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UV 청소년 멘토링 기획 의도 ]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먼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때 주변에 고민을 나눌 사람이 너무나 없다는 것이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QUV)는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자,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대학생 멘토링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이 프로그램은 중앙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레인보우피쉬에서 진행했던 ‘날개’에서 영향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등의 공부를 가르쳐주던 ‘날개’와 달리, QUV는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성소수자로서 거치는 고민들을 나누고자 ‘퀴어 새내기 배움터’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멘토링을 기획하게 되었다.



[ 기획팀장, HJ의 멘토링 기획 및 진행 후기 ]


QUV의 청소년멘토링 사업은 작년 10월 QUV정례회의 때 진행하기로 의결된 사항이었고, 기획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한 것은 올해 1월이었다. 거기에서 기획 및 진행 총괄 팀장을 담당했다.

기획회의에서 초점을 둔 부분은 청소년이었다.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렸다. 나는 이성애자인 척하지도 않았고 오픈 게이도 아닌 ‘어설픈’ 성소수자였다.
 
정체성을 숨겨야 할 것 같았지만, ‘이쪽’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았고, 그렇다고 어디에서 맘 터놓고 이야기 할 곳도 없었다. 스스로 당당하지도 못하면서 ‘티내고’ 다니다 아웃팅만 당하던 시절이었다. 주변에 나같은 사람은 없었으니, 성소수자로서의 삶은 막막했다. 그때 필요한 건 경험자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청소년 멘토링의 컨셉을 선후배가 만나는 ‘새내기 배움터’로 잡고 프로그램 구성도 성소수자 인권운동, 성교육과 같은 것 외에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더했다. 성소수자의 삶을 최대한 무겁지 않게 전달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목표였다.
 
1월 중순쯤 QUV 소속 8개 모임의 회원들이 멘토로 지원하며 강연 준비와 자료집을 만들며 멘토링을 준비했다. 다른 단체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진행에 필요한 것들은 QUV소속대학모임 여대표단에서 받은 후원금과 아이샵 물품후원으로 채웠고 다른 후원금과 장소는 한양대 다문화교육센터에서 지원받았다. 홍보도 많이 도움을 받아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청소년들이 신청해왔다.
 
생각보다 많은 신청인원을 보면서, 모두 이런 프로그램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행사 당일엔 멘토와 기획단 14명, 멘티 16명이 모였다. 멘토 2~3명, 멘티 4명으로 조를 짜고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행사를 시작했다.




 
나는 전체 진행을 맡아 멘티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 틈틈이 이야기하며 놀랐던 건 그들의 열정이었다. 서울에서 진행한 행사인데도 강원도, 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들이 모였고, 이곳에 오기 위해 전날 찜질방에서 자고 왔다는 멘티도 있었고, 새벽 첫차를 타고 올라온 멘티도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은 ‘몸으로 말해요’였다. 조별로 자료집의 1,2장에 나온 단어로 몸으로 단어를 설명하는 거였다. 2장이 성교육 부분이어서 본의 아니게 멘토, 멘티들의 관록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재밌게 묘사되었던 것은 ‘오럴섹스’였다. 덕분에 이어진 성교육, 경험공유 시간엔 많은 경험담이 오갈 수 있었다.
 
멘토들의 최종 메세지는, 성, 정체성, 커밍아웃이든 모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우리가 하는 고민은 비정상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남의 시선보다는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라는 거였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 강연



마지막 프로그램은 ‘그렇구나’로 진행했는데, 각자가 스스로 규정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커밍아웃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렇구나~”라며 인정해주는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었다. 30여명의 멘티와 멘토들이 커밍아웃을 돌아가며 하고 “그렇구나, 아~”라며 마무리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들이 멘토로서 답을 제시해주기보다 함께 고민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나의 바람이 멘티들에게도 전해졌기를 바란다.





[ 성교육 담당멘토 스팸의 ‘세이프 섹스’ 강연 후기 ]

처음 청소년 멘토링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는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전에 무엇이든 돕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성교육 파트를 맡았을 때는 답답하고 억울했다. 어릴 적 받은 성교육이라곤  남자가 만졌을 때 ‘안돼요, 싫어요.’를 크게 외치라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고민했다. 첫째는 어떻게 하면 내가 받은 성교육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둘째로는 한정된 시간안에 무엇을 먼저 전달할까. 강의식으로 쭉 진행한다면 청소년들이 이미 알고있는 성 지식만 이야기하는 아쉬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전부 이성애 중심주의와 삽입섹스에 기반한 내용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효과적이지 않아 강의 방식을 과감하게 없애기로 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멘티들이 오는만큼, 멘토들이 청소년일 때 가장 궁금했던 주제를 모아서 보드판에 질문을 붙였다. ‘삽입 섹스가 즐겁지 않아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동성애자들은 에이즈에 걸릴 확률이 더 높나요?’, ‘제 몸이 너무 싫어요. 제가 트랜스젠더인가요?’ 등 학교나 기타 기관에서 진행하는 성교육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완성된 보드판을 당일날 행사장에 가져다 놓고 멘티들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에 붙이도록 했다. 스티커가 가장 많이 붙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혹시나 청소년 퀴어들에게 너무 수위가 높은 질문들을 붙인 건 아닐까하고 우려했던 것을 무색하게 만들만큼 퀴어 청소년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섹스하기 전에 꼭 손을 씻읍시다.’ 류의 이야기를 했다면 얼마나 실망을 했을까.


성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성폭행과 성희롱의 개념이라던지, 다양한 성병의 종류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글을 읽고 공부했는데 이야기하지 못하고 넘어갔다는 건 아쉬웠다. 하지만 에이즈에 깃들어있는 이데올로기나 사회에서 비정상이라고 불리는 섹스, 비정상적 사랑, 비정상적 몸, 비정상적 정체성에 대한 부분 만큼은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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