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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고, 바람 잘날 없는 제주도의 원더하우스 - 내 반려동물을 소개합니다 심화 인터뷰

by 행성인 2015. 11. 1.

재경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서울에서는 밥을 먹고 숨을 쉬듯 종로를 드나들어 종로의 지박령으로 불렸던 원더는 마음을 다잡고 조신하게 살기 위해서 제주도로 내려갔습니다. 자기가 좋아서 강아지를 입양해 놓고는 “왜 나무꾼이 선녀한테 애 셋을 낳아야 날개옷을 돌려준다고 했는지 이제야 알것 같다”며 “저놈들 때문에 해외여행도 못간다”고 투덜거리며 반려동물을 줄 고기를 볶는 원더의 모습은 천상 여자의 그것이었습니다. 매일 강아지들과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며 잘생긴 남자가 있으면 강아지 목줄을 스르르 풀어 잘생긴 남자와 담소를 나누며 대놓고 스캔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자기 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원더라고 하고요. 제주도로 이민온 지 이제 2년째가 돼 가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동물들을 좋아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외동이다보니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단독주택에 살 때였는데 저 혼자 2층을 다 썼거든요. 부모님 몰래 동네의 유기견들을 한마리씩 데려와서 키웠어요. 7마리까지 데리고 왔었는데 3개월 쯤 지났을까 결국 부모님한테 걸려서 다시 보냈어요.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있나요?

그럼요. 고등학교 때 키우던 토끼 두마리가 있었어요. 얼토당토라고 이름을 지어놨는데, 미니토끼 라더니 웬걸, 강아지만하게 커버려서 집에서 못키우고 산에 풀어줬었어요. 그리고 짝귀라는 발발이도 있었는데, 귀 한쪽만 까매서 짝귀라고 이름을 지어줬거든요. 5년 정도 키웠었나. 군대 갔다와보니 사라져 있었어요. 부모님께 물어봐도 어디 갔는지 말도 안해주시고.

 

설마 개장수한테 끌려간 건 아니겠죠? ㅠㅠ. 지금은 몇마리 키우세요?

지금은 총 5마리 키워요. 첫째는 탑이라고 하고요. 올해 3년 반, 종은 스피츠, 개 서열 2위에요. 둘째는 루디라고 하고 포메리안이랑 믹스된 폼피츠, 탑이랑 동갑이고 개 서열 1위에요. 폴은 2살 셔틀랜드 쉽독이고 2위인 탑하고 맨날 싸우는 서열 3위. 고양이들은 1살 된 러시안블루 요다와 6개월 된 제주아일랜드 숏헤어 건이가 있어요. 고양이 서열은 건이가 더 높아요. 성질이 더럽거든요.

 

탑 폴 루디

 

 

요다 건이

 

 

다들 애완견센터에서 사온 게 아니라 유기동물을 입양하신 거라고 들었어요. 원래 유기동물에 관심 많으셨어요?

아니요. 유기동물에 관심이 있었을리가요. 정보도 접하기 힘들었는걸요. 하지만 첫째 탑이를 입양하면서 유기동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다보니 예쁜 아이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보통 8개월에서 1년 반 사이의 아이들이 많이 버려진대요. 귀여워서 샀다가 덩치가 커지고, 슬슬 말썽들을 부리니까 버리나봐요.

 

탑이가 첫째였죠? 어떻게 입양하게 되었어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가 동성애자인권연대였던 시절에 동물보호 단체에서 활동하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임시 보호 중인 탑이를 보게 되었어요. 보는 순간부터 남같지가 않더라고요. 마치 나한테 오려고 이곳에 구조된 양. 처음에 탑이는 정말 말썽쟁이였어요. 산만하고 줄이 풀리면 전력질주 해버리고, 사람한테 관심도 없고...

 

 

혼자 있는 탑이 너무 외로워 보여서, 더 이상 못키우게 돼서 입양 글을 올린 글을 보고 루디를 데려오게 되었어요. 사진으로 봤을 때는 덩치도 작고 귀여워서 데려 오기로 결심했는데 막상 보니까 덩치가 큰거예요. 그래서 데리고 올까말까 고민하는데 전 주인이 그러는 거예요. “루디가 먹성이 좋아요. 포도 먹고 남은 씨랑 껍질도 막 먹어요 호호호.” (개는 포도를 먹으면 안되거든요) 그 말에 충격 받아서 데려 오기로 결심했어요. 데려오고 나서도 난리도 아니었어요. 루디가 탑이를 사람 옆에 못오게 하고... (잠시 눈물을 보인다)

 

루디

폴은 너무 키우고 싶던 강아지 종류였어요. 예전부터 키우고 싶던 종류였는데, 탑을 입양하면서 더 이상 동물들을 사지 않고 입양하기로 했으니, 더 이상 키우지 못하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파양견으로 폴이 인터넷에 올라온 거예요. 폴은 도그쇼를 준비하는 개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했대요. 개들이 다 덩치도 크고 그랬나봐요. 폴은 처음에 키우고 싶던 셔틀랜드쉽독 모습 그대로였는데, 주눅이 많이 들어 있었고, 겁이 많았어요. 조금만 소리 지르면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리고. 지금의 발랄한 폴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고양이들의 입양 스토리도 되게 특이하다고 들었어요! 들려주세요!

저희 집 애들이 보통 애들이 아니죠 호호. 요다와 건이는 파트너가 이름을 붙여서 더욱 애착이 가는 아이들이에요. 요다는 개와 놀때 귀가 내려가는 모습이 영화 스타워즈 제다이 요다와 닮아서 지었어요. 제주도에 ‘이민’오고 나서, 지금의 가게를 오픈 준비하려고 잠깐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었는데 어느 동네에서 초등학생 꼬마애가 한 고양이를 안고 막 울고 있는 거예요. 그 고양이가 요다였어요. 그래서 꼬마한테 가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동네 아주머니가 오줌 많이 싸고 냄새 난다고 주고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꼬마라 키울 여력도 안되어보이고 해서, 꼬마 부모님하고 통화한 후 데려왔죠. 원래는 동물보호 단체 활동가에게 보내려고 했는데 정이 들어서 비행기에 태워서 제주도로 데려오게 되었죠.

 

 

요다 구조 당시

그러다가 요다가 가출을 하게 됐는데. 아파트에 살 때라서 못찾았어요. 사고나진 않았을까 다치진 않았을까, 다른 길고양이들이 해꼬지 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많이 했죠. 다시는 개와 고양이는 같이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죠. 개는 문을 열어 둬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데, 고양이는 조용히 사라지고 불러도 오지도 않고... 한 달 동안 애타게 찾다가 포기 했어요. 그리고 강아지들과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했죠. 우리 라이프 스타일이요? 매일 집에서 보갈 파티를 해요! 호호.

 

 

가출 요다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한 뒤 건이를 만나게 됐어요. 마당에서 새끼 고양이가 매일밤 우는 거예요. 엄마가 찾아올까 봐 손도 못 대고 있었죠.(어미 고양이는 사람이 만진 새끼 고양이는 버린다) 며칠이 지나도 엄마가 찾아오지 않아서 집으로 데려왔죠. 먹이고 재우고... 며칠 후에 임시보호처를 알아보려고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요다를 발견했다는 글을 발견했어요! 건이가 요다를 데려온 격이었죠. 그래서 복덩어리를 내치면 안되니 같이 키우기로 결심했죠. 발견 당시 죽을 것처럼 비실비실 하던 요다는 지금 돼냥이가 되어 있답니다.

 

구조된 건이

 

아기 건이

 

그래서 다섯 마리가 됐어요? 대단해요 정말!

어쩌다 보니 다섯 마리가 되었죠. 원래는 양, 소, 말, 공작새도 키우고 싶었어요. 사막여우도 키우고 싶었는데 멸종 종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안 키우기로 다짐했어요.

 

아이들끼리 싸우지는 않아요?

매일매일 싸워요. 가구도 재배치 해놓고(눈물을 보인다). 탑과 폴은 매일 싸우고, 탑은 고양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숨고... 그래서 탑과 폴을 번갈아가면서 가게에 데리고 출근해요.

요다는 매일 가출을 해요. 문을 닫아 놓아도 어떻게 열고 나가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퇴근하고 집에 오는데 마당에 까만 고양이가 있어요. 깜짝 놀라서 봤더니, 요다인거죠. 완전 소름.

 

 

 

장난치는 요다

 

가장 속상했을 때는 언제였어요?

탑이만 키울 때, 산책을 나갔다가 목줄이 풀렸는데 탑이가 뒤도 안보고 전력질주해 산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30분 정도를 찾았는데, 그동안 만감이 교차했죠. 처음 겪는 일이었고.

두번째는 요다를 잃어버렸을 때였어요. 같이 사는 파트너의 상심이 너무 컸어요. 저도 마음이 너무 안좋은데 내색을 안했죠. 그러면 파트너가 더 속상해 하니깐요. 그래서 “좋은 데서 데려갔을거야”라고 안심시키고, 파트너 없을 때 몰래 울고 그랬어요.

 

 

산책하는 루디 폴 탑

 

 

이렇게 동물을 좋아하시는데 한마리 더 데려오고 싶지 않아요?

며칠 전에 가게 앞에서 유기견을 발견했어요. 포인터라는 종이었는데, 이미 유기동물보호 센터에 신고 된 상태여서 보낼 수 밖에 없었어요. 포인터는 너무 큰 개여서 키우진 못하고... 속상해만 하고 있어요.

나중에 큰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유기동물들을 더 입양하고 싶어요. 어린 아이들말고 입양이 잘 안되는 살 날이 얼마 안남은 아이들을 데려와서 무지개 다리 가는 날까지 편히 지내게 하고 싶어요.

 

개와 고양이를 같이 키우는게 힘들지는 않아요?

글쎄요. 다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지 큰 문제는 없어요. 다만, 개가 피우는 말썽 따로, 고양이 말썽 따로다보니 두배로 정신없다는 것?

 

 

루디와 폴

 

반려동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글쎄요... 가족이죠. 내가 외면하면 안되는 가족. 사람들에게 성 정체성때문에 상처받을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아이들을 보면 큰 위로가 되요. 아이들은 날 그대로 사랑해 주잖아요.

 

이런 사랑을 받아서인가, 원더네 아이들은 새로운 사람이 오면 사람들을 격하게 반겨줍니다. 흰 털이 회색으로 보일 때까지 바깥에서 고생하며 생활했던 탑이도, 사회성이 부족해 다른 개들만 보면 도망을 다녔던 루디도, 늘 주눅이 들어서 오줌을 지리던 폴도, 가출을 했던 요다도, 비실비실하던 건이도 모두 통통통 튀며 돌아다니곤 합니다. 이 아이들이 궁금한가요? 오세요! 제주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