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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퀴어퍼레이드

사랑과 평등을 위해 반짝이는 움직임, Kansai Rainbow Festa 2015를 다녀오다

by 행성인 2015. 12. 7.

민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필자는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마련한 활동가생기충전기금에 이틀만에 후다다닥 작성한 신청서가 덜컥 선정이 되어 재단의 지원을 받아 해외의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글은 첫번째 여정인 간사이 레인보우 페스타에 다녀오고 나서 작성하였습니다. ** 





また来ちゃった! (또 와버렸다!)


간사이 국제 공항에 오사카에 도착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간사이 레인보우 페스타 (<Kansai Rainbow Festa>, 이하 KRF)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해외에서 열리는 자긍심 행진의 다양한 모습을 보기 위한 취지로, 올해 하반기에는 나고야의 퍼레이드를 염두해 두고 있었습니다…만, 대만과의 퍼레이드 날짜가 겹치는 점, 그리고 10회차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한번 더 KRF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필자가 다녀왔던 작년의 KRF 이야기를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행사 전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올해의 KRF는 10회를 기념하는 만큼 즐거운 분위기로 가자는 취지에 맞춰서 기합을 넣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현지인들의 참여도와 호응도 또한 작년보다 한층 더 뜨거웠는데요, 공식적인 행사 오픈이 11시였음에도 불구하고 10시 반부터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구경하고 즐기기 위해 나와 있었습니다. (30분 정도 일찍 나오기를 참 잘한 거 같아요!) 

   



다양한 모습으로 반짝이는 Prism이라는 올해의 컨셉에 맞춰서 진행된 행사에는 처음 참여하는 부스들도 있었던 것 같았고, 다른 퍼레이드에서도 봤었던 부스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 간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반가운 부스들도 있었는데요, 올해에도 교류 부스에 참여하여 여러 일본인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게임을 했습니다. 작년에 만났던 청각장애인 성소수자 그룹 L*Sign을 다시 만나 1년 새에 까먹어버린 수화를 다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어려워서 또 금방 까먹어버릴 거 같지만요…;ㅁ;) 



chotCAST Nanba에서는 올해에도 에이즈 퀴즈 이벤트를 했는데요, 제가 분명히 작년에 만점을 받았는데 올해는 왜이리 답이 헷갈리는 걸까요…? 왜죠? ㅠㅠ 간사이 퀴어 영화제 부스에서는 내년에 열릴 영화제 홍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의 경우에는 준비할 사람과 재정이 부족하여 열리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부디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열리기를 바랍니다. 

   


올해 간사이 레인보우 페스타에서는 지난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 때처럼 한 레즈비언 커플의 공개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여기에는 무려 기독교의 신부님이 주례를 서주었습니다. 커플이 자신을 찾아온 것과 자신에게 그 둘이 서로 결혼하고 싶다고 고백한 것을 이야기 하며 그 둘을 축복해 주셨어요.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함께 걸어나간 히토미 씨와 쥰 씨, 두 분의 앞날이 행복하기 만을 저 또한 간절히 바랐습니다. 이제부터는 우주가 도와주시겠지요 (?!)



올해의 퍼레이드 행렬은 총 5개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즐기자!”는 목표에 맞춰서 피켓 등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어필존과 참가자의 신변 보호를 위한 촬영금지 존을 각각 1그룹 씩으로 줄이는 대신에, 음악과 함께 즐겁게 행진하는 DJ존을 3개조로 증편해 놓았더군요. 저는 처음은 작년과 같이 아포테케라는 테크노 밴드 그룹과 함께 행진을 같이하다가 중반부터 게이 파티 그룹인 Tarza 트럭을 따라가며 행진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오사카 키타 구 우메다 주요 번화가를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을 향해 각기 저마다의 관심과 환호를 보내주었고요. 



올해 KRF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Tarza 트럭에 올라간 드랙 퀸이 LGBT의 존재를 부르는 구호에 맞춰 참가자들이 소리쳤던 때였습니다. 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 날, 무대에서 진행자들이 “나는 ㅇㅇㅇ다!”에 맞춰서 환호했던 때를 기억합니다. 유독 게이, 혹은 레즈비언을 외쳤던 때의 환호성보다, 그 외의 다른 존재를 외쳤던 때의 그것이 압도적으로 작았던 그 때를요. 여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게이인 사람! 레즈인 사람! 바이인 사람! 트랜스젠더인 사람! 그 외의 사람!”을 외칠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단순한 호응에서의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정말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솔직한 반응이었던 걸까요? 



퍼레이드가 끝난 후, 아포테케와 L*Sign의 합동공연, 그리고 虹組ファイツ와 NSM=의 합동공연까지 함께 한 뒤, 작년과 같이 풍선을 하늘에 날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기마치 공원 뒤쪽에는 방송국이 있는데요, 그 건물을 배경으로 올라가는 풍선의 광경을 보았을 때 사진으로도 다 담기 어려운 벅찬 감동이 일었습니다.  

    


올해의 간사이 레인보우 퍼레이드 참가자 수는 905명, 페스타 부스 회장 참가자 수는 약 7000여명을 넘겼다고 합니다. 아마 내년에는 퍼레이드 참가자 수가 1000명을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두 번째로 크다고는 해도 일본 최대의 퍼레이드인 Tokyo Rainbow Pride와의 규모 격차는 정말 크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지역인 오사카에서 이만큼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참여한다는 것은 꽤 대단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매년 즐겁게 열리는 축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레인보우 페스타가 열린 오기마치 공원에서 아주 조금 떨어진 돈키호테 우메다 점에는 할로윈 장식들과 함께 무지개 깃발도 함께 걸려있던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간사이 지역이라 할 수 있는 효고 현의 다가라즈카 시에서 또한 동성 커플의 파트너십 증명서 발급 조례가 통과되어, 내년 6월부터 이루어질 것이라 합니다. 일본의 여기 저기도 차츰 변해가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돌아갑니다. 벌써부터 내년이 기다려지는 것 보면 아무래도 일본의 두 퍼레이드는 매년 오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ㅋㅅㅋ 그럼, 타이완 편에서 뵐께요! :D



공식 마크 출처 : Rainbow Festa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