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사람마다 몇개의 얼굴을 갖고 살까?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그리고 성소수자로서 두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내 종교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 자신도 사랑한다.
몇 개월 전 서울시는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제정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헌장을 만들겠다고 하던 서울시는 보수 기독교 세력의 압박에 의하여 성적 소수자를 차별해선 안된다는 조항을 문제 삼으며 헌장 제정을 철회하였다. 이에 격분한 성소수자 당사자와 지지자들은 서울 시청을 점거하고 6일간 농성을 하였다.
농성을 하는 동안 많은 일이 발생하였다. 농성장에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성소수자들이 만든 피켓을 침탈하고 혐오 발언을 하였다. 경찰들은 혐오 발언을 듣고 있는 성소수자들을 방관하였다.
성소수자이면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때때로 많은 종교적 갈등, 정체성의 갈등과 자기 혐오를 겪게 된다. 작년 6월 퀴어퍼레이드에서 차세기연이 퀴퍼 축복식을 종교의 이름으로 열었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라 죄이니 용서 받아야 한다’는 피켓을 들고 다니며 “장로님, 형제님” 인사하고 다니는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을 보면서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 등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였다. 유달리 혐오 세력이 많았던 퀴어퍼레이드를 보면서 속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다. 그 이유는 같은 공간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적으로 서 있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긍정하고 종교를 믿는 성소수자는 차별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퍼레이드에 참여하였지만 종교를 믿지만 종교를 더럽히는 혐오세력은 소수자를 차별 하는게 아니라 ‘치유’ 하자는 거라고 포장하고 사람들에게 전파를 하였다.
행사에 참여할 때 마다 한쪽에서는 십자가와 태극기를 들고 사랑을 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면서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든다. 두 사람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종교를 가진 성소수자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언제쯤 이면 지겨운 싸움이 끝날까? ‘언제쯤이면 평등한 세상이 올까’ 라고 고민에 빠질 것이다.
*사진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회원 레빈님이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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