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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8월 - 팀/소모임장 워크샵 후기 하나

by 행성인 2018. 10. 25.

모모(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트랜스인권TF팀) 
 

 

안녕하세요, 트랜스인권TF팀에서 공동팀장을 맡고 있는 모모입니다. 트랜스인권 TF팀은 내년 ‘트랜스인권팀’ 비준을 목표로 여러 가지 준비사업을 하고 있는 팀입니다. 저는 올해 4월부터 팀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행성인에서 같이 트랜스인권 의제에 관련한 활동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서 행성인에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처음 행성인 교육장에 방문했을 때 두리번거리던 기억이 아직도 떠오르네요. 트랜스TF에서는 현재 다섯 명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팀장 선정하는 걸 몇 번이나 미루고 나서야 제가 공동팀장을 맡게 되었고, 팀장으로서의 첫 활동이 팀/소모임장 워크샵 참가였어요.


 

워크샵 프로그램표

 

 

가기 전에 프로그램표를 보고 제가 팀장으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6월부터 7월까지 비대위 회의에 참관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도 들었구요. 그런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그날 자리에 왔던 게 기억나네요.
 
프로그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나와 팀원 간의 관계지도를 그려서 관계를 점검하고 관계 중의 권력을 점검하는 시간이었어요. 그 시간을 통해 팀 내에서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관계의 역학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캐치했어요. 근데 사실 그 시간에 조금 어려웠던 건,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어떤 관계를 적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네요.
 
마지막에 행성인의 미래를 그려볼 때 참 기분이 좋았는데요. 행성인의 미래를 기대하며! 이 프로그램을 해볼 때는 더 구체적으로 자세한 계획을 논의해보라고 하셔서 “음 그러면 기분이 안 좋아질 거 같네요”라고 해버렸어요. 미래 활동에서는 우리의 목표를 적고 미래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그 목표 과정에 이루어 낸 것들을 적었는데요. 말을 하자마자 후회가 되었던 것이, 사실 그 미래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해야 할 것을 상상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트랜스인권팀의 계획

 

 

평등한 공동체는 완성형일 수 없고 평등에 도달한다는 것의 의미는 계속 평등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을 두 가지로 나누자면 범주적 권력(categorical power)과 관계적 권력(relational power)으로 구분할 수도 있는데요. 범주적 권력은 성별/정체성, 인종, 나이 같이 소외를 만드는 특정 범주로 인해 발생되지만 관계적 권력은 발언권, 제지,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기 등 어떠한 관계가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가 늘 인식하고 문제제기했던 권력들, 즉 성적 위계, 성소수자 차별, 인종 불평등 같은 권력들이 범주적 권력이라면, 단체와 공동체 내에서는 관계적 권력이 작용하는데요. 정보가 어떤 사람에게 독점되거나, 몇몇 사람의 의견이 바로 공동체의 의견을 결정해버리는 경우, 소극적인 사람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경우 등 다양한 권력의 역학이 작용하죠.
 

 

조정자로서의 팀장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면서, 저는 조정자로서 어떤 방식으로 힘을 분배할지 고민하고 주변부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할 수 있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들이 저에게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같이 조정자로서 이 고민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 또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존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트랜스젠더와 젠더 비순응자의 인권을 생각하는 것과 반폭력과 평등의 공동체를 생각하는 것 사이에 어떤 점이 닮아있고 어떤 점이 다른지, 요즘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가운데에서도 트랜스젠더퀴어의 존재가 드러나고, 더 나아가서 사회에 트랜스젠더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트랜스 인권을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본 글을 남기고 얼마 뒤, 행성인 회원이자 트랜스인권TF팀에서 활동했던 모모님이 영면하였습니다. 모모님은 성소수자 운동 뿐 아니라 여성, 장애, 안전, 이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권 활동을 해왔습니다. 소식을 접한 많은 분들이 함께 슬퍼하고 기억하기를 바라며, 애도의 뜻을 전해오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