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2017년 6월 29일 행성인 사무실에서는 6월 정기회원모임 <우리가 군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중이신 용석님이 군대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강연을 (징병제, 모병제, 병역거부운동의 역사, 평화란 무엇인가, 해외 사례 등) 해주셨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이어진, 행성인 회원들의 열띤 질의 응답과 토론이 군대에 대한 성소수자들의 높은 관심과 고민을 반증했는데요. 이 글은 정기회원모임에 참여했던 덕현의 후기입니다.

 

 

 

 

덕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우리는 "군대 동성간 성폭력을 막고 군기강을 유지하기 위해 군형법 제92조의6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설득시켜야 했다. 그래서 미군을 예로 들며 동성애자가 얼마나 훌륭한 군인일 수 있는지 보여주고, 오히려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가 군기강을 무너트린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러한 반박은 군대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고, 그래서 군기강을 유지시키는 것은 중요하고, 성소수자 차별만 사라지면 별 문제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군형법 제92조의6이 폐지되고 군대 내 성소수자 차별이 사라진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우리가 군대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 일까?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하는 용석님은 병역거부운동의 역사와 여성도 군대에 가는 것이 성평등인지, 징병제와 모병제에 관한 논쟁과 현실 사례들을 발표했다. 초기에는 병역거부자들이 뭔가 거창한 신념과 대의가 있어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압박감이 강했는데, 다양한 병역거부자들이 나타나면서 병역거부와 병역기피가 그렇게 쉽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떤 성소수자 병역거부자의 소견서에는 “나는 강하지 않다. 나의 약함을 긍정한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전 소견서 내용들과는 매우 달랐다고 한다.

 

군대가 요구하는 군인은 (적이라고 불리는) 인간을 죽일 수 있고, 이유불문하고 위계질서에 복종하고, (대체로 여성차별적이고 동성애혐오적인) 남성문화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이런 군대를 거부하는데 그 이유를 조목조목 대는 것과 그곳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어 군대에 가지 못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결국 폭력적인 군대 시스템이라는 같은 이유로 군대를 거부하지만 하나는 병역거부자고 하나는 병역기피자인가?

 

여성징병제와 징병제/모병제 관련 논쟁, 사례들은 현실에 깔끔한 답 따위는 없다는 걸 보여줬다. 한국의 경우 정책입안자나 군 관련 전문가들은 여성 징병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데, 남성이 ‘역차별’ 당한다는 인터넷의 일부 사람들이 여성 징병을 이야기한다. 2013년 유럽최초로 여성징병제를 시작하게 된 노르웨이의 경우에는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비슷한데, 군대가 남성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마지막 집단이었고, 사회주의 계열 정당 젊은 여성들이 여성 징병을 주도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여성군인의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데, 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시절 저항 세력에 맡서기 위해 군인이 필요해지자 흑인 남성과 백인여성을 모집하였기 때문이란다.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에 새로운 군대는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논의가 있었고, 이 때 여성단체에서 “설사 인종차별 제도 지키기 위해 여성을 군대에 고용했더라도, 민주적 군대는 여성 군인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현재와 같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용석님은 단순히 찬성/반대의 입장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군사주의에 균열을 내는 질문들을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징병제가 되든 모병제가 되는 여성징병이 되든 아니든 군사화는 더 심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군사주의를 약화시는데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군사주의에 균열을 내는 질문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군사주의는 무엇이고 우리는 왜 이것에 반대해야 할까. 군사주의는 적을 깨부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 되도록 한다. 한국사회에서 북한정권을 없애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다른 것들은 안보를 방해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틈만 나면 해대는 주적이 누구냐는 질문이 이를 잘 보여준다. 모든 문제를 적과 우리로 이분화시키고 다른 목소리들을 배제시킨다. 노동운동도 빨갱이고, 성소수자인권운동도 종북게이들이 하는 거고. 군사주의는 적과 싸우기 위해 사람들을 부품화시키고 그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추장스런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군대시스템은 병사들을 관리하기 위해 위계화시키고 인권침해를 방기한다. 안보를 이야기하지만 그 안보가 무엇인지 누구의 안보인지는 파고들지는 않는다. 성폭력 위험때문에 밤길을 걷은 것조차 두려운 여성에게 안보란 무엇일까? 핵발전소 옆에 사는 주민들에게 안보란 무엇일까?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는 군대에 있는 게이들에게 안보란 무엇일까?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위험한 수술을 해야만 하는 트랜스여성에게 안보란 무엇일까? 온갖 방산비리를 저지르는 군관련자들에게 안보란 무엇일까?

 

나에게 있어 군사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지금 당장 군대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안보”가 되기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질문하고, “나를 지키기 위해 적을 없애자”라는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 좀 더 복잡한 세계를 바라보자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성소수자가 군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게 있을까? 이후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다.

 

'종북게이' 성소수자에게 평화, 안보란 무엇인가

성소수자가 군사주의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종북 게이' 이 단어는 볼 때마다 놀랍다. 마치 미국의 역사가 갑자기 한국에 튀어나온 것 같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공산주의자를 색출하여 몰아내려는 매카시즘이 있었는데, 이 때 많은 동성애자들이 간첩일거라는 명분으로 색출되어 처벌당했다. 군사주의가 강해지면 질수록 이 사회에서 좀 다르다고 여겨지는 존재들은 적으로 여겨지기 쉽다. 적이 불안한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을 일으키는 우리 안의 존재들을 없애 안정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북한 간첩 조작 사건들이 증명하듯이 한국의 지배계층은 이러한 불안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세력을 유지시켜 왔다. 성소수자라는 적을 만들어 이들이 자신의 가정과 국가안보를 무너뜨리고 그래서 반대해야 한다고 거짓 선동함으로써 자신의 편을 만드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안보가 무엇인지, 성소수자에게 안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일은 성소수자인권운동에도 중요한 일이다.

 

병역 거부 그리고 군대에 가고 싶어하는 성소수자

군대에 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이들이 많다.  남성만 모여있는 공간이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많은 이들에게 병역거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특히 비장애인 남성을 징집대상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는 태어났을 때의 지정성별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트랜스여성들을 군대에 몰아넣고 있다.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서는 수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는 큰 문제다. 반대로 군대에 가고싶어하는 성소수자도 있을 것이다. 군대는 성별이분법이 매우 강력하게 작동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들에게 더욱 억압적이다. MTF 트랜스젠더가 여군으로 입대를 할 수 있고, FTM 트랜스젠더가 남성으로 입대해 차별없이 군생활을 할 수 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할까? 성별이분법적인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진 않을까? 여성과 남성이 같이 훈련받고 내무실도 같이 사용하는 노르웨이의 사례(http://www.hankookilbo.com/v/ef027659a1b54fd1b7b8992aff8950d2)는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한국에서는 징병검사와 입영검사시 에이즈 검사가 실시되는데, 이 때HIV 감염사실이 확인되면 병역면제되거나 전역조치된다. 이러다보니, 취업을 할 때 병적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곳들에는 사실상 취업하기 힘들어진다. (http://hr-oreum.net/article.php?id=1147) 군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HIV 감염인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결국 군대라는 곳이 존재하는 한 성소수자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환경을 바꾸는 활동들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핑크워싱? 퀴어문화축제 오는 미국 대사관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사드배치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근처 주민들을 위험으로 몰아넣기 때문에 반대한다면, 우리는 미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미국 대사관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는 사드배치 반대 주민들과 미대사관 모두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 우리는 누구와 연대해야 할까.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성소수자들은 무엇을 해야 되는 걸까. 미 대사관 부스 앞에서 사드반대 피켓시위, 아니면 미대사관이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아 축제 조직위원회 측에 전달해야 하나. 미대사관의 퀴어문화축제 참여가 아니더라도 미대사관으로부터 받는 돈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사드 배치는 반대하고 미국 대사관에서 받는 돈은 그대로 받아도 되는 걸까. 행성인이라는 단체안에서도 많은 토론과 합의의 기반들을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필요한 것 같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미국의 이미지가 패권을 확장하고 유지시키기 위해 세계 곳곳에 저지른 악행들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다. 미국을 좋은 나라 혹은 나쁜 나라 둘 중의 하나일 수 밖에 없다고 가정하는 것 같은데, 어떤 국가를 하나의 이미지로만 인식하는 것이 껄끄럽다. 미국의 성소수자 친화적인 접근들을 모두 이미지 세탁을 위한 전략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분명 그 안에서 싸워온 성소수자들이 이룬 성과이기도 할 것이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미제국주의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배치와 같은 사안을 알리는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연대의 지점들을 늘리고, 미 군사 패권주의 대해 공통된 입장을 만들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연결된 활동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게이 데이팅 어플에는 왜 군인들은 인기가 많을까

게이 데이팅 어플에서 군인은 인기가 있다. 군복이나 제복에 대한 페티쉬일 수도 있고, 가장 이분법적인 남성성을 보여주는 군인에 대한 판타지 일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이 끼스러운 게이들을 배척하는 것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게이 커뮤니티는 군대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할까. 게이 커뮤티니의 문화들이 군사주의와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레즈비언 커뮤니티나 MTF, FTM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는 군대라는 주제로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까. 커뮤니티 별로 군대에 대한 이미지도 다를 것 같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후기를 쓰다보니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와 내 생각이 모두 섞여 이상한 글이 되어 버렸지만, 여러 질문들이 정리되어 좋았다. 모임에서 농담처럼 국방부가 퀴어퍼레이드에 군복을 입고 오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되냐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앞으로 우리가 가야될 길이 얼마나 멀지, 그 길이 어떤 길이어야 할지, 많은 고민들을 상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이 보면 좋을 자료

반군사주의 평화운동에 성소수자운동의 시각이 필요한 여덟가지 이유

http://www.withoutwar.org/?p=1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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