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적지향 · 성별정체성

지금 이 순간 바이로 사는 우리들을 위해

by 행성인 2016. 9. 23.


겨울(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팀)



9월 23일은 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이다. 안 들어본 사람들이 더 많을지 모르지만, 1999년부터 시작된 꽤 오래된 행사이다. 유래는 세명의 바이섹슈얼 운동가인 웬디 커리, 마이클 페이지, 그리고 지지 레이븐 윌버 세명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윌버씨가 바이섹슈얼들을 위한 파티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서 태동하였다. 그의 발언을 들어보자. 


"스톤월 혁명 이후 게이와 레즈비언 커뮤니티는 역량과 가시화 측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바이섹슈얼 커뮤니티 역시 역량이 강화되었지만 우리는 많은 측면에서 아직 삭제되고 있다. 나 역시 사회에 의해 한 커플이 손을 잡고 가는 것을 그들의 인식된 젠더에 따라 헤테로 아니면 호모섹슈얼 커플이라고 명칭하게끔 길러졌다." 


웬디 커리에 의하면 


"해마다 있는 바이섹슈얼 컨벤션에서 조금 화를 내고 있었는데 누군가가-지지였던 것 같은데-우리 파티를 열자고 말했다. 우리는 위대한 바이섹슈얼인 프레디 머큐리를 좋아했고 그의 생일은 9월에 있었기 때문에 9월에 하는게 어떻냐는 말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게 주말로 날짜를 잡으려고 했는데 하필 지지의 생일이 9월 23일이었고 그때가 주말이었다. 그래서 뿅!하고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몇몇 지역에서 행해지던 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 축제는 이제 미국 전역에서 그리고 캐나다, 호주에 이어 독일, 일본, 뉴질랜드, 스웨덴, 그리고 영국에서도 행해진다. 2013년에는 백악관에서 20명의 바이섹슈얼 활동가들을 초청해서 바이 커뮤니티에 중요한 특정 이슈들을 얘기하는 세션이 있었다. 백악관에서는 처음으로 바이섹슈얼들을 특정한 첫 이벤트였다. 같은 해 영국에서는 여성평등부 조 스윈슨이 "나는 바이섹슈얼들이 마주하는 이슈들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다양성을 축복하는 기회를 만들며 LGBT의 B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바이 가시화의 날을 환영한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전 글(바이바이, 바이포비아)에도 썼지만, 바이포비아는 바이 커뮤니티의 특수적 이슈들을 "게이/레즈비언 이슈"라고 지칭하며 계속 삭제한다. 당시 지적하지 못한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이섹슈얼을 인식할 때 이들의 성적 끌림이 "50대 50"으로 딱 떨어진다고 구상한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러니 "L에 가까운 바이" "G에 가까운 바이" 그리고 너무나도 말이 안되어서 웃기기까지 한 "바이섹슈얼 게이" "바이섹슈얼 레즈비언"같은 용어가 범람하는 것일 테다. 


바이는 특별히 자기 자신만의 이슈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반응에 대응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은 꼭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이런 필요성을 느꼈는지, 2014년 미국에서 가장 큰 바이섹슈얼 단체인 BiNet USA에서 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을 둘러싼 7일을 "Bisexual awareness week"으로 지정했다. 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 웹사이트도 있다. http://www.bivisibilityday.com/year2016/ 에 들어가면 올해 어디서 어떤 축제가 열리는지 알 수 있다. 현재 등록된 것만 하더라도 영국, 미국, 호주, 캐나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브라질, 덴마크, 프랑스, 독일,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멕시코,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인데, 각국에서 축제를 개최한다. http://www.bivisibilityday.com/tweet/ 에서는 트위터에서 상위랭크로 올리기 위해 그날 해당 해시태그 #bivisibilityday와 #bipride를 달고 트윗을 하는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가시화의 반대는 ‘삭제’일 것이다. 2014년 12월 뉴욕타임즈에서는 "바이섹슈얼들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해당 작가는 더 나아가 실제 바이섹슈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바이섹슈얼 문화가 정말 존재하는지"에 대한 글을 썼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박 기사글에서도 말하듯이, 이런 바이섹슈얼들의 삭제는 실제로 바이섹슈얼들에게 크나큰 악영향을 끼친다. 바이섹슈얼 커뮤니티의 높은 정신질환 발병률은 바이포비아와 관련되어 있다. 바이섹슈얼 여성들의 경우 스토킹, 강간, 데이트폭력에 대해 헤테로나 레즈비언 여성보다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런 상황은 바이포비아를 호모포비아와 분리하여, 바이들이 고유한 억압을 받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영국에서 난민지위를 의심받은 자메이카 출신 바이섹슈얼 남성 오라쉬아 에드워즈



또 다른 예는, 현재 미국과 영국 바이 커뮤니티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문제이다. 한 자메이카 남성은 자신이 바이섹슈얼이라는 점 때문에 자메이카에서 살해 협박을 받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영국에 난민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적을 가진 게이나 레즈비언들보다 사진자료를 포함한 더 많은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오리엔테이션은 "거짓"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바이 단체들의 반발로 결국 강제추방은 당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에도 자메이칸 바이 남성이 난민 신청을 했는데도 여성과 결혼했으니 진짜 성소수자가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자메이카에서 돌을 맞고 얼굴이 칼에 찢어지는등 공격을 당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분노한 다른 판사는 "해당 판사는 바이섹슈얼의 뜻을 모르는 것 같다"며 반대 의견을 쓰기도 했다. 현재 해당 남성은 추방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해 미국내 바이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전에도 캐나다에서 나온 연구에서는 바이섹슈얼들이 레즈비언, 게이 난민들보다 신청에 대해 의심을 받고 불허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다른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다른 바이 분(이하 명칭: 샤샤)과 짧은 인터뷰를 나누기로 했다.



겨울: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이포비아 관련 경험담을 들려주시겠어요?


샤샤: 솔직히 워딩들은 많았죠. 그러니까 저한테 타겟팅을 한 게 아니어도 그냥 가시적으로 예를 들어서 L커뮤같은곳 보면 굉장한데, 사실 지금 바이들만의 커뮤니티가 없는 상태에서 바이 여성들은 주로 여성들과 접촉을 하기 위해서 L커뮤에 많이 들어가잖아요? L커뮤에 굉장히, 로다에 그때 들어갔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바이포빅한거에요. 내가 그래서 거기서 바이라고 발화하는거 자체가 터부시되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당시에는 이게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못 하고 그냥 되게 익숙해 있었단 말이에요, 그 혐오에. 그러다 제가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그 여자친구가...당시에는 익숙해 있었는데 점점 더 이상하다 느꼈던 게, 자꾸 저한테 니가 나중에 남자랑 결혼할 걸 다 안다던지, 자기가 그게 너무 무섭고, 네가 나중에 결국 남자를 만날거라 생각을 하고, 나와의 섹스에 만족을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예전에 남자친구와는 페니스를 갖고 섹스를 했으니까, 내가 딜도를 사야 하냐라고 하기도 했었어요. 심지어 그 전여친 뿐만 아니라 그 전여친의 친구들이 그렇게 충동질을 하는 거에요. 전여친이 당시에 네살 연상이었거든요, 그런데 전여친 보고 “야 걔가 나중에 살다가 젊고 잘생긴 남자 만나지 널 더 만나겠냐.” 그러는데 그걸 저한테 계속 투사하고, 네가 여자를 만나든 남자를 만나든 나는 너무 불안하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자기는 맨날 술먹으면서 내가 술먹으면 전화해서 쌍욕을 한다던지. 심지어 제 생일날이었는데, 자기도 술 많이 먹어서 나한테 전화해서 욕을 하는거에요. 헤어지자고. 제 생일인데. 문제가 있는거죠. 그러면서 그 다음 날에는 자기가 너무 불안해서 그랬다는데, 자기 딴에는 네가 너무 예뻐서 그랬다고 하고요. 그런 것들이 사귀는 내내, 한 150일정도 사귀었는데 그 와중에 계속 이어졌어요. 그때 되게 크게 현타가 왔고, 내가 바이라는 이유로 맨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원히 고통받는 바이섹슈얼


이런 내러티브는 바이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문제다. 흔히 바이는 독자적인 어젠다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바이섹슈얼의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담을 들어보면 게이나 레즈비언과 다른, 바이에게 씌워지는 고유한 폭력의 패턴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이섹슈얼 영화배우 앰버 허드의 경우, 조니 뎁의 데이트폭력은 앰버 허드가 "레즈비언인 친구와 관계를 끊기를 거부했"고 그의 바이섹슈얼리티 때문에 "조니 뎁이 불안해져서" 그런 것이라고 정당화되기도 했다.


앰버 허드



겨울: 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김단님이 극 내 설정상 바이에도 불구하고 ‘레즈왕’이라고 불리는 식으로 삭제되면서 바이 커뮤니티에 해가 되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굿 와이프’에서 바이섹슈얼로 나오는 김단



샤샤: 저는 이게 바이 커뮤니티에게도, 레즈비언 커뮤니티에게도 전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동성과 동성이 만나는 액션 자체를 모두 호모섹슈얼한 걸로 치환해 버리면 호모섹슈얼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안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바이라고 설정된 캐릭터라도 호모섹슈얼에 가깝게 치환을 하면서 모노섹슈얼리티를 강화하면 바이는 계속 호모+헤테로라는 식이 만들어져요. 그건 바이섹슈얼리티 그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거고 모노섹슈얼리티를 강화하는 거고 결국엔 퀴어에게 전혀 좋을 게 없는 거라고 봐요. 왜냐하면 퀴어 자체가 시스젠더 헤테로 모노섹슈얼리티 유성애 유로맨틱으로부터 '기타' 혹은 '반대'인 부분이니까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바이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게 되고, 우리는 모두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인정받을 권리가 있는데 그렇게 삭제를 해버리면, 그게 자기들 말에 정당성이 생기는지 의문이 들죠.


겨울: 바이 커뮤니티의 가장 큰 특징중에 하나가 다른 퀴어 집단보다 정신질환을 가진 분들의 비율이 높아요. 저는 이게 바이포비아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연구결과도 그렇게 나와요. 아까전에 엘 커뮤 얘기를 했을때도 나왔듯이 오히려 커뮤니티 안에서 우리가 퀴어 공동체 안에서 모두들 평등해야 하는데 그런 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바이로 커밍아웃하는게 오히려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사람들이 헤테로 사회에서 바이로 커밍아웃하는게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하는게 더 쉽지 않냐고 했을때 저는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 샤샤님의 의견을 좀 듣고 싶습니다.


샤샤:  사람들이 헤테로 사회에서 바이로 살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게 헤테로로 둔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바이는 헤테로+호모가 아니라, 모노섹슈얼리티와 다른 집단이라는 거에요. 헤테로는 모노섹슈얼리티중 하나인데, 그 안에 편입될 수가 없죠. 아예 섹슈얼리티 자체가 다른데. 그런데 계속 바이가 실제로 겪는 억압들을 그런 식으로 재차 삭제하면 헤테로 커뮤니티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퀴어 커뮤니티에서도 계속 배척당하면서 소속감도 못 느끼고, 실생활에서 수많은 억압들을 받고, 내재화를 강요당하고, 솔직히 매 순간이 고통일 수 밖에 없는 거에요. 내가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으면 헤테로로 패싱이 되어버리고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으면 레즈비언으로 패싱이 되어버리는데 그건 둘다 내가 아니니까. 특히 바이분들이 이런 설명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레즈비언에 가까운 바이입니다 이런 설명을 많이 하는데 나는 그게 어떻게든 커뮤니티에 편입되기 위한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만약 정말 헤테로로 둔갑을 할 수 있었으면 레즈비언에 가까운 바이를 안 붙여도 되어요. 그런데 왜 붙이냐면 레즈비언커뮤니티에 자길 계속 어필하는 거에요. 왜냐하면 헤테로 커뮤니티는 자기를 절대 안 받아주니까. 그나마 같은 퀴어로 묶이는 레즈비언커뮤니티에 나를 어필해야 하는데 그냥 바이라고 하면 박쥐라는 멸칭처럼 억압이 깔려 있으니까. 바이긴 바이인데 사실 거의 레즈비언이라고 어필하는 것 같아요.


겨울: 그리고 저는 그게 바이는 무슨 딱 50대 50으로 나눠져야 하고 그게 무슨 순혈 바이인것처럼 생각하는 태도와도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샤샤: 맞아요. 사실 내가 남자한테는 10%만 성적으로 끌리고 여자한테는 90%정도 끌린다고 해도 내가 바이섹슈얼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바이섹슈얼인거죠. 저도 저를 50대 50으로 정확히 나눌수 없고, 심지어 때마다 달라져요. 저만 그런가요? 유동적인 거죠. 어느 때는 진짜로 어, 거의 남성에게는 끌림이 없다가 어느때는 거의 남성한테만 끌릴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건 그 상황의 문제지 그것 가지고 바이네 레즈비언이네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고 봐요. 특히 바이가 만나는 상대, 그것도 낭만적 연애를 하는 상대에 따라서 정체성이 헤테로 혹은 호모로 패싱된다는 거는 정말 어불성설이라 생각해요. 가장 고통받는 구분이죠.


겨울: 우리 커뮤니티에서 바이 삭제를 줄이려면, 예로 다른 나라에서는 있지만, 동아시아 쪽에서는 바이 가시화를 축하하는 곳이 없어요. 그런것을 이제 우리가 앞으로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바이 삭제를 없애기 위해서 커뮤니티 내에서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샤샤: 전 사실 제가 이걸 하지 못하는게 아쉬운 부분인데, 커뮤니티든 어플이든 바이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지금 상황에서 바이섹슈얼 여성은 레즈비언 커뮤 쪽에 편입이 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자꾸 악순환인 거에요.솔직히 말해서. 그래서 결국 퀴어 전반에서 스스로 각성하고 내부비판이 되어야 해요. 말로만 LGBTQAI가 아니라 사실 LG가 제일 많이 가시화된 실정이잖아요. 그게 점점 변화해야 하고 이 부분에 있어서 페미니즘과 함께 업데이트, 고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한 루트만으로는 절대 안 이루어져요. 이런 것들을 전반적으로 하긴 참 어렵죠. 지금까지 게이, 레즈비언이 작업을 해놓은 것처럼, 우리는 이중고인 거죠. 퀴어 내부에서도 그 작업을 해야 하고, 또 헤테로 커뮤니티에서도 해야 하는데, 헤테로 커뮤니티에서 그 작업을 하려면 바이 단독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LGBT 연대가 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울: 바이들이 미국 퀴어 운동사에서 많은 일을 했는데 계속 지워지는 거죠. 한국에서는 바이모임이 있고 그런데도.


샤샤: 사실 제가 바이로 정체화한지 이제 1년 반, 2년이 되었어요. 그런데도 정말 그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변했어요. 저는 그래서 활동가로서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요즘 SNS를 하면서 행성인이 있는 것도 겨울님 통해서 알았고, 저도 조금이나마 그런 거에 참여해볼까 생각중이고, 물론 그런 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퀴어 운동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가시적으로 하고 싶어요. 요즘 인생 목표 중 하나가 바이 컨텐츠로 어떤 칼럼, 지면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기고해보고 싶다는 거에요. 복학하고 안정이 되면, 언젠가도 오픈리 퀴어가 되고 싶으니까, 그쪽으로 나가고 싶어요.



샤샤님은 운동이나 활동에 대한 의욕은 있으나 지금까지 바이에 대해 흔쾌히 받아들이는, 즉 바이포비아를 받지 않는 단체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듯 했다. 이것은 다른 바이분들에게도 어느 정도 해당되는 것이라 믿는다. 바이섹슈얼들이 삭제되면서 바이포비아가 만연한 분위기가 되고, 때문에 단체에서 바이포비아와 마주칠 게 두려운 바이섹슈얼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이러면서 바이들에게 열려있는 단체들에 대한 정보 역시 부족해지는 이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이는 빈칸이다' '바이는 독자적 아젠다가 없다'라고 하기 전에 커뮤니티 내부의 자정작용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내 주위에는 성소수자가 없는데?" 라고 말하는 비성소수자들에 대해 비웃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주변에 성소수자가 없는 이유는 너의 태도 때문이다"라고. 바이가 삭제되어 안 보이는 것 같은 현상도 퀴어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바이포빅한 태도 아닐까.



#  현재 우리나라에서 바이 이슈에 관련해서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바이모임 웹진이 있다. 글을 써서 올리는 곳이고, 늘 항상 열려있다고 하니 한번 들어가보셔서 다른 바이분들이 기고한 글을 한번 읽어보고 동질감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http://bimoim.tistory.com/


국제적으로 연대를 맺고 싶은 바이분들을 위해서는 BiNet USA가 추천해준 국제 바이섹슈얼 네트워크가 있다. https://www.facebook.com/groups/12391992191/ 책 중에는 Shiri Eisner 의 "Bi: Notes for a Bisexual Revolution" 과 현재 영국 바이섹슈얼 운동가가 펴낸 "Purple Prose: Bisexuality in Britain"이라는 책이 있다. 아직 둘 다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다라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아마존에서 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시태그 하나를 기점으로 이 글을 마치겠다. #StillBisexual, 즉 지금도 바이섹슈얼이라는 뜻을 가진 태그인데, 바이섹슈얼리티는 하나의 단계라는 인식에 맞서서 우리는 지금도 바이섹슈얼이고 (과거에도 미래에도) 계속 바이섹슈얼이라는 뜻을 가진 구호다. 9월 23일 바이 가시화의 날에 이 태그를 클릭하면 사진과 함께 이 태그를 써서 올린 사람들 역시 볼 수 있다. 원래는 2015년 1월에 시작된 이 태그는 바이섹슈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바이포빅한 사회에 맞서서 싸우자는 뜻으로 만들어졌고, 가시화를 목적으로도 쓰인다. http://stillbisexual.com/ 이라는 사이트도 존재하고, 온라인 샵도 있어서 관련 상품도 구매할 수 있다. http://stillbisexual.bigcartel.com/ 개인적으로는 "바이섹슈얼들을 그만 지워라"라고 쓰인 지우개가 당긴다.


다들 행복한 바이섹슈얼 가시화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관련 자료

https://robynochs.com/whats-in-a-name-why-women-embrace-or-resist-bisexual-identity/

http://sf-hrc.org/sites/default/files/Documents/HRC_Publications/Articles/Bisexual_Invisiblity_Impacts_and_Recommendations_March_2011.pdf

http://www.advocate.com/bisexuality/2014/07/01/bisexual-jamaican-denied-uk-asylum-due-dishonest-sexuality

https://thinkprogress.org/why-affirming-bisexuality-is-a-public-health-concern-17a1b533201a#.33ty9c4gk

https://thinkprogress.org/new-studies-illuminate-the-unique-experiences-of-bisexual-men-and-women-fd36d26c18cd#.mer6yk4em

http://lawjournal.mcgill.ca/userfiles/other/2501487-Rehaag.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