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을 기대한다
- 성소수자의 삶과 존엄이 존중되는 나라를 염원하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촛불 광장의 힘으로 이룩한 정권교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결과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 무능을 청산하고, 민주주의의 회복과 시민의 안녕을 위하는 변화에 대한 요구를 보여줬다. 오랜 세월 한국 사회를 옭아맨 지역주의와 안보론, 색깔론의 영향력이 축소됐다. 기쁜 일이다. 그러나 많은 성소수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출범을 온전히 축하할 수 없는 씁쓸한 마음을 안고 있다. 19대 대선은 성소수자 인권이 대선 의제로 부상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지만, 혐오로 얼룩진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에 축하를 보내며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밤 광화문 연설에서 말한 것처럼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혜안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통합, 원칙과 상식이 성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 시민들에게도 통하는 5년이 되길 바란다. 그럴 때에만 혐오로 얼룩진 대선 과정의 과오를 바로잡고 성소수자들이 입은 모욕을 씻어내며,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성소수자 인권 이슈를 논의하는 공론장의 최저선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성소수자의 존재와 동성애라는 성적지향이 찬반의 문제가 될 수 없음을 확인하고, 성소수자 인권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서 반인권적이고 비과학적인 성소수자 혐오 선동을 배제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풀어내야 할 선결적 과제다. 이는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출발점이며, 성소수자 관련 정책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방향을 나누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론장의 최저선을 회복하고 성소수자 시민과의 대화와 소통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5년이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과제를 논의하고, 현실에 구현하는 ‘지금’이 되길 바란다. 성소수자 인권을 더 이상 나중으로 미룰 수 없다. 지금도 한 명의 군인이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구속되어 있으며, 군대 내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육군의 불법적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등 나중으로 미뤄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한편 성소수자들의 삶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행동이 변화를 이끄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하고자 한다. 이번 19대 대선 과정에서 터져 나온 변화를 요구하는 성소수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존엄이 한국 사회의 인권 과제로 부상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성소수자의 삶과 존엄이 존중되는 시대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몫과 책임을 다할 것이다. 행동하는 성소수자가 세상을 바꾼다.
2017년 5월 11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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