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인 회원들의 채식 수다회

Posted at 2016.01.30 17:02// Posted in 회원 이야기

마롱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자기소개

 

모리 : 모리구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서 2012년부터 활동했고, 남성 동성애자입니다.

조나단 : 저는 조나단이구요. 레즈비언이고, 행성인 웹진팀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바람 : 안녕하세요. 저는 행성인에서 활동한지 4년 된 바람이라고 하고요. 저는 젠더퀴어로 정체화를 하고 있고요.

마롱 : 저는 마롱이고요, 행성인 웹진팀에서 활동을 한 지 아직 1년이 안됐고요. 레즈비언으로 정체화를 하고 있어요.

 

채식에는 어떻게 관심 가지게 되셨어요?

 

 

 

 

모리 : 저는 작년에 ‘잡식가족의 딜레마’라는 영화를 보고 채식을 시험 삼아 몇 개월 했어요. 한 3개월 했나? 그러다 중단하게 됐어요. 시험 삼아 해 본 것이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서.(웃음) 영화를 보기 전부터도 생각을 할 기회가 있었어요. 행성인 웹진팀에서 활동했을 때 팀원 중에 채식을 하는 사람이 여러 명 있었거든요. 그래서 뒷풀이를 하거나 밥을 먹으러 갈 때 항상 고려했던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하면서 내가 채식을 하지 않으면 못 느끼는 그런 점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직접 느껴보고 싶었어요.

 

 

조나단 : 저는 ‘죽음의 밥상’이라는 책을 읽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한약을 먹거나 할 때 고기를 안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먹고 싶은데도 고기를 못 먹게 하니까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고기에 대한 열망이 그렇게 커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먹고싶은데 못먹는다는 어려움은 크지 않았어요.

 

바람 : 어렸을 때 몸이 심하게 아파서 그전에는 잡식이었지만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행성인에 들어오고 나서 채식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마롱 : 행성인 들어오기 전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나 동물자유연대에 눈팅을 하면서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글들을 읽었어요. 저는 채식을 안 하는, 채식에 관심이 있는 비채식인입니다.

 

모리 : 끔찍한 공장식 축산에 대한 영상들을 채식을 결정하기 전부터 많이 봤어요. 사실 그걸 보고 있기가 되게 힘들잖아요. 내가 분명히 이런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더더욱 외면하고 싶죠. 그런데 그 영화를 보면서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영화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끔찍한 영상보다는 마일드하거든요.

채식을 결정하는 게 그렇게 큰일도 아니에요. 한국 식단은 고기 조금만 빼면 다 채식이잖아요. 그래서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완전히 생채식을 하는 건 어려워서 락토-페스코 채식을 했어요. 락토-페스코 채식은 생선과 유제품은 먹는 거예요. 할 만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고기가 매일 땡기고 그런 사람은 아니거든요. 채식 하는 도중에도 여러 번 고기를 먹었고요. 행성인에서 뒷풀이 하면 거의 치킨집에 가거든요. 항상 먹진 않았지만 가끔 먹었던 것 같아요.

 

 

 

 

조나단 : 채식은 2012년쯤 시작을 한 것 같아요. 저도 공장식 축산에 대한 고민 때문에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최종 유통된 식품 형태만을 보는 것이 전략이라고 하더라고요. 실제 그 고기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시스템을 거쳐 죽어서 유통되는지를 최대한 몰라야 불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소비할 수 있잖아요. 그 책을 보면서 손쉽게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고기들이 어떤 식의 삶을 살다가 나에게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되었고, 동물권이나 동물복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공장식 축산을 하다 보면 환경문제도 많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동물 뿐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라도 채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내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내 운동 중에 하나다’ 라는 생각을 해요. 행성인 뒷풀이 같은 상황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메뉴를 선정하느라 오래 걸릴 때가 있지만, 약간의 미안함과 함께 내 생각을 전달하거든요. 상대방이 이 상황에 대해 공감을 한 상태라면 그 후는 다른 사람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제가 그 상황에서 알아서 피해서 먹어요. 하지만 고기를 먹기도 해요. 직장에서 곤란한 경우가 가끔 있어요. 업체 사람이나 접대해야하는 사람들이 메뉴를 선택했을 때는 먹기도 하죠. 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지 않으니까, 식당의 육수 속에 고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계속 채식을 실천하고 있어요. 왜 금연 할 때 계속 안 피우다가 한 번 피우고는 “이제 다 끝났어” 하고는 계속 피우는 것처럼, 채식을 중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가끔씩 먹게 되면 그냥 먹고 하지만 의지를 갖고 계속 진행은 하자고 생각해요.

 

바람 : 저는 매체물을 많이 봤어요. 동물이 잔인하게 소비되는 매체를 접하고 그에 반대하는 마음으로 중학교 때 생채식을 시작했어요. 매우 힘들어서 이틀인가 하고 그만 뒀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집안에서의 어려움 같은 것들.. 그땐 중학교 때여서 학교에서는 ‘나 다이어트 할거야’ 라고 말을 하면 친구들이 고기를 먹자는 유혹 아닌 유혹을 하는 거예요. 양파를 많이 먹다가 배탈이 나기도 했어요. 그 땐 너무 어렵게 선택한 것 같아요. 지금도 ’채식’ 하면 무조건 야채만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인식이 있고. 사실 채식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생채식의 다이어트’ 책 때문에 저는 채식 하면 그냥 생채식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실패하고 나서는 그냥 지내왔어요. 고기 다 먹고요.

그런데 몸에서 안 받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급식에 고기가 나오면 안 먹게 되더라고요. 먹으면 헛구역질이 나올 때도 있고 해서.. 그러다 빨간 육류는 잘 안 먹고 생선 위주로 먹었는데 행성인에 채식 하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죠. 그런데 저를 채식인 이라거나 채식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비위생적인 사육 환경에서 만들어진 육류 섭취는 꺼리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채식인 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은 ‘관심이 있는 상태’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고기를 잘 섭취 하지 못하고 있어요.

 

모리 : 저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채식을 중단했어요. 정말 채식을 제대로 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 제대로 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대충 먹을 때도 있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으니까 채식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의 의미를 내가 희석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기도 했고요. 그 때쯤 제가 병원에 한 번 가서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하는 몸의 이상신호를 진단받았어요. 고기를 안 먹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는데 뭔가 이것저것 절제하고 있는 게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그냥 포기를 한 거죠. 그래서 저는 채식에 대해서 제가 뭐라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조심스럽기도 해요. 내가 제대로 채식을 한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처음에 채식을 시작하려고 한 것은 ‘잡식가족의 딜레마’ 영화를 보고 나서 고기를 입에 대는 게 죄책감이 들어서였어요, 내가 이 시스템의 최종 소비자잖아요. 내가 이것을 유지시키는 최종 소비자가 되어서 고기를 먹게 되는 것이 죄스러운 거예요. 그런데 이게 생각할 거리가 되게 많은 것이, 저는 지금 내가 채식을 한다고 하더라도 고기를 못 먹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그냥 안 먹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게 대체 어디까지 내가 안 먹고 어디까지 다 먹을 수 있는가 싶어요.

 

 

 

 

영화 맨 마지막에 보면 감독이 동물복지가 잘 되는 농장에 가서 농장주 할아버지가 돼지를 어떻게 키우는지를 보거든요. 그러고 나서 영화가 끝날 때 그 아저씨와 작별을 하는데 감독은 영화촬영을 시작하면서 채식을 같이 시작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 돼지농장의 할아버지가 그 농장에서 잡은 돼지고기를 감독한테 줘요. 그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고기를 먹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자연 속에서 실제로 사냥을 해서 먹던 그 시절에는 그런 문제가 없었을 것 아니예요. 호랑이가 먹이를 사냥해서 먹는 게 자연적이지 않다거나 잔인하다고 할 수 없는 건데 과연 우리가 이걸 어디까지 생각해야 할 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채식을 하다 보니까.. 채식을 하면 매번 밥을 먹을 때마다 그 생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어요.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웃음) 내가 왜 지금 순두부찌개에 고기가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 고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왜 불고기덮밥 대신 찌개만 먹고 있는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마롱 : 정말 ‘나는 고기를 오늘까지만 먹고 먹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공장식 축산이라는 말을 되게 어렸을 때부터 들었거든요. 주변에 이쪽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영상 속 동물들이 자라는 열악한 환경과 시장에서 보는 고기들이 연결된 것이라는 게 괴리감이 심해요. 그것들은 가공이 다 끝난 고기니까. 그리고 저같은 직장인이 밖에서 밥을 사먹을 때 음식에 섞여 나오는 고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고요.

지속 가능한 채식이라는 건 어떤 식이어야 될지 모르겠어요. 찌개 같은 것도 안에 다시다가 들어가면 고기가 들어가는 거잖아요. 어떻게 먹어야 정말로 채식이라고 할 수 있고 어디까지가 지속 가능한 채식인지 궁금해요.

 

 

지속 가능한 채식과 비채식인의 윤리적 소비

 

 

 

 

조나단 : 인간은 잡식을 하고, 고기를 먹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동물이 행복하게 살다 죽었을 때는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외에 사회생활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먹거나 잘못시킨 경우가 있잖아요. 이 메뉴가 고기가 안 들어갔을 것 같아서 시켰는데 고기가 나오면 이것을 내가 먹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이 됐었어요. 그럼 쓰레기가 나오는 거잖아요. 먹지 않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먹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렇다고 남들한테 먹으라고 주는 게 맞나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결국 저는 먹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어요. 내 실수에 내가 책임을 지고 다음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죠. 실천은 계속하되 새로운 상황이 닥치면 그에 따라 새로운 원칙을 세우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도 되게 불편한 부분이 많았는데 원칙을 정해놓으니까 그 안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순수하고 온전한 무언가, 정치적으로 가장 올바른 것을 하고 싶은데 거기로 나아가는 과정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 과정에서 ‘이걸 어겼으니까 나는 틀렸어’ 이러면서 안 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저는 지속 가능한 채식이 그런 고민 아래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누구는 우유도 안 먹고 아무것도 안 먹으니까 “네가 하는 채식은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돼” 이럴 순 없는 거잖아요. 개인의 실천의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바를 하는 것이니까요. 어쨌거나 개인적인 실천이면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만약 누가 “왜 채식을 하게 되었니?” 라고 물어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할 기회가 생기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 사람이 그것을 듣고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리 : 아까 맨 처음에 나단님이 죽이는 과정을 안보이게 하고 가공이 된 상태로 내 밥상 위에 올라가는 것만 보인다고 하셨잖아요. 다 가려져 있는 건데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내가 채식을 한다고 말을 하면 이 가려져 있던 걸 밥상 위로 가져오는 게 돼요. 한 명 한 명이 채식을 하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 질문할 수 있지만 내가 고기를 소비하지 않는 작은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 가져와서 이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채식이 내가 고기를 안 먹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을 내가 채식을 함으로써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채식의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채식에 대해서 언젠가 페이스북에 쓴 적이 있었는데 댓글이 달렸어요. 채식을 하는 사람은 존중해야 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강요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요. 그런데 채식의 핵심이 그것이거든요. 내가 고기 안 먹으니까 다 같이 고기 안 나오는 식당에 가자는 불편함을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마롱 : 항상 윤리적인 소비를 하고싶다고 생각했던 거랑은 별개로 이 인터뷰 준비하면서 실제로 어떤 인증 마크들이 있는지 제일 조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유기농 마크, 무농약 마크, 복지 인증마크가 다 다른데 그 중에 복지 인증마크만 동물들을 방목해서 윤리적으로 사육했다는 마크예요. 그런데 그게 2012년부터 시행이 되었거든요. 2012년부터는 양계장에만 한정적으로 도입이 되었고 2013년부터 돼지한테도 해당이 되고, 2015년부터 소들에게도 넓혀졌는데 그게 지금도 정말 얼마 없어요. 정말 적은데 이 상황에서 고기를 먹는 비채식인 소비자가 윤리적인 소비를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고민이 돼요. 가공육을 안 먹는 것 까지만 해도 일단 한 가지 진보라고 생각을 하지만요.

 

조나단 : 제 친구는 생협 쪽에서 일하는데 요새는 농사 짓는 분들이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고 애를 쓰신대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 물건을 받아주는 유통망이 많지 않거나 가격 경쟁력에서 지기  때문에 살아남으려고 하시거든요.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3년 정도 동안 농약을 치지 않으면서 3년 동안 관리를 해야 한대요. 시장 논리 안에 그분들이 계시고 그분들도 먹고 사셔야 하니까 판로를 찾아야 하는데 모든 유통 채널에는 그 유통 채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마련한 규정이 있잖아요. 그 규정을 맞추거나 또는 더 높은 기준에 맞출수록 자신이 가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본인이 살아남으려고 그런 식으로 바꾸는 거죠. 만약 사람들이 유기농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면 그렇게 바꾸는 시도 자체도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걸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있으니까 본인도 살아남기 위해서 바꾸는 것들이 자연스러워지면 가격도 내려갈 수 있고, 그렇게 방법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모리 : 미국에 사는 친구가 있는데 그분은 미국에서 인증을 받은 목장이 몇 개 있고 거기에서 고기를 주문해서 먹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배송비도 많이 들고 비싸겠죠. 그런 것이 한국에 잘 되어 있으면 그걸 사먹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변화와 인식

 

마롱 : 확실히 변화가 있는 게 저번에 맥도날드에서 자신들은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는 육류를 쓰지 않겠다고 발표했어요. 점점 좋아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전세계 맥도날드에서 쓰는 고기가 엄청날 테니까요. 그건 엄청 큰 결단이죠.

 

조나단 : 우리나라에서 그게 적용되러면, 로컬푸드와 유기농을 연결시켜서 농민도 살고 소비자도 살 수 있는 복합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모리 : 로컬푸드가 채식과 많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밥상 위에 올라가는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올라가는지 채식을 하면서 좀 더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조나단 : 책을 읽어보니까 쓰레기통에 있는 음식을 먹는 운동(프리건 운동)이 있어요. 그 쓰레기가 어떤 종류의 쓰레기냐 하면 마트 같은 곳에서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려지는 것들이에요. 전시된 식품이 다 팔리지 않은 채로 유통기한이 지나면 다 버리는 거죠. 그 중에 먹어도 되는 것들이 많은데 그게 다 버려지면 아깝죠. 그걸 먹는 운동이 외국에는 있대요.

 

모리 : 못생긴 채소 못생긴 과일 사기 운동도 있지 않아요? 상품성 낮은 것들.

 

조나단 : 그런 운동도 있죠. 일상적인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면 굉장히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바람 : 그런 지속 가능한 실천을 하려면 사람들 인식도 중요한 것 같아요. 활동단체 밖에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채식을 한다고 하면 온갖 얘기를 다 듣거든요. 나는 어떠한 음식은 먹는 채식이라고 설명하면 너는 소 돼지는 불쌍한데 해산물이나 야채는 안 불쌍하니 같은 소리를 하고 공장식 축산 이야기를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논리를 들으면 정말 어이가 없고 할 말이 없어지는 거예요. 또 음식점에 가면 비아냥 대는.. “아 너는 채식하니까 이런 거 못 먹지?” 비빔밥도 안에 고기만 빼달라고 미리 말해서 주문하면 먹을 수 있는데 “이건 고기가 얹어져 있으니까 못 먹겠네” 라고 하는 그런 태도나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모리 : 저는 채식을 할 때 만나는 사람들이 주로 행성인 사람들밖에 없었어요.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채식을 한다고 이야기하기가 조금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음식점 이야기가 나왔는데 제가 채식할 때 되게 기분 좋았던 적이 있었어요. 식당에 가서 6천원짜리 고등어구이 백반을 시켰는데 반찬으로 달걀을 묻혀서 구운 햄이 나온 거예요. 그런 게 나오면 저는 이거 안 먹는다고 하거나 손 안 댔으니까 가져가달라고 하거나 나올 것을 미리 알면 반찬이 나오기 전에 햄 안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거든요. 그래서 한 번은 햄 안 먹는다고 안주셔도 된다고 그랬더니 반찬을 가져다 주셨는데 햄을 안 먹는대서 어묵이었나, 그걸 하나 더 줬다고 이야기 하시는 거예요. 그게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 이거 안 먹고 그러면 똑 같은 돈 내고 안 먹는 건데 다른 거라도 준 거잖아요.

 

바람 : 저는 요즘 채식에 귀를 기울이면서 한울벗 채식나라 카페인가 거기 가입을 했어요. 주변에 채식을 하시는 분들이 많고 예전에 종교 소모임이나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에서 활동을 할 때 비건이신 분이 있어서 그분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채식인을 위한 다양한 음식을 연구해본 적도 있어요. 채식 단계별로 음식 만들기라던가 페스코 채식인을 위한 음식, 비건을 위한 음식 등.. 그렇게 배워봤는데 어렵더라고요.

 

조나단 : 그런데 책도 있어요. 채식음식, 사찰음식 등 요리책이 종류가 많아요.

 

모리 : 그런데 일단 요리를 해야 하잖아요.

 

바람 : 저는 그 사찰음식이라는 틀을 깨서 사찰음식 같지 않은 채식요리를 만들고 싶거든요. 사찰음식은 오신채가 금지되어 있잖아요.

 

마롱 : 채식이 어렵다는 것도 채식이 운동권 안에서는 많이 하시지만 일반 사회에서 보면 너 유난 떤다.. 그냥 먹어라.. 이런 반응이 너무 많고 채식하면 빨리 죽는다는 소리도 들어요.

 

모리 : 저는 채식한다는 이야기를 아버지한테 처음 했을 때 아버지가 일단 깜짝 놀라신 듯 한동안 말씀을 안 하시다가 “야, 단백질이 부족해서 안 돼..” 고기 말고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게 많잖아요.

 

 

조나단 : 일부 어떤 단백질은 콩 만으로는 보충할 수 없는 게 있대요. 그런데 한국 내에서 채식을 하기에는 그 사람이 정말 집에서 정말 완벽하게 해먹지 않고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소스나 카레 이런 것에도 다 고기가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비자발적으로 건강을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리 : 저는 유제품이 살짝 고민이었어요. 고기보다 유제품을 만들 때 더 많은 고통이 있다고.. 저는 유제품은 포기 못 하겠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아침으로 매일 빵과 우유를 먹었어요. 라면 먹을 때도 우유를 먹고, 만두를 구워먹어도 우유를 먹고, 과자를 먹을 때도.. 우유는 정말 못 끊겠더라고요. 그리고 요거트도 매일 먹거든요. 오래 살려고. 그것도 유제품이잖아요.

 

 

공장식 축산과 동물 질병

 

 

 

 

모리 : 광우병이나 조류독감같은 질병이 공장식 축산이나 밀집된 사육 방식과 연관이 있잖아요.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광우병 걸리는 것이다, 이런 말도 있고. ‘잡식가족의 딜레마’ 영화를 보면서 그 부분이 제일 많이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이 사실은 정부에서 매번 자연재해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보면 다 별로 경제적으로 좋지 않은 평범한 농민들이잖아요. 그런 일로 동물들을 다 폐사시키면 길거리로 나앉게 되고요.

 

마롱 : 요즘 다시 구제역 돈다고 파묻고 그러거든요. 저는 조사하면서 들었던 말 중에 되게 확 와 닿았던 게 농장 동물들한테도 아플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아프면 항생제를 왕창 넣거나 아니면 죽이니까요. 근데 의견이 갈리긴 하지만 구제역이라는 것도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리고 다른 나라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하면 그 농장에 있는 동물들만 죽이거나 하는데 우리나라는 반경 3Km 이내의 모든 동물을 다 매몰시키잖아요.

 

모리 : 불필요한 조치일 수 있는 거죠. 치료비용이 목숨 값보다 더 나간다고 계산을 하는 거잖아요.

 

마롱 : 그리고 매몰시키는 과정도 매우 비윤리적이죠. 애초 공장식 축산을 안 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고요.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고 위생적이지 않으니까 질병도 빨리 퍼지고 쉽게 악화되는 상황인거죠.

 

모리 : 채식을 한다고 하면 “너는 동물들의 권리에 많이 신경을 쓰나 보다. 동물을 사랑하나 보다” 이런 이야기를 해요. 물론 동물들을 사랑하지만, 채식은 동물보다 인간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인간의 잔인함과, 동물들의 목숨을 경제적으로 환원해서 보는 태도 같은 것에 대한 저항이죠. 사실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지금 사람들의 문제도 바빠 죽겠는데 동물권 생각할 겨를이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런데 이게 동물의 권리만이 아니라 인간의 잔인함,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어떻게 동물이나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모리 : 잔인함에 초점을 맞춘 영상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롱 : 별로예요. 동물들 정말 안됐다. 저런데 살아서 불쌍하다로 끝나는 건 너무 자극적이고 단편적이잖아요.

 

조나단 : 이런 축산환경이 다시 나에게로 어떻게 악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한 영상이 많이 나오면 조금 더 반향이 있지 않을까요?

 

마롱 :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떤식으로 농장이 바뀌어야 하고 우리가 어떻게 소비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영상이 나을 것 같아요. 자극적인 영상에 관심이 쏟아지긴 하지만요.

 

모리 : 그렇죠. 그게 다겠지만요.

 

조나단 : 이게 사실 커뮤니케이션 방법이잖아요. 성소수자 운동에서도 성소수자가 행복한 삶이 당신의 행복한 삶과 어떤 연관이 되어있는가를 알려주는 것도 되게 중요한 운동 방식이기는 한데 그것 말고 성소수자가 어떻게 차별 받고 억압받고 있는가,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모리 : 일단 관심조차 없는 이슈일 경우에는 자극을 주는 게 전략일 수 있죠.

저는 ‘잡식가족의 딜레마’ 상영회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까먹어서 그렇지 뭔가 장면 장면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어요. 이건 이거다 이건 이거다 그런 게 아니라 이걸 가지고 ‘토론해 볼 수 있겠다’ 싶은 장면이 많았어요.

  

바람 :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제가 만약에 처음부터 봤더라면 채식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허무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사회 운동의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잡식가족의 딜레마’ 같은 영화를 한 편 본다면 채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모리 : 아바타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한테 동물을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 줄 때 사냥한 동물을 죽이고 나서 동물에 대해 예를 표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이걸 죽이고 내가 이걸 먹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동시에 감사하며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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