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현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에서는 8월달부터 총 다섯 차례 <일하는 성소수자 이야기모임>을 진행했는데요. 매번 15여명 되는 이들이 모여서 수다 떨고 술과 안주를 먹었지요. 처음 뵙는 분들도 많아서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뭘 했는지,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간단하게 소개해드릴게요. 더 궁금하시다면 2014년에도 진행될 <일하는 성소수자 이야기모임>에 오시면 됩니다. (^_^)b




1. 첫 번째 모임 “너도 그래? 나도 그래!” 


여러 가지 가치카드들을 두고 경매를 했어요. 각자 한정된 금액 안에서 경매를 통해 몇 가지 가치카드만 뽑을 수 있었지요. 이것을 통해 뭘 가장 원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가치경매 카드로 적혀있던 것은 매우 다양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할게요. 높은 임금, 위계질서가 없는 직장, 사생활에 관심 없는 직장, 끌리는 직장동료, 쾌적한 사무실, 자아실현이 가능한 직업, 커밍아웃 해도 차별 받지 않는 직장, 생리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 동성파트너에게 동등한 후생복지(간병, 가족수당, 경조비 등)를 제공하는 직장, 사원 아파트를 제공해주는 직장, 비정규직/인턴이 없는 직장 등등이 있었어요. 

몇 가지 가치카드에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는데요, 그 중 하나가 위계질서가 없는 직장이었어요. 아무래도 사람들과 부딪히는 스트레스가 다들 많은 것 같았어요. 그리고 동성파트너에게 공식적으로 후생복지를 제공한다면 커밍아웃 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그러기 힘들 것 같다”는 분도 있었지만, “설사 사람들이 수군대더라도 하겠다.”는 분도 있었지요.

 




2. 두 번째 시간 “노동인생 그래프 그리기!”


가로축을 시간, 세로 축을 만족도로 해서 살아오면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만족도 곡선을 그려봤어요. 사람들마다 전부 다 다른 삶을 살아 왔더라구요. 그래프를 그린 것들을 보면 단순히 일뿐이 아니라 살면서 느꼈던 것들을 기준으로 만족도가 표시되는 것 같았어요. 일하는 것들이 본인의 성정체성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성정체성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현재 만족도 곡선이 점점 올라가는 상태인 몇 안 되는 사람들은 부러움을 받았지요.



노동인생 그래프 그리기







3. 세 번째 시간 “출근해서 뭐하나요?” 원그래프 그리기


세 번째 시간에는 출근해서 뭘하는지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았어요.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얼마인지, 쉬는 시간은 얼마인지, 회식시간은 얼마인지 등등.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참 빡세게 살고 있더군요. 이 그림은 콜센터에서 일하는 분의 그림이에요. 정말 휴식시간이 학교다닐 때보다도 없더라구요. 여러분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이 날을 특별히 토요일에 진행해서 끝나고 한강에서 맥주를 마시면 뒷풀이를 했지요.


"출근해서 뭐 하나요?" 원그래프 그리기



4. 네 번째 시간 “직장에서 아웃팅이 벌어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가상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두 가지 사례를 놓고 상황을 상상해보면서 생각나는대로 풀어나간 이야기를 옮겨볼게요.





첫번째 사례: 

중소기업에 다니는 레즈비언 B, 정규직 전환이 된 기념으로 부당해고 당하지는 않겠다 싶어 커밍아웃을 결심하고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주말을 보내고 출근, 누가 이야기했는지 주간회의에서 사장이 용납할 수 없다며 호모포비아성 폭언과 폭력을 당한 뒤 나중에 채용 시 동성애에 대한 자기 입장을 묻겠다고 까지 했다. B는 동료들에 대한 배신감도 엄청났다. 아무도 못 믿겠다는 생각이 드는 참에, 동료들에게 연락이 이어졌으나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연락을 끊어버렸다.


> 상황이 일어났을때 사장을 저지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행동은 어려울 것 같다. 회사도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한 계급관계가 있기 때문에 행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 법적으로 신고를 하거나 국가인권위에 신고를 하거나 하는 것은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 상황이 일어난 이후 회사 안의 사람들에게는 분위기를 독려할 수 있는 말들을 자주 던지고 해당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2차 아웃팅이 될 수 있음에 대해서 언질하는 정도의 행동을 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다.

>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연락하여 그 사람을 지지하고 그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것에 대한 감정적 동의를 표현하며 그 당사자가 치유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 치유를 원하는 경우라면 이 사람 저 사람을 수소문해 상담소나 해당 단체를 소개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 현실적으로 회사 안에서 총대를 메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모습들이 ‘이게 현실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하고 ‘그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음.



두 번째 사례: 

은행에 다니는 A가 김조광수 결혼식을 보고 ‘나도 동성결혼하고 싶다’는 익명 게시글을 인트라넷에 올렸다. 인트라넷 관리자가 글쓴이를 알아낸 뒤 소문을 내면서 직장 동료들의 뒷담화 자리에는 언제나 A가 올랐다. A는 수군대는 동료들 사이에서 회식 등에서도 배제되면서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회사생활을 계속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그래도 인트라넷에 올릴 정도라면 큰 각오를 하고 올린 것 같다. 수근거리는 것은 감내하려고 하지 않을까? → 각오를 어느정도 까지 한 거라고 봐야 하나? 해고되는 것까지 각오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 동료들이 하는 모든 행동들이 내가 동성애자여서라고 받아들여질 것 같다. 모든 말, 행동이 신경 쓰일 것 같다. 스트레스가 엄청나지 않을까?

>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 회사 동료가 있으면 좋고 아니라면 바깥 이쪽 친구들이라던지. 힘든 걸 공감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지지집단이 있어야 한다. 

> 회사가 실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가능한 상황들을 적어보는 것도 좋겠다. 회사의 해고사유는 뭔지, 왕따를 당하면 어떻게 문제제기할 수 있는지, 노동법을 조문을 구해보는 것도 좋고. 어느정도 앞으로의 상황을 미리 상상해보면 좋지 않을까?

> 약한 위치에 있을때 더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직급이 높거나, 안정된 직장이면 덜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사회적 지위를 높이자.

> 커밍아웃하기전에 미리미리 홍석천이 텔레비젼에 나오는 것처럼 관련 이슈를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씩 주변에 내 편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커밍아웃해도 괜찮을 동료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계획 세우기.

> 회사에서 왜 커밍아웃을 해야 하나? 사생활을 신경쓰지 않으면 커밍아웃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5. 다섯번째 시간 “직장에서 내가 만약 커밍아웃 한다면?” 




각자 자신의 직장에서 커밍아웃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았어요. 팀원들에게 커밍아웃 하려고 준비중인 분도 오셨어요. 직장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요. 아예 동료들과 이야기를 할 시간조차도 없는 직장도 있고요. 


사실 매번 꼭 주제에 관련된 이야기만 한 건 아니예요. 회사에서 결혼이나 애인 이야기로 짜증났던 이야기나, 송년회라고 각자 월급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배우자와 자녀만 데려올 수 되어 있어 아깝다던가, 나는 받을 수 없는 경조사비라던가, 종교로 인한 고민이나, 연애상담이나, 어떻게 커뮤티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든가 등등등. 모임 뒤에는 항상 뒷풀이가 있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요.  


2014년에도 <일하는 성소수자 이야기모임>은 계속 될 터이니, 한 번쯤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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