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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모임/대학 성소수자 모임

길원평 교수를 무찌른 영남의 샛별! 부산대 성소수자 인권동아리 'Queer In PNU'를 만났어요!

by 행성인 2014. 11. 11.

* 동성애자인권연대 소모임 <전국퀴어모여라>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전국퀴어모여라> 블로그와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랑’에 중복 게재합니다.





네네, 지난 10월 3일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부산대성소수자 동아리를 만났습니다. 홍석천씨의 토크쇼가 계획되자, '동성애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학교 내에 길원평 교수가 붙인 어마어마한 양의 대자보에 대해 부산대성소수자 동아리에서 반박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거, 요즘도 동성애가 문제라는 분이 있네요 허허.



1. 길원평 대자보를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나요?


올해 10월 3일 금요일 동아리 정기 모임 겸 회의를 진행하다가 알게 되었어요. 우리 동아리 학생들 중에 몇몇이 홍석천 토크 콘서트 준비 스텝으로 참여하고 있었거든요. 단체 카톡방에 길원평 교수 대자보가 붙었다는 사실을 알려줬죠.



부산대 물리학과 길원평 교수가 10월 3일 홍석천 토크 콘서트를 반대하며 붙인 대자보




2. 대자보를 처음 접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평소 길원평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어서 그런지 또 어떤 무식한 소리를 적었나 했는데 정말 가관이었어요. 즐거운 일이긴 하죠. '동성애'라는 것에 대해 알아서 논란을 일으켜 준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조금 감사하기도 하죠.

저희 동아리에서는 어이없다는게 대부분의 의견이었죠. 길원평 교수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기도 했고요. 대자보를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말이 안되는 내용들이 많아요. 진짜 교수가 맞나? 라는 의심이 들었어요. 분노를 넘어서 조금 안타깝기도 했어요.



3. 길원평 교수의 대자보에 반박 대자보를 붙여보자는 걸 제안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길원평 교수의 대자보가 붙자마자,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어요. '이런 말도 안되는 대자보에는 첨삭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 내용도 한사람이 쓸만한 양은 아니었거든요. 우리 부산대성소수자동아리 내에서 해야 하는 프로젝트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누구든지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어요.



반박 자보를 작성하는 QIP 회원



길교수 자보에 반박한 QIP 자보




4. 길원평 교수의 대자보와 반박 대자보가 붙고 나서, 학교 내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학교 내 인터넷 커뮤니티(www.mypnu.com)에서 동성애와 관련한 글들이 갑자기 많이 올라오고, 댓글도 엄청 많이 달렸어요. 우리가 만든 반박 대자보 형식이 좀 특이해서 더 관심을 가진 것 같아요. '동성애 논쟁'을 불쾌해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뭐 좋다는 사람, 싫다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죠. 한가지 반가웠던 것은 우리가 하는 활동에 대해 지지하고 길원평 교수의 편에 있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한 다른 대자보도 붙었다는 것? 싫다는 사람이나, 좋다는 사람이나 모두 반가웠어요. 그래도 한번이라도 동성애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잖아요?



국립국어원 '사랑의 의미 변경 사건'에 대한 대자보가 찢긴 다음 날 붙은 QIP를 지지하는 대자보.(동아리 내 사람이 아니었음)




5. 원래 부산대는 어때요?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경상도라는 지리적 여건이 크게 작용할 것 같은데.


저희 동아리는 만들어진지 얼마 안됐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몰라요ㅠ 다행인 건 그래도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부산대 총학생회, 학내 방송사나 신문사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학교 내에서 이런 논쟁이 많이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 보다는 이해하는 쪽이 더 많은 것 같아요.



6. 반박 대자보를 붙인 이후 학교에서 달라진 점은 없나요?


눈에 띄게 바뀐 점은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붙인 반박 대자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학년이 어린 친구들은 교양 수업에서 다뤘다며 성소수자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더라고요. 잘 말하지 않던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느낌이에요. 그리고 방송사나 신문사들이 관심을 가지기도 했고요. 예전에는 우리가 신문사를 찾아가서 기고를 하겠다고 해서, 동아리 소식을 알리고 했었는데, 이제는 알아서 찾아오더라고요.



대구 퀴어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날 "이리와봐, 언니가 잘해줄게"




7. 대자보 사건으로 동아리가 바뀐 점이 있나요? 호모포비아들이 횡포를 부린다던가?


호모포비아는 예전에도 있었어요. 우리가 붙인 대자보를 찢거나, 버리곤 했죠. 이건 총학생회에서도 손놓고 볼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번에도 호모포비아들은 한결같더라고요. 보이지 않는데서 몰래 대자보나 찢는 사람들이니, 순순히 나와서 행동하진 못할 거예요.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서도 많은 호모포비아들이 존재하지만, 뭐, 그런거 한두번 보나요. 우린 신경쓰지 않아요. 우리들은 우리들이 할 일을 하면서 내실을 다져가면 되는거죠. 아, 그리고, 우리 동아리 카페(http://cafe.daum.net/queerinpnu)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어요. 원래 우리 동아리 카페는 거의 아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이 가입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어차피 눈팅만 하는 사람들이지만, 확실히 변하긴 변했죠.



호모포비아들에 의해 뜯겨진 QIP 대자보




8. 이 사건의 중심이었던 홍석천 토크쇼는 어땠나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그냥 웃고 즐기는 자리였어요. 홍석천씨가 어떤 사람인 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계기였죠. 장사하는 이야기, 연애 이야기, 자살 시도 했던 이야기 등등. 기억에 남는 건 동성애자 홍석천 이전에 그냥 인간 홍석천으로 기억해 달라는 말이었어요. 저는 앞줄에 앉아서 남녀 성비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녀커플이 많이 온 것 같았어요. 아무래도 연예인 보러 온다는 느낌? 동아리 홍보 차 강단에 올라가 보니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하지만 우리가 붙인 반박 대자보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사건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홍석천씨는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그 내용을 진행자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하는 말이 어느 학교를 가나 아직까지 그러시는 분들이 있다고 안타깝기도 하다고 했어요.



5월 학교 축제 때 진행한 퀴어영화 상영회 퀴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9월 Queer Talk



9. 부산이라는 곳에서 성소수자 활동을 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요?


글쎄요. 딱히 불편한 점은 없어요. 동아리 회원들도 대부분 특별히 아웃팅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동아리에는 부산대 재학생이 아닌 친구들도 있어서 활동에 제약을 받는 친구들도 많지않고요. 그리고 대부분 주위에 커밍아웃한 친구들이 많아요.



모임 이후 뒤풀이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어요. 부산에서는 처음 있는 활동이고, 단체도 우리 하나밖에 없어서(ㅠ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워요. 서울 같은 곳에서는 학교 성소수자 동아리들끼리 함께 놀고, 행사도 진행하는데 말이에요. 또 성소수자와 관련된 강연을 접할 기회도, 동성애자인권연대나 친구사이와 같은 단체들과 연계해서 활동도 하고 싶은데 말이에요.



같이 광안리 바닷가에 놀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