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마루

사진 : 오소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비수도권 지역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인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앞에서 열렸다.


지난 6월 9일 서울시청광장에서 개막한 퀴어문화축제가 준비 과정에서 있었던 공권력과 차별선동세력의 방해시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치뤄진 바 있는데, 이번 대구퀴어문화축제 준비 과정에서도 대구지방경찰청이 무대 사용과 행진 불허 통고를 내리며 행사를 제한하려 했지만 지난 6월 25일 대구지방법원이 집회시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대구퀴어문화축제의 동성로 개최를 허용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차질없이 개최될 수 있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본 행사와 퍼레이드에는 작년과 다름없이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정당을 포함하여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많은 단체가 참가했다. 그리고 무지개버스를 이용하거나 개인적인 방법을 통해 대구지역 밖에 있는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인권 지지자들도 모였다.





작년말 서울시의 일방적인 인권헌장 폐기와 박원순 시장의 발언으로 촉발된 서울시청 무지개 점거농성,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소수자 혐오 행사 대관 허가, 방송통신심의위의 선암여고 탐정단 드라마 동성키스 장면 징계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성소수자 인권 침해 행위들과 더불어 보수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차별선동세력의 기세는 점점 거세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사장과 부스를 관람하며 성소수자 인권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일반 시민과 남녀 커플들을 보면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과 국내 법원의 퀴어문화축제 불허 철회 취지 판결 등이 내려진 이후 성소수자 차별이 부당하다는 인식이 더욱 폭넓게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를 가질 수 있었다.





한편 행사장 근처에서는 성소수자의 행사마다 조직적으로 따라다니며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종교계 및 보수단체가 여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중 일부는 행사장 안으로 침입해 사진을 무단촬영하거나 혐오문구를 내세우는 등 합법적인 집회의 진행을 방해하고 충돌을 부추기다 퀴어문화축제 인권침해 감시단과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방해 집회에서 보았던 '박원순 OUT 동성애 OUT' 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혐오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도 적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인 '혐오냠냠' 처럼, 동성로를 가득 메운 대구 시민을 포함한 성소수자 지지자들은 혐오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축제를 즐겼다. 이후 시작된 퍼레이드는 대구백화점 앞 무대에서 시작해 공평네거리 - 국채보상로 - 중앙대로 - 반월당사거리 - 달구벌대로로 이어지는 장장 1.7km 의 구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행진 도중 한 교회 장로가 행진단의 깃발을 향해 인분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참가자들은 이에 동요하지 않고 행진을 이어나갔으며 해당 장로는 경찰에 입건되었다.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도로 양 옆에서는 각종 혐오문구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든 차별선동세력이 끊임없이 구호를 외쳤지만 행진하는 시민들은 혐오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맞서며 대응했다. 행진 도중에 성소수자 부모모임 소속 어머니들이 외치는 차별반대의 목소리를 지지하는 참가자들이 함께 "엄마! 엄마!" 를 외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끝이 안보이게 이어진 퍼레이드 행렬은 봉산문화길 입구에서 멈췄고 즉석에서 댄스공연이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대구퀴어문화축제 배진교 조직위원장이 내년도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와 더 많은 참여를 기원하는 마무리 발언을 한 후 퍼레이드는 막을 내렸다.


보수세력에 대한 지지가 매우 크다고 평가되는 도시에서 진보적인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성소수자 축제가 7년째 열리고 있다는 것이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구의 유명한 더위 만큼이나 뜨거운 지역사회단체간 연대의 힘이 이런 아름다운 축제를 만드는 것임을 알기에 대구에서의 성소수자 퍼레이드는 여느 다른 곳에서에서 하는 퍼레이드보다 큰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때론 혐오의 물결이
 목전까지 다가와 우리를 위협하고 있음을 느끼지만 자긍심을 잃지 않고 함께 연대하며 강하게 싸워나갈 때 이내 별과 혐오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됨을 깨닫는 행사였다. 이렇게 우리가 함께 손잡고 당당히 걷는 일이 계속된다면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혐오를 일삼는 자들이 만드는 야만의 장막을 걷어내는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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