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함께한 사람: 마당, 오소리, 일월, 조나단
인터뷰 받은 사람: 지오


조나단: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지오: 안녕하세요. 올해 9월부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상임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지오라고 합니다. 레즈비언이고요. 연애 9개월 차라서 한참 달달합니다.

 

사람, 지오

 

 

 

조나단: 지오라는 닉네임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지오: 사실 닉네임에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중학교 때 한 친구와 교환편지를 했는데, 그 친구가 한창 사춘기여서 자신을 ‘늘 푸른 소나무’라고 불러주기를 바랐고, 저에게도 제 닉네임을 만들라고 했죠. 그래서 이름처럼 불릴 중성적인 닉네임을 찾아서 ‘기역’, ‘니은’ 순으로 맞춰보다가 어감이 좋아서 지오라는 이름을 조합해서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썼죠. 그 뒤로 지오다노, 지오피아,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온갖 지오들이 나왔고 사람들이 종종 어디서 따온 지오냐고 묻곤 했는데, 어감에 맞추었을 뿐 출처가 없습니다.

 

조나단: 언제 어떻게 성정체성을 깨달으셨나요?

 

지오: 그때였던 것 같아요. 조금 관대하게 생각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박하게 생각하면 중학교 1,2학년 다니면서 펜팔할 때, 저는 여성들과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막연하게 알았어요. 그런데 그때는 성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어요. 되게 순진했었죠. 오죽하면 중학교 1학년 때 우리 담임이 젊은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막 부임하셔서 의욕 있게 하는 게 많았어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쓰는 일기를 선생님께 내도록 했는데, 그 당시 어디선가 들었던 에이즈에 대해서 선생님께 뭐라고 여쭤봤냐면, “사람하고 사람이 가만히 누워있는데 어떻게 바이러스가 침투하죠?” 라고 물었어요. 성에 대해 되게 무지했었죠. 그렇게 여자들하고 있는걸 편하게 느낀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오다가, 고등학교랑 대학교 들어가서 제가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어요.

 

마당: 확신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오: 그런 말 있잖아요. “여고라서 그래” 같은 말이요. 여자들만 있어서 그런 거고 대학교 가면 변할 거라고 하는데, 저는 막연히 제가 안 변할 것 같았어요. 대학교 가서도 역시나 안 변하더라고요.

 

조나단: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나요?

 

지오: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때도 사랑은 아니고 끌림 정도. 졸업하고 나서 나중에 그 친구를 동창 모임에서 봤는데, 어쩌다 택시를 같이 탔는데, 그 친구가 내 손을 잡더니 학교 다닐 때 나를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지금 시집가서 잘 살고 있어요. (웃음)

 

일월: 기혼이반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건가요? (웃음)

 

지오: 이쪽은 아닌 것 같아요.

 

마당: 새로운 인생을 살 수도 있었네요. (웃음)

 

조나단: 종교는 있으신가요?

 

지오: 모태 불교입니다. 집이 불교를 믿어서 어렸을 때부터 절에 따라다녔는데, 저는 사실 절 하는걸 안 좋아했었어요. 남 앞에서 절 하는 게 쑥스럽고 창피하더라고요. 낯선 사람들 있는 데에서 너무 큰 액션을 취해야 하는 거잖아요. 신발도 안 벗고 아예 들어가질 않았어요. 그런데 요새는 1년에 한 번, 두 번 절에 가서 혼자 잠시 앉아있는 걸 좋아해요. 산에 있는 암자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들어가서 앉아있다가 나오는 것을 좋아해요. 계룡산 동학사에 비구니 스님 절인데, 관음사라고. 그 절 가는 걸 좋아해요.

 

마당: 주기적으로 절을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보통은 부처님 오신 날 전후에 한 번 가는 것 같고 새해에 한 번 가는 것 같아요. 가면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모태 종교라서 어려서 잘 모를 때 따라다녔던 습성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가끔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내가 여기 오는 것이 좋은 것은 어떤 습성 같은 걸까? 나한테 맞아서 좋아하는 것일까?’하고요. 현재까지는 좋아요. 요새는 혼자 있으면 절도 해요. 부처님의 자비 안에 있게 해달라고 빌다 와요.

 

조나단: 자신에게 있는 여러 정체성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지오: 이 질문을 받고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저는 사람인 것 같아요. 내가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는 것. 인간답게 살고 싶고, 나의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해야 하나? 저는 사람이란 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 같아요.


마당: 막연하게 잡히는 인간다움이란 상 같은 게 있으신지?

 

지오: 글쎄…… 염치를 아는 것? 돌아보면 부끄러운 일이 많아요. ㅎㅎ

 

마당: 불교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웃음)

 

조나단: 얼마전 활동가 편지를 보니 사무실 책상 위에 애인 사진을 놓을 수 있게 되었던 것에서 감회를 새롭게 느꼈다고 하셨는데 성소수자로서 어느 정도 드러내며 살아오셨던 것 같아요?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하셨나요?

 

 

지오: 제가 대전 출신인데, 서울에 온지 6년 정도 됐어요. 서울에 와서 안 사람들은 80% 정도가 알고 있고, 대전에서 알던 사람들은 학교 친구들 포함해서 절반 정도 아는 것 같아요. 가족은 엄마는 모르고 동생은 알아요. 한 때는 치기로 그냥 커밍아웃을 만나면 해버리던 때도 있었어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커밍아웃을 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커밍아웃을 한 후에 그들과 사적 생활에 대해서 가감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동생은 오래 전부터 제가 레즈비언인 것을 알고 있는데 연애 얘기를 하면 쑥스럽거든요. 이게 연애 이야기라 그런지, 정체성 때문에 그런 건지 헷갈리지만, 가리게 되는 게 있더라고요. 어떤 거대 혐오세력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느끼는 벽에서 씁쓸한 게 있어요. 그게 제게는 제 안의 화두인 것 같아요.

 

조나단: 그렇다면 화두를 어떻게 풀어가고 계세요?

 

지오: 행성인이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한데, 몇몇 친구들한테는 이상형 얘기도 해보고, 애인 얘기도 하고, 행성인 20주년 파티에 초대도 해보고, 행성인에 후원 독려하는 등 그런 식으로 접근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조나단: 행성인 이전에 성소수자 단체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신 적 있나요?

 

지오: 전에 ‘마포구레인보우주민연대(이하 마레연)’ 에서 잠깐 활동을 했었어요. 거기서는 밥상모임을 했었는데, 제가 당번일 때 마레연이 현수막 사건 때문에 한풀 꺾어지면서 동력을 잃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스르륵 사라져서 가슴에 어떤 미진함이 꿍냥꿍냥하게 남아 있어요. 얼마전에 응원파티에서 홍이님과 캔디를 만났는데, 제가 당번일 때 마레연이 없어져서 마음 한구석에 미진함이 남아있다고 했더니 ‘그건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신경쓰지 말아라’ 라고 해주셔서 마음이 좀 나아졌어요. 뭔가 무책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조금 있었어요. 그렇다고 소속감이 컸던 것도 아니라서, 그 모임이 사라질 때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면서도 잘됐으면 좋았을걸 싶죠. 마무리를 산뜻하게 끝내지 못하고 문장 쓰다 만 느낌으로, 말줄임표로 끝낸 느낌이에요.

 

※편집자 주: 마포구레인보우주민연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분은 이 글을 참고하세요. 

마포구 소수자 유권자모임 보트피플 오김현주 씨 인터뷰 : 지역사회 소수자들, 유권자로 커밍아웃하기

 

조나단: 텃밭 가꾸는 모임도 한다고 들었어요.

 

지오: 텃밭은 서부 비정규직 노동센터에 ‘텃밭가꾸기’라는 소모임이 있는데, 친구가 텃밭에 있었던 거예요. 그 친구는 ‘수유+너머’에서 알게 된 친구인데, 함께 작업실도 했던 친구죠. 텃밭이 은평구에 있는데 제가 은평구로 이사를 가면서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한거죠. 진짜 멋모르고 갔는데 거기에 행성인 회원인 유결도 있었고, 재경도 있었어요. 사실 저는 채소 기르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냥 친구가 하자고 해서 운동 삼아 텃밭모임을 하게 된거죠. 저희 밭 이름이 쑥대밭인데, 그런 제가 올해  쑥대머리(반장)를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정말 쑥대밭이 되고 있죠. (웃음) 지금은 가을이니까 배추, 무를 잔뜩 심었는데, 무가 진짜 맛있어요. 가지도 했었고 방울토마토도 했어요. 농작물의 생명과 살아남으려는 의지에 대해서 많이 배웠습니다.

 

또 다른 활동으로는 다음카페에 레즈비언 모 친목 카페가 있는데 각종 문화소식을 퍼다 나르고 마음에 맞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가는 카페에요. 연령대는 다양한데 주로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요. 재작년까지는 카페지기가 활동을 많이 하다가 올해는 조금 주춤한 상태에요. 지금은 그 다음카페에는 잘 안 들어가고, 조나단님과 한 달에 한 번씩 ‘브로겐 클럽’ 이라는 책모임을 하고 있어요.

 

조나단: 성소수자 운동 외에도 관심 갖고 참여하거나 활동해온 다른 사회 운동이 있나요?

 

지오: 아니오. 지금까지는 없어요. 앞으로 관심 있는 운동이라면, 요즘에는 주거운동에 관심이 있어요. 친구들과 세미나도 따로 하고 있고요. 주거만 안정돼도 복지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조나단: 주거 쪽이면 민달팽이 유니온도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는 헤어나올 수 없게 된 행성인

 

 

조나단: 행성인은 처음에 어떻게 알고 가입하게 되었나요?

 

지오: 조나단 소개로 알게 됐어요. 그 전에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무지개행동이랑 헷갈렸어요. 무지개행동의 다른 이름이 행성인인 줄 알고 있었어요. 그랬다가 조나단님의 소개로 오게 되었죠. 처음에 브로겐 클럽 책모임에서 퀴어문화축제에 갔다가 나단님이 아는 척을 한 거죠. “뒤풀이가 있는데 같이 가시겠어요?” 그래서 따라갔다가 행성인을 알게 됐어요. 사실 행성인보다도 제가 글 쓰는 데 관심 있다고 했더니 웹진팀을 소개해준 거에요. 처음에 부담없이 웹진팀 회의에 놀러오라고 그래서 축제 뒤풀이 후에 회의에 갔는데, 살며시 행성인 회원 가입서를 내미신 거죠. (웃음) 그런데 그 당시에 웹진팀이 너무 바쁘게 보여서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걱정하며 웹진팀은 못하겠다고 말했는데, 괜찮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었죠.

 

마당: 웹진팀으로 행성인에 가입하셨다가 그냥 회원으로만 남게 되신거군요. 이전에는 성소수자 단체 같은 데 와서 활동해보고 싶은 욕구는 없었어요?

 

지오: 저와는 조금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디에 앞장서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성격이 겁이 많아요. 소심하고요. 그리고 그렇게 예민하지 않아요. 분노할 수 있는 사람들, 가슴이 예민하고 콕 집어서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맞을 것 같지 않았어요. 그들끼리의 끈끈함 같은 것 속에 걸려들고 싶지 않았어요. (웃음) 모임 가면 처음 들어간 사람의 낯섦이 있잖아요. 끈끈함 안으로 들어가면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장단이 있으니까요. 사실,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게 속 편하다는 생각은 하거든요.

 

조나단: 외부에서 행성인을 바라보다가 회원이 되어 안에서 활동을 하며 이전과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더 좋게 느끼는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면?

 

 

지오: 좋게 느낀다거나 아쉬운 것들에 대해서 제가 얘기해도 될 지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제가 받은 느낌으로만 말하면, 행사나 회원 모임에 참여하면 처음 그 행사나 주제를 접한 사람도 이날 내가 받아 안고 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행사의 목적성이 분명하게 파악되었으면 좋겠어요. 간혹 참여했던 행사에서 그런 애매함을 느낀 적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좀 더 쉬웠으면 좋겠고. 또 각각의 행사 횟수가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좀 더 합쳐서 할 수는 없을까 그러면 사람들이 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될 텐데' 싶죠.

 

그리고 좋은 부분은 실제 활동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행성인이 훨씬 규모 있고 안정적인 단체라는 거에요. 꾸준히 성장해서 지금은 다른 체계를 고민할 만큼 커지고 과도기에 접어드는 상태에 있더라고요. 그 동안 이렇게 만들어 왔던, 여기까지 이만큼 끌고 온 사람들에게 문득 속으로 혼자 고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조나단: 현재 활동하고 계신 팀이 없는데, 팀이나 소모임 활동을 해본다면 어떤 팀 활동이나 소모임에 관심이 있나요?

 

지오: 활동하는 팀은 없는데 행성인 책읽기 소모임에 한번 참여했지만 나가고 있어요. 외부에서 하는 책모임도 있어서 다른 걸 하고 싶었는데, 또 책모임을 하게 되네요.

 

다른 팀이나 소모임은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상근활동부터 잘 파악하고 싶고, 그 다음에 한 번 생각해보려고 해요. 그래도 말해본다면, 노동권팀에 살짝 관심이 있고, 현재 행성인의 회원들의 얼굴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걸 다 엮을 수 있는 게 웹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웹진팀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 외에는 주거와 관련된 모임이나 비성소수자와 연이 닿는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무얼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인터뷰 중 모여든 웹진팀원들과 지오님

 

 

올 것이 왔구나


조나단: 새로 상근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처음에 제안 받고 어떠셨어요?

 

지오: 나라가 제안을 했어요. 사실 처음 나라에게 연락이 왔을 때는 노조와 관련된 걸 제안하려 하나 했는데, 행성인 상근 활동 제안이더라고요. 지금 단체가 과도기에 있는데 운영 방식이나 성격을 새로 잡는 시기에 사회 경험이 있는 안정적인 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당황스러웠어요. ‘왜? 나?’ 라고 생각을 했다가, 막연하게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도 했어요. 예전부터 언젠가 성소수자라는 정체성과 관련한 일을 하게 될 거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어요. 글을 썼으니까 글을 쓰는 일이 될 줄 알았지만요. 접점이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연한 예감으로 가지고 있었던 게 이런 식으로 기회가 훅 들어올 수도 있구나 싶었죠. 예감이라지만 아마 욕구가 있었겠죠.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이르고, 글이 아니라 운동이라서 설레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어요. 그런데 바로 직전에 노조에 있었던 게 운동이라는 이질감을 희석시키기도 했던 것 같아요.

 

조나단: 사무국 활동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지오: 1년 동안 대학 노조 사무국에서 사무 일을 봤어요. 일을 잘 몰랐는데, 이제 막 일을 알 것 같을 때 여기서 제안 받아서 행성인으로 온 거에요. 원래 서울시 뉴딜일자리라는 곳에서 소개받아서 비정규직 조직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노조에 들어갔던 거였는데, 막 들어갔을 때는 여러 갈래로 사안 따라 담당자가 갈라져서 3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하다가 갑자기 정규직 사무직으로 전환됐어요. 본격적으로 일한 건 7개월 정도죠. 노조를 제대로 모르고 일하다가, 이제 막 뭐가 뭔지 알게 됐다 싶었을 때 행성인에 오게 되었어요.

 

조나단: 대학노조는 어떤 곳이에요?

 

지오: 대학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이에요. 대부분이 정규직이죠. 대학교 교직원을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고 과거에는 그랬었지만, 지금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대립이 첨예한 곳이죠. 거기서 오는 간극이 참 불안해 보이는 곳이고요. 거기서 서울지역본부 사무 일을 맡았었어요. 사무일 이라는 게 그냥 각 지부, 각 대학교에 있는 지부 행사 챙기고 파업하거나 그런 사안이 있는 지부들 챙기는 일이었어요. 아니면 연중으로 노조에서 하는 행사 챙기고요.


조나단: 상근활동을 시작하자마자 20주년 행사를 하느라 정신 없으셨겠어요.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행성인 상근 활동 생활은 어떠세요? 동료들이나 업무, 사무실 환경 등 뭐든요.

 

지오: 사실 20주년 행사 아니면 좀 쉬었다 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아는데 쉰다고 할 수가 없었어요. 쉬자면 쉬었겠지만, 큰 부담이 없었는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왔는데, 생각보다는 좋아요. 노조 사무실은 쾌적하거든요. 여긴 에어컨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처음 사무실 문을 딱 여는데,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서 (웃음) 그래서 여기도 쾌적하네, 싶었어요. 책상도 깔끔했고요. 그렇긴 해도 사무실 청소에 대한 아쉬움은 좀 있어요. 동료들은 알아가는 중인데, 오소리와 같이 점심을 자주 먹으며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어요. 업무는 아직 잘 모르지만 부담은 돼요. 그래도 제안을 받아서 온 건데, 잘해야 하지 않나, 하고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가 있어요. 겨우 메일링 쓰는데 힘 주고. 오늘 제가 보냈어요.

 

조나단: 대학노조에서 상근 활동을 하셨는데 다른 상근 활동과 행성인 상근 활동에 차이가 있다면?

 

지오: 행성인에 들어와서 좋았던 게, 노조는 기본적으로 다른 곳보다 위계가 없다고 하는데도 그 보이지 않는 조직 체계라는 게 있어요. 권위 등에 약간 짓눌려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행성인에 와서는 그게 없어서 참 좋아. 노조에 있을 때 미시권력이라는 거에 대해 많이 생각했거든요. 누구든 그 자리에 오래 앉아있어서 그 일을 안다는 게 권력이 될 수 있더라고요.

 

오소리: 행성인도 아예 없지는 않죠. (웃음)

 

지오: 어떤 조직이라도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는 건 권력이고, 거기서 관성이 생기죠. 하물며 위임장 쓰는 것도, 누군가 ‘우리 이런 식으로 쓰지 않았잖아’ 라고 말하면, 그런 식이 어떤 식이지? 싶고 그러면 이후에 기존 방식이 있다는 것을 신경 쓰게 되잖아요. 거기서는 그런 권위에 눌려서 뭐 하나 결정할 때도 주춤거렸어요.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서 자잘한 것도 다 운영위에 물어봐요. 공유하고 논의해서 결정하는 것과 허락을 구하는 건 다른 거잖아요. 여기는 허락을 구해야 하는 게 아니니까 그전처럼 짓눌려있지 않아요. 그리고 그전부터 회원으로 있었으니 좀 편한가 봐요. 여기에도 있겠죠. 나이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가진 건 없지만 내 나이가 주는 어떤 위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나단: 행성인 사무국 상근자로서 그간 단체 운영에 대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세요?

 

지오: 압축적으로 행사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 이게 상근자들도 일이 많고 회의도 많으면 피곤할 수 있거든요. 어차피 길고 긴 투쟁이 될 텐데 말이죠. 어떻게 해야 압축적으로 일 할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같이 찾아봅시다.

 

조나단: 그런 부분을 채우기 위한 상근자로서 활동의 포부가 있다면?

 

지오: 저는 욕을 먹더라도 좀 느긋한 상근자로 포지셔닝하겠어요.

 

 

오소리: 필요해 필요해.

 

마당: 선택과 집중이죠.

 

지오: 그죠. 그렇게 되기까진 발발거리며 부지런히 파악하고 일해야겠죠?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건 핵심을 안다는 뜻이잖아요. 저는 모든 활동은, 투쟁은 우리 안에서 다시 나로 돌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이 활동이 미약하나마 조금씩 제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활동이 날 짓누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찬가지로 우리 회원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행성인에 힘이 되고 있고 그 보탬만큼 본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길 바라요. 그러니까 보다 회원들과 가까운 활동을 하고 싶네요.

 

마당: 회원도 활동가도 오래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지오: 맞아요.

 

조나단: 행성인에서는 20주년 슬로건으로 7가지를 내걸고 있는데, 그 중 가장 관심있는 현안은 무엇인가요?

 

지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족구성권과 교육에 관심 있어요. 가족구성권은, 제가 나이가 들면서 안정적인 걸 갈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거기에 연애도 물론 포함이 되고요. 제가 주거에 관심 있다고 했잖아요. 전에 제가 임대주택을 알아보면서, 제 적은 신혼부부였어요. 왜 매번, 신혼부부에게 밀리고 짝이 있어도 주거에서마저 배제되나 싶으니 가족구성권에 관심이 생겼어요. 사실 예전에는 ‘결혼 안 하냐’고 물으면, 저는 ‘동성혼이 법적으로 되더라도 생각 없다’고 말했어요. 도장 쾅 찍고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탐탁지 않았는데 요즘은 다른 방식으로 가족구성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 전에는 참 단편적으로 생각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죠. 현실의 여러 벽에 부딪히면서요.

 

교육은, 사실은 청소년문제에는 큰 관심 없었거든요. 요즘은 조금 달라진 게, ‘성소수자로서 왜 죄의식을 가지는가? 왜 나도 모를 수치가 있는가?’를 되짚어보면, 어릴 때 주입된 어떤 사고 때문 인 것 같고, 받아온 교육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노동, 주거, 정체성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것이 깔때기처럼 교육에 가 닿아요.


조나단: 그러면, 7대 슬로건 중 어렵게 다가오는 이슈나 현안은 무엇인가요?

 

지오: HIV/AIDS 이슈요. 저한테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요. 제 성격이, 세균이나 접촉 등에 관대한 편이 아니고 살짝 강박과 결벽이 있어요. 거기서 오는 불안과 병에 대한 무지, 과거에 받았던 편견 섞인 교육에서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오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저 역시도 만약 상대방이 약을 잘 안 먹었다면, 감기로도 그 감염인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도 무섭고요. 또 저는 여성이니까 그 병에 대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느낌도 있는데, 그 대상이 될 확률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병에 대한 제 태도를 반증하는 것 같아서 더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영화, 독서, 글쓰기

 

 

 


조나단: 학교다닐 때는 어떤 공부를 하셨어요?

 

지오: 영화요.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돈도 없었고, 붙임성도 없었고, 조그마한 카메라가 아직 보편화되기 전이라, 큰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데 성격적인 수줍음에서 오는 제약과 체격에서 오는 열등감 때문에 영화감독의 꿈을 접었어요. 촬영을 하려면 어디든 스스럼없이 올라가야 하고 자리잡기가 중요한데, 체격조건이 크면 유리하잖아요. 물론 몸집이 작은 친구도 하는데, 그 친구는 어딘가 밟고 올라서서 하는데 저는 수줍으니까 그게 안 되었던 거죠. 그래서 틀려먹었다 싶었어요. 물론 제일 큰 건 돈이 없었던 거죠. 대신 영화 공부를 하게 되었던 것은 이야기를 만드는 게 좋아서였으니까 글을 쓰기 시작했죠.

 

조나단: 그래서 ‘수유+너머’에도 계셨던 걸로 아는데 어떤 공부나 연구활동을 하셨나요?

 

지오: ‘수유+너머’가 없어지기 전까지 3년 조금 넘게 있었는데, 유일하게 마무리를 했던 세미나는 도스토옙스키 전 작품을 순서대로 읽는 세미나였어요. 전 작품을 끝내 읽었죠. 읽은 작품 중에는 죄와벌, 노름꾼,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좋아해요. 제가 앞에서 사람이란 정체성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무한한 사람이었어요. 인간이 가진 다면적인 모습들을 섬세하게 그려냈죠. 인간의 단면만을 보지 않았고 선과 악이 혼재된 속에서 분투하는 영혼을 믿으려 했어요. 그것이 신에 대한 믿음이기도 했죠.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검색해보면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이야기한다는 설명이 나오는데 결코 ‘절대신’을 향한 맹신이 아니에요. 제 생각에 그가 말하는 구원의 길은 인간이 맺는 관계에 있어요. 단적으로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 알료샤는 이렇게 말해요. 설령 악한이 된다하더라도, 어느 한 시절에 나눈 베풂과 사랑과 우의의 기억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고요. 저는 그게 일종의 연대라고도 생각해요. 사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훨씬 방대한 분량으로 기획되었었는데 우리가 아는 이야기는 그 초반에 불과해요. 주인공인 알료샤가 어린 친구들을 향해 연대의 기억을 간직하자고 설파하고서 그 후의 행보가 궁금한데, 그걸 쓰기 전에 작가님이 타계하셔서 아쉽죠. 이렇게만 얘기하니 또 너무 단순해졌는데.. 어느 한 작품을 딱 꼬집기보다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나중에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ㅎㅎ


조나단: 쉴 때는 보통 어떤 것을 하세요?

 

 

지오: 쉴 때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요. 영화는 공포영화 빼고는 거의 다 봐요. 좋아하는 감독은 요즘은 없어요. 작품으로는 블레이드 러너를 좋아해요. 그래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랑 얼마 전에 스틸라이프란 영화 봤는데 좋더라고요. 또 아주 예전에 봤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 개봉은 안했는데 해피니스라는 영화가 있어요. 영화 보기 전에 동아리 선배가 ‘이런 영화 만들고 죽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라고 그랬는데, 저도 보고 나와서 이런 영화 하나 만들고 죽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 면면의 모순을 파헤친 거였는데, 지금 보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 때 당시에는 의미심장하게 봤었어요.

 

요즘에는 영화보다 책에 더 감명을 받아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집 <올리버 키터리지>가 근래 읽었던 작품 중에 최고였어요. 그리고 최정화 단편집 중에 <지극히 내성적인> 을 읽었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작가가 있었다니 싶어서 대놓고 질투를 느꼈어요. 정말 잘 썼더라고요.

 

 

조나단: 취미로 뭘 배우거나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지오: 테니스를 배워보고 싶어요. 그런데 테니스 배우고 싶다고 몇 년째 말하는 거거든요. 스쿼시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유리창에 대고 자세를 잡는데 그게 너무 민망스럽더라고요. 그래서 할 수 있을까 싶어요. 헬스장도 잘 못 가거든요. 아무도 안 보는 것을 아는데도 거기서 막 기구를 미는 것이 그렇게 수줍을 수가 없어요.

 

 

행성인에서 이어진 인연

 

커플 팔찌와 링을 자랑 중인 지오님

 

 

조나단: 행성인에서 최근에 애인을 만나신 걸로 아는데 그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지오: 오늘 커플 팔찌와 링을 풀세트로 차고 왔어요. 첫 만남은 작년 행성인 송년회 때였어요. 만나고 나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전에 구술아카이브 때 안면을 튼 적이 있더라고요. 그때는 존재를 몰랐으니까 나중에야 이 친구가 그 친구였구나 했죠. 행성인 송년회 때는 1차 뒤풀이 끝나고 2차를 가게 됐는데, 원래는 큰 모임에서 2차를 잘 안가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2차를 가게 됐어요. 레즈비언 바에서 한다고 해서 그런 데는 어떻게 생겼나 싶어서 갔는데, 대각선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게 됐어요. 물론 살짝 의도는 있었어요. 구석으로 가려다가 말고 이쪽에 앉았죠.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까 밤을 새게 됐고, 3~4시쯤 지날 때 주위에 있는 분들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됐어요. 이 친구와도 전화번호 교환을 하는데 “제가 본명으로 알려드릴게요.” 하는데 그 순간 심장이 쿵 했어요. 뭔가 나를 좀 신뢰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죠.  그러면서 친밀감을 느낀 것 같아요. 그 때 한참 연애담 얘기가 나왔는데 둘 다 안 봤기 때문에 같이 영화를 보러 가게 되었어요. 영화보고 저녁을 먹고, 데이트하기 좋은 핑계 대라고 박근혜 퇴진 집회가 한창이었어요. 자연스럽게 다음 집회 나오시냐고 물어보고, 집회 나오면서 인연이 이어졌죠. 집회 끝나고 12월 31일 날 헤어지는데 막차를 놓쳐서 그 주변에 있는 분들하고 보신각 종소리 듣자고 종로까지 갔어요. 그러다 소유씨랑 셋이서 정말 허름한, 아무것도 만지고 싶지 않은 모텔에 들어가서 소유씨는 먼저 잠들고 저희 둘은 뻘쭘하게 앉아 있다가. 그때 제가 고백을 했어요. 그런데 마침 소유씨가 깬 거에요. 그래서 막 어색한 기류가 흐르니까 소유씨가 마지못해 다시 눈을 감지 않았나 생각해요. 처음에 사귀게 되고 나서 노동권팀 행사에서 소유씨를 스치듯 만났는데 아는 체 하는 것도 힘들만큼 어색하고 그랬어요.

 

조나단: 애인자랑을 해본다면?

 

지오: 저한테 모든 게 의외인 사람이에요. 어떤 면에서 짓궂은 면도 있고 보기보다 장난기도 많고 털털한데, 또 한편으론 느긋하고 속이 깊어요, 근데 그 깊은 면이 내가 짐작하는 방향에서 조금씩 다르게 드러나죠. 그래서 그게 새롭게 다가와요. 그리고 너무 귀여워요. 자기가 나를 뛰면 엎어질까 바람불면 날아갈까 어화둥둥 업어 키웠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순간순간에 만족하며 담대하게


조나단: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그 방향에 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오: 그 순간순간에 충실하고 싶어요. 그래서 후회도 많이 하고 깨지기도 많이 깨지고 힘들었던 때도 많았는데, 그럼에도 순간순간에 내가 원하는 게 뭘까, 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대체로 그랬던 거 같아요. 그냥 그렇게 살고 싶어요. 순간순간에 만족하는 삶. 거창하게 계획을 잡아도 그걸 다 실행하지 않으면서요.

 

조나단: 힘들 때는 보통 어떻게 하시나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면서 극복하는 편? 아니면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편?

 

지오: 저는 힘들 때 자요. 화가 나도 잠이 오고, 힘들어도 잠이 오고. 그렇게 잠이 와요. 저는 제가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적극적으로 노력했던 것도 같아요. 미련을 남기지 않을 때까지 밀어붙이는 거 같아요.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고 하는 일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또 욱하는 면이 있어서 현명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후회되는 것도 많고요.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거든요. 관계가 파토 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그렇게 끝이 나야 매듭이 지어지는 느낌이에요.

 

조나단: 자신의 장점은?

 

지오: 수줍음은 많지만 의외로 담대한 부분이 있어요. 그릇이 넓은 것 같아요. 아 이건 장점이라기보다 되고 싶은 사람일수도 있겠어요. 친한 언니가 있는데 사고가 제 기준에 약간 보수적인 사람이에요. 그런데, 자기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거에 부딪혔을 때에는 그걸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분이기도 하죠. 커밍아웃 했을 때도, 거창하게 나는 너를 이해해 이렇게 말하지도 않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런데 그거 힘든 거잖아.” 이러는 분이죠. 어떤 환경에 놓여 있어도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어떤 큰 그릇과 품으로 대한다는 게 되게 따뜻하고 귀중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조나단: 마지막으로 행성인 웹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지오: 앞서도 말했지만 제가 애인을 행성인에서 만났어요. 처음 행성인에 가입하고 얼마 후에  누가 저한테 행성인에서는 연애할 생각하면 안 된다, 거긴 운동단체라 어려울 거다, 이런 말을 했었거든요. 그땐 애인이 없었는데 그 말에 저도 수긍을 했었어요. 뭔가 운동단체는 무거울 거라는 느낌이 저한테도 있었던 거죠. 근데 저 연애하잖아요. 친목단체는 아니지만 여기라고 맨날 정치, 사회문제 얘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일상 안에서 고개가 갸웃거려질 때 가벼운 마음으로 기웃거려 보셔도 좋아요^^ 오프라인에서도 종종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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