒤에 FTA집회에서 건설노조 간부가 와서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아직 남성노동자가 많은 곳에서는 그렇다면서 교육을 해보자는 얘기도 했어요.

‘운동에서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문제는 아직도 신경이 쓰입니다. 연대하러 가서 성소수자 혐오를 맞닥뜨리면 힘이 듭니다. 문제 제기를 할 때도 있고, 덤덤하게 넘겨야 할 때도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지 어렵습니다.  

얼마 전에 기아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노동자 윤주형 동지가 돌아가셨어요. 생전에 그분이 먼저 SNS에서 말을 걸어주고 하셨었어요. 벽에 부딪힐 때도 있지만 지지해 주는 분이 있어 또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 다음 배진경님이 연대체에서 있었던 토론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 저는 그 사건이 가슴에 못 박혀 있어요. 한참 복지국가 이슈가 떠올라서 복지국가 관련 연대체가 생겨서 회의에 갔습니다. 그런데 어떤 단체 사무국장님이 “그렇게 작은 이슈를 여기서 꺼내느냐, 여성 얘기를 꺼내자는 것, 여성 관점을 논하자는 것은 회의하지 말자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하셨어요. 그 뒤 그분은 당으로 가서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저희가 토크 콘서트를 하는데 패널로 그 분이 오셨어요. 어떻게 그런 분이 이곳에 올 수 있는지에 대해 의아했지만, 그날 그 어떤 패널보다 정확하게 여성 이슈에 대해 잘 짚으면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어요. 정치인의 가식일지도 모르지만 살아남기 위해 공부를 했겠죠.

몇 년 전 민주노총이 노동자대회에서  남성중심적 포스터를 만든 적이 있었죠, 그 포스터에는 아이를 업은 여성이 뒤에 있고 앞에 남성 노동자가 있으면서 “당신만이 희망입니다.’'란 문구가 있었어요. 모든 활동가가 아연실색했죠. 또 민주노총 내에서도 가장 적은 예산을 배정받는 곳이 여성국이에요. 여성노동자는 조직율이 2%밖에 되지 않습니다. 조직되지 않으면 노동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죠. 그런데 조직된 여성노동자도 노동자 안에서 또 소외됩니다.

연대를 많이 가게 되는데 장기투쟁사업장에 가면 여성노동자회는 밥을 해오라는 말을 들어요. 저희 활동가들은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밥을 하긴 합니다. 장기투쟁사업장에서 밥은 정말 중요하니까요. 이런 부분에서 성소수자 운동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자 : 민주노총엔 “정규직 되면 결혼하자”라는 포스터도 있었습니다. 문제제기를 해서 포스터가 전량 폐기 됐죠. 그 사건을 보면서 그런 내용이 찍힌 종이가 참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년유니온 한지혜 : 청년유니온 초창기 때 기성 노동운동 하시던 분들이 “너희가 노동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하느냐, 그럴 거면 우리 쪽으로 들어와라. 따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하는 시선으로 보셨습니다. 처음부터 저희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고 얼마나 잘하나 보자 했던 것 같아요. 청년유니온이 30분 노동제나 편의점 실태조사, 대기업들 무릎을 꿇리면서 이제 무시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으로 보기보다는 소비자 단체처럼 보시는 것 같습니다. 청년유니온이 지역별로 생기고 있는데 그런 소식을 들으면 여전히 들어오라는 얘기를 하세요. 청년유니온은 기성 노동운동에서 청년이야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인데 말이죠.

기성 노동운동은 사업장을 선정해서 관계 맺고 선동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청년노동자의 조건상 그런 방식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 조직보다는 폭로를 통해 이슈화하여 사회의식을 바꾸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이슈파이팅과 여론화 작업을 중시한 이유는 여전히 유효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청년들이 거리로 나오고 투쟁하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여건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용실 스텝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조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고, 교섭과 파업이란 방식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청년 노동운동의 방식을 불완전하지만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민주노총과 주류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민주노총과 주류 노동운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판도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노동과 인권의 관계, 그리고 노동권


사회자 : 새로운 노동운동에서 고민은 노동과 인권의 관계입니다. 노동과 인권이 같이 있다고 말하면 어리둥절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노동이 강조되면 인권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하지만 차별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이 둘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권과 운동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어보겠습니다.


기륭전자 전 분회장 김소연 : 비정규직 투쟁이 곧 인권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구호가 보여주잖아요. 인권의 출발이 노동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고요. 비정규직 투쟁하면서 성소수자, 장애인, HIV/에이즈감염인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났어요. 제가 비정규직 투쟁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분들을 만나지 못했겠죠. 제가 고공 농성 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온 분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분들이었어요. 무지개깃발도 처음에 뭐지 궁금했는데 반가웠고요. 똑같은 사람인데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부정하거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운이 좋은 편이죠. 운동하면서 그런 분들을 만났으니까요. 하지만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노동자들은 그런 기회가 없어요. 인식이 변하려면 아직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접촉면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는 인권이란 말이 친하지 않아요. 나와 전혀 다른 문제가 아니고 함께 싸워야 한다는 것을 몰라요. 조직 노동자 내에서는 비정규직이 소수인 거죠. 제대로 노동운동이 되려면 조직에 속해있지 않아도 다수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동인련은 이주노조 집회에 자주 나가려고 하는데, 그곳에서 본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다”라는 구호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주노동자에게 인권이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 한국에서 이주노동자가 그만큼 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구호를 외치는 것입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인권, 노동권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권리를 외치지 않을 수가 없죠. 이주노조는 노동조합이지만 인권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은 권리들이 많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인권, 권리가 지켜질 때 모든 사회가 평등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형태 : 일을 하는 동인련 회원에게 자신을 노동자라고 느끼는지 물어보면 자신이 노동자인 것은 맞는데 성소수자 노동자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성소수자들은 애인 있냐고 누가 물어봐도 얘기를 할 수 없어요. ‘이게 노동하는 데 무슨 상관이야’ 하겠지만 그게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주말에 어디서 뭐했는지도 말을 할 수 없거나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계속 숨겨야 하죠. 노동자이긴 하지만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조금 나가는데 성소수자는 받지 못하고, 결혼하면 신혼여행 가서 쉬는 데 성소수자는 그럴 수 없죠. 전세자금 대출도 결혼을 해야 하고요. 삶과 노동이 분리 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인권과 노동이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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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리
    2013.03.14 23:25 신고 [Edit/Del] [Reply]
    마치 토론회 현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스케치네요~ 훌륭한 글이에요~
  2. 계영
    2013.03.18 01:09 신고 [Edit/Del] [Reply]
    잘 읽었습니다. 그시간에 다른 섹션에 들어가서 못 들어 안타까웠는데 발언내용을 이렇게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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