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 (퀴어라이브 in 광주 기획단)

 


와 읽는 것만으로 맘이...ㅠㅠ


퀴어라이브 in 광주. 역사적인 광주 첫 퀴어 행사에서 나는 얼떨결에 발언을 맡게 되어버렸다. 처음으로 발언을 제안 받았을 때, 대한민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너무너무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혹시나 아웃팅 당하면 어떡하지. 혹시나 아는 사람이 지나가다 나를 보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 세상을 향한 나의 발언 욕구가 날 가만히 두지를 않았다.

 

발언을 하게 된 주제는 차별금지법 제정주제를 결정한 순간 평소 하고 싶었던 말들, 끙끙 앓고 있던 고민들을 써내려나갔다. 술술 써내려가다가 순간 흠칫한 순간이 있었다. 이미 차별금지법을 주제로 많은 훌륭하신 활동가분들이 발언을 했을텐데, 내가 얼마나 참신하고, 얼마나 더 멋있게 발언할 수 있을까..... 하지만 뭐 그게 중요할까. 그냥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발언을 준비했다.

 

행사 당일. 너무 떨렸다. 점심도 못 먹을 정도로. 심지어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장소 문제로 분위기가 싸해지고, 시간도 갑자기 변경되고, 뭔가 망할 것 같은 분위기에 더욱 초조해져갔다. 다행히 문제가 잘 해결되고, 같이 온 친구가 사준 청심환()을 먹고, 부스가 준비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그렇게 시작된 광주 첫 퀴어의 목소리 속에서 나의 떨림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발언을 작성할 때, 문득 떠오른 건 지난 6월 고려대에서 화제가 됐던 좋아해 마지않는 너에게라는 제목의 대자보였다. ‘차별이라 함은, 존재의 부정이라 함은 절대 무겁고 특별한 하나의 사건만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없거나, 함께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릴 수 없거나,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에 서로가 미안해하거나그렇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차별 받고 존재가 사라진다.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한다고 당장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내가 내 애인과 손만 잡아도 이목이 집중되는 사회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순간 존재를 삭제당하는 성소수자들은 우리의 존재를 법에 단 한 줄이라도 추가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 존재의 빛남을 알고, 결국 스스로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들, 그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THE GREATEST’ 전주가 흘러나오자마자 눈물을 흘려버린 퍼포먼스를 끝으로 나의 고향, 너무나도 익숙한 충장로에서 무지개행진을 시작했다. 무지개가 거리를 지배하고, ‘동성애 반대와 혐오에 맞서 싸우고, 여러 가지 구호를 외쳤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작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은, 혐오와 차별 없는, 누구도 어떠한 불안감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사회일 것이다. 퀴어라이브 in 광주는 그런 사회로 향하는 첫 발걸음이었다.

 

( + 사실 그날 내가 아직 커밍아웃 하지 않은 친구들도 나의 발언을 들으러 퀴어라이브에 방문해주었다. 발언을 통한 나의 급작스러운 커밍아웃에 당황하지 않고, 발언 너무 잘 들었다고 말해주고, 같이 무지개 행진에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다들)


 

(참! 아직 퀴어라이브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회계 정산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생한 퀴어라이브 운영자들에게 힘이 되고 싶으시다면 후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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