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아(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소수자 노동권팀)
안녕하세요. 노동권팀 활동을 이제 막 시작한 슬아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회원가입은 지난 여름에 했으니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났네요. 행성인에서 열리는 이런 저런 행사들에 참여하며 2016년 하반기가 흘러간 것 같아요.
뒤풀이 자리에서 누군가 행성인 회원이 된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여유가 생겨서’ 라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달마다 받는 급여가 생기면서 지지하는 단체들에 정기적으로 후원을 할 금전적 여유가 생겼고, 노동 장소에서 에너지를 많이 뺏기지 않았기에 근무시간 이후 활동해보겠다는 심적 여유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노동권팀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필수적으로 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그 노동 때문에 삶이 매몰되는 경우를 주위에서 너무 많이 봤어요. 저는 ‘운 좋게도’ 빚 없이 졸업을 하고, 노동이 삶을 집어삼키지 않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런 환경은 사실 ‘운’이 아니라 ‘권리’로 당연히 주어져야 하지요. 돈을 벌지 못하는 노동을 할지라도 생계가 위협받지 않는 사회를 궁극적으로는 꿈꾸기도 하고요. 사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당장 내년 여름 이후를 알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이기도 합니다.
노동자 정체성 외에도 저는 여성,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정체성 때문에 겪는 차별에 겹치는 지점이 많다고 느낍니다. 노동권팀에서 중첩되는 부분들을 언어화하고, 운동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해 본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정제되지 않은 생각만 너무 많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것저것 시도하고 공부하면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고 싶습니다. 또 사회적으로 가진 권력이 없는 집단일수록 함께 모여서 화를 내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중점으로 생각하는 문제가 다른 집단끼리 어떻게 연대하고 어떻게 화를 내야하는가’에 대해서도 행성인에서 함께 생각해보고 싶네요.
두루뭉술한 기대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는데, 사실 행성인 회원이 되어 제일 즐거웠던 건 ‘아마도’ 비슷한 고민을 해보았을 사람들을 새로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2016년은 단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해였던 것 같아요. 이번 해에는 조급한 마음은 버리고, 욕심도 조금 미루고 우선은 16년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2017년에는 조금 더 알록달록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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