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은 등장부터 상상과 음모를 품은 이야기들로 넘쳤다. 인수감염의 뉘앙스를 즉각적으로 풍기는 이름부터 그랬다. 이는 질병에 불필요한 비유와 상상을 불붙일 알리바이를 제공하며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방해가 된다. COVID-19로 명명하기 이전 ‘우한폐렴’이 그랬고, HIV/AIDS가 공식적으로 명명되기 전 ‘게이들의 암’으로 불렀던 것이 그랬다. 몽키 팍스(Monkeypax)로 부르는 원숭이두창의 경우 애초 이러한 명명이 공식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방역당국과 언론·미디어는 여기에는 많은 오해와 편견이 개입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원숭이두창이 한국사회에 소개된 시점은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던 질병이 벨기에와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에서 열린 파티에 집단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부터였다. 소식이 전해졌을 때 언론과 미디어는 즉각적으로 이미지를 동원하며 질병의 얼굴을 그려나갔다. 공통적으로 내건 이미지는 물집과 상처로 뒤덮인 손상된 손의 모습이었다. 다른 언론은 게이 파티의 포스터를 올리기도 했고, 둘을 같이 올려 대비시킨 기사도 보였다.
매력적이고 활기 넘치는 몸들의 한편에 훼손되고 손상된 신체부위를 곧장 붙여 전시하는 패턴은, 이미 40여년 전 HIV/AIDS가 처음 등장하던 시절의 레퍼토리다. 한국의 언론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이들은 HIV/AIDS를 미국 발 괴질환으로 소개하는가 하면, ‘동성연애자’들의 질병으로 묘사하며 정론지와 황색잡지 나눌 것 없이 해외의 게이 섹스 이미지와 세균 그림을, 아픈 몸들을 신나게 전시했던 것이다. 40년 전 혐오의 구습은 여전히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진다.
그렇게 병에 걸려 손상된 몸을 전시하고, 특정 집단의 문화를 맥락 없이 편집해서 노출시키는 것이 질병예방에 기여했을까. 확실한 것은 질병을 프레임 짓는 언론의 논리는 질병을 특정 집단의 전유물처럼 인식하게 만들어 그들을 사회에서 분리하고 고립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질병에 걸린 이들을 배척하며 대상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원숭이두창에 빈번하게 등장했던 이미지는 유색인종의 손이었다. 여기에 해당 지역주민들이 질병에 노출되었던 환경이 묘사된다. 6월 28일 PD수첩에서 다룬 ‘원숭이두창, 오해와 진실’은 원숭이두창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으로 지목되는 야생동물 거래시장을 촬영한다. PD수첩은 여기에 어떤 가치판단을 하기보다 원숭이두창이 치료 가능한 병이며, 유럽등지에서도 새로 등장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연구와 치료를 진행하고 있음을 전한다. 이는 낯선 질병에 유난히 과잉 반응과 대처를 함으로써 불필요한 차별을 낳는 한국 상황을 지적하고자 하려는 메시지가 있다.
하지만 PD수첩의 공익적인 의도는 다른 편집적 연출에 도구가 되기 쉽다. 다시 말해 야생동물 고기를 거래하고 식육해온 문화를 야만으로 설정하고 이를 광란의 파티에 결합시킬 때, 도덕적 지탄에 대한 시나리오는 어렵지 않게 생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손상된 몸의 이미지를 인종주의와 성적 보수주의의 프레임에 동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스스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시민들은 식민지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본주의적 수탈을 지속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을 가난하게 만들면서 이들의 습속을 ‘야만’으로 치부하고, 질병이 전파되기 쉬운 취약집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는 사회적 통제와 위계의 프로세스가 질병을 둘러싸고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가를 비판적으로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군소 보수언론뿐 아니라 주류미디어도 질세라 노골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줄곧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를 친화적인 시각으로 조명해온 서울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누구보다 질병에 따르는 연구들에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쉬움 너머 실망이 크다.
특히 7월 2일 기사는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英원숭이두창 환자, 4명 중 1명은 'HIV 감염' 상태였다’는 제목의 기사는 제목 아래 환자의 손상된 손을 가져다 붙여 해당 사실이 가공할 위험인 양 시각적 연출을 더한다. 영국의 최근 연구들을 옮긴 기사는 원숭이두창 감염사례의 상당수가 남성과 섹스한 남성들임을 밝힌다. 그리고 곧장 환자들 중에 25%가 HIV감염상태였음을 말한다. 한데 기사는 그게 무슨 문제를 야기하는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원숭이두창이 게이와 MSM에게서 많이 발병하고 있으니 이를 에이즈와 어떻게든 엮고 싶었을까. 그래서 게이 섹스에 HIV/AIDS의 위험을 새삼 부각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HIV 바이러스와 두창 바이러스가 합쳐졌다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논리를 펼치고 싶었던 것일까. 객관적인 통계 아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원숭이두창에 걸린 HIV감염인 중 상당수가 치료약을 꾸준히 먹어 HIV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을 것이 보다 현실적인 사실일 것이다. 설령 이들에게 HIV바이러스가 검출되거나 만에하나 두 바이러스가 합쳐지는 상황이 발생할지라도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저들의 건강이고 최선의 예방법을 구하는 일이지 질병을 다른 세계의 일인 양 온갖 위협적 레토릭을 더해 설명하거나 과도한 두려움을 심게 하여 경계심을 높이는 일이 아니다.
확진자 중에는 특정한 집단적 만남 속에 밀접접촉을 했을 경우가 많을 것이고, 우연히 동류의 정체성과 성적 지향의 사람들에 집중되었을 수 있다. 당연히 만남이 이뤄진 문화적 배경이 있을 것이므로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이들 중에는 다른 성병과 면역질환을 갖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낯설게 바라볼 일이 아니다. 한데 여기에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는 말인가. 아니,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조명하면 예방에 어떤 도움이 될거라 생각하는가.
기사 제목은 세상에 위기가 찾아온 모양으로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그와 달리 내용은 지극히 평이했다. 현재 파악 중인 질병이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설명은 불완전한 지점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예방이 빠르게 되어야 하는 것 또한 틀림이 없다. 문제는 질병에 대한 지식의 빈칸을 두려움으로 채워 넣고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을 증폭시켜 혐오의 여론몰이를 하는 나쁜 언론들이다.
오래 전 미국의 이론가 수잔손택은 질병을 은유하지 말라고 말했다. 질병을 다른 사물과 대상, 가치에 은유하는 것은 타인에게 낙인을 찍고 대상화할 뿐 질병의 해소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위기를 앞두는 시점에 언론도 관심만 끌려 하지 말고 질병예방에 책임이 있음을 부디 자각하길 바란다.
2022. 7. 3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미디어TF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이 제작한
💥원숭이두창에 대비하며 퀴어 커뮤니티에 전하는 이야기와 가이드
https://notacrime-hiv.org/?p=1540
💥원숭이두창 정보 및 언론가이드, 정부의 역할
https://notacrime-hiv.org/?p=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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