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공동운영위원장)
2월 27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2016년 정기 회원총회를 진행했습니다. 총회에는 그 해 활동 방향과 목표를 주요 의결안건으로 다룹니다. 반인권적인 사회정서와 정치인의 반동성애 선언이 만연하고 있는 현재, 단체 안팎의 활동과제와 목표를 보다 확고하게 세우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아래 의결된 행성인 활동목표를 독자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①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반대 너머 성소수자 운동의 성장과 도약으로
- 성소수자의 집단적 존재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영향력 높이고 지지기반 넓히기
- 차별선동세력들의 공세에 앞선 성소수자 의제 선점
- 분야별 연대 넘어 구체적인 현안대응과 공동사업 기획을 바탕으로 사회운동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연대활동
최근 몇 년간 극우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혐오, 차별선동 세력의 조직화된 반성소수자 활동을 직면하고 대응하면서 성소수자 운동은 많은 역량을 소진해야 했습니다. 열악한 조건 아래 성소수자의 삶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혐오와 차별의 굴레 너머 구체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가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에 행성인은 2016년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반대 너머 성소수자 운동의 성장과 도약으로”라는 활동 목표를 통해 성소수자 의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합니다.
현재 한국사회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당장 2016년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으며,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매년 선거 일정이 있는 3년을 보내게 됩니다. 언론의 관심이 선거와 중앙정치에 집중될 이 시기에 성소수자 운동이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각 선거 국면에서 성소수자 이슈를 어떻게 가시화 할 수 있을지, 혐오세력의 정치인들에 대한 로비 활동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성소수자 운동 공동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에 행성인은 2016년 총선 대응 유권자 운동 ‘Rainbow Vote’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성소수자의 집단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며 지지기반을 넓히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이는 2016년 총선 대응뿐 아니라,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까지 매년 중요한 선거일정이 잡혀있는 한국사회의 정치현안에 대응하고, 나아가 성소수자 이슈를 사회적으로 가시화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활동이라는 점에 성소수자 운동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차별선동세력의 공세에 앞서 성소수자 의제를 선점하고, 성소수자의 구체적인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위한 활동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행성인은 노동권, 가족구성권, 군인권, HIV/AIDS 등 성소수자의 삶에 중요한 다양한 권리와 이슈를 다루는 운동을 팀과 연대활동을 통해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차별선동세력의 공세 대응에 많은 역량을 투여하게 되면서 구체적 권리를 드러내고 요구하는데 제약이 있었으며, 단체 내부적으로는 활동을 담당하는 팀의 역량이 약화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각 팀 활동과 연대활동을 통해 성소수자의 구체적 권리와 이슈 가시화에 보다 많은 역량을 투여하고자 합니다. 공론장을 지속적으로 만들며 차별선동에 맞서는 메시지를 개발하고, 이슈를 확대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또한 20주년 사업기획에 맞춰 단체 안팎의 토론을 이어나가며 행성인 활동의 평가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할 것입니다.
보다 실질적인 활동을 위해 행성인은 분야별 연대를 넘어 구체적인 현안대응과 공동사업 기획을 바탕으로 사회운동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연대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2015년 행성인의 새로운 시도였던 ‘이상한 추모문화제’는 장애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의 접점과 상호 운동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진행했습니다. ‘저항과 연대의 행진단’은 퀴어문화축제라는 성소수자 운동의 중요한 행사에서 다양한 연대단위와 함께 행진함으로써 단체 색깔과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6년 행성인은 예의 연대사업을 정례화함과 동시에, 그동안 연대단위와의 긴밀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노동권팀 및 HIV/AIDS 인권팀 활동을 통해 공동 기획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고자 합니다.
② 성소수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고 밀착된 활동 만들기
- 커뮤니티 성장세,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생산되는 환경변화에 맞춰 공론이 만들어질 수 있는 단체 커뮤니티 성격 강화
- 회원조직팀 신설을 통해 조직력 강화, 회원과 활동 간 연계 높이고 회원/비회원의 참여문턱 낮추기
- 세대, 지역, 성별, 정체성 등을 아우를 수 있는 활동을 기반으로 단체 조직력 신장
2015년 한 해 동안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SNS와 출판, 전시 등 문화컨텐츠를 통해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생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오랫동안 운영되어온 온라인 레즈비언 사이트가 문을 닫는 등 커뮤니티 구심점이 사라지고, SNS 등으로 소통 방식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행성인에서는 최근 몇 년 간 회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보다 많은 회원들을 만나고, 조직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이에 행성인은 2016년 한 해 동안 커뮤니티 기반 단체로서 다양한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회원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며 운동언어를 넓히고 방식을 다변화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커뮤니티의 변화에 맞춰 회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기획사업을 활성화 하고, 단체 홍보 채널 변화를 모색할 것입니다. 회원기획으로 진행되었던 2015년 ‘트랜스* 세미나’는 단체라는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로서 기존 운영체제의 틈새에서 다양한 회원들의 욕구가 단체를 통해 구현된 선례였습니다. 행성인은 이러한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기획될 수 있는 사업플랫폼을 구상함으로써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장려함은 물론, 개별의 욕구가 단체 운동과 시너지를 내며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자 합니다. 또한 변화하는 매체환경 위에서 행성인의 활동을 커뮤니티에 잘 알릴 수 있도록 다듬어내고, 나아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릴 수 있도록 현재 홍보 채널과 방식을 점검하며 홍보시스템 구축과 홍보전략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어서 회원조직팀을 신설하여 단체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회원의 참여문턱을 낮추고자 합니다. 2014년부터 행성인은 회원사업팀, 2015년 활동회원모임을 꾸리며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회원조직방식을 고민해왔습니다. 올해 신설되는 회원조직팀은 새롭게 단체에 가입하는 회원들이 늘어나는 환경을 반영하여 활동경험이 없거나 관심을 갖는 이들을 타깃으로 단체활동에 적극적으로 연계시켜 참여는 물론, 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력할 것입니다. 더불어 회원조직사업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단체 조직모델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다양한 세대와 지역, 성별, 정체성을 지닌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활동을 기반으로 단체 조직력을 신장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단체 내에서는 여성모임, 전국퀴어모여라, 흥산회 등 다양한 소모임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졌으며, 소모임을 통해 새롭게 행성인을 만나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2016년에는 소모임 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친목과 커뮤니티 위주의 소모임활동이 단체 중점 활동과 맞닿을 수 있는 접점을 찾고자 합니다. 또한 지속적인 토론을 통해 커뮤니티를 만나는 행성인의 활동 방식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③ 행성인의 향후 20년을 향한 단단한 조직 체계 구축하기
- 2017년 행성인 20주년 준비에 맞춰 아카이빙사업을 바탕으로 단체 활동기록과 자료들을 정비하고 활동방향과 비전 재설정
- 운영위원회 강화를 통해 현안에 대한 전문적 활동역량 높이고, 안정적인 단체운영구조 기틀 마련
2016년은 본격적으로 행성인 20주년 사업을 준비하는 해입니다. 행성인은 단체 설립 20주년을 향후 20년을 향해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 단체의 활동방향과 비전을 새롭게 설정하고, 조직 체계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올해 신설되는 ‘20주년사업기획단’에서는 20주년 사업의 시작으로 기획단 산하의 ‘아카이빙팀’과 ‘평가와 전망팀’을 구성했습니다. 아카이빙 사업은 단체의 역사와 그동안의 활동자료를 축적하는 아카이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단체의 활동기록 및 자료 분류 체계를 재정비 하는 활동으로 진행됩니다. 평가와 전망팀에서는 아카이브 자료를 바탕으로 행성인 20년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단체 내 연속 토론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행성인 활동 방향과 비전을 재설정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활동 방향과 비전은 2017년 총회 인준을 통해 회칙 개정과 활동 계획 수립으로 이어질 계획입니다.
단체 조직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운영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운영위원회 및 사무국의 전문적 활동역량을 높이는 것 역시 올 한해 과제입니다. 2016년 행성인은 활동에 있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할 것을 목표로 삼은 만큼, 변화하는 단체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조직운영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운영위원회의 긴밀한 소통과 운영위원의 역량강화가 절실합니다. 그리하여 단체 활동에 대한 운영위원회의 논의와 결정이 전반적인 단체의 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운영위원회의 회의간격을 조정하고, 정기회원모임 등 단체 활동에 대한 운영위원회의 기획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또한 운영위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활동목표를 기술하고보니 단체의 과제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운동에 있어 적극적인 의제설정과 더불어 커뮤니티 활동을 확대하고 내부 안정적인 조직구조 구축과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목표들은 행성인 뿐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느 성소수자 멤버십 단체들에게도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행성인의 목표가 단순한 욕심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회원여러분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할 것입니다. 활동을 계획하고 이야기나누며 조직하는 과정 자체가 소중한 활동일 것입니다. 단체 안팎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공론장으로서 행성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대를 다지며 성소수자 인권을 적극적으로 외치며 혐오와 차별로 만연한 사회를 바꿔나갈 성소수자 운동을 함께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즐거운 운동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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