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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활동가 편지 - 김수환(모리)

by 행성인 2015. 3. 30.

김수환(모리, 행성인 운영위원)





안녕하세요. 올해의 두 번째 활동가 편지입니다. 저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 김수환(모리)입니다.

봄이 오고 있죠?^^ 목련과 개나리는 이미 피었고, 벚꽃도 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남부 지방엔 독감도 돌고 있다고 하는데, 다들 건강 잘 챙기셔서 봄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행성인 활동가들은 지난 한 주도 탄식을 여러 번 했습니다. 얼마 전 교육부(장관: 황우여)가 도입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는 “동성애, 성적 소수자에 대한 지도: 허용되지 않음”이라고 당당히 적혀있었습니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이미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전달되었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이 뿐만이 아닙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여고생 간 키스씬을 방송한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해 “청소년 보호”와 “동성애 조장 우려”등의 이유를 들먹이며 중징계를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2013년 tvN <몬스타>라는 드라마에서 청소년들의 이성 간 키스 장면을 청소년 보호시간대에 30초 정도 방영했을 때는 행정지도인 ‘의견 제시’ 조치를 내렸는데, 청소년 보호시간대도 아닌 시간에 방영된 동성 간 키스에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법정제재인 ‘경고’를 주려고 합니다. 이것이 차별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관련 기사 링크)

한국의 성소수자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은 자살을 시도합니다(강병철·하경희, 2005; 강병철·김지혜, 2006).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해서, 자신을 정의할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같은 용어를 알지 못해서 오랜 세월을 어둠 속에 갇혀 지내야 하는 성소수자 청소년이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학교 성교육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배울 수 있다면, 방송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을 볼 수 있다면, 그 모습 그대로도 괜찮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적어도 두 명 중 한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진 않을 것입니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이 목숨과 다르지 않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움츠려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두 사건에 대한 대응은 물론, 5월 16일 토요일에는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 동성애를 정신 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을 국제적으로 기념하는 ‘아이다호 데이(매년 5월 17일, IDAHO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and Transphobia,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를 맞아 전국에서 모인 성소수자들과 함께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것입니다.

행성인의 많은 활동을 이 짧은 편지에는 다 쓸 수 없지만, 더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주시고, 함께 동참해주시고, 좋은 의견도 많이 보내주십시오.


수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