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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행성인 활동가 편지

[활동가 편지] '쓰까'를 넘은 진짜 연대

by 행성인 2017. 12. 9.

나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후원회원)

 

 

안녕하세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나영입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초창기부터 만나 어느덧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만나고 연대하며 지내왔네요. 학생운동을 하면서 아직 스스로 성적지향에 대한 확신이 없고 성소수자 커뮤니티 활동도 적극적이지 않던 시절에 집회 현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만나면 항상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무지개 깃발의 의미를 알아보지만 그 때는 나만 알아보는 비밀 같은 것, 누군가가 같이 알아볼까 싶어 더 두근거리는 깃발이었거든요.

 

동인련-행성인의 무지개 깃발은 어느 현장에서든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소수자 관련 집회 뿐 아니라 노동, 철거, 이주, 장애, 여성, 평화, 청소년, 감염인 인권운동의 현장까지 빠짐없이 나타나는 무지개 깃발이 있었기에 성소수자 운동의 현재도 더욱 든든하게 다져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한진중공업 앞으로 찾아갔던 무지개버스에서, 여성가족부 앞에서 300여일 가까이 농성을 했던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기업의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여성노동자 투쟁에서, 3년 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와 함께했던 여성살해 반대 행동에서 만났던 행성인의 모습은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현장 연대를 넘어 여성모임, 노동권팀 등을 통해 의제의 연결을 고민해가는 행성인을 보며 저도 같이 영감을 얻고 힘을 받고 있어요.

 

올해 이 바닥 유행어 중 하나가 ‘쓰까페미’였는데, 행성인이야말로 ‘쓰까’를 넘어 진짜 연대가 무엇이고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든든한 저의 동지입니다.

 

올해는 정말 어떻게 1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많은 사건과 이슈, 속쓰리고 골치아픈 논쟁들이 있었지만 펄럭이는 무지개 깃발 아래 환한 얼굴의 씩씩한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도 우리, 퀴어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