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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어디로 떠밀리든 존엄한 삶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by 행성인 2017. 6. 23.

나라(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국장)

 

오늘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난민의 날을 맞아 저를 비롯해 행성인 회원들이 참여해 시작된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행성인에서 상임활동을 시작한 뒤 저는 종종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성소수자들의 상담 및 지원 요청을 받았습니다. 몇 년 전 회원으로 가입해 간간히 모임에 참석한 난민신청자 회원을 만난 기억이 있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작년 말에는 아랍에서 온 레즈비언 커플이 갈 곳 없는 상태에서 연락해 온 일이 있었습니다. 급하게 머물 곳을 구하고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난민 제도 및 지원 체계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해 난민인권 단체 활동가들에게 상담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최근에는 행성인도 함께하고 있는 HIV/AIDS 인권운동 단체 나누리+로 아프리카에서 온 HIV감염인 난민신청자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난민을 만난다는 것은 낯선 타국 땅에서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하는 난민들의 처지만큼이나 막막한 일이었습니다. 동시에 난민인권, 난민지원 단체들에서도 성소수자 난민신청자를 만나는 일이 늘고 있는데, 성소수자에 대하 이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몇 년 전에는 한 단체에서 아프리카 출신 성소수자 난민신청자를 돕기 위해 정신과에서 성정체성에 대한 소견을 받게 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성적지향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라 생긴 일이었습니다. 종교 기반의 난민지원단체의 활동가가 공공연히 동성애에는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합니다.

 

제도적 차원에서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인권 감수성이 전무한 상황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성소수자 난민들은 대부분 난민 심사 인터뷰 경험을 모욕적이고 차별적이라고 말하지만 제대로 된 문제제기와 대책마련은 없었던 상황입니다.

 

한국 내 난민신청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성소수자와 HIV/AIDS 감염인 난민들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는 거부당하고 밀려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한국 땅을 떠나 이국에서 난민신청을 한 친구들이 있기도 합니다. 난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로서 이중고를 겪을 소수자난민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간헐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던 성소수자, HIV/AIDS, 난민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의 네트워크지원사업에 선정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주로 난민, 성소수자 HIV/AIDS 활동가들이 서로의 영역에 대한 경험과 정보, 지식을 나누며 소수자 난민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만나며 네트워킹하는 활동을 벌일 계획입니다. 6월 27일 첫 프로그램으로 HIV/AIDS인권과 난민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회가 열립니다. 소수자난민 관련 활동에 관심 있는 회원이 계시면 언제든 저에게 연락주시면 좋겠습니다.(parenba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