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우리 함께 변해볼까요?

by 행성인 2016. 12. 13.

은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안녕하세요, 행성인 회원이자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은찬입니다. 이전에는 세이프 스페이스로, 청소년 자긍심팀으로 회원들에게 인사를 드렸는데, 띵동으로 인사를 드리게 된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저는 띵동에서 다양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고민이 있거나, 어려움을 들고 찾아오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납니다. 학교, 가족, 또래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차별, 폭력을 경험한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차별, 폭력이 너무 익숙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됩니다.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이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사회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띵동에 활동하기 몇 년 전, 저는 행성인이 동인련이었을때 청소년 성소수자 당사자로 활동했습니다. 10대 회원이 저밖에 없었던 시절, ‘은찬이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청소년 자긍심팀(現 청소년 인권팀 나이반)이 시작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관심이 있던 회원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고, 춥고 조그마한 성북동 사무실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조금씩 모였습니다. 그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우리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삶을 공유하는 자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근 구술사 프로젝트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 자긍심팀과 청소년 활동을 돌아보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청소년 자긍심팀은 다양하고 활기찬 활동들을 다음과 같이 진행했습니다. 놀토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만나는 다양한 프로그램, 길거리에서 청소년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내는 캠페인 등 다양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던 인터뷰 프로젝트를 통해 <작은 무지개들의 비밀일기> 도 발간하였습니다. 청소년 자긍심팀은 동인련 내에서 가장 시끄럽고 활기찬 곳이었습니다. 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띵동에 방문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처럼 당시에도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혐오, 차별에 대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차별발언을 들었던 이야기를 나누었고,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했지만 따돌림을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소중한 친구의 죽음을 곁에서 보내야할 때도 있었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차별, 혐오, 폭력을 일상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청소년 시기 제가 고민했던 것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아직도 많고, 안타까운 사건은 아직도 계속해서 주변에서 발생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와 폭력은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띵동과 같은 곳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라고 말해주는 청소년 성소수자들 덕분에 힘이 납니다. 그리고 상황이 안 좋을수록 띵동이 하고 있는 활동의 필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는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있습니다. 학교 내의 괴롭힘에 용기 있게 대처한 경험이나 학교에서 받은 차별 사례에 굴하지 않고 직접 행동하여 바꿔나가는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뿌듯해지고, 힘이 나는 이러한 이야기들은 저에게도, 다른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도 희망을 줍니다. 우리는 그래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사람들과 사회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내년에 행성인 운영위원으로 함께 하며, 회원들을 더 가까이 만나는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불안하고 어두운 한국 사회에서 커뮤니티는 더 단단해져야하고, 연결되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더 행동하고, 움직이고, 실천해야 사람이 모이고, 바뀌고, 연결됩니다. ‘활동’이라는 것은 특정한 대상, 특정한 공간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자긍심이 생긴다면 내가 변하고, 주변이 변합니다. 변화는 어렵고 무서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 신나고 즐거운 일입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활동’일 것입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항상 연결되어있으며 어려움을 마주쳤을 때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아요. 우리 함께 변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