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를 팝니다

Posted at 2014.12.08 23:40// Posted in 성소수자 차별/혐오

 

한빛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1.

질문 하나. 일반인에 비해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률은 어떨까?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단골 소재는 ‘에이즈’다. 일간지 광고에 등장한 “<인생은 아름다워>보고 게이 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SBS책임져라”부터 최근 서울시민인권헌장 현장에 난입한 동성애 혐오 단체까지, 그들의 문구에는 ‘에이즈’가 빠지지 않는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언론사 입사 준비반’을 수강하고 있는 언론인 지망생 26명을 대상으로 동성애와 에이즈 감염률의 상관관계에 대해 물었다. ‘(에이즈 환자 중 동성애자의 비율은) 낮을 것이다’ 라고 응답한 지망생은 26명 중 한 명(3.8%)에 불과했다. ‘일반인의 비율과 비슷할 것이다’ 라고 응답한 사람이 46.1%(12명)으로 제일 많았고, ‘일반인보다 많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0.7%(8명),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19.2%(5명) 이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27년(1985~2011)간 전체 감염경로 중 동성간 성접촉이 차지하는 비율은 32%로, 이성간 성접촉이 차지하는 비율(48.9%)에 비해 낮다. 여성 동성애자의 경우 성접촉으로 감염된 사례는 27년간 단 한건도 없다. 남성 동성애자임을 밝히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 내에서 조사한 자료임을  고려하여 수치의 정확성을 의심하더라도 에이즈가 동성애자의 질환이라는 것은 반쪽짜리 주장인 셈이다.

 

2.

여기 ‘수동요양병원 사건’에 대해 다룬 두 기사가 있다. (요양병원은)에이즈 감염인을 ‘사육’하고, (요양병원에)들어가면 ‘바보’가 된다는 한겨레21의 기사 [각주:1]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610836.html)가 있고, 다 꺼리는 에이즈 환자를 ‘병원 문 닫을 각오’로 ‘돌본다’는 주간조선의 기사[각주:2](http://media.daum.net/society/welfare/newsview?newsid=20131202111907462)가 있다. ‘사육’과 ‘돌봄’이 주는 어감차이만큼이나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두 기사의 시선은 다르다.

앞선 언론인 지망생 26명을 대상으로 두 기사를 읽게 한 뒤, 에이즈 감염인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평소 동성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지망생도 <주간조선>의 기사를 본 뒤에는 에이즈 감염인 동성애자에 대해 ‘문란하다’, ‘뻔뻔하다’, ‘자업 자득이다’는 의견을 보였고, 평소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지망생도 <한겨레21>의 기사를 본 뒤에는 에이즈 감염인 동성애자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안타깝다’ 는 의견을 보였다.

언론인 지망생들은 평소 신문과 방송을 꼼꼼히 보며, 사회 이슈에도 밝은 편이다. 비평을 하며 읽는 것이 습관화 된 터라 기사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내성’도 가졌다. 이런 집단조차, 에이즈와 동성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예외가 아니었고, 평소 동성애자에 대한 호오과 관계없이 기사의 서술 관점에 영향을 받았다. 결국,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에 관한 한 누구도 언론 보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3.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에 따르면 언론은 ‘성적 소수자에 대해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하고,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아야’ 하며,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짓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런 보도준칙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만약 동성애자가 ‘에이즈’, ‘마약’, ‘성매매’ 사건에 연루됐을 경우, 보도 제목에는 ‘동성애자’임이 강조된다. 성적 지향성이 범죄 사실과 특별한 연관이 없을 때에도 피의자가 ‘동성애자’인 점이 일반인에게 호기심을 주기 때문에,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유력 경제지에 근무하는 ㄴ기자는 “사건, 사고가 있을 때 기자들은 단순한 나이, 성별 이상의 것, 즉 그 사람의 인생 스토리를 원한다. 스토리가 있어야 기사가 생생해진다”며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는지와는 관계 없이 누군가가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라는 건 중요한 스토리로 받아들여진다.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라는 것이 사건, 사고 기사에 자주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력 일간지에 근무하는 ㅇ기자 역시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재밌게 써야 독자들에게 읽힌다”며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글의 맛을 살리기 위해 동성애라는 소재가 ‘잘 팔리는’동안,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자극적인 편견은 강화되는 것이다.


4.

성소수자들이 왜곡, 과장돼서 보도되지 않을 대안이 있을까? 최근에는 성소수자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는 추세다. SNS에서는 익명의 힘을 빌어 성소수자들의 수다가 펼쳐지고, 스스로의 삶을 발표 할 수 있는 자잘한 낭독회, 문학회도 일년에 두 세차례 정도 열린다. 관련 웹진도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이하 ‘동인련’) 웹진 ‘랑’의 팀장을 맡았던 모리씨는 “(동인련)회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으로 웹진을 소개하며, “부담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기 위해 원하는 회원들은 언제나 글을 실어주는 편” 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의 1인 미디어와 웹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동인련 웹진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조나단씨는 “성소수자 스스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분명 의미가 있지만, 왜곡된 정보나 반대세력에 대항하기엔 힘 있는 대안이 못 된다”며 “최근 보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 혐오가 급증하고 있는데, (보수 기독교 단체에는)그런 것들을 대변하는 자잘한 신문과 미디어가 많다. 거기에 대항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결국, 언론이 할 몫을 성소수자들 스스로가 대신하긴 힘들다.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하는 언론의 특성상 성소수자를 무조건 옹호하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1. <한겨레21>, "요양이 아니라 사육이었다" 들어가면 바보 되는 에이즈 요양병원 (2013/11/12) [본문으로]
  2. <주간조선>. 다 꺼리는 에이즈환자... 병원 문 닫을 각오로 돌봐(2013/11/3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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