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받은 사람: 마당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터뷰한 사람: 조나단, 오소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조나단: 안녕하세요. 웹진 새 팀장님. (웃음) 웹진 독자분들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마당: 마당이라고 하고요. 시스젠더 남성으로 정체화를 하고 있는 관악구에 사는 게이입니다. 행성인 웹진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조나단; 마당이라는 활동명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마당: 큰 의미는 없는데 막연하게 한글로 된 활동명을 가지고 싶었어요. 한국말이 주는 어감을 좋아하는 편인데, 마당이란 단어가 말했을 때의 느낌이 좋잖아요. 행성인 신입회원모임을 가던 중, 버스에서 무심결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어 괜찮은데?’ 해서 신입회원모임 디딤돌에서 마당이라고 저를 소개했죠. 


조나단: 아 마당이 있는 집은 왜요?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나요?

마당: 그렇다기보다 제게 마당이 있는 집은 안정적인 주거공간의 상징 같은 느낌이에요. 그때는 옥탑방에 살고 있었을 때였는데 여러모로 열악했던 시절이라 집에 대한 욕구가 엄청나게 컸거든요. 


조나단: 행성인에서는 마당이라고 불리지만, 오래 활동해왔던 민우회에서는 스머프로 활동하는 등 각 단체에서 불리는 이름이 다른데요. 여러 이름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마당: 민우회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는 커밍아웃을 하겠다는 생각을 안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는 성소수자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는게 알려지면, 내가 게이인걸 사람들이 알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어요. 그런 공포가 있으니까 다른 이름을 지어야겠다 해서 마당이라는 이름을 썼죠. 나중에는 커밍아웃을 결심하고 성적지향이 드러나는 것에 딱히 두려움이 없었는데, 그럼 ‘행성인에서도 스머프라는 이름을 쓸까?’하는 고민을 잠시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마당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가 있잖아요. 아웃팅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이름에 담겨 있죠. 그것은 여전히 누군가는 계속 느끼고 있는 거니까 잊지 말고 계속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마당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요


조나단: 그럼 민우회에는 커밍아웃을 하셨나요?

마당: 행성인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어요. 민우회라는 공간 자체가 성소수자 친화적인 곳이기 때문에 편하게 커밍아웃을 했어요.


조나단: 언제 어떻게 성정체성을 깨닫게 되셨나요?

마당: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이 다른 사람과 다르구나 라고 느끼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10대 때, 친구가 제게 커밍아웃을 한 거에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남자가 남자를 사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 나도 생각해보니 나도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아’ 라고 말했어요. 친구의 커밍아웃 이야기를 듣고 그날 저도 동성애자라고 깨닫게 된 거 같아요. 그 친구가 제 성적 지향을 확신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조나단: 우와 되게 고마운 친구네요. 일찍 깨달은 편인데, 학창시절에 연애는 혹시 해보셨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얻으셨어요?

마당: 그때는 연애 같은 건 꿈도 못 꿨어요. 짝사랑한 남자애들은 있었는데 그냥 다 흘려 보냈죠. 그때는 홍석천씨도 커밍아웃을 한 이후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동성애자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는지 알잖아요. 제 성적 지향이 알려지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되게 본능적으로 깨달았죠. 철저하게 숨기고 살았어요. 정보는 그 당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서 얻었어요. 


▲'스머프'로서 한국여성민우회 3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모습


한국여성민우회의 열혈 회원, 스머프


조나단: 민우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우회에서는 언제 어떻게 활동하게 되셨어요?

마당: 원래부터 여성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에 들어가면 여성학 수업을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입학하고 1학년 때 여성학개론을 들었는데 그 때 권김현영 선생님께 수업을 들었죠. 그 인연으로 강의 후에도 선생님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뭔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이야기 하기도 하고 잠깐 활동했던 인권캠프에 강사로 모시기도 했죠. 그러다 2012년에 군대 제대 후에, 단체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은데 어디가 적당할까 선생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죠. 그랬더니 ‘민우회라는 좋은 단체가 있으니 한번 가봐’ 라고 추천을 받았죠. 민우회 강연에 가서 이곳이 어떤 곳이고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분위기를 한번 보고 잘 맞겠다 싶어서 바로 가입을 했어요. 뭐랄까 민우회는 제게 대학생 시절과 졸업, 회사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지금 활동가가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 속에 있었죠.  


조나단: 웹진 독자들이 민우회라는 단체를 궁금해할 것 같아요. 단체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마당: 한국여성민우회는 1987년도에 만들어진 여성운동 단체고요. 노동과 미디어 그리고 사회 전 영역에 걸쳐서 여성주의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홈페이지: www.womenlink.or.kr )


조나단: 사실 제게 민우회는 인상이 되게 좋은 단체에요. 서울시민 인권헌장 사건 때 시청농성 하기 전에 민우회에서 먼저 항의하는 플랜카드 액션을 한 것을 보며 성소수자 운동 단체들도 힘을 받고 농성에 들어간 거라서 더 그렇고요. 그때도 혹시 같이 액션 하셨어요?

(민우회 액션 기사 링크: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38519.html)

마당: 시청에서 플랜카드 액션 했을 때도 활발한 활동 회원이었고 농성 때도 민우회에서 매일 왔었어요. 그때 민우회 회원들이랑 활동가들과 시청 농성에 같이 참여했었죠.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페미니즘과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명확하게 단체 안에 있어요. 그래서 서울시민인권헌장 뿐 아니라 군형법 92조의 6 때문에 A대위가 구속되었을 때, 차별금지법 관련해서도 빠르게 행동에 나서서 시위도 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했었죠.


조나단: 아까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여성학에 관심이 있었다고 했는데,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마당: 중학교때부터 본격적으로 관심 갖기 시작했어요. 페미니즘이 있다는건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구요. 제가 되게 좋아하는 영화 평론가 중 한 분이 심영섭 교수님이신데, 그분이 여성주의적인 영화 비평을 쓴 책이 있어요. 그 책을 보며 ‘아 이런 게 있구나’ 하고 알았죠. 중학교에 올라오고나서. 당시 제가 젠더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또래 남자애들에 비해 말투도 나긋나긋하고 사회에서 소위 ‘여성적’이라고 간주되는 모습을 많이 보이다 보니까 괴롭힘과 따돌림을 많이 당했죠. 괴롭히는 사람은 질문을 안 하더라도 당하는 사람은 질문을 하게 돼요. ‘내가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지?’ 하고요. 거기에 대해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페미니즘 서적인 ‘젠더에 갇힌 삶’을 발견한 거에요. 당시에 애들이 되게 못됐던게 ‘트랜스젠더’를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며 그렇게 저를 놀렸어요. 그런데 책 제목에 ‘젠더’가 있잖아요.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열어봤더니 신세계였죠. 섹스와 젠더가 어떻게 다르고 왜 사람들이 특정한 젠더 수행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게 자연적이지 않고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날카롭게 지적하는 책이었어요. 그런걸 보면서 눈이 뜨이게 되었고 제 삶의 문제, 제가 궁금한 걸 해결해준 학문이다 보니 관심을 가지게 됐죠.


조나단: 지난번 오마이뉴스에 쓴 글 <게이인 내가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이유>와 행성인 웹진에 쓴 글 <전복 혹은 퇴행? 게이들의 '년 문화'에 관하여>를 통해 페미니즘이 마당님에게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마당님에게 여성주의란 어떤 의미일까요? 

(게이인 내가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이유: http://omn.kr/pjh9

 전복 혹은 퇴행? 게이들의 '년 문화'에 관하여: http://lgbtpride.tistory.com/1521)

마당: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여성주의를 얘기하면 ‘너무 이상적인 얘기를 한다, 급진적이다, 될 리가 없다’고들 많이 해요. 하지만 저는 여성주의가 굉장한 유토피아를 추구한다기 보다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는 것들을 주장하는 사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일 급진적인 운동이기도 하잖아요. 저에게 여성주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기 위한 급진적인 사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또 한편으론 삶의 지침, 나침반 같은 의미가 있죠. 여성주의는 인식론이잖아요.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의 시각으로 세계를 재해석하고 실천하도록 해주죠. 이성애중심주의 사회에서 비이성애 실천을 하는 사람에게 사회란 어떤 공간인가, 비장애인 위주로 구성된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이 세상이란 어떤 곳인가, 그리고 그것이 성별이나 섹슈얼리티 관련해서 어떤 문제를 또다시 만들어내는가 탐구를 하는 학문이에요. 인식론이라는 것이 되게 여러가지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거든요. 페미니즘적인 관점을 통해서 과학을 살펴볼수도 있고 문화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지적인 즐거움, 알아갈 분야가 많다고 깨닫게 해주는 것이죠. 여성주의는 저한테.


조나단: 이건 쉬어가는 질문! 아까 권김현영 선생님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마당에게 권김현영 선생님이란? (웃음)

마당: 많이 친하긴 하죠. 오래 뵙기도 했고요. 고민이나 이런 것들 많이 터놓고 상담을 하기도 했고, 처음 페미니즘을 가르쳐주셨던 선생님이기도 하면서 그분이 쓰셨던 책이나 글을 통해서 여성학을 공부했어요. 그래서 저는 페미니스트 후배같고 선생님은 페미니스트 선배같은 느낌? 운동을 보면 세대가 형성이 되는게 있는데 제가 손을 잡고 따라가는 바로 앞 세대의 선배같은 느낌이죠.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주셨던 분이기도 해요. 처음 여성주의를 가르쳐주기도 하셨고, 민우회란 단체에 가볼 것을 추천하기도 하셨고요.


▲행성인의 사진모임 '콰메라'가 진행한 NOH8 프로젝트에 참가한 마당


행성인의 글쓰는 게이, 마당


조나단: 행성인에는 언제 어떻게 함께하게 되셨어요?

마당: 성소수자 단체에 가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레즈비언 단체 같은 경우 게이인 제가 접근을 하기가 좀 그랬죠. 게이 인권 단체는 친구사이가 있었고, 또 그 당시에는 동인련이었던 행성인이 있었는데, 저는 다양한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을 가진 단체가 조금 더 끌렸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내가 겪어보지 못하고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 때도 게이인 친구들은 주변에 있었으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모험을 해보자는 생각이 있기도 했죠.


그리고 제가 자주 드나들던 사회 운동하는 동아리 방이 있었는데, 행성인이 그때도 연대 활동을 많이 했었잖아요. 이런 저런 집회에서 친구들이 가져온 행성인 손피켓이나 리플렛이 많이 붙어있었어요. 그런 것을 보며 ‘아 이런 곳이 있네’ 하고 가입하기 전부터 친숙하게 느꼈고 그러면서 저길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행성인이 했던 연대 활동이 회원가입으로 이어지게 된 좋은 사례가 바로 저이지 않을까 싶어요.


조나단: 그럼 가입하신 시점이?

마당: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2014년 아니면 15년이었을 거에요.


조나단: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오셨는데 충족은 되셨어요?

마당: 충족이 되었죠. 평등한 약속 그런 것들을 보면서 새로운 문화랄까, 다양한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니까 서로 지켜야 할 것도 많고 알아가며 이해해야 할 것도 많아지잖아요. 그런 새로운 문화를 겪으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처음 들어올 때 제가 생각했던 부분들이 많이 충족된 것 같아요.


조나단: 그러면 현재 마당에게 행성인이란 어떤 곳인가요?

마당: 첫 번째로 행성인은 하루하루 새로운 놀라움을 주는 곳이에요. 좋은 방향일 때도 있고 나쁜 방향일 때도 있어요.(웃음) 행성인이 연대하는 단체도 많고 대응하거나 발굴하는 이슈도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저도 많은걸 배우게 되고, 이런 문제들이 성소수자 이슈와 연결될 수도 있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해요. 최근의 성소수자 난민 이슈가 특히 그랬어요. 행성인이 그런 부분에도 주목해서 관련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저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민 분야에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고 우리의 역할이 있다는 것도 행성인의 활동으로 배우게 된 거죠.


가입하고 나서 한동안 구직활동도 하고 회사에 다니느라 활동을 여러 개 할 수 없어서 행성인 활동을 쉬었던 기간이 있었어요. 그러다 다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넓게는 성소수자 커뮤니티 전반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행성인에서도 몇 번의 부고가 있었잖아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순간에 내가 같이 있어야겠다, 커뮤니티와 단체가 힘든 순간에 당사자인 내가 같이 있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더라고요. 어색했지만 행성인에 다시 돌아와서 함께 활동하고 있죠. 의리로 같이 하고 있는 단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웃음)


조나단: 작년 웹진팀에 함께하고, 올해 웹진팀 팀장을 맡게 되셨는데, 어떤 팀이 되었으면 한다거나 어떤 글을 써보고 싶다는 등 소감이나 각오, 포부를 들려주세요. 

마당: 지금 웹진팀의 팀워크와 멤버들간에 성격이 잘 맞아서 되게 너무 순조롭고 유기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어요. 때문에 ‘우리 팀이 더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는 건 없어요. 지금만으로도 만족하고 있고요. 다만 팀장으로서 맡게 된 역할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것 저것 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팀장인 제가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구멍이 없이 웹진팀이 무사하게 올 한 해 잘 굴러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제 포부는 무탈하게! 이전처럼 올해도 쭉 잘하자! (웃음) 

 

조나단: 민우회와 행성인은 규모나 조직구조, 체계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정체성에 기반한 운동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도 있을 텐데요. 두 곳에서 함께 헌신적으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마당: 아 그런데 이 질문에는 부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정체성에 기반한다기보다는 가치관에 기반한다는 것이 조금 더 맞을 것 같아요. 민우회는 여성주의에 기반한 의제로 활동하는 단체고, 행성인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라고 생각을 해서..


조나단: 어머 맞네요.


마당: 왜냐하면 정체성이 성소수자가 아니거나 여성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함께 하고 있잖아요. 

조나단: 맞아요!!  


마당: 공통점은 자기가 가진 신념에 기반해서 움직이는 조직이다 보니까 개별 구성원들이 되게 열정적이에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은 아무리 어렵거나 여건이 좋지 않아도, 안에서 활동하는 개개인이 힘들어도 어떻게든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 되게 좋은 사람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죠. 민우회도 행성인도 어떤 식의 차별이나 사회문제, 때로는 자신이 겪었던 문제들이나 겪었던 차별이나 혐오에 대해서 운동을 하는 단체잖아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많은 경우에 역지사지가 잘 되는 것 같아요. 나도 이런 차별을 겪었는데 당신도 그렇구나 잘 이해하고, 누군가의 고통이나 억압에 대한 수용성이 높지 않나 싶어요.

 

조나단: 차이점이 있다면?

마당: 민우회는 회원 중심 조직이라서 사업의 시작 단계부터 회원이 함께 참여해요. 또 회원참여 기획단이 따로 있죠. 말하자면 민우회는 회원들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굴러가는 조직이에요. 공동체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온화하죠. 서로 챙겨주고 서로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려고 하고 마을공동체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 부분 덕분에 같이 운동하면서도 친밀감도 느끼고, 가족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죠. 행성인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역할과 경계가 나눠져 있는 편인 것 같아요. 단점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조금 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 때문인지 처음에 가입했을 때는 가까워지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어요. 


또 다른 차이는 아무래도 활동 기간에 차이가 있다 보니까, 민우회 에서는 5년 가까이 있었잖아요. 인생의 전 과정을 함께 했고 많은 것을 처음으로 했던 곳이죠. 처음으로 코너를 가지고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실으며 글쓴이로서 첫 시작을 하기도 했고, 처음으로 사업이나 활동을 기획하고 참여했던 했고 발언을 위해 마이크를 처음 잡아보았죠. 졸업을 축하 받고 취업을 축하 받고 회사에서 잘렸을 때 위로 받고, 가족이나 친구가 곁에 없을 때 옆에 있어줬던 곳이라 내 마음의 본진 같은 느낌이에요. 원더우먼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아마존들이 있는 섬에 있다가 나오잖아요. 민우회가 그런 섬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글쓰기나 활동에 필요한 역량을 거기서 다 배웠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민우회가 저를 키워냈죠 사실. 그리고 행성인이 그 덕을 보고 있지요. (웃음)


▲열혈 활동의 결과로 이런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조나단: 너무 좋네요. 혹시 행성인에서 더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요? 바쁜걸 다 떠나서, 팀을 다 떠나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어요? 

마당: 해보고 싶은 활동이 더 있으면 안될 것 같아요. 이미 활동가들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웃음) 저는 오히려 1년에 하루 정도 활동가들 아무것도 안 하도록 회원들이 시작과 끝을 다 준비해서 아무 생각 없이 노는 파티 같은 걸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송년회 같은 즐기는 행사를 해도 상근활동가나 활동회원들이 일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런게 아니라 그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다른 회원들이 모든걸 준비하고 마무리까지 하면서 즐기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행사 제목은 ‘활동가도 마음 편하게??!!!’ (웃음) 


조나단: 재밌겠다!! 


마당: 어쩐지 지오님이 제일 좋아하실 것 같아요.



무지개재단의 신입 활동가, 신필규


조나단: 3월부터 비온뒤무지개재단 상근을 맡게 되셨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짝짝짝) 어떤 마음으로 무지개재단 상근을 하게 되셨나요?

마당: 전업 활동가를 할까하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었어요. 왜냐면 정말 열심히 활동하기도 했고 밖에 나가면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민우회 활동가세요?’ 혹은 ‘오마이뉴스 기자세요?’에요. 그 전에 전업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활동을 제 삶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사실 활동가들의 삶이란 게 좋은 점도 많지만 일도 많고 힘들다는 등 단점도 명확하잖아요. 그런 것이 두려워서 활동을 좋아하고 업으로 삼을 수 있었는데도 그 길로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재단에 합류하면서 들었던 마음은 ‘도망가고 싶지 않다’였어요. 트럼프 취임 이후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범죄가 늘어나고, 충남인권조례 폐지될 거란 뉴스가 나오는 중에 결정을 해야 했는데요. ‘나중에 시간이 흘렀을 때, 활동가를 안 하겠다는 결심을 후회하지 않을까? 비겁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아쉬워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제 자신에게 했어요. 그런데 그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이 길을 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조나단: 민우회, 행성인과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제 세 단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되셨는데, 제일 기대되는 것은 어떤것 인가요? 힘든 것은 당연할 것 같아서 안 여쭤보아요 : ) 

마당: 각 단체의 활동 역사나 운동 경험을 살려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민우회에서, 행성인에서 배운 게 있고 앞으로 재단에서 배우게 될 것도 있는데, 각자가 일을 하는 방식이나 내용이 다를 거잖아요. 각기 다른 단체에서 배운 다른 경험을 살려서 일을 하게 될걸 기대하고 있어요. 또 시민 운동 아래 있다고는 하지만 멀고도 가까운 사이잖아요. 서로 한번 같이 해보자 하는 아이템이 생겼을 때 조금 더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조나단: 올해 신임 상근 활동가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마당: 엄청난 변화를 만들겠다는 것보다는 처음으로 전업 상근 활동가를 하게 되었고, 재단이란 새로운 공간에서 함께 하게 된 만큼 적어도 한 사람의 몫은 제대로 하자가 올해의 목표에요.


▲'나는 오늘 페미니즘에 투표한다' 행사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 캠페인을 펼치던 모습


마당은 누구인가요


조나단: 대학교 때 전공으로 법학이랑 국문 공부를 한 걸로 알아요. 어찌 보면 참 다른 학문인데 두 학문을 어떻게 관심 갖게 되셨나요?

마당: 원래는 영화를 공부하고 싶었고 그게 아니면 철학이나 사회학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집에서는 대학을 보내놨는데 밥이나 먹고 살겠냐는 걱정이 많아서 법대를 가라는 부모님의 요구가 있었죠. 워낙 저는 가족들 실망시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법대를 가되 대신 공부하고 싶은 전공을 추가로 더 하겠다고 요구했고 그래서 국문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제가 다니던 대학에는 아쉽게 철학 전공이 없었고, 사회학은 커리큘럼이 구미가 당기지 않았고, 영화는 예술 분야라 복수전공을 하려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좋아하기도 했고 법을 전공하면서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된지라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이 굉장히 엘리트주의적이고 말 자체도 외국에서 들여온 게 많아서 한국말답지 않은 점이 관심이 많이 갔는데, 그래서 국문학과에 가서 언어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국문학 되게 좋았어요.


조나단: 혹시 학교 다닐 때 관심 가지고 한 활동이 있었어요?

마당: 크게 있진 않았어요. 대학생연합인권동아리에서 잠깐 활동을 하다가 군대를 가면서 접게 됐고, 보통은 민우회 활동 아니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그런 생활을 했었죠. 학교 다닐 때 좀 더 무시무시한 일들을 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조나단: 어떤 거요? (웃음)


마당: 과감한 시도 같은 거요. 밴드라거나… (웃음) 밴드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때는 제 전공에서 ‘공부를 잘 해야 해’ 라는 압박감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강의실과 민우회 사무실과 도서관 외에는 거의 가는 곳이 없었죠. 


조나단: 가족들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작년에 어머니께 커밍아웃 편지를 보내신 걸로 알아요. 커밍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당: 일단 어머니께 커밍아웃 편지를 보낸 것은… 커밍아웃을 할 때 저는 정말 길에 다니는 모든 사람이 내가 게이인걸 알 수 있는 수준으로 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면 가족들이 모를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 가족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은 건 내가 게이인 것을 알면 가족들이 실망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커밍아웃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다시 했던 생각은, 남들보다 늦게 알았을 때 실망하실 수도 있겠다는 거였어요. 어떻게든 두 경우 다 실망을 하게 될 텐데, 커밍아웃을 안 하긴 싫으니 늦게 알았다는 실망감은 없게 하자는 생각이 있었고요. 


이건 내가 결단을 내리고 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어머니께 편지를 보내게 됐죠.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는 편지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미루자고 하는 입장이시긴 해요. 하지만 저는 주는 것까지가 저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공개적인 커밍아웃을 했에요. 그리고 저는 가족들을 커밍아웃의 충격이나 실망에서 보호하는게 사랑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가족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리는 일은 편지로 확실하게 했으니, 그 다음은 가족들의 몫이다라는 생각이죠. 그런 역할을 가족에게 넘기는게 오히려 가족을 신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에요. 믿으니까 맡길 수 있는 거고, 믿음은 사랑하지 않으면 생길 수 없는 거죠. 


사실 커밍아웃 자체에 대해서는 큰 생각이 않았어요. 제 마음이 ‘내가 게이인걸 누군가 알아도 상관이 없다’는 수준까지 오게 됐고, ‘알게 뭐야’ 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러면 ‘커밍아웃 못할 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굳이 말을 해야 될까?’싶기도 했지만, ‘커밍아웃 이후의 삶이 어떤 걸까?’ 하는 궁금증이 컸던 것 같아요. 어중간하게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그런게 싫었어요. 새로운 삶으로 나가는 모험 같은 걸 해보고 싶었어요. 


조나단: 마당님은 어떤 것을 할 때 즐거우신가요? 특별한 취미가 있으세요? 

마당: 농담처럼 하는 얘기가 활동이 취미인데, 정말 특별한 취미는 없고 평범해요.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하죠. 글쓰기가 굉장히 머리 아픈 일이긴한데 즐거운 일이기도 하잖아요.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와 이야기는 나누고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으로 옮기는 작업이에요. 자급자족으로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활동이기도 하죠. 글을 쓰고 마침표를 찍을 때 되게 즐거워요. 아니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가 좋아요.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 맞은편에 상대방이 앉아서 조근 조근 말을 해주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책장을 덮을 때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고마워요’ 같은 느낌이 들어요. 페미니즘 책을 많이 읽고 소설은 주로 여성작가들이 쓴 것을 읽어요. 아무래도 남성작가들이 쓰거나 대중적으로 많이 팔린 책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시각이나 예리한 통찰들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나 대중적으로 잘나가는 책은 피해요. 많이 팔리는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다는 것인데, 거꾸로 보면 누가 들어도 익숙한 말이 담겨있는 거잖아요. 굳이 그런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 제가 진지한 것 같아 보여도 농담 같은 것을 정말 좋아해요. 미국 SNL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해요. 덕후 기질도 있고요. 15년 마돈나 덕후에요. 마돈나도 15년 동안 음반 나오면 꼬박꼬박 사면서 동향을 늘 살피고 있죠. 마돈나가 올해 나이가 60살인데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커리어를 이어갔잖아요. 바람 잘 날이 없었죠. 하지만 활동 초창기부터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굉장한 지지자였고, 용기있게 그 소신을 지금까지 이어왔어요. 그런 모습이 용기를 많이 주었고 귀감이 되었죠. 미국 SNL 같은 경우, 제가 심각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농담과 유머를 정말 좋아해요. 한국에서 많이 하는 누군가를 낮추는 코미디 보다 이야기나 풍자적인 상황 자체가 주는 위트 있는 코미디를 좋아하거든요. 나중에는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운동의 관점과 철학에 기반한 코미디 대본이나 스탠딩 코미디 각본을 써보고 싶어요. 누군가를 낮추지 않고도 충분히 재미있게 할 수 있는데 지금의 코미디는 너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돈과 자본과 여유가 생기면 퀴어 페미니스트 코미디 쇼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실 음주가무를 할 때 가장 즐겁다고 합니다


조나단: 마당에게 술이란? 가만 보면 술이 세지 않은 편인 것 같은데, 소주 같이 센 술을 선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웃음) 술에 대한 특별한 철학 같은 게 있을까요? 

마당: 저는 소주나 위스키 같은 증류주를 좋아해요. 한마디로 센 술을 좋아하죠. 인생이 바빠요. 회사 다닐 때 보면 출근했다가 저녁에 활동하고 집으로 돌아오거나 원고 청탁을 받아서 카페에 가서 글을 쓰기 때문에 활동 없는 날에도 집에 늦게 들어가죠. 그때부터 영화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독한 술 2~3잔 마시는 식으로 여가를 즐기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평소 술자리 에서도 소주나 보드카 같은 걸 마시게 돼요. 바쁜 삶 속에 가장 효율적인 여가활동인 것 같아요. 


조나단: 마당님은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기사나 에세이 외에 순수문학 쪽 길에도 꿈이 있으신가요?

마당: 소설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죠. 소설은 에세이나 기사와는 달리 품과 깊이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인 것 같아요. 새로운 세계와 인물들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라서 엄두가 나지 않기에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문학적인 글을 쓰는 것은 인생의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도전해보는 것으로 미루고 있어요. 대중적인 상업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헝거 게임이나 엑스맨 시리즈 같이 인종이나 소수자에 대한 은유, 정치적인 철학을 대중적인 코드로 잘 담아 영화화 한 것을 보면 되게 부럽더라고요. 한국에서도 그런 영화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왔어요. 그런 시나리오를 써서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편집자 주: 엄청 재미있고 흥미로운 시나리오 소재를 들었지만, 훗날 세상에 나올 때를 위해 이 인터뷰에서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궁금한 분은 마당님과 술 한잔 하며 들어보면 어떨까요?)


조나단: 어린시절의 마당님, 지금의 마당님, 앞으로 되었으면 하는 마당님을 각각 한 단어씩으로 비유해본다면? 

마당: 세 개다 한 단어로 가능할 것 같아요. ‘모범생’. 


어린 시절엔 안 좋은 의미로 모범생이었어요. 정해진 것을 다 따르고 어른들이 시키는 것을 다 하는, 학교 출석에 되게 집착해서 개근상 받고 야자도 한 번을 안 빠졌어요. 어른에게 예쁨받고 싶어하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여성적이라고 간주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때문에 애들이 괴롭히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미움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싫은 소리를 잘 못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도 비슷하긴 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모범생이었던 때였죠.


지금은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모범생. 특히 회사 다닐 때 그랬는데, 부족함 없고 빠지는 것 없이 일을 해내고,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내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성과를 내고 싶어했어요. 다른 한편으론 글을 잘 쓰고 많이 쓰고 싶어하거든요. 바쁘고 써야 하는 글이 많은 와중에도 누가 요청을 하면 다 받았어요. 제가 생각해도 욕심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일을 다 잘하고 싶기에 못하는걸 못 견뎌 하기도 하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기도 한 그런 모범생이에요. 


앞으로 되고 싶은 모범생은, 인생의 목표이기도 한데, 잘 배우고 모자란 부분을 알고 배울게 있다는 걸 알면서 살아가는 그런 모범생이요. 함부로 알고 있다고 단정 짓지 않고 너는 틀렸어 라고 손쉽게 말하거나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세상은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경험들이 등장하는데, 다 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 일단 제가 발전을 못하는 동시에 누군가 에게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성소수자들도 그런 식의 폭력을 겪는 존재인데 반복되도록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미래에도 배울 것이 있음을 알고 나이나 활동의 시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미래에 제가 되고 싶은 목표로 하는 모범생이에요.

 

조나단: 마당님은 어떤 것에 상처받고 어떻게 치유하거나 받는 편인가요?

마당: 제가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가 주목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악플이 정말 많이 달려요. 협박메일이 오기도 해요. 안 볼 때도 있고 볼 때도 있는데, 사실 그런 것에 상처를 받지는 않아요. ‘익명의 누군가가 하는 말에 신경 써야 하나?’ 싶기도 하고 국문과에 있을 때부터 비평이나 비판을 받는  경험을 많이 해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을 알거든요. 그런 식으로 다가오는 저에 대한 비판이나 비평에 대해서는 상처를 받거나 아프지 않아요.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실망하거나 내가 실망을 안겨줬을 때, 상처를 받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제가 완벽한 사람이고 싶은 게 있어요. 어떤 부탁을 하건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집착이 있죠. ‘저 사람이 나한테 실망하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감까지 들 때도 있으니까 자기비하 같은게 생기면서 마음에 상처가 생기곤 해요. 두 번째로는 가깝게 지내는 동료들이 상처를 받거나 아니면 그 사람에게 날선 말이 갈 때도 상처를 받아요. 활동을 한다는게 내가 추구하는 신념을 쫓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공동체에서 상호 의존도 하며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한텐 사람이 정말 중요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상처를 받거나 손가락질 받거나 아파할 때는 저도 너무나 힘들죠. 


사람이 인생에서 상처를 안 받을 수는 없는데, 마음에 상처가 벌어졌을 때는 치유할 방도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기다리는 거죠. 잊혀지거나 자연히 나아질 때까지요. 견디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상처가 주는 아픔이란 게 처음에는 죽을 것 같지만 반복되면 어느 정도 충격인지 자신이 알게 되니까 성숙하게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조금씩 더 잘 견디게 되는 것 같아요. 


조나단: 좀 가벼운 것을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연애는 하고 싶은가요?

마당: 하고 싶어요. 싱글입니다. 많이들 낚아가세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활동도 글쓰기도 책보기도 그렇고 내가 혼자서 즐겁게 할 수 있는걸 많이 하다 보니까 싱글이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자주 잊어요. 그래서 썸의 기운도 눈치를 못 채요.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싱글로 조금 더 오래 남아있어도 아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조나단: 마지막으로 웹진 독자들에게 한마디!!

마당: 성소수자와 관련해서 민감한 문제가 올해 시작하자마자 터진 것 같아요. 근본 없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시겠다더니 너무 근본이 없는 일을 저지르시고, 급진 페미니즘을 소개하겠다더니 급진이 아니라 급발진인 것 같은 글들을 소개하는 일들이 있었는데요. 때로는 문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우리가 믿었던 사람일수도 있고 가까운 사람일수도 있고, 그래서 의견을 내기 주저될 때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하지만 웹진 팀장으로서 짧게 포부를 밝히자면, 할 말은 하겠습니다. 



  1. 조나단
    2018.03.02 22:06 신고 [Edit/Del] [Reply]
    할말은 할 마당 화이팅이에요^^
  2. 금자
    2018.03.07 00:29 신고 [Edit/Del] [Reply]
    할 말은 하겠습니다.:) 멋진부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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