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군인 신분으로 동성간에 합의된 성행위를 하면, 군형법 92조의 6에 따라서 처벌받는다. 2017년 5월 24일 육군 대위 한 명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왜 동성애 처벌조항이 군형법에 있고,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일이 군대에서 발생했고, 실형을 선고하는 일이 군사법원에서 일어났을까? 군대는 왜 이렇게 우리의 존재를 그리고 나의 존재를 ‘범죄’로 취급할까?

 

 

사람을 죽이는 곳의 인권

법 측면에서 군인은 “복지”의 대상이지 “권리”를 가진 존재로 보지 않는 듯하다. 사실 군대가 인권을 말 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 이유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연구하고 배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지킨다”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되어, 인간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져 있는 집단이 군대다.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을 죽여도 되는가? 한국 사람을 죽이려는 존재는 죽여도 되는가?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는 죽여도 되는가? 평화를 위해서라는 말을 하며 사람을 죽여도 되는가? 아니다. 인간, 아니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존재를 죽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안 된다. 그게 평화다. 평화를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 그렇게 반인권적인 “사람 죽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반인권적”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애초에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인권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인권이 없는 공간에서

“권리”가 논의되지 않는 군대에서, 군대 문화를 지배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다수자가 만든 자신들만의 “정상성”이다. 군대가 아닌 한국사회도 “정상성”이 지배하지만, 군대는 더 두드러지게 “정상성”이 지배한다. 군대의 정상성에 따르면 군대에 징집된 사람은 모두 남성이고, 모두 여성을 좋아하는 존재다. 이 밖에도 여성을 혐오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남성 권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법을 익혀야 한다. 목소리를 굵게 내야 하고, 각을 잡아 이불을 게야 하고, 서열에 의해 먼저 들어온 선임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 정상성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관심 병사”로 낙인 찍어 특별관리 된다.

 

무서워서 범죄자가 될래

나는 1년 전, 양심적 병역거부를 결심했고 병역거부를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나는 동물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다. 군대에서 채식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성소수자이다. 군대는 나를 범죄자로 여긴다. 그래서 나는 군대가 너무 무섭다. 이미 사회에서도 ‘비정상적’인 존재로 낙인 찍혀 살아가지만, 사회에는 연락할 친구가 있고 의지할 존재가 있다. 하지만 정상성이 지배하는 군대에 가면 나의 ‘비정상성’을 숨기고 살아야만 한다.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범죄자가 되는 것이 군대에 가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

 

나는 벽장을 나와 미디어에 얼굴을 공개하는 성 소수자 이고,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존재를 죽이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거부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세상의 권력구조를 파악하며 문제 제기 하는 사람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나를 사랑하며, 내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는 벽장에 들어가기 싫고, 동물을 먹고 싶지 않고, 평화의 신념을 포기하기 싫다. 이런 나를 변하게 할 군대라는 공간에 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병역거부를 결심했다. 적어도 감옥은 성소수자를 독방에 넣기에, 내가 다른 사람 사이에서 정상성을 강요받지 않아도 되니까.

 

 

어떻든 나는 범죄자다

그러나 동성애자 군인을 처벌한 사건은 나를 또 무너지게 한다. “범죄자”가 되느냐 마느냐는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 나는 범죄자가 되기로 했지만, 이제 범죄자가 되는 것은 결심이 아니다. 병역거부를 하든, 군대에 가든 나는 한국 사회에서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나는 범죄자다.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우기 싫다면,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지 않은 것인가? 군대에서 동성과 섹스하면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지 않은 것인가?

 

군대야 없어져라

군형법 92조의 6 폐지를 위해서 나는 목소리를 끊임없이 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군대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혐오할 것이다. 말했듯이 사람죽이는 집단에서 인권이 논의 되는 것은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군대는 사라져야 한다. 전쟁이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를 죽이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안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죽여야 한다면, 그 안보는 없어도 좋다. 누군가를 죽여 내가 살아야 한다면, 그냥 죽겠다. 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안보를 위해 몇 명을 죽여야 하는가? 군대는 평화를 위해 사라져야 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소수자를 위해서라도 사라져야 한다.

 

군형법 92조의 6 폐지를 위하여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하여, 군대 없는 나라를 위하여,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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