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소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악화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신앙과의 갈등에 대해,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대해, 어떤 고민이든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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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 9일 토요일 4시
장소: 서울 마포구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하늘엄마: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뽀미: 레즈비언 딸을 둔 어머니
- 라라: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
- 제이미 어머니: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어머니
- 리타: 게이 동생을 둔 누나(크리스 누나)
- 크리스: 게이(누나만 알고 있음)
- 욱이: 게이(가족이 전혀 모름)
- 샤넬: 게이(가족이 전혀 모름)
- 여우씨: 이성애자 남성
- 노마: 젠더퀴어(가족이 전혀 모름)
- 지민: 레즈비언(엄마와 동생만 알고 있음)
- 오소리: 양성애자(누나만 알고 있음)
- 바람: 게이(부모님과 형이 알고 있음)
- 어나더: 게이(부모님이 알고 있음)
- 고미: 퀘스쳐너리(가족이 전혀 모름)
- 모리: 게이(가족이 다 알고 있음)
- 리: 게이(엄마만 알고 있음)
- 현: FTM트랜스젠더 or 젠더퀴어(부모님이 알고 있음)
- 희은: MTF트랜스젠더(부모님이 알고 있음)
- 따뜻한 파랑: 레즈비언(가족이 전혀 모름)
- 이보네: 퀘스쳐너리(가족이 전혀 모름)
사회: 어나더
속기: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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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사회를 맡은 어나더이고 스물 한 살 남성 동성애자. 부모님에게 아웃팅을 당했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나와서 잘 살고 있어요.
리: 게이이고 서른 한 살이고 작년 추석에 어머니께 먼저 말씀 드렸고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어요. 어머니께서 이해를 해주시진 않았지만 아버님께 어떻게 말씀드릴지 고민 중이에요.
노마: 노마이고 웹진팀에서 일하고 있고 젠더퀴어에요.
지인: 지인이고 게이 아들을 뒀습니다.
여우씨: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성애자이고, 작년 10월에 행성인에 가입했습니다.
바람: 행성인에서 활동하고 있고 동성애자입니다.
하늘: 하늘이고 게이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제이미 엄마: 저는 두 번째 왔고, 첫 번째 왔을 때가 9월 이었고 한참 전이었어요. 잊어버리거나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제이미라는 FTM 아이 엄마입니다.
욱이: 서른 살 게이이고, 연애 중입니다.
리타: 동생 애인과 동생과 함께 왔어요.
샤넬: 스물 다섯 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게이에요.
뽀미: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입니다. 반갑습니다.
고미: 두 번째 왔고 게이이고 가족들 중엔 아는 사람이 없어요.
크리스: 욱이와 7년째 연애 중이고 누나에게 커밍아웃을 한 상태입니다.
라라: 오랜만에 와서 반갑네요.
지민: 레즈비언이고 이 모임엔 세 번째네요. 여자친구와 3년째 연애 중입니다. 회사에 커밍아웃을 했고 그 후에 동생에게 하고 크리스마스 때 어머니께 커밍아웃했어요. 그 전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서 왔었는데 아직 진행 중인 것 같아요. 28살이에요.
이보네: 최근에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서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같은 고민 하는 분들과 이야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오소리: 양성애자이고 누나에게만 커밍아웃 했습니다.
어나더: 오늘 오랜만에 재방문 하신 분들이 많으세요. 크리스마스 때 커밍아웃 하신 지민님 이야기가 궁금한데 혹시 이야기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지민: 제가 생각하기엔 겉보기에 여자애들과 다르니까 부모님이 짐작을 하셨던 것 같아요. 아빠는 먼저 저한테 물어보신 적이 있는데 그땐 잘 이야기가 안 됐고 엄마가 결혼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항상 관심 없고 할 생각이 없다고 얘기 하다가 계속 이렇게 이야기할 순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 했을 때 반응은 생각보다 원초적으로 반응하셨어요 정신병이냐, 미친년이냐 하시면서요. 그 때 좀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게 이 모임에 좀 오고 어머니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와서 어머니에게 화를 내지 않는 데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저번에 대화록 발간회 때 받아온 책을 어머니께 드리려고 했는데 화를 내면서 나가시더라구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 같이 살고 있어서 독립할 생각 중입니다. 아직 계획한 건 아니고요. 처음에 여동생에게 이야기 했을 때도 부모님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불효라고. 동생에게 여기 오자고 했는데 내가 거기 왜 가냐, 엄마도 똑같이 아빠한텐 말하지 마라라고 했구요. 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시기도 하고 친하지 않거든요. 엄마는 친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오래 봐야하니까요. 특히 회사에서 미리 말을 한 상태였고 그래서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는 여전히 거부 중이세요. 지금은 그래도 각자 결혼하고 애 낳고 정신 없어지면 괜찮아진다. 선머슴 같은 누구도 남자 잘 만나더라라고 말씀하세요. 어린 애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어나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지민: 가정을 꾸려서 살고 싶다고 계속 말씀을 드리는데 자리를 피해버리세요. 제가 제일 궁금했던 게 맨 처음에 제가 생각을 할때는 커밍아웃을 했을 때 부모가 당혹해하는게 여러 층위가 있을텐데, 잘 살 수 있을까, 늙어선 어떡하지, 등 그런데 전 이미 회사에서 커밍아웃 잘 했고, 미래계획도 있고, 여자친구와도 잘 지내는데 부모님 반응이 원초적인 혐오감이어서 예외였던 것 같아요.
뽀미: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를 꽤 많이 들었잖아요. 독립은 언제 할 생각히세요?
지민: 2018년 정도엔 독립할 생각이에요. 근데 계속 갈등 상황이 지속되면 같이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거리감을 두는 게 관계에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독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독립을 하면 시집 못 가고, 나가서 사면 돈도 못 모으고 힘들고, 저와 같이 살고 싶기도 하시고. 제가 아버지와 사이가 좋다가도 되게 나쁘거든요. 그런 거 보면 엄마도 넌 아빠랑 같이 안 사는 게 좋겠다 하시기도 해요.
뽀미: 제가 레즈비언의 엄마로서 처음 들었을 땐 부정을 해요. 진짜로 맞는 남자를 만나면 바뀔 것 같거든요. 잠에서 깨면 좋은 남자 데려올 것 같기도 하고오. 그렇더라구요. 그래도 정체성을 밝혔기 때문에 엄마는 계속 생각을 하게 돼요. 그래서 본인이 커밍아웃 한 거에 박수를 쳐 주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어머니에게 시간을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마찰, 갈등, 말다툼 같은 건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요. 굳은 입장을 유지하면 엄마도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민: 근데 제가 남자 친구도 몇 번 사귀기도 했고, 저도 남자와 사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해요. 근데 저는 지금 연애를 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거예요.
뽀미: 저희 딸은 저한테 자기는 남자랑은 연애할 수 없다고 하니까 포기가 되더라구요. 근데 만약 양성애자라고 이야기했다면 저는 포기 못했을 것 같아요.
지민: 엄마가 저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제가 엄마를 포기하게 될 것 같아요. 남자랑은 안된다고 얘기하면 받아들이기 쉬우실 것 같긴 해요. 근데 한편으로는 이게 거짓말이니까 그렇게 하기가 불편해요.
노마: 난 있는 그대로의 날 받아줬으면 좋겠는데 조건부로 받아들인다는 거잖아요.
크리스: 정체성이라는 게 갑자기 딱 아, 난 게이구나 하면서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저도 한 10년은 고민한 것 같거든요. 나도 혼란스러운데 부모님은 더 혼란스럽겠죠.
뽀미: 내 존재 자체로 부모님이 날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부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부모의 불만족스러운 점도 받아들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민: 근데 그럼 같이 지낼 수 없을 것 같아요.
크리스: 제 친구 중 한 명은 매일 엄마 나 게이야 하고 1년을 말했더니 됐대요.
지민: 저는 엄마가 저를 받아 들여줬으면 좋겠는 게, 예를 들어 제가 결혼을 하고 얘를 낳았는데 엄마가 안 온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똑같이 엄마가 안 오더라도 이야기도 해 보지 않았다면 그건 다를 것 같아요.
지인: 너무 부정적으로만 전망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많이 심했거든요.
여우씨: 어른들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하시잖아요. 부모님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게 지민님이 이성애자로 사는 것인가요? 지민님이 행복하게 사는 것일까요?
지민: 제가 물어봤는데 그래도 정상적으로 살아야 행복이고 자시고가 있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지인: 근데 지금 상태의 부모님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는 게 좋아요. 사랑하는 만큼 막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제이미 엄마: 제가 경력이 굉장히 짧아요. 근데 본격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게 작년 9월이었어요. 그 전에는 약간의 정보를 겉핥기 식으로 알다가 우리 딸이 여자인데 남자로 살고 싶어서 맞은 호르몬 주사 자국을 봤어요. 그 다음부터는 ‘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아주 심각하게 안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근데 부모모임을 알고 나서는 부모님들 이해 시키는 글들을 다 봤어요. 근데 그런 걸 보고 저는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한 두 달 새에. 지민님 어머니도 그런 충격을 완화하면서 그런 글을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느끼기엔 굉장히 성숙한 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님도 그걸 모르실 것 같지 않고, 나중엔 적극 지원해주실 것 같아요.
어나더: 제이미 어머니는 4개월 만에 나오셨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제이미 어머니: 1년 반전에 제이미가 머리를 짧게 자르면서 알게 됐는데 9월부터 이게 심각하구나 하고 알게 된거죠. 여기 나오고 나서 부모모임 카톡방에 올려주시는 글들이나 영화 보면서 아, 다른 분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는구나, 부정하고 서로 갈등하고 이런 과정이 굉장히 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동안 저는 트랜스 부모모임에 몇 번 갔어요. 제이미가 주민등록상 여자인데 FTM이라고 말은 하는데, 복잡하니까 그렇게 이야기하는거지 트랜스매스큘린이래요. 완전한 남자는 아니고 거의 남자 같대요. 중고등학교때도 보면 감정에 묶여서 좋아하는 사람은 남자더라구요. 거의 남자라고 하니까 여자는 남자를 좋아하고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그런게 완전히 깨지는거잖아요. 요 몇개월동안 저는 결국은 내가 걔한테 규정지어줄 수 있는 건 없고, 본인도 아직 알아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내일 또 다르게 말할지도 몰라요. 근데 본인이 뭐라고 말하든 부모로서는 부정하지 않고 아 그렇구나, 할 뿐이고. 집에서는 전혀 갈등이 없어요. 아빠도 네가 너 살 자리를 마련할 때 까지는 좀 참고 살아라, 너가 어떤 위치에 섰을 때 그때 공표하라는 입장이었는데, 본인이 어떤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지금 자기 있는 그대로로 살고 싶대요. 그래서 여러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는게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하시더라구요. 밖에서도 힘든 일이 많으니까. 지금은 휴학 상태인데 그 전에 동기들한텐 다 이야기를 했대요. 친구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주는 것 같아요. 지금 호르몬 두 달 정도 하고 있으니까 여드름 나고 목소리가 바뀌고 그러니까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굉장히 놀란대요. 본인은 커밍아웃을 하고 싶은데 두고보는 것 같아요. 결국은 본인이 결정하는대로 저는 따를 거고, 복학을 하느라고 방학동안 스터디 하고 있고 적응은 잘 하는 것 같은데 2,3주 전에 정신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먹더라구요. 저는 집에서 지내는 거에 아무 문제가 없어서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지금 약 먹은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잠을 굉장히 많이 자요. 몸이 내려 앉는 것 같다고. 부모로서 약 없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게 지켜봐주는 게 내 역할이다 싶어요. 9월만 해도 10키로 정도 빠졌었는데 호르몬 치료 하고 그러면서 10키로가 다시 쪘어요. 그거 만으로도 아, 얘가 행복한 거구나. 그래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드리고 싶은데 제가 체력이 안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습니다.
어나더: 새로 오신 분들 자기소개 잠깐 부탁드릴게요.
현: 스물 다섯 살이고 FTM과 젠더퀴어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고 유학생이어서 대화록만 보다가 마침 한국 나왔을 때와 시기가 겹쳐서 처음 와 봤어요. 제일 친한 친구들과 부모님에게는 커밍아웃 한지는 6개월 정도 되었고, 부모님이 엄청 불같이 반응하신건 아닌데 그렇다고 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할지도 몰라서 다른 분들 이야기 들어보려고 왔어요.
희은: MTF 86년생이고 집 나와서 혼자 산지 1년 좀 넘었습니다.
따뜻한파랑: 스물 한 살 레즈비언이고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한 적은 없는데 엄마가 한번은 앉혀 놓고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여자 좋아하는거 알고 있다고. 다 아시는데 받아주시는게 아니라 바뀌라고 노력을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절 좋아하는 남자 애가 있었는데 걔를 집에 데려오고 사귀라면서요. 넌 남자애들 안 좋아하냐고. 제가 늦게 대학을 공대로 가는데 남자 좀 사귀라고 계속 그러세요. 여자친구 있는 것도 아시는데. 엄마가 성경을 공부하시거든요. 저도 고등학교 내내 성경공부를 했는데 지금 쉬고 있어요.
어나더: 리님도 오랜만에 다시 오셨는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으셨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리: 추석 때 어머니께만 말씀드렸는데 그 사이에 진전은 없었어요. 마찰은 줄었는데 그건 엄마가 바쁘셔서 그랬던 거에요. 모르는 척 하시는 건 아닌데 그거에 대해서 이야기 하진 않으시고 아버지는 아예 모르시니까 자꾸 저한테 어디서 여자를 소개 시켜주려고 해요. 그럴 때 엄마는 옆에 계신데 엄마는 아무 말씀 안하고 계세요. 처음 말씀드리고 나서 초기에는 엄마는 많이 우셨고, 그때는 우시면서 제가 틀리다는걸 증명하려고 하셨는데 이런 모임에 나간다고 말씀드렸고 같이 가자고 했는데 엄마는 인정하시지 않으니까 오지 않는 게 나으시겠다고 하더라구요. 책도 사서 엄마한테 편지 끼워서 드렸는데 지금은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은 인정을 하지 않으시니까. 그래서 마찰은 없지만 그렇다고 생각하시지 않는 건 아니고 해결책이 없는 느낌이에요. 전 항상 죄송한 마음이구요. 제가 미안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항상 미안해요. 아버지한테도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근데 엄마는 절 낳아주셨으니까 조금 더 이해를 하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엄마가 절 더 사랑하시거든요. 그게 느껴져요 그냥. 아버지 말씀이 제가 집에 오면 엄마 얼굴이 핀다고 하신다고 하더라구요. 아버지께도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아주 부정적이에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도 있는 것 같고요. 충격을 받으면 회복을 못하실 것 같아요. 기대를 더 많이 하면 이야기하는게 어려울거라고 저번 모임떄 부모님들이 말씀해주셨는데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손주도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요. 해결책이 잘 안보여요. 시간은 가고 있는데.
뽀미: 폭탄을 맞아도 아버지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요?
리: 지금 생각은 아버지께도 말씀 드려야 하는 지 잘 모르겠어요. 시기도 모르겠고 이야기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얼마나 상처를 받으실지. 나중에라도 말씀드리게 되면 누나도 알고 있거든요. 근데 아버지만 모른다면 배신감을 느끼실 거 같아요. 아버지만 빼놓고.
제이미 어머니: 다른 나라에서 동성결혼이나 입양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반응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교황이나 반기문 총장이 한 이야기 같은 것으로요..
리: 어머니께는 벌써 말씀을 드렸어요. 근데 그건 그 나라 사람들 일이고 그걸 연관 시켜서 생각하려고 하지 않으세요.
제이미 어머니: 근데 일단 어머니가 알고 계셔서 리님 편이 되면 아버지를 설득하기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바람: 저도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했는데 어머니가 부정을 하고 계세요. 어머니가 좀 안정이 되셨을 때 다시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모리: 누나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리: 누나는 몇 년 전에 이야기를 했어요. 누나는 학교에서 활동을 많이 했어요. 이미 소수자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많이 이해를 해줬어요. 누나에게 짐을 많이 준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해요.
모리: 누나가 도움을 주세요?
리: 처음엔 누나가 부모님에게 이야기 하는 건 반대를 했어요. 어머니랑 똑같아요. 너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거고 좋은 여자를 만나면 될 거다. 어머니들한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어머니들이 혹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부분이 있는지, 자식이 먼저 말을 꺼내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지인: 저 같은 경우는 자식이 원하는 걸 부모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부모의 단계가 완전히 부정하는 단계를 지나고 나면 거의 인정을 하지만 그걸 자식에게 말하고 인정해주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게 될 것 같은 시기가 있어요.
뽀미: 저는 10월에 뵀을 때보다 나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어머니의 우울감도 나아진 것 같구요. 내 아들이고 아빠보다 더 사랑하는 내 아들이니까. 그래서 시간을 좀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 딸은 열 일곱살 때 커밍아웃을 했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리님은 지금 31살인. 어머니는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어나더: 크리스님은 누님이랑 같이 어떻게 오시게 됐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크리스: 저는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중이에요. 일단은 애인을 부모님이 좋아하게 하고 싶은데 친구로서 좋아하게 되신 애인으로 좋아하게 하고 싶어요. 누나는 연애한지 1년째에 말했고 오픈마인드여서 잘 받아들여줬는데 엄마한테 말하는거에 대해서는 저는 말하고 싶은데 애인이나 누나는 좀 반대하는 입장이이에요. 저는 독립해서 애인이랑 같이 사는데 누나는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충격을 누나가 다 달래줘야 하니까 부담이 되기도 하구요. 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반대하는 입장도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에요. 40살 노총각인데 15년 간 친구랑 살면 그런가보다 할텐데 그래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싶어요
리타: 부담스러울건 없는데 처음에 지민님 말씀도 그렇고 어머니들 이야기 들으면 40년 50년 오랜 세월 여러 일을 겪었는데 저는 관용이 나이에 따라 많아진다고 생각하지 않고,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엄마가 자식 사랑은 1등이어도 자기와 다른 걸 이해하는 능력은 좀 떨어지세요. 엄마를 많이 생각하고 그런게 있는데 제가 동생 입장만 생각하면 하라고 하고 싶은데. 저는 되게 안타깝거든요. 왜 말을 못하고 살까. 그것과 별개로 엄마는 분명 자책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제가 소아비만이 심했는데 엄마는 그것도 자책을 하세요. 돈 벌고 그러느라 애가 그랬구나. 저희 엄마가 본디스웨이 이런 걸 이해하시기엔 살아온 게 너무 길고 굳이 그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 조금 자신이 없어요. 그리고 그런 엄마를 보는 제 자신도 좀 자신이 없고. 그걸 저는 견뎌도 엄마는 정말 힘들 것 같아요. 불효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그릇이 그렇게 타고난 것 같아요. 부모님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한다 아까 이야기 하셨잖아요. 여기서 이야기를 들으니까 솔직히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근데 동생을 생각하면 이렇게 말하는 제가 동생한테 미안해요. 그래고 욱이가 동생 애인인데 인간적으로 저랑도 많이 맺어졌는데 특히 아버지가 욱이를 아끼세요. 동생보다 얘가 더 다정하게 굴거든요. 분명히 아들 꾄 나쁜 놈으로 생각하실 것 같아요. 동생이 고백함으로써 욱이도 강제로 아웃팅을 당하는거잖아요. 숨기고 사는 사회는 슬픈데. 아직까지는 사회가 관용이 떨어지니까요. 엄마는 말하지 않는 한 절대 모를 사람이에요.
제이미 어머니: 저는 저한테 말 안하고 우리 애가 우울증 약 받아오고 이런게 섭섭해요. 가족은 서로 챙겨주는 건데, 숨기고 사는게 될 것 같지도 않고.
크리스: 전에 그것이 알고싶다에 ‘성소수자 그들은 누구인가?’ 나왔을 때 부모님이 싫어하셨어요. 이태원 살아서 트랜스젠더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엄마도 그 사람들 이해해줘야한다고 하긴 하세요. 그거 지나고 나서 더 훨씬 행복할 거라는 걸 누나도 알거든요. 최대한 미루자고 하는데, 많은 비밀들을 갖고 살았죠.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까지 하려고 했는데도 한번도 말을 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나는 세상에서 다르게 살고 있는데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구요. 물론 과정들이 힘들 것 같지만요.
바람: 저는 물밑작업도 중요하지만 크리스님이 내가 왜 힘들었고, 그런거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아요. 사실 엄마한테 말하고 싶은건 하나에요. 난 행복하다고. 성소수자이지만 좋은 관계가 있고 언젠가는 합법적으로 결혼할 지도 모르고. 자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너무 행복하니까. 지금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내가 이렇게 행복한데. 그걸 말해주고 싶어요. 내 새끼가 행복하다는데가 되지 않을까요.
뽀미: 제 기억엔 욱이씨는 반대하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욱이: 네. 저는 반대해요. 어머님이 반대하거나 결혼하라고 하거나 그런 스트레스를 주시는 게 아니고 모든 게 다 좋은데 괜히 건드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 생각에는 저번 모임에서 나왔던 결론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면 안 해도 된다고 결론이 났던 것 같은데 형은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더라구요. 형이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자랑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라라: 저는 많이 혼란스럽고 힘든 과정이 있어도 가족은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얘기 하셨는데, 이기적이라기보다는 완성시키고 싶은 거죠. 내 사랑을 부모님에게 보여주고. 친구가 아닌 애인이라고 말하고 싶은거고. 입장이 다른 이유가 뭐냐면 크리스님 부모님을 만나는 횟수가 많아서 그런 걸거에요.
크리스: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애인이 양가 부모님들 다 있는 곳에서 결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커밍아웃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는 거죠.
라라: 자녀들도 부모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에 대해서 너무 지나치게 염려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혜롭게 잘 계획을 세워서 해야 결혼이라던지 두 분 관계가 이미 거의 결혼한 상태잖아요. 매주 보는데 그 분들이 모르시고 여태까지 7년 가까이 만난다는건 얘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제이미 어머니: 우리 애가 말을 안 해서 딸이라고 부를 때하고 이런 걸 공부하고 이해하고 봤을 때하고 딸을 이해하는 폭은 상당히 달라요. 부모님이 나이 많다고 모르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부모로서 굉장히 섭섭할 것 같아요.
하늘엄마: 제 아들 같은 경우는 파트너가 나이가 많아요. 근데 그 파트너가 다섯 째 막내여서 부모님이 나이가 많으세요. 워낙 연로하시고 하니까 그래, 어머니 연세 많으시니까 모르고 사시는게 괜찮지 했는데, 그 이후에 내가 그렇게 말한 게 잘한걸까. 아셔야하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누나들이 알고 있냐고 물었는데 누나들이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아들 만난 지 5년 정도 됐는데 그 사이에 알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알고 난 2,3년 간은 고통스럽긴 했어요. 근데 제이미 어머니가 말씀하셨듯이 그 사이엔 바뀔 수도 있다는 1프로를 꼭 쥐고 있었는데 그 당시엔 자료도 모임도 없었거든요. 다른 부모님들은 더 힘드실 수도 있지만 그런 정도의 고통은 부모들은 견뎌요. 자식 낳고 엄마는 굶어도 자식 입에 들어가는거 보면 보기만해도 배가 부르거든요. 몇년 지나고 나니까 제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전이랑 지금이 많이 달라요. 부모가 된다는 것이 과정이거든요. 누님도 있고 긍정적으로 될 것 같아요. 부모가 자책할까봐 누나는 많이 걱정을 하잖아요. 저도 많이 자책을 했어요. 별 거를 다 뒤졌는데 그건 왜 자책을 했냐면 선천적으로 타고난건지 내가 잘못키운건지 몰라서 그랬던건데, 모임에 나오고나서 타고난거라는걸 알게 된 거라서 그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부정할 때 부모를 만나고 싶었어요. 좋은 관계를 하셔서 부모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아버지는 굉장히 완고하신 분이라에 엄마는 알고 있는데 그 엄마의 계획은 남편이 기운이 다 떨어졌을 때 이야기하면 괜찬흘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때는 뭐 어쩌겠느냐 하시면서요. 그때 되서는 엄마도 남편한테 이야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뽀미: 저는 커밍아웃하는 거에 대부분 동의를 많이 하는데, 두 분과 누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타이밍 문제인 것 같아요. 어머니 개인의 힘든 일이 잘 풀리고 나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하는 게 낫다고 얘기 했는데 어머니의 경우엔 타이밍을 잘 조절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어요.
욱이: 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런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언젠가 부모님이 너흰 어떤 사이니? 하고 물어보시면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최대한 잘 살고 있는 걸 보여드리면서 부모님이 먼저 다가오실 수 있게 기다리는 게 좋은 것 갗아요.
(휴식)
어나더: 현님 이야기 혹시 들려주실 수 있으세요?
현: 유학생이어서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거든요. 대학교 4학년때, 지금은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이공계 계열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돈이 나와서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이 돼요. 그래서 부모님이 경제적 지원을 끊으셔도 상관이 없으니까 졸업할 때쯤 부모님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 저의 역사를 쓴 거죠. 교복 입는 거 얼마나 싫어했는지 등. 처음에 엄마에게 보내고 2주 쯤 뒤에 아빠에게 보냈어요. 면대면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을 것 같기도 한데 감정이 격해져서 잘 이야기를 못할까봐 걱정됐었어요. 글로 쓰면 수정할 수도 있구요. 그게 작년 5월 이었어요. 졸업을 하고 집에 갔는데 차마 이야기를 못 꺼냈어요. 몰랐는데 엄마가 편찮으셨던 거예요. 상황을 악화시키고 싶지 않아서 말을 안 꺼냈어요. 그래서 그 이후로는 진전이 없는 상태에요. 아버지가 정신과 의사를 소개 받아서 갔는데 아빠 말씀은 전문가랬는데 그 의사가 레즈비언이 아닌 것 같다는 거에요. 애초에 난 레즈비언이라고 한 적이 없는데. 그 의사가 트랜스젠더랑 레즈비언을 구분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가서 그렇게 말을 했는데 아버지가 전문가의 말을 믿으시는 편이시거든요. 격한 일은 없었는데 진척도 없었어요.
뽀미: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어요? 지지가 필요했던 건가요?
현: 사실 집에 갈 때마다 머리 길이 같은 것으로 코멘트를 그만 받고 싶었어요. 제가 중고등학교 때는 공부하는게 최고니까 안 꾸미면 칭찬받고 그랬는데 대학 가고 나니까 다들 꾸미는데 저는 그대로니까 굉장히 속상해하셨어요. 미국에서 부모님과 사이가 좋은 퀴어 친구들을 많이 보니까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는 그게 제가 이기적인거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당장 호르몬을 하려는건 아니거든요. 물론 아직 학생이긴 하지만 나름 어느 정도 인맥이나 교수님이 있고 그래서 당장 몸이 확 바뀌고 그러면 저도 부담스럽긴 하거든요. 너가 지금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별 문제가 없는데 굳이 말해서 다른 사람들 불편하게 한다고 하세요.
뽀미: 본인은 그런 말을 들으면 어때요?
현: 이기적이라니까 섭섭하죠. 근데 소위 인터넷에서 보는 ‘호적에서 파버릴거야’는 아니니까 다행스럽고. 근데 여전히 부모님은 딸이라고 부르고 넌 여자야 하면서 주입하니까 속상해요. 근데 그게 또 폭력적이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어머니가 더 그러세요.
뽀미: 이메일에 답장은 있었어요?
현: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너가 여자인 걸 싫어했던 것 같기는 했다. 근데 넌 트랜스젠더는 아니다. 너를 자꾸 트랜스젠더라는 틀에 가두려고 하지마라고 하셨어요.
제이미 어머니: 근데 반응이 그 정도라면 많이 긍정적인 편인 것 같아요. 1년 안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현: 사실 부모모임 대화록도 첨부를 해드렸는데 안 읽으신 거 같아요.
라라: 그럼 읽어보실 거예요.
어나더: 여기 오시기 전에 대화록 보시면서 무슨 생각을 주로 하셨어요?
현: 대화록을 읽으면서 부모님꼐도 시간을 드려야한다는걸 배웠고, 근데 제가 무작정 기다려야하는지 뭔가 자료 같은걸 찔러드려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부모님을 푸시 하고 싶진 않거든요. 부모님도 너 결혼 안해도 되고 화장 하라고 안 할테니까 그냥 현재 요 상태로 살라고 하세요. 애매모호한 상태로. 그것도 부모님 입장에선 많이 양보를 한거라고 직접 말씀을 하셨어요. 근데 저는 파렴치하게 뭔가 더 많이 요구를 하고 이렇게 보일 거 같아요.
제이미 어머니: 요구해도 괜찮고, 부모님이 여기까지야 하는 범위가 점차 넓어져요. 제가 보니까 우리 딸하고 공통점이 굉장히 많은 것 같거든요.
뽀미: 일단은 본인이 교수님 이나 인맥도 있고 본인 스스로가 확신을 가진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나아진 후까지 기다리면 어떨까요?.
현: 그렇게 볼 수도 있죠.
라라; 그 메일에 본인이 원하는 어떤 단계를 적었어요?.
현: 아니요. 처음부터 너무 세게 가고 싶진 않아서요.
라라: 본인은 어때요?
현: 호르몬하고 수술까지 다 하고 싶죠.
라라: 그런 메일 하나에 그 정도까지 인정을 해 주시는 분이면 함께 해주실 것 같아요. 나중에 그 과정을 겪을 때도 함께 해주실 것 같거든요. 압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알려주세요. 잘 모르거든요. 학습을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제이미 어머니: 우리 애가 3학년이고 자기는 휴학 중인데 머리도 비슷하게 하고 화장이나 옷에도 많이 관심이 없었어요.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우리 남편이랑 같이 알아가면서 여기까지야, 마지노선이야, 하고 남편이 얘기 했던게 자리를 잡고 나서 하라고 한거였는데 본인이 그때까지 못 견디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호르몬을 시작했거든요. 근데 본인이 그때까지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견딜 수도 있지 않을까 고려해봤으면 좋겠어요.
지민: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긴 하지만저는 대학 4학년때부터 커밍아웃을 했는데, 그게 언제 해도 두려울 수 밖에 없으니까 연습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제가 학교다닐 때 커밍아웃을 안 하고 겪었던 일들을 회사에서 처음 겪었다면 달랐을 것 같아요. 학교 다닐땐 화도 많이 내고 그랬는데 회사에 와선 부드럽게 넘길 수 있게 되니까. 제 주변에 클로짓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임원이 되면 커밍아웃을 할거래요. 근데 말도 안되는 것 같아요. 임원 된다고 쉬워질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어나더: 샤넬님 최근에 페이스북에 글 쓰신 거 보니까 커밍아웃을 할 뻔하셨다고 한 것 같은데 맞나요?
샤넬: 제가 행성인에서 활동한지 제법 됐는데 제가 정체성을 알게 된건 중1때였는데 그때는 사실 잘 몰랐죠. 티비에는 홍석천 하리수. 부모님들은 티비나 신문을 보시니까. 그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그저께 이야기를 어떻게 어떻게 하게 됐어요. 맨 처음에는 커밍아웃이 아니라 지금 삶에 대해서 너무 힘드니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제가 예를 들었어요. 내가 성소수자면 어떻게 할거냐. 그건 그렇고 우린 우리끼리 잘 살아야 하지 않겠냐 하셨는데. 저는 커밍아웃을 굉장히 하고 싶긴 해요. 이젠 거짓말을 하기엔 너무 힘들어요 솔직히. 제가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셨어요. 여동생 하고 있고. 집안 친척 분들이 가장이라고 하니까 그에 대한 무언의 압박감과, 아버지 돌아가시고 IMF 터졌거든요. 집이 어렵게 살았거든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초등학교 5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깨달았어요. 엄마도 힘들었으니까 내가 이 말까지 하면 가정이 무너질 거 같아요. 여동생이랑 두 살 차이가 나는데, 속된 말로 머리가 컸으니까 부모님과 같이 뉴스를 보면 관점이 많이 갈리거든요. 뉴스를 보면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엄마세대가 다 죽어야 우리 세대가 다 잘살게 되지 않겠냐고 하세요. 자주 싸웠는데 유달리 며칠 전엔 싸우고 싶지 않더라구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시냐. 엄마 죽으면 난 어떡하냐. 그러면서 오랜만에 속 이야기를 했어요. 엄마가 만약에 잘 살았으면 좋은거 배워주고 입혀주고 그랬을 텐데 자기는 그걸 못해줘서 힘들다고, 엄마가 잘못해서 그런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게 엄마 책임은 아니라고 사회가 문제라고 했어요. 저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요. 아들이니까 엄마가 너가 이야기 안하면 모른다고 하시거든요. 이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나가 돌려돌려 말했어요. 전에도 의심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퀴퍼 끝나고 판촉물 받아왔는데 엄마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울고 계시더라구요. 엄마가 너 그거 아니지 하시더라고요. 그땐 아니라고 했어요. 사회복지학 공부하니까 그래서 얻어온거라고. 너가 굳이 그거 해야하냐 하셨는데 내가 당사자라서 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말을 못했어요. 얼마전에 만약에 내가 성소수자면 어떡할꺼냐 했는데 아무 말씀을 안하시더라구요. 인생은 아름다워나 그런 거 보면서 떠본 적도 있어요. 근데 우리 가족만 아니면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커밍아웃도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저께 제가 얘기 했으면 약간 어머니가 저를 교회를 끌고 가지 않으실까 생각해요. 어머니는 교회 다니시고 저는 절에 다니거든요. 지금은 어머니가 교회에 심취하신 것 같아요. 설마 기도원에 끌고 가서 때려 죽이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어머니가 내 자식이 잘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공부 못해도 상관없다. 남한테 손가락질 안 받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퀴어퍼레이드때도 보면 온갖 손가락질 받고 살고 있잖아요. 그럼 엄마가 얼마나 딜레마가 올까. 저를 욕해도 상관 없는데 그 사람들이 저희 어머니를 욕하면 참을 수 없을 거에요.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어머니가 혼자 사실 수는 없잖아요. 근데 관계를 갖는 분들이 안좋게 끝나더라구요. 근데 엄마가 너가 싫으면 안 만나겠다 하시는데 그건 엄마가 결정할 일이라고 했어요. 엄마 인생이라고. 지금도 힘든 상태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면 동생도 힘든 상태고 하니까 서로 싸우겠죠. 지금 그게 걱정이에요. 엄마는 자식이 손가락질 받고 사는게 너무 싫다고 하시는데 그 사람들이 저희 엄마를 욕할테니까.
(소감)
고미: 개인적으로 저는 누군가한테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타인을 이해한다거나. 그렇지만 이해하지 말자는건 아니고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이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라고 생각해서 커밍아웃이 이해 받으려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보네: 저는 아직 정체성의 혼란이어서 듣는 것만으로도.좋았습니다.
따뜻한 파랑: 아직 잘 몰라서 들은 게 많아서 좋아요.
현: 저는 한국에서 당사자나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처음이어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리: 자주 나오겠습니다. 여러 어머니들과 같은 처지의 고민을 들으니까 많이 도움이 되네요.
욱이: 다들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은데 다들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여우씨: 저는 ‘부모모임은 어떤 모임일까?’ 하고 쓰윽 와봤어요. 이번 부모모임을 통해서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사고 방식이 비정상인 것이 알려졌으면 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 문제’ 가 표면화 되기 시작한 것은 기껏해야 20~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성소수자 문제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문제이지요. 많은 사람들에게 성소수자 문제가 얼마나 익숙하지 않은가 하면, 실제로 제 친척은 ‘레즈비언’ 과 ‘트랜스젠더’ 라는 단어를 모릅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와 익숙하지 않은 걸 배척해요. 더 나아가 나와 익숙하지 않은 것은 보통 나쁘게 이야기 해요. 저희 부모님과 친척들이 제가 행성인 나간다고 했을 때 –오해하지 마세요- 실제로 저한테 ‘너 나중에 트랜지션 하는거 아니냐?’, ‘너, 게이 같은 문란한 것들이랑 왜 어울리냐?’, ‘게이들의 본성(?)을 보면 어쩌냐?’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상을 바라볼 때 대상 그 차체가 아니라, 꼭 이념이나 ‘특성이라고 미화되는 나쁜 편견’ 같은 여러 겹의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아요. 그리고 ‘나와 너’ 가 아닌 ‘나와 적’ 라는 생각을 갖고 대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요. 만약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한 사람을 ‘한 사람’ 으로써, 한 대상을 ‘한 대상’ 으로써 그대로 바라 본다면, 단지 커밍아웃에 관해 이야기 하는데 이렇게 많은 눈물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리타: 이 자리에 와서 동생 알고 6년 만에 왔는데 이제라도 와서 너무 다행이고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습니다.
크리스: 많은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항상 많은 이야기 들었고. 사고 치고 싶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싶지 않아요.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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