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행성인 회원, 언니네트워크 활동가)

 

 

안녕하세요, 더지라고 합니다. 여성주의문화운동단체 언니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면서 최근 퀴어페미니스트매거진 펢 2017 특별판을 펴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를 행성인 회원으로 소개하는 것이 낯설기도 합니다. 저에게 행성인은 무지개행동의 믿음직한 연대단체, 오랜 얼굴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 다채로운 목소리를 내는 역동적인 공간, 이따금 집회에서 언니네트워크의 깃발이 없을 때 은근 슬쩍 껴들어 함께 걸을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아! 저는 행성인 몸짓패에 두어 번 기웃거린 전력도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행성인 회원으로 제대로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행성인 회원 더지입니다.(_ _)

 

‘일상’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일상은 때로는 벗어던지고 싶은 무언가로, 때로는 되찾고 싶은 무언가로 떠올려집니다. 종종 푹 젖어있던 세계관을 깨고 ‘나의 일상을 흔드는 것’이 운동인 것 같기도 합니다. 동시에 ‘누구에게나 일상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것’이 운동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재난, 질병, 차별과 폭력의 고통을 막고자하는 행동과 더불어, 그런 고통을 겪더라도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그 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행동인 것 같습니다.

 

최근 CBS의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약칭 ‘세바시’에 성소수자 인권과 젠더민감성을 주제로 한 강연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항의가 있었고, 곧 이 강연 영상이 비공개 처리된 일이 있었습니다. 함께 출연한 강연자인 손아람 작가가 ‘내 영상도 내려달라’며 항의 행동을 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단호한 목소리 덕분에 세바시 제작진은 방송사의 지시에 맞서 해당 영상을 재공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제가 편지를 쓰는 오늘까지의 상황인데, 제 편지를 읽게 될 지금 즈음에는 또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감히 추측컨대, 세바시 제작진이 그 영상을 재공개하기까지 그 제작진들의 일상은 흔들렸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흔들리고 있는 중일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겪고 있는 강연자는 두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 상황을 지켜본 여러분들의 일상은 어땠나요?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 이런 일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저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회복력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차별과 폭력에 익숙해져 고통에 무감해진 일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 전과 다른 새로운 일상에 우리의 희망이 있겠지요. 그리고 그 새로운 일상은 결코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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