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 인권팀)

 

 

 

 

 

- 일시/장소: 2015년 10월 3일(토), 4시30분~6시, 무지개텃밭

- 참여인원: 15명(청소년7명 / 비청소년8명)

 

청소년 인권팀에서 새롭게 기획한 프로그램 “동무, 인권불알 키셨습네까?”의 첫 번째 모임 - '그 시간의 나에게'가 10월 3일, 행성인 신입회원 모임인 ‘디딤돌’ 마무리 후 바로 진행되었다.

행성인 신입회원모임 '디딤돌' 후기 바로가기

 

준비되었던 프로그램에서 청소년은 10년 후의 나의 모습에게, 비청소년은 청소년기의 나를 떠올리며 편지를 썼다. 청소년은 비청소년을, 비청소년은 청소년을 바라보며 서로를 미러링 해보는 시간이었다.

 

편지에는 후회나 기대, 걱정이나 희망, 우울과 행복 등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았거니와, 무작위로 골라 편지를 낭독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편지의 내용은 비교적 단편적이었다. 하지만 다른 참가자의 편지를 읽으며 서로를 공감할 수있는 시간이었다. 더 나아가 청소년과 비청소년의 글을 번갈아읽으며 상대의 상황들을 반추하고, 청소년성소수자가 처한 사회적 환경들의 맥을 어렴풋이 잡을 수 있었다.

 

* 아래는 참여자들이 쓴 편지입니다.

 

 

To_ 13살의 나에게


 잘 지내니? 잘 지냈겠지 당연히ㅋㅋㅋ, 과거의 나인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너는 스물네살이 되어서야 깨닫겠지만 넌 사실 게이란다, 잘 생각해봐, 남자가 더 좋지 않나? 너가 그걸 좀 일찍 고민해보고 깨닭았으면 좋겠어, 너 맨날 천리안 PC통신 하잖아, 거길 잘 찾아봐, 성소수자 카페 같은게 있을거야, 거기 가입해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년 쯤에는 동성애자 인권연대라는게 생겨, 대학생 분들을 따라서 기웃기웃 해봐, 너가 좀더 일찍 정체성을 깨닫고 자긍심을 가진다면 좀더 벅차고 행복한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좋은 남자와 일찍일찍 연애도 많이 해보고 말이지, 그리고 난 너가 맘대로, 의지대로 살았으면 좋겠어, 남들 따라서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하고 비싼 과외 받을 돈으로 차라리 여행을 좀 다녀, 그런다고 너가 갈 대학이 대단히 좋은 곳으로 바뀌지 않아ㅋㅋ,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때는 지금보더 더 안좋고 어려운 상황이 될거야, 너가 좀더 잘할 수 있는, 좋아하는 것을 일찍 찾아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To_ 28살의 나에게

 

지금의 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편견과 선입견에 둘러쌓여 성소수자들을 좋지 않게 보고있어, 지금의 나 또한 그런 시선을 받을까 두려워 숨어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마치 세뇌 당하는거 같기도 해, 하지만 10년후의 나는 당당하게 내가 원하는 일을, 행동을, 사랑을 하게 되었길 바래, 물론 더 나아가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사라진다면 더 할 것 없이 좋겠지만!하지만 안타깝게도 10년 후의 너의 사회에도 차별이 존재한다 해도 당당하게 살고 있을거라고 믿으며 지금의 나는 살아갈게, 파이팅~!

 

To_ 17살의 나에게


안녕! 매일 새벽같이 학교 가고, 별 보면서 집 오느라 고생이 많다, 학교 생활이 지루하고 의미를 못 느끼는데, 문제집 참 많이 풀고 있지? J랑 있을 때는 즐겁고 행복했지, 누구도 내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답답하지 않니? 우물 속에 갇혀있는 것 마냥, 나중에 넌 좋은 친구들과 너를 설명해주는 언어, 널 살아있게 해주는 역사들을 만나게 돼, 그때처럼, 그 이후에도 실수, 어리석음, 두려움, 부끄러움, 후회 같은 것들이 계속 생겨나겠지, 그래도 그런 것들과 어울리는게 점점 익숙해질거야,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인간이나 관계, ‘사람’으로 널 돌아볼 기회가 너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한참 뒤에야 깨달았어, 너는 나와 달리, 조금 더 솔직하고, 편안하고, 용감하게 지내길! 어쨌거나 고마워, 안녕.

 

To_ 29살의 나에게

 

안녕! 많이 늙었구나, 그래도 아직은 20대야ㅋㅋ 곱게 늙었네, 그치? 그럴거야, 지금은 2개월 후면 스무살이야! 하고 있는데, 너는 2개월 후면 30이구나! 하고 있겠네, 무슨 기분일지 궁금하다, 난 빨리 20살 하고 있는데, 남친은 많이 사귀어봤니? 많이 사귀어봤다고 믿을게, 그래야만해! 한편으론 이젠 한 사람하고 정착하고 싶단 생각은 않드니? 근데 뭐.. 정답은 없으니까ㅋㅋ, 뭐하고 사니? 일은 잘 풀리니? 어렸을 때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근데 한국에서 잘 사는 것도 어려울거 같긴해, 그래도 여행이든 일이든 가끔은 밟아보지 않은 곳에 가보았으면 좋겠어, 군대는 갔다.....왔겠지... 음... 궂이 말하고 싶지 않다. 재밌었길 바래, 그래야만해! 일 잘 안풀려도 너무 힘들어하지마, 하긴 별로 신경 안쓰는 성격이지만.

 

To_ 학교에 가기 싫었던 숱한 날의 너에게
 

안녕!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내가 후회하고 있다는거야, 정말로 너가 그 때 다르게 행동했으면 좋았을거라고 생각해, 우선 너는 학교 생활을 너무 성실하게 했었잖아, 사실 더 불성실하고 더 낭비하며너 보냈더라면 그때를 돌이켜봤을 때 퍽 좋았다고 말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니 니가 듣고 있다면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라면 그냥 눈을 감고 더 잠을 자도 좋아, 주변에서 뭐라 손가락질 하겠지만 그런 것도 할 수 없는 인생이 뭐가 그리 대단하겠어,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낭비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그러니 더 놀고, 더 자고, 조금 더 불성실하고 낭비해도 좋아, 낭비를 낭비라고 생각하지마, 그게 정말 멋있는거라고 지금의 나는 생각해.

 

To_ 빠른 97인 10년 후의 너에게
 

나는 너가 아직도 솔로이길 빈다. 나는 아직도 너가 아다이기를 빈다. 지금의 난 페북의 연애중 카테고리의 “축하해요!” 댓글을 달 때마다 “힘내렴~ 너도 생길거야!” 따위의 말을 듣는다. 왜 들어야 했을까? 어느샌가부터 애인이 없다는 것은 측은한 일이 되었고 동정이라는 것은 구경거리 혹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기에 난 니가 아직도 당당한 솔로이길, 칭송을 받는 아다이길 빈다. 취직은 했니, 요즘 뭘하고 지내니 따위의 자질구레한 말 따위는 남기지 않을거야, 다만 넌 10년 전인 지금의 내가 생각한 그대로의 10년 후의 모습이기를 빈다. 그럼 안녕.

 

To_ 고2, 18살의 너에게
 

안녕! 반가워..! 넌 아마 지금 전교 종교 회장을 하고 친구들한테는 예수의 앞잡이라는 욕을 먹으며 지내고 교목실에는 온각 핍박을 받으며 지냈지.. 얼마나 힘들었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구나, 그 때 지금의 나였다면 반항 한번이라도 해볼텐데, 그게 아쉽구나, 그 땐 그런 말 하기 힘들었지, 무서웠다고 그 말을 못하고 살았으니 얼마나 억울하니, 공부도 힘들었지 집안일도 크게 터져서 말이야..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음.. 인생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겠지, 편지보다는 직접 만나고 싶다. 꼭 한번 만나보자.

 

To_ 29살의 너에게


라니.. 너무 징그럽네요, 나이가 많아서 징그럽다는게 아니라 그 사이에 있을 시간을 생각하려니 징그러워서요.. 뭐하고 살아요? 나는 지금 10년 뒤의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전혀 모르겠어요, 10년 뒤는 확실성을 가지고 예견하기에는 너무 까마득한 세월인 듯 해요, 아직도 한국에 있어요? 전셋집에 살고 있어요? 건강해요? 앞으로는 뭘 하고 싶어요? 내가 10년 뒤의 너에게 편지를 쓰 듯이 너도 지금의 나를 생각하나요? 나는 10년 뒤의 내가 궁금해요, 음.. 나는 유리공예를 배우고 싶은데, 어디로든 유학 가고 싶기도 하고.. 양립하기 힘들다는거 알아요, 3년 뒤의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어찌됬는 그냥 잘 사세요, 나한테 힘내라고나 해줘요, 10년이 너무 징그럽게 흐르지 않길 바래주고요. 10년 동안 시행착오든 모험이든 열심히 해볼테니까, 10년 뒤에는 뭐라도 생겼으면 좋겠네요, 집이라든가, 돈이라든가, 애인이라든가. 몰라요! 열심히 살아요, 그 쪽도 힘내요, 나도 힘낼게요, (ps, 집이 생겼으면 나한테 감사해요, 열심히 벌고 모으고 있으니까.

 

To_ 중3의 너에게

 

같은 반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친해지자고 편지를 쓰고 마음을 졸이던 네가 생각난다. 중3이였지, 남자 중학교라서 편지 주고 받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생각해보면 참 겁이 없다. 암튼 지금의 넌 제일 행복한거 같다. 쉬는 시간이면 구름다리에서 만나던 그 친구는 내게 몸의 즐거움을 주고 , 생전 느끼지 못한 분노와 슬픔을 주고는 하지, 철이 없었어, 넌 좀 못 됐다. 가끔 성질 좀 죽이고 상대를 살폈으면 지금은 좀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 후회가 든다. 둘의 사이가 학교에서 소문나고 우린 몸을 탐하다 문득 에이즈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사리고 멀어진거 같다. 에이즈에 아는 것이 없어서 관계 후에 가루세제로 몸을 비비던 기억이 그 친구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지, 멀어지는 그 친구를 정리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였고 도전이였다. 비슷한 시기에 넌 네가 여성스럽다고 싫어했던 친구에게도 먼저 다가가 손을 잡고 놏지 않던 기개(풋-)있었는데, 감정은 어찌하지 못하는 건가봐, 그때나 지금이나... 중학교 졸없할 때 인터넷을 개통하고 가장 먼저 친 검색어가 ‘동성애’였지, 그 때 방의 어둠을, 그 속에 빛나는 모니터와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기억해, 궁금하네, 그 친구는 잘 살 고 있을지, 엄마가 그러드라, 사람한테 마음을 전부 주지 말라고, 힘들던 시절에 박힌 그 문장은 지금도 나에게 떠나질 않네, 아무튼, 나는 그럭저럭 잘 지낸다. 너에게도 안녕을.

 

* 다음 모임 안내

 

<두 번째 모임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 청소년 인권의 현실을 말해주는 영상을 보며 돌아보기, 그리고 자유롭게 그림 그리며 말해보기.

- 일시/장소: 2015년 10월 11일(일), 오후 3시, 무지개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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