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광주여성민우회 / 전국퀴어모여라)


 

                                                      감동적이었던 시나페의 공연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에 압도당하는 공연보다는 작지만 묵직하고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연을 좋아한다. 지난 11월 18일 퀴어라이브에서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들과 함께 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그랬다.


우리의 공연은 특별한 무대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는 무대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정교하게 장인의 손길이 깃든 소품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같은 것을 노리는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는 생애 최고의 공연이었다.


나는 광주여성민우회 페미니즘연극소모임 시나페의 배우다. 이번 공연은 배우로서가 아니라 연출가로서의 첫 공연이었다. 하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퀴어라이브를 준비하느라 너무 바빴고, 담아내고 싶은 이야기를 많았다. 대본을 쓰고, 몇 번을 고치고, 숨 돌릴 틈도 부족할 정도로 매일같이 쏟아지는 업무에 많은 연습시간을 낼 수 없었던 배우들과 연습을 하는 모든 시간이 나에게는 처음이라 버거웠다.


그리고 퀴어라이브 공연 당일은 올해 들어서 가장 추웠다. 게다가 공연 전 리허설 시간은 장소 대여 때문에 가뿐히 날려버리기 까지 했으니 여러모로 즐겁지 않은 날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작고 소박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이야기 였으니까.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나, 너,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나의 온 신경은 ‘우리’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2016년 6월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한 게이클럽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이 사건의 핵심을 ‘성소수자혐오’가 아닌 ‘미국 내 이슬람테러’와 ‘총기소지’로 이야기했다. 2016년 5월 17일, 한국에서 범인이 여성을 살해한 이유로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말했지만 언론과 사회는 ‘여성혐오범죄’가 아니라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결론지었다.


공연을 하면서 우리 배우들은 울먹였다. 작년 6월 12일에 올랜도의 게이 클럽에 있지 않았고, 작년 5월 17일에 강남역에 있지 않아서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것은 ‘우연히’ 일 뿐이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약자라는 점에서 여성과 성소수자는 닿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너’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다. 나의 삶이 남의 혐오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상상할 수 있을까?


공연을 마치고 한 활동가가 나에게 말했다. “도담이 대사를 할 때 자기 이야기처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연습 때는 대사를 빨리 외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대사가 와 닿지 않았어. 하지만 공연 때는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함께 있으니, 대사가 마음에 다가왔다”고 말이다.


조금씩 균열이 가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소수자에 대한 혐오문화는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로 인한 피해자들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연히 살아남은” 우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너무나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이다. “흔들리면서 가더라도 서로의 손을 붙잡고 끊임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가자.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니까!”

 


(퀴어라이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회계 정산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퀴어라이브 in 광주에 힘을 보태고 싶으시다면 후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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