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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모임/대학 성소수자 모임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릴레이 인터뷰④] 한신대 성소수자모임 '고발자'를 만나다!

by 행성인 2013. 7. 18.

인터뷰어 : 오소리

인터뷰이 : 곱단이, 여름곰, 뮨, 보살님, 삐삐



오소리 : 인터뷰 시작할게요! 먼저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원래 두 명이서 같이 오기로 했는데 한 분이 사정이 생기셔서 저 혼자 오게 됐네요. 양해 부탁드리고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면 성정체성까지 같이 말씀해주세요. 아, 닉네임으로 말씀해주세요!



곱단 : 닉네임은 곱단이고 게이에요.


여름곰 : 어떡하지, 나 닉네임 없는데? 음...제 닉네임은 곰이에요, 곰


오소리 : 이름 말씀하셔도 되고요. 그냥 곰으로 하실래요?


여름곰 : 여름곰! 


곱단 : 운치 있다, 여름곰.


여름곰 : 저는 여름곰이고, 양성애자에요.


뮨 : 저는 뮨이고 저는 바이에요.


보살님 : 저는 보살님이고요, 성정체성은 이성애자입니다.


삐삐 : 저는 한신대학교에서 고발자 활동을 하고 있는 삐삐에요. 



오소리 : 네, 소개 감사드리고요. 제일 먼저, 한신대 성소수자 모임 ‘고발자’ 에 대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어떤분이 소개 해주실 건가요?


곱단 : 제가 할게요. 고발자는 한신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모임이구요. 2009년 12월에 만들어졌어요


여름곰 : ‘한신의 중심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외치는 중’ 이 저희 메인 슬로건이에요.


오소리 : 고발자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요?


곱단 : 고발자란 이름은 삐삐가 만들었어요.


삐삐 : 고발자란 이름의 뜻이 뭐 거창한 건 아니고, TV에서 내부고발자 주제로 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봤는데, 내부고발자도 용기가 필요한 거잖아요? 일종의 커밍아웃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하려고 했던 활동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고발자라고 하자고 했어요.


곱단 :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같은 것을 ‘폭로해야 한다’, ‘고발해야 한다’, ‘알려야 한다’하는 강한 의지가 담긴 이름이죠.



오소리 : 창설 멤버는 몇 명이었나요?


곱단 : 창설 멤버는 두 명으로 시작했어요. 


오소리 : 그럼 지금의 활동 구성원은 몇 명인가요? 


뮨 : 8명이요.



오소리 : 회원은 어떤 식으로 받나요? 이성애자나 교외사람도 받아들이시는지?


뮨 : 이성애자도 같이 활동하고 있고요. 곱단님이 학교 동기 분들이랑 만든 게 시초에요. 그때 활동하던 분들은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들이라서 성정체성에 상관없이 받고 있던 게 지금까지 유지가 되고 있어요. 




곱단 : 교외 사람이라고 한다면, 고발자와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거절하진 않는데, 같이 하고 싶다는 사람이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어요.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참 많았는데, 아무래도 한신대학교가 지방에 있는 대학교이고, 접근성이 나쁘다보니까 그런 거 같아요. 



오소리 : 모임의 성격은 어떤가요? 커뮤니티적인 성격이 강한지, 아니면 인권 운동의 성격이 강한지.


뮨 : 구성원 개인마다 관심 사항들이 많이 달라서요. 처음 창설할 때 계셨던 분들 위주로는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보니 그 분들은 인권 운동도 많이 하시는데요. 요즘은 커뮤니티성도 무시할 수 없는 거 같아요. 고발자는 그냥 고발자 같아요. 뭐 인권 운동 쪽이다, 커뮤니티 쪽이다 정의할 필요가 없는 거 같아요.


곱단 : 아무래도 슬로건 자체가, ‘한신의 중심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외치는 중’이다 보니까 항상 인권 얘기만 하다 보면 재미도 없고 딱딱하고 지루해지는 한계점이 발생할 것 같아서, 창설하고 1년 뒤쯤부터는 뒷풀이 같은 노는 문화에도 주력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두 가지 성격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인권에 대해 활동하는 커뮤니티!



오소리 : 인권에 대해 활동하는 커뮤니티로군요. 그럼 각자 고발자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여름곰 : 성정체성 고민이 많던 시절에, 과에서도 그렇고 술 먹고 얘기하던 사람들이 다 고발자 창설 멤버들이라 고발자에 자연스럽게 가입하게 됐어요.


보살님 : 저도 얼떨결에 가입하게 됐어요. 처음 할 때만 해도 주축은 아니었고, 모임에 가고 구경 가고 그런 정도?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잘 못 느끼고 있었는데, 고발자가 임보라 목사님을 초청하여 준비한 강연에 참가했어요. 그 때 영상을 보았는데요, 성소수자가 탄압당하고 결국 성소수자가 죽게 되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영상을 볼 때, 곱단이가 오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서 죽음의 그림자를 느낀 게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그걸 계기로 고발자에서 활동하게 됐어요. 


뮨 : 저는 학교에 좀 늦게 입학했어요. 성정체성은 이미 중학생 때 자각했기 때문에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애들이 어려서 그런 건지, 학교가 미션스쿨이라 그런 건지, 애들이 성평등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거에요. 심지어 수업에서조차 교수가 성소수자를 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발언을 할 정도라 놀랍고 당황스럽고 짜증이 났어요. 그런데 저는 고발자가 있다는 걸 좀 늦게 알았어요. 전에는 홍보도 좀 미흡했던 거 같고 제가 휴학도 했거든요. 그러다가 복학해서 홍보 자보를 보고 2012년에 고발자에 대해 알게 됐고, 종강 총회에 가서 가입하게 됐어요. 


오소리 : 곱단님은 창설 멤버이시니까, 창설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곱단 : 저는 고등학생 때 성정체성을 자각했는데, 고등학생 때 대학교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고등학생 때 커밍아웃을 하려다가 학교 분위기상 결국 못했는데, ‘대학교는 그러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다들 성인이고, 대학이니까. 입학하면 탄압과 억압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입학하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1학년을 보냈는데 숨이 막혔어요. 모든 언어와 행동, 사업 등이 전부 이성애중심주의적인 환경 자체가 답답했고 제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없었어요. 그렇게 답답하게 살다가 같이 창설한 친구랑 전철을 타고 가는 도중에, ‘도저히 못 살겠다. 모임을 하나 만들자’해서 창설하게 됐어요. 짧게 얘기하면 이성애중심적인 문화가 싫었고 성소수자도 모르고 인권도 모르는 그런 무지를 격파하기 위해서 창설하게 됐죠.  



오소리 : 고발자에서는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뮨 : 영화제요.


오소리 : 영화제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뮨 : 퀴어 영화를 상영했는데, 사람들이 거의 안 왔어요. 포스터도 붙이고 홍보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2명 정도?


곱단 : 사실 영화제를 두 번 했어요. 뮨님이 고발자에 가입하기 전에 한 번 더 했었는데 그때는 4명 왔었어요. 처음에 홍보가 더 잘됐었던 거 같아요.


뮨 : 그 외에는 달마다 컨셉을 잡아서 자보도 붙이고, 자보로 성명서도 냈고요. 학보사에 기사랑 개인 칼럼도 올렸어요. 고발자끼리 세미나도 열었었고요.


여름곰 : 제가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지금보다 더 활동이 많았어요. 그때는 학교에 성소수자가 있고, 성소수자 인권모임인 고발자가 있다는 것 자체를 알리는 활동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성소수자에는 동성애자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성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도 하고, 축제 때 부스를 설치해서 이벤트도 했어요. 


오소리 : 축제 때는 어떤 이벤트를 하셨나요?


곱단 : 축제 때 한 이벤트는 고발자 연락처가 적힌 콘돔으로 ‘Safe Sex’ 라는 글자를 만들어서 마음대로 가져가게 했었어요. 그 때는 반응이 좋았어요. 모자라서 콘돔을 더 사다가 갖다 붙이기도 했고요.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을 받아봤는지에 대한 설문조사였는데, 받지 못한 분들이 훨씬 많더라고요. 



여름곰 : 성소수자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았어요.


보살님 : 또 계간법 관련해서 인식을 바로 잡으려는 피케팅도 했었어요. 탄원서도 받았고요. 작년에는 총학생회에서 성평등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서 학내에서 성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활동을 했었어요. 고발자 활동이 기반이 돼서 거기까지 나아간 거라고 봐요. 성평등위원회의 주축이 곱단이를 포함한 고발자 멤버였거든요. 저희가 했던 활동들이 학교 전체에 기여 한 거라고 생각해요.


곱단 : 고발자의 자보를 사람들이 떳떳하게 못 읽더라고요. 그래서 고발자가 뭐하는 곳이냐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강연회를 한 번 하고 공개모임도 한번 했었어요. 그때는 좀 많이 왔어요. 15~20명 정도?


보살님 : 오해받을까봐 일부러 자보를 못 본체 한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오소리 : 공개모임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셨나요?


곱단 : 고발자가 향후에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활동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 자리에서 그동안의 고발자에 대한 오해가 많이 풀렸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고요.


여름곰 : 그리고 그때, 공개 모임에 참석한 학우들끼리 논쟁이 붙기도 했었어요.


보살님 :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참석해서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굉장히 새로웠어요. 공개모임의 의의가 살았죠. 


곱단 : 공개모임 후에 고발자에 가입한 사람도 1명 있었어요.



오소리 : 오해도 풀리고, 인식도 바뀌고, 성공했네요! 이렇게 성과도 있었는데, 학내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뮨 : 동아리방을 가지려는 시도는 했었는데, 저희가 정식 동아리도 아니고, 동아리방을 갖게 되면 동아리방에 드나들 때 아웃팅 위험도 있고, 동아리방을 가지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모든 동아리가 동의해주지 않기도 했어요. 저희 학교가 미션스쿨이라 기독교 동아리랑 마찰도 있고요. 정식 동아리가 아니다보니 학교에서 예산을 못 받아요. 회원들 자비로 운영되다 보니 활동에 제약이 있어요.


보살님 : 원래 빈 강의실을 빌려서 썼는데, 아웃팅 우려가 있어서 조심스런 면이 있었어요. 우리만의 안정적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동아리방이 없어서 활동공간이 마땅치가 않은 점이 힘들어요.


뮨님 : 한 번은 고발자 자보가 굉장히 훼손된 경우도 있었어요. 


보살님 : 자보를 훼손한 건 혐오범죄였어요. 자보에 ‘지옥에나 가라’, ‘악마의 자식이다’ 뭐 이런 욕이 써져 있었어요.


여름곰 : 그 외에도 가족 욕도 있었고요. 말 그대로 상식 이하의 욕들이 있었어요.




오소리 :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셨나요? 


삐삐 : 저희는 오히려 당당하게 밝혔어요. 처음에는 CCTV 확인을 학교 측에 요구했지만, CCTV 확인을 안 해줬고요. 그래서 ‘우리끼리 이 사건을 폭로시키자’ 해서 축제 때 훼손된 포스터로 사진전도 하고 현수막을 만들어서 다는 작업도 했었죠. 그런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정말 심각하다’, ‘한신대 수준이 이 정도냐’ 하는 의견도 나왔어요.


여름곰 : 자보 훼손에 대해 고발자 회원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성명서를 낸 적이 있는데, 성명서에 응원 메세지를 달아주시기도 했어요.


뮨 : 그런데 결국 그 성명서도 훼손을 당했어요.


여름곰 : 성명서까지도 낙서를 당했죠.


곱단 : 한신학보에 그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어요.


여름곰 : 그런데 그때 오히려 저희들이 더 뭉쳤던 것 같아요.


삐삐 : 엄청 욕을 먹다 보니까 ‘더 싸워야겠다’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더 활동이 많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곱단 : 제가 생각하는 어려웠던 점은 시선이었어요. 저희 학교에 부설유치원이 있는데, 어떤 학우로부터 연락이 왔었어요. ‘고발자 자보로 인해 아이들한테 악영향을 미치니까 자보를 떼라’ 이런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욕도 많이 먹었고요. 그리고 저희가 준동아리까지 갔었는데 그 과정에서도 기독교 동아리가 반대를 했어요. 굉장히 보수적인 동아리였는데, 만나서 얘기해보자고 했더니 거절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교목실에 ‘왜 고발자를 방관하느냐’, ‘없애야 한다’, ‘막아야 한다’하는 학우들의 반발도 있었고요.


오소리 : 그런 어려운 점들이 있었군요. 요즘에는 어떤가요?


곱단 : 요즘에는 좀 달라졌어요. 오히려 교수님들이 성소수자 얘기를 더 많이 다뤄요. 좋은 쪽으로. 


오소리 : 신학과 교수님도요?


곱단이 : 신학과 교수님들 전부는 아니고요. 신학과 교수님 중에 어떤 한 분도 개인적으로 만나 뵀는데 옹호 발언도 해주셨어요. 공개적으로는 아니지만. 아, 활동하기 어려운 점이 한 가지 더 있어요. 고발자에는 게이들이 너무 없어요. 고발자 구성원의 다수가 여성들이다보니까 거기서 활동하다보면 너무 지쳐요. 


오소리 : 하하하. 어떤 점에서요? 


곱단 : 아니 뭐, 동아리 내에서 연애도 하고 살아야 되는데...


여름곰 : 맞아! 고발자내에서는 CC가 없었어요.


보살님 :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회에서 남자보다 여자들이 성정체성을 드러내기 더 힘들다고 봐요. 인권 운동에서도 게이들이 더 앞장서고요. 그런데 고발자는 여자들이 주축으로 나서서 활동을 하다보니까, 우리끼리는 뭔가 놀라운 일이라고 봐요. 



오소리 : 네, 확실히 다른 동아리랑 다르긴 하네요. 아, 교내에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이하 마레연) 현수막도 거셨다고 들었는데.


곱단 : 2013년 계획을 세울 때, ‘우리가 만나서 잘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시지 전달도 중요하다’ 이런 말들이 오고갔는데, 마레연 현수막이 이슈가 되고 슬로건 자체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 이런 말들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고발자는 성소수자 인권을 얘기하는 동아리니까, 그 당시에 이슈가 되고 있었던 마레연 현수막을 걸게 됐죠. 서강대 친구가 ‘우리 학교는 마레연 현수막을 걸었는데 너네도 걸겠느냐?’ 라고 제안을 하기도 했고요.



오소리 : 지금까진 주로 교내에서 활동을 하신 것 같은데, 교외 단체들과 연대해서 해보고 싶으신 일은 없으세요?


여름곰 : 저는 어떤 사업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고발자가 언제든 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친구 같은 단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사업적인 일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든, 우리가 힘들면 다른 모임도 같이 도와주고, 다른 모임이 힘들면 우리도 같이 도와주는 그런 관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새내기가 잘 안 들어오다 보니까 세미나를 하던지 무슨 사업을 하면, 항상 똑같은 주제와 말들이 오고가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학교 모임은 오래되고 기반이 탄탄하니까 그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더 새로울 것 같아요.


보살님 : 보통 학교에 상담 센터가 있듯이, 우리 학교에도 성소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상담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같은 학교 행사에서도에 성평등 관련한 교육을 해서 학생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런 게 저희 힘으로는 힘드니까, 이런 부분에서 연대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곱단 :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저희가 그렇게 할 여력이 안 돼요. 서울 소재 대학의 동아리들과 연대하려는 노력이 있긴 있었어요. 서로 연락도 주고 받으면서요. 그런데 한신대가 지역적으로 멀어서 만나서 얘기하기는 너무 힘들었어요. 행사에 같이 참여한 적도 있긴 있는데, 모임을 가지면 주로 서울에서 하다보니까 어울리기가 너무 힘들어요. 소통이 잘 안된다는 느낌도 있고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여름곰 : 맞아요. 뭔가 사업이 진행될 때, 고발자는 항상 그 사업이 중간쯤 진행됐을 때 연락을 받아서 사업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렇게 너무 갑자기 참여하다 보니까 너무 허둥지둥되고, 가려고 할 때도 서울은 너무 멀고요.


보살님 : 곱단이가 대외에 협력도 많이 구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요. 경기도에도 대학은 굉장히 많지만, 성소수자 모임이 별로 없어서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경기도라는 지역 자체가 활동하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뮨 : 일단 내부를 탄탄히 다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원도 적고, 요즘 다들 너무 바뻐서 활동이 저조하기도 해서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보살님 : 졸업생이다 보니까 활동을 직접 못했긴 한데, 페이스북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소식을 접하고는 있어요. 이번 아이다호데이 때도 학교 내에서 피케팅하는 모습도 보고 마레연 현수막을 건 것도 보고 활동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걸 느꼈어요. 


뮨 : 그런데 제가 활동하던 때보다는 활동이 저조하긴 해요. 다들 나이를 먹고 바쁘다보니까. 또 신인생이 없다보니까 열정도 부족한 것 같고, 뭔가 얘기가 나오면 할 생각은 있긴 한데, 여건도 안 되기도 하고. 


여름곰 : 제가 봤을 때는 졸업생인 보살님도 그렇고 휴학하신 분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이렇게 인터뷰도 같이 나와 주시고 온라인 상에서 지지해 주시는 걸 보면, 그 만큼 고발자 내부 구성원 간의 의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소리 : 휴학생이신 곱단님은 왜 고발자의 끈을 놓질 못하고 계신 것 같아요?


곱단이 : 지금은 활동을 잘 못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두명이서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동안의 활동을 통해 한신대가 많이 변했다고 느꼈고, 실제로 그렇기도 해요. 그래서 활동함에 있어 지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이것도 내 삶이니까! 그리고 그런 생각도 해요. 신입생들이 들어올 것 아니에요? 그 신입생들이 성소수자 모임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맨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 그런 모임이 없다는 게 섭섭하기도 했거든요. 실제로 신입생에게 ‘마레연 현수막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힘이 됐다’ 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고요.



오소리 : 고발자를 통해서 한신대가 변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변한 건가요?


곱단 : 일단은 학내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험담을 못하더라고요. 물론 하겠지만, 적어도 제 앞에선 못하더라고요. 이를테면 교과목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을 아예 다루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자주 다루기 시작했어요. 과제 주제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혐오발언이 엄청 많았는데 실제로 혐오발언을 하고 나서 나중에 제 앞에 와서 사과를 한 경우도 있었어요.


여름곰 : 저는 친구들을 통해서 한신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끼는 게, 혐오 발언 자체가 많이 줄어들고, 혐오 발언이 나왔을 때 제가 아니라 제 친구들이 먼저 싸워주고, 한번은 수업시간에 제 애인이 성소수자에 대한 발제를 했는데 어떤 사람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그 때 그 수업을 듣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사람과 싸워줬어요. 그 정도로 사람들이 성소수자 혐오 발언에 대해 올바른 비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뮨님 : 저는 학과에서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들어본 적은 없는데요. 그런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고발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가 알고 나서는, 제 존재 자체로 수업시간에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발언을 하더라고요. 교수님도 그렇고 학생들도 그렇고. 


여름곰 : 또 성소수자의 존재뿐만 아니라,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홍보도 하다보니까 학우들이 그에 대한 인식을 하기 시작했어요.



오소리 : 이렇게 좋게 바뀐 점이 많은데요, 반대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뮨 : 지금까지 계속 얘기한 건데, 일단 신입이 너무 안 들어와요. 


삐삐 : 신입생 모집에 너무 공을 안들인 것 같아요. 신입생 모집에 적극적으로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신입생이 있었으면 또 다른 고발자 활동들이 이루어졌을 텐데 지금은 뭐 그런 게 아예 없으니까요.


오소리 : 네, 이건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


뮨 : 심한 게 지금 고발자엔 3, 4학년 밖에 없어요. 제가 2년 전에 들어왔는데 제가 마지막 신입일 정도에요. 지금 대표를 맡고 있는 곱단님도 공익근무중이시고 언젠간 졸업을 할 테고, 개인 여건상 졸업생이 재학생만큼이나 활동을 한다는 게 사실상 어렵고, 지금 회원들이 졸업을 한다면 사실상 고발자의 맥락이 끊긴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저희 학교가 미션스쿨이다 보니까 기독교 쪽의 힘이 강한 만큼, 성소수자 동아리인 고발자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큰 활동을 못하더라도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서 고발자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삐삐 : 활동이 있어야 신입생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활동과 동시에 신입생을 모집하고 싶어요. 뭔가 발칙한 활동들로.


오소리 : 발칙한 활동들이라면 어떤...?


삐삐 : 예를 들어, 콘돔사탕을 나눠주는 활동을 한 번 했었는데, 또 해보고 싶고요. 배지를 만들어서 나눠주는 활동들이요.


보살님 : 한신대에 애정을 갖고, ‘내가 여기서 성소수자 모임을 이끌어 나가겠다!’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을 발굴해 내는 게 저희의 임무 같아요.


곱단 : 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얘기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없는 게 좀 아쉬워요.


여름곰 : 아쉬운 건 앞에서 다 나온 것 같은데, 그냥 고발자의 존재를 아직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 내부의 힘을 더 길러서 한신대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강연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새내기가 들어올 때마다 고발자를 알리고,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요. 


곱단 : 신입생이 없어서 내부가 탄탄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게 아쉽지만, 가능하다고 봐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고요! 



오소리 : 가장 큰 문제는 신입생의 부재로군요. 그럼 신입생이 이 글을 보고 들어올 수 있게, 고발자의 장점! 하나 씩 얘기해주세요.


삐삐 : 고발자의 장점이라면, 다른 모임과 비교했을 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게 좋다!’는 거요. 나의 모든 걸 이렇게까지 개방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성적인 얘기들은 사회에서 얘기하는 자체로 안 좋은 시선들로 보는데, 고발자 내에서는 그런 게 없으니까요.


뮨 : 고발자가 좀 특이한 건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아무 거리낌 없이 활동하는 거? 그래서 동성애자 뿐만 아니라 이성애자에게도 해방의 장이 되는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고 서로에 대한 편견이 없어져요.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대외적인 활동도 자랑거리가 되지만, 개개인이 의지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라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고발자는 그 명맥 만이라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여름곰 : 고발자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문제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활동을 하고 있고.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성소수자 문제는 소수 중에서도 소수의 문제라고 느낄 때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다른 사회의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 가서도 성소수자의 문제를 드러내거나 발언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점이 고발자의 장점 같아요.


보살님 : 아까도 말했지만 다양한 정체성을 갖은 사람들이 한데 있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거요. 


곱단 : 고발자는 정말 해방적이에요. 고발자 멤버끼리 만나면 눈치 안보고 내 얘기 잘 할 수 있어요. 날 드러낼 수 있다는 것? 사실 그게 사회 살면서 가장 어려운거거든요. 그래서 그게 가장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뮨 : 맞아요. 이런 얘기들 하려면 온라인에서나 말할 수 있어요. 그것도 익명 게시판에나.


삐삐 : 그러니까 서로간의 라포가 형성된 것 같아요. 무엇을 말해도 신뢰감이 있으니까 상관이 없는 거죠. 


곱단 :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삐삐 : 무엇보다 사람들이 다 좋아요. 



오소리 :  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들 한마디씩 해주세요. 인터뷰 소감도 좋고요, 웹진을 보는 독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좋고요.


보살님 : 옛날 일을 회상하면서 인터뷰하는 그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았어요. 각자 고발자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한 명, 한 명 이야기 하는 것이 아련한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놀러 온 거라 무슨 말을 할지 잘 몰랐는데, 막상 와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지금은 소수자 운동에 관심이 많은데, 소수자의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고, 진로도 그쪽으로 고민 중이었는데, 오늘 와서 얘기하다보니까 일 하고 싶은 분야를 더 정확히 알게 됐어요.


뮨님 : 사실 저는 인권 운동에 대해 열렬한 관심은 없는 사람이에요. 솔직히 얘기해보면 동성애 커뮤니티에 가보면 저보다 심한 사람이 엄청 많아요. 당해선 안 될 일을 당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 분노하기 보다는, 일단 겁부터 내고 무서워하고, 차별은 많은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피해가는, 그런 차별에 대한 관성이 붙은 거죠. 솔직히 고발자에 들어온 게 내 경계를 훼손당하는 게 불편해서 들어온 거였는데, 지금 인터뷰 자리까지 와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제 개인적으로 좀 의외이고, 고발자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건데 인권문제에는 저처럼 열성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하려는 사람은 정말 열심히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너무 적으니까... 그러니까 이런 인권 활동은 먼 미래를 바라보고 불씨를 심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곳에서도 고발자로 회원들이 와줬으면 좋겠어요.


여름곰 : 저는 일단 오늘 인터뷰하는 시간 자체가 회의 때보다 재밌었고요. 그동안 고발자 회의에서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만 얘기했었고, 그동안 우리가 뭘 했었는지에 대한 얘기를 안 했었는데, 오늘 오랜만에 고발자를 돌아보고,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앞으로 고발자의 목표가 분명히 생긴 거 같아요. 새내기 받아들이는 거요. 그리고 인터뷰를 계기로 더 활발한 고발자가 됐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독자분들도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자기 삶을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힘든데, 차별과 억압 때문에 더 힘들잖아요? 거기에 기죽지 말고 슬퍼하지 말고 건강하게 버텨내서, 건강한 모습으로 언젠간 만나요. 


삐삐님 : 제가 요즘 많이 생각하는 게, 운동이 뭘까? 어떤 사람을 운동권이라 하고 어떤 사람을 비운동권이라 할까? 도대체 그 기준이 뭘까? 그 시작은 자기 스스로 인권이 침해 당하고 있다면 그걸 느끼고,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인권운동을 함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실현을 했든, 안했든. 예전에는 아니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의 방식대로 매일 매일을 싸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독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은 다른 사상을 갖고 있을 텐데 그런 공간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고 피곤하더라고요. 그런데 성소수자는 매일 그렇게 살거라고 생각해요. 뭐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요. 어쨌든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제대로 안다면 그렇게 비난하고 혐오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용기를 내서 건강하게 지내세요.


곱단 : 사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 어려운 얘기에요. 혐오범죄도 많고,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억압을 받는 게 사실인데, 이런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개개인이 많이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진심으로 모두들 이런 세상 속에서 건강하게 지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고, 앞으로 고발자가 우리가 세상에 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해방의 공간으로 지속돼서 이 문화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갔으면 좋겠어요.


여름곰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여러분, 고발자는 항상 열려있어요. 


인터뷰 끝나고 간 뒷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