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안녕하세요. 격달로 열리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이하 행성인) 신입회원 모임 디딤돌에 처음 참여한 빗방울입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제가 행성인에서 활동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성애 중심적 사회에서 성소수자인 제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섭리라고 여겨왔기 때문이죠. 제가 생각을 바꾼 것은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준비하면서입니다. 부모님께 커밍아웃 하기에 앞서 저 스스로 입장을 확고히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여러 단체들을 찾아본 끝에 행성인 산하의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알게 되었어요.
부모모임은 제가 성소수자로서 가치관을 정리하고, 커밍아웃 이후 힘들어하는 부모님의 감정을 보듬어주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부모모임에 도움을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모임을 인큐베이팅중인 행성인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행성인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막연하게만 느꼈던 사회적 차별을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 성소수자로서 당했던 성차별적 성교육, 혐오세력이 조장한 HIV/AIDS 공포, 농담 정도로 취급되는 주변의 성소수자 비하 발언 등… 평소 마음속으로만 삭히던 불편을 밖으로 꺼내고 목소리 내는 단체라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죠.
행성인의 모든 행사에 앞서 함께 살펴보는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약속'
1부에서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디딤돌을 통해 처음 행성인에 발을 들인 신입회원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클로짓 성소수자 분부터 성소수자 차별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찾아온 이성애자 분까지 다양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교직에 계신 분들이 있어 기억에 남습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제 성적지향에 대해 ‘당연한 존재‘로 확실히 정의해줬다면 제가 좀 더 빨리 벽장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죠. 학생들의 성적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는 선생님들께 큰 감사를 보냅니다.
청소년인권팀을 소개 중인 청소년인권팀 팀장 사과
이어서 행성인에서 어떤 팀들을 운영하고 활동하는지 각 팀 활동가분들이 설명해 주셨습니다. 웹진기획팀, 청소년인권팀, 성소수자 노동권팀, HIV/AIDS인권팀 등 세분화된 다양한 팀들의 역할과 활동내용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청소년인권팀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팟캐스트와 토크쇼를 준비하는 것이 와 닿았는데요. 아직도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고립된 채 자신을 외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청소년 성소수자 존재를 가시화하는 활동이 큰 의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짧은 휴식시간을 가진 뒤, 2부에서는 청소년인권팀 팀장인 사과님의 사회로 ‘꽃 그리기’ 활동을 했습니다. 꽃을 그린 뒤 부분별로 자신의 환경에서 삶의 비전까지를 차례대로 적어서 소개하는 활동이었어요. 저는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성격과 기대가 컸던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것, 그리고 디나이얼 게이로써 겪었던 혼란을 주변환경으로 적었습니다. 그리고 삶의 비전으로는 정확히 무엇을 해야 인생이 행복해 질 것 같다는 걸 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의 행복’이라고 적었어요. 다른 참여자 중에는 독실한 개신교 집안에서 자란 분,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은 예술가 분, 주변 친구의 추천으로 찾아온 분 등 다양한 분들이 계셨는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개개인이 지닌 역사와 가치관을 남들에게 소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완성된 '빗방울의 꽃'
최근 저는 큰 감사함을 느낀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간여유가 넉넉하지 않아 당장 더 많은 팀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 다가옵니다. 행성인에 처음 왔을 때 반갑게 맞이해주던 활동가분들을 보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준 이전 세대 성소수자 운동가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저도 후대의 성소수자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을 느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람찬 신입회원 모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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