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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혐오/차별금지법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 토론회 스케치

by 행성인 2013. 7. 18.

종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6월 1일 홍대에서의 퀴어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16일까지 계속된 제14회 퀴어문화축제의 마지막 스페셜 이벤트로 차별금지법 토론회가 6월 14일 <인권중심 사람> 다목적홀 한터에서 열렸다. 2007년 차별금지법 투쟁을 계기로 탄생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주관한 토론회에 약 40명이 참석하여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공부하고, 평소에 또박또박 대처할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주장들을 논박하는 법도 배우고, 의견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차별금지법 막강 FAQ(자주 묻는 질문) 토론회

 

먼저 조혜인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가 '차별금지법의 이해'라는 주제로 포괄적(일반적) 차별금지법의 의의, 해외 입법례, 기존 입법 추진 경과, 법안에 대한 반대 주장의 논박에 대해 발제했다. 다음으로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이 '누가 혐오를 주장하는가.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동성애 혐오 세력의 정체와 혐오 논리, 차별과 혐오의 영향, 그리고 차별금지법 제정 및 혐오 반대 운동의 확대에 대해 발제했다. 그 후 토론회 참석자들이 의견을 공유하고,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그리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자들의 주장에 대해서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 몇 가지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을 소개하자면 먼저 토론회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접수된 질문들이 소개되었는데, 한 누리꾼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혐오 발언을 일삼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보내왔다. 조혜인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안은 상식적인 수준의 의견표명이나 설교행위를 금지하는 법이 아니며 이에 대한 규제 조항도 존재하지 않는다. 표현과 관련하여, 그간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차별을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만을 차별로서 다루어왔다. 다만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혐오발언 등으로 타인의 존엄성을 해치는 정도가 된다면 차별의 한 유형인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으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더라도 온라인 커뮤니티가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사회적 폭력으로 작용하는 혐오 발언과 심리적 차별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35세 미만 미혼자의 입양이나 동성 결혼이 가능해질 것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그러나 법규 자체만으로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은 차별금지법을 계기로 성소수자 진영이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권리이다. 다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고, 보다 평등한 사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짐으로써 그 탄력으로 사회적 인식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차별금지법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끌어낼 것인가라는 과제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게 부여되는 것이다.

 

‘차별의 기준이 추상적이다, 차별이 어느 정도까지 포함되는 것인가’라는 질문도 있었다. 이번에도 동성 결혼 허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조혜인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안이 다루는 주요 차별의 영역이 고용, 재화, 교육, 국가 및 행정 서비스라고 답변을 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가족 제도에 관한 내용도 차별에 포함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성 결혼의 허용 여부가 자동적으로 차별 항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될수록 그 지평이 넓혀질 것이고, 차별금지법이 제정됨으로 인해서 싸울 수 있는 토대가 생길 것이다.

 

차별과 차별금지법에 관해 말할 때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장애인 인권도 언급되었다. 한 참석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처에서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과 등록과 고용이 제한되는가 하면, 장애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서 적용이 제외되고 있다.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우려였다. 발제자도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실현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지향점을 사회적으로 합의해 명시하는 것이 의의를 지니며,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법은 하나의 목표이자 수단으로, 1987년도에 6월항쟁을 통해 권리를 쟁취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존재를 가시화시키고 역량을 집중하여 권리를 찾아내야 한다. 또한 눈에 잘 띄지 않는 차별 문제들도 차별금지법을 통해 가시화되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종북 운운하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논리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일부 보수 세력이 진보 진영을 약화시키기 위해 분단 국가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종북 게이'라는 논리는 혐오 조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만의 전대미문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1950년대 초 미국의 극단적이고 초보수적인 반공주의 선풍인 매카시즘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공산주의자와 동성애자를 적으로서 동일시하여 고립시키는 전략을 취했고, 동성애자들은 냉전에 의하여 주조된 적으로 일반 국민의 공포의 대상이 되어 속죄양으로 이용되었다. 파시즘 역시 민족주의와 반공 이데올로기, 가족 가치가 어떻게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종북 게이'라는 논리는 허구에 불과하며, 양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에도 위배된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관한 의견도 여럿 나왔다. 이슈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재미나게 풀어내는 언어라든지 퍼포먼스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는 것, 즉 해학적으로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주력하는 곳이 호모포비아가 아닌 지지세력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설득한다고 해서 말을 들을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안타깝게도 벌써 수년째) 뜨거운 이슈인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사회자(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사무국장)의 마무리 발언대로, 차별금지법은 사실 상징적이고 '얌전한' 법이기에 법 제정 자체만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평등'이 무엇이고 '차별'이 무엇이냐는 논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2007년 말 법무부는 '성적 지향'을 비롯한 각종 차별 금지 사유를 삭제한 '누더기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던 적이 있다. '너 빼고 차별을 금지한다'는 논리는 평등에 위배된다. 결국 우리에게 차별금지법은 기반이 되는 출발점이다. 나아가 차별금지법이 논의되는 것은 성소수자 진영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이 기회를 이용하여 우리의 이야기를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