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소지인권아카데미 3기 첫 강
– 오리엔테이션 및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어떻게 이해하고 말할까?
지난 수요일 SOGI인권아카데미 3기가 개강하였습니다. SOGI는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의 약자입니다. 그러니까 주류 통념과 다른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인권 문제를 배우고 나누는 교육입니다. 이번에 행성인에서는 다섯 명의 회원이 함께 듣고 있어요. 총 6강 중 첫 강의는 오리엔테이션 및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개괄하는 시간이어서 다섯 명이 모두 함께 짧은 후기를 나누었고요. 앞으로는 매 강마다 한 명씩 돌아가며 후기를 올릴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소성욱 (행성인 노래패)
소지인권아카데미 3기는 수강자들의 소개와 계기, 포부 등과 함께 시작되었다. 수강자들의 열의가 느껴졌고 나의 열의 또한 덩달아 더욱 불타올랐다. 1강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기본 개념과 간단한 역사의 내용이었다.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던 주제였음에도 매우 긴장되었다. 아, 그 긴장감은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중요한 것을 공식적으로 배울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서 나온 흥분감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92년 캐나다에서 총리가 과거 성소수자 탄압의 역사를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동영상이다. 탄압과 혐오의 정치가 지속되는 한국의 현실이지만 그래도 상상해보았다. 한국에서 정부가 성소수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한다면.. 기독교세력이 성소수자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다짐해본다. 사과를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겠다고. 열심히 배워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굳게 마음을 다잡았다.
구도영 (행성인 여성모임)
그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전해듣기만 했던 소지 인권아카데미, 올해 초 3기 신청을 하게 되어 운 좋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시간은 참여자들과 강사진 소개, 강의 안내로 시작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유쾌하게 혹은 진지하게 아카데미 참여 포부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첫 강의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이야기했다. 우선 몇 주 전 재미있게 본 티비 프로그램인 EBS 까칠남녀 오프닝에서 출연자들이 당당하게 “우리는 LGBT예요!” 라고 소개하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의 의미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또한 강의를 들으면서 평소에는 용어만 들어보고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던 다양한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도 소지 인권아카데미를 통해 꾸준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월 (행성인 성소수자 부모모임 실무팀, 웹진기획팀)
작년 5월에 행성인에 가입한 이후, 활동하던 팀들의 실무를 따라가기에도 벅차 스스로 뭔가를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활동량이 점점 늘어가고, 점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의 무식으로 인한 한계를 느껴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관련 이슈들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 때마침 같은 팀의 활동가 한 명이 내게 소지 아카데미를 추천했고, 나는 사양할 것도 마다할 것도 없이 덜컥 소지를 수강하기로 결정했다. 막연한 설렘을 안고 강의실에 도착한 첫날, 첫 강의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성적지향/성별정체성 개념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소수자 당사자이거나 활동가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로 해당 강의를 수강하는 수강생들이 많아 신기하고 반가웠다. 앞으로 약 6주를 함께할 소지 아카데미에서 활동에 대한 고민을 한 뼘 더 넓히고 돌아가(?)려 한다.
민해리 (행성인 여성모임)
소지 1기때는 배움이 귀찮아서, 2기 때는 바쁜 직장 생활을 핑계로 듣지 않고 있다가 수강했던 지인들의 격한 추천과 후기 덕에 신청하게 되었다.
인권 이슈와 쟁점, 법률 용어들이 낯설어 고민도 살짝 되었지만, 한희님의 첫 강의에서 그 걱정은 사그라들었다.
생소한 용어들도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었고, 배움과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강의였다.
오리엔테이션에선 어떻게 신청하게 되었는지, 이 강의에서 어떤걸 배워갔으면 좋겠는지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생각 외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고 각자가 가진 배움의 욕구와 필요성들이 달라 재밌었다.
행성인 내 소모임을 하면서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활동하면서 사용하는 언어나 설명하는 용어들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는지 또 잘못된 정보를 얘기하진 않았는지 늘 걱정했었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지오 (행성인 상임활동가, 웹진기획팀)
이번 소지인권아카데미 3기 첫 시간에는 총 24명이 참가했다. 자기소개를 하며 휘 둘러보니 한 번쯤 얼굴을 뵌 분들이 꽤 되었는데 그 외에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대해 알고 싶어 참여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많았다. 소지강의는 뒤풀이가 핵심이라는 진행자의 부연에 앞으로 이 분들과 나누게 될 술자리, 이야기자리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었다.
첫 강의는 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님이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개괄하여 설명해주었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범성애자, 무성애자, 인터섹스, 퀘스쳐닝 등 LGBT를 넘어선 다양한 정체성의 범주와 용어들을 짚었다. 범주는 넓고도 넓고 용어는 많고도 많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별정체성은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문제이고, 성적 지향은 누구를 좋아하는가의 문제라는 가장 기본적인 설명이었다. 나는 그동안 누구를 좋아하는가에 대해선 많이 생각해보았지만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다양한 범주와 용어들이 어떻게 어렵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한희님도 계속 공부해나가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무척 많다면서 <LGBT+첫걸음>이라는 책을 추천해주었다. 마침 행성인 사무실에 책이 있어 살펴보니 LGBT+의 세계는 정말 방대했다. 그동안 나 자신을 무엇으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며 그런 용어나 범주에 날 넣어보기를 꺼려했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고 책을 읽다보니 그 또한 나를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사귀거나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느낀 긴장과 의문, 다양한 감정들을 추적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물론 여전히 그래서인가 저래서인가 고개가 갸웃거려지고, 억지로 끼워 맞추는 건 아닌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나에 대한 관심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놓지 않고 배우고 고민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 믿는다. 소지인권아카데미가 큰 도우미가 되리라!!
덧- LGBT+첫걸음은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행성인 사무실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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