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부모모임)


*이 글은 샌프란시스코 주립 대학 케이틀린 라이언 박사 팀이 성소수자 자녀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가족 받아들이기 프로젝트(Family Acceptance Project, 2009)’의 자료집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가족 받아들이기 프로젝트' 자료집 번역에 기동, 모리, 서리, 혜민이 함께했습니다. 


 

자녀가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발견한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어른으로 잘 자라 행복한 삶을 살려면 이성애자 혹은 시스젠더(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 같은 “정상적인” 사람이 되어 주변 사람들과 마찰 없이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일 것이라 믿는다. 때로 이런 생각은 자녀의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을 바꾸려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좀 더 흔하게는 성소수자 자녀가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 정체성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지 못하게 하거나 성소수자 친구들이나 관련 자료를 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아직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일시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그런 고민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위해 부모가 적극적으로 동성애 혹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성정체성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쯤의 자녀들은 보통 그런 고민의 시기를 끝낸 상태인 경우가 많다. 커밍아웃을 하거나, 뭔가를 ‘들켰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제법 많이 나아간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성소수자인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동성애 치료(동성애자의 경우)” 혹은 “여성/남성의 몸에 맞추며 살기(트랜스젠더의 경우)”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다 알게 된 이후인 것이다. 이 시기 성소수자들이 그리는 ‘행복한 삶’의 모습은 부모가 그리는 자녀의 행복한 미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그들은 성소수자인 채로,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미래 계획을 그리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위에서 말한 부모들의 행동은 자녀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성소수자들에게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은 자기 정체성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성소수자들은 부모가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거부했을 때 부모가 자신을 완전히 거부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성소수자로 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을 사랑이나 돌봄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모들과 달리, 성소수자 자녀들은 이를 자신에 대한 거부나 학대로 경험한다.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거나 자신을 부끄러워한다고 느끼며, 심지어는 부모가 자신을 혐오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 주립 대학의 케이틀린 라이언 박사 팀은 성소수자 자녀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가족 받아들이기 프로젝트(Family Acceptance Project, 2009)’를 통해 이 같은 ‘오해들’이 성소수자 자녀들의 신체적/정신적건강에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녀들은 부모와 가족이 자신을 소중한 사람으로 대하는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보살피고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는 법을 배운다. 반면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죄를 짓고 있다”거나 “옳지 않다”는 말을 듣는 자녀들의 내면 깊숙한 곳엔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각인된다. 이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보는 능력에 영향을 주고, HIV 감염이나 약물 오남용 등 위험한 행동을 할 확률을 증가시키며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부모에게 거부 당한 청소년은 학업을 잘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들은 가족을 구성하거나 부모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케이틀린 라이언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성정체성을 이유로 가족에게 강한 거부를 당한 청소년들은, 거부 당하지 않았거나 아주 약한 수준의 거부만 받은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 청소년과 비교했을 때
  - 8배 이상으로 자살 시도를 했고,
  - 거의 6배에 달하는 비율로 심한 우울증을 호소했으며,
  - 3배 이상약물 오남용과,
  - 3배 이상HIV와 성병 감염률에 노출되어있었다.

 

 

 

 

 

이렇듯 성소수자 자녀들이 자신을 ‘거부’한 것으로 느끼는 부모의 행동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성소수자 자녀에게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가족의 행동들

- 자녀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이유로 때리거나 신체적 폭력을 행하는 것
- 자녀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이유로 언어 폭력을 가하거나 놀리는 것
- 성소수자 자녀를 가족으로부터 배제하거나 가족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
- 성소수자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게 하거나, 성소수자 관련 행사나 자료를 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
- 자녀가 성소수자 정체성 때문에 차별 받았을 때 자녀를 탓하는 것
- 자녀를 더(혹은 덜) 남성적, 혹은 여성적으로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것
- 자녀에게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신에게 벌을 받을 거라고 말하는 것
- 자녀가 창피하다고 말하거나, 자녀의 옷차림이나 행동 때문에 가족들이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
- 자녀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족들에게 비밀로 하도록 시키고 그 문제에 대해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 Caitlin Ryan, Family Acceptance Project, 2009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부모와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자녀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소수자 자녀의 내면 깊숙한 곳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처음엔 많은 가족들이 이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끼지만, 스스로를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도록 도움으로써 내적인 강함을 키우는 것이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거부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 부모와 가족이 성소수자 자녀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자녀의 삶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족과 자녀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처음부터 성소수자 자녀를 지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럴 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녀들도 부모가 많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자녀에게 아직은 좀 혼란스럽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서로에게 솔직해지고나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긴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꼭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포용적인 가족을 둔 성소수자 자녀일수록 자신이 훌륭한 어른이 되어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더 크다. 케이틀린 라이언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자녀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가족을 가진 성소수자 자녀의 경우 단 3분의 1 만이 동성애자 성인으로서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아주 포용적인 가족에서 자라난 거의 모든 성소수자 청소년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포용적인 가족을 둔 성소수자 자녀는 가족을 이루고 싶어하는 경향도 더 컸다. 그들은 가족과 더 가까웠으며, 가족에게 거부 당한 자녀들에 비해 삶에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

 


성소수자 자녀가 가족을 더 포용적이라고 느끼는 가족들의 행동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당신의 성소수자 자녀가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성을 줄여주고 자녀의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가족들의 행동들

- 당신의 자녀와 함께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 당신의 자녀가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자녀에게 애정을 표현하기
- 불편한 기분을 느끼더라도 자녀의 성정체성을 지지하기
- 성정체성을 이유로 자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안 좋은 대우를 받았을 때 자녀를 옹호하기
-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당신의 성소수자 자녀를 존중해달라고 요구하기
- 자녀를 성소수자 단체나 행사에 데려가기
- 성직자와 대화하고 신앙 공동체가 성소수자를 지지하도록 촉진하기
- 장래에 대한 눈을 넓힐 수 있도록 자녀를 어른 성소수자 롤모델과 연결시켜주기
- 자녀가 성소수자 친구 혹은 연인을 집에 데려왔을 때 반갑게 맞아주기
- 자녀의 젠더표현을 지지하기
- 자녀가 어른이 되었을 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임을 믿기

ⓒ 2009, Caitlin Ryan, PhD, Family Acceptance Project

 


"저도 그런 실수를 했어요. 그때 “너 동성애자로 살면 불행할 거야”하고 이야기한 건,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아이가 불행하게 살까 봐 걱정해서 한 말이었는데, 사실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건 저였던 거예요. 자기를 받아들여 주지 않는 가족들의 시선이었던 거죠. 그때 제가 했던 말이 아이한테 상처가 됐을 것 같아요."
- 지인, 17살 동성애자 아들을 둔 어머니


물론 이런 연구 결과를 봤다고 해서 성소수자로 살아갈 자녀의 삶을 완전히 지지하는 게 크게 쉬워지는 건 아닐 것이다. 여전히 자녀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답을 찾지 못한 수많은 물음들 때문에 계속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성소수자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만 한다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거라면 적어도 가족들만이라도 뒤에서 든든히 지지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 성소수자 부모모임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rainbowmama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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