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2014년 6월 7일. 어느덧 한 달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은 쉽사리 사그라지질 않는군요. 서울 신촌에서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가 열린 날이었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2014년 제15회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였죠. 세계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성소수자 혐오 및 탄압에 반대하고, 또 탄압에 굴하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전 세계 성소수자들과 지지자들에게 연대를 표명하는 의미로 정해진 슬로건이었어요.

 



 

그런데 올해엔 서울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도 ‘조직된’ 혐오를 마주해야 했어요. 일부 극우 기독교 세력이 혐오 발언을 내뱉으며 행사를 방해하고, 급기야는 길바닥에 드러누워 퍼레이드를 막았거든요. 한국 퀴어퍼레이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을 거예요.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있었고요. 무더운 날씨 속에 네다섯 시간을 대치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어요. 극우 민족주의의 광풍이 우리나라 못지 않은 러시아, 폴란드에서 온 친구들의 위로(?) 덕에 저도 겨우 진정할 수 있었어요.

 



 

퀴어퍼레이드 시작 전 부스 행사는 정말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사람 구경이 젤 재밌었고요. (진정한 다양성의 축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빽빽한 인파를 헤치며 부스를 하나하나 구경하는 것도 넘 재밌었어요. 동성애자인권연대 부스를 지키느라 부스 구경을 하나도 못 했다는 여러 회원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ㅠㅠ

 





 

시민 사회에서도 많은 분들이 지지, 연대하기 위해 신촌에 오셨지요!

 



 

중간중간 다양한 공연과 플래시몹으로 지나가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어요. 호응이 정말 대단했어요~!

 

부스가 정말 많았어요. 무려 43개였다고 해요. 성소수자 인권 단체, 성소수자 커뮤니티,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진보 정당, 여성 단체, HIV/AIDS 단체, 국내 및 국제 인권 단체, 지역 공동체, 진보 교회, 대사관, 기업 등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부스를 차리고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어요. 한 바퀴 도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특이한 기념품들도 많아서 눈이 정말 즐거웠죠. 저도 득템을 꽤 했다는:)

 



 

동인련 부스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서명 운동을 함께 진행했어요. 이날 유가족도 함께하여 많은 참가자들이 서명 운동에 동참했어요. 동성애자인권연대 소모임 <전국퀴어모여라>에서 준비한 ‘자기 고향에 스티커 붙이기’ 이벤트도 진행됐고요.

 

다른 부스들도 함 구경해 봐요!

 





















 

내년에는 부스가 더 많아지겠죠? 벌써부터 두근두근+_+

 





 

하지만 부스 행사가 성황리에 진행되는 사이 일부 극우 기독교 세력이 방해를 하기도 했어요. 혐오 문구가 적힌 팻말들도 많이 보였어요.

 





 

혐오 세력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부스 행사와 개막 무대가 끝난 오후 5시 30분 무렵에 드디어 퍼레이드가 시작됐어요. 다들 들떠 있었죠! 저는 사진을 찍기 위해 행렬 선두로 향했는데...

 





 

난리가 났어요;;; 극우 기독교 세력이 길을 막아 버렸어요. 그들은 단체로 주저앉아 기도를 하기도 하고,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하고... 이렇게 대치 상황이 시작됐어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게이 퍼레이드 현장에 참가했던 게 떠올랐어요. 휴...

 



 

‘세월호 추모 공연’으로 가장한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는 퍼레이드의 원래 경로를 막고 있었는데, 퀴어퍼레이드가 경로를 바꾸어 출발하자 반대자들은 바뀐 경로를 향해 몰려가 퍼레이드 선두 앞에 드러누웠어요. 대치가 계속되는 동안 저는 재빨리 뛰어 ‘세월호 추모 공연’ 장소에 가 보았는데, 자리가 텅텅 비어 있더라고요. 한 밴드의 인사말과 이어지는 공연이 민망할 정도였어요.

 

관련 기사: 퀴어퍼레이드 반대집회 사회자 양심고백 "세월호 이용하고 하나님 이름 들먹인 기독교단체...", 『신문고뉴스』

 



 

즉시 경찰이 개입했지만, 몇 시간 동안이나 도로 점거를 방조하는 모습은 굉장히 낯설었어요. 밀양에서의 폭력적인 법 집행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어요.

 





 

성소수자 혐오 세력의 방해와 경찰의 사실상의 방조는 해가 진 이후에도 계속되었어요. 아, 정말 덥고 힘들었는데, 친구들의 격려(?)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제일 큰 힘이었겠죠!

 

대치 상황이 네 시간 이상 지속되면서 불안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뭉쳐 함께 버텼어요. ‘세월호 추모 공연’으로 가장한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의 의자들이 수거되자 끝내 퀴어퍼레이드는 우회하여 행진을 시작할 수 있었죠.

 



 

정말 드라마틱한 퍼레이드였어요.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땐 짜릿하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분노와 짜릿함이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와 소통하고, 편견을 극복하고, 조금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함께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됐어요. 내년에도 우리 손에 손 잡고 사랑을 노래해요. 서울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혐오로 얼룩진 총성 대신 사랑과 평화의 멜로디가 울려 퍼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관련 기사들

“퀴어페스티벌 하루가 1년을 살아갈 힘이에요”, 『미디어오늘』

하나님의 이름으로 동성애 혐오 폭력난동, 『참세상』

‘제15회 퀴어 퍼레이드’ 3시간 넘게 보수시민과 충돌...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보여줘, 『민중의소리』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증오를 먹고사는 자들에게 고함, 『미디어스』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당신들, 꼴사납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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