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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

송구영신, 단체의 변화와 활동계획

by 행성인 2015. 3. 12.

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5년도 첫 분기가 끝나갑니다. 올 초부터 정면으로 찾아온 단체의 변화를 몸으로 맞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네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1월 중순 사무실 이사를 시작으로 2월 마지막 날 총회를 치렀습니다. 총회를 끝으로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넘어갔습니다. 총회에서는 단체 운영진과 조직개편, 새로운 단체명을 인준받았습니다. 새 이름과 새 운영진, 새 사무실까지 동인련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로 거듭납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단체이름 변경에 대한 요구는 몇 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찾는 단체 사이즈에 비해 ‘동성애자인권연대’라는 지붕은 너무도 작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름 바꾸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불러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검색창에 ‘동성애’를 치면 제일 먼저 검색되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죠.

고민과 논의 끝에 운영진과 회원들은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새 이름을 정하기 위해 회원워크샵을 진행하고, 운영위원들은 몇 달에 걸쳐 단체명 제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동인련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단체의 방향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뽑아보면서 단체의 방향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연대’와 ‘인권’, ‘행동’과 ‘성소수자’가 호응을 얻었고, 이들을 조합하여 만든 이름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였습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는 단체의 얼굴을 담습니다. 더불어 사회로부터 최소한의 인권을 요구하고 지키는 노력 너머 사회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의지 또한 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새 이름은 회원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되는 활동의 면면이 새겨 있습니다.

회원들 개개인이 단체 안에서 목소리를 만들고, 생각들을 모아 ‘우리’의 주장을 끌어내는 작업은 단체의 기조와 활동방향을 정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활동을 기획하고 참여하는 가운데 회원들은 자신의 열정과 능력을 투여하고 활동을 위한 역량을 높입니다. 물론 그속에서 서로 다른 처지와 경험, 생각들을 만납니다. 단체는 친목을 다지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함께 활동하는 가운데 부딪히고 갈등하며  반성하고 새로운 관계가능성을 이어나갈 시험장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로운 단체명을 공표한 이후 많은 분들이 격려와 호응을 보내주셨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총회때 공식적인 약칭이 통과되지 않아 당분간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라는 긴 단체명을 적어야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이름이 부르기 좋고 귀에도 편할까요? 행성인? 행성연? 행동연대? 행동인? 행동대?... 여러분의 의견 기다리겠습니다.
 

활동회원모임 신설을 통한 회원네트워크 강화

단체명 변경은 단순히 활동을 반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활동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이슈와 사안에 즉각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체의 조직개편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죠. 특히 우후죽순으로 들이닥쳤던 반동성애 성소수자혐오세력의 공격에 대응했던 지난해 활동경험은 이후 조직된 단위로 활동을 펼칠 필요성을 절감케 했습니다. 한편으론 즉각적으로 단체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지요.

단체의 오랜 활동가들이 중책에서 물러나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물론 이들이 아주 떠나는 건 아니지만, 실무에 배치되었던 베테랑 활동가들의 경륜(!)을 신진 활동회원들이 채워나가야 하는 과제는 생각만큼 가볍지 않았습니다.

2015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팀과 활동가들을 엮어내어 기동력 있고 내실 있는 활동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습니다. 단체 중심의 다양한 집중 활동을 펼치고자 우리는 ‘활동회원모임’을 신설했습니다. 활동회원모임은 기존 ‘회원사업팀’을 주축으로 운영위원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회원들이 참여하는 모임단위입니다. 기존 '회원사업팀'의 확대된 형태를 갖지요. 활동회원모임은 이슈와 사건마다 회원들이 문제를 공유하고 논의하여 기동력 있게 대응을 조직합니다. 더불어 기존 운영되었던 HIV/AIDS인권팀, 노동권팀, 웹진팀, 청소년성소수자팀 등의 활동팀과 공동으로 연간 사업을 기획함으로써 새로운 활동가를 양성하고 조직역량을 높입니다. 현재 활동회원모임은 상반기 사업을 구상중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3월 여성의날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했습니다. 이후 회원사업팀은 4월 성소수자추모주간과 5월 아이다호, 6월 퀴어문화축제에서 어떤 기조의 발랄한 활동을 준비할 것인지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활동회원모임은 기존 활동가 및 회원들의 관계를 맺는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활동회원모임은 단체 활동을 고민하는 회원들, 책임감 있게 활동하고 싶은 회원들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합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여러분께 들어야 할 이야기가 두 개로 늘었네요. 
 

공동운영위원장

올해는 최초로 공동운영위원장을 선임했습니다. 여기에는 단체 안팎의 배경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는 활동전반을 논의할 수 있는 회원 간 네트워크의 활성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활동을 이끌어갈 수 있는 회원들의 역량강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현안을 나누고 방향을 제시할 논의자리가 이전보다 많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외부의 연대도 새롭게 다져야 하지요. 변화에 수반되는 일련의 과제들을 실천하면서 1인 운영위원장을 유지할 경우 실무가 집중될 우려가 있었습니다. 이에 웅과 호림 두 명의 공동위원장을 선출하여 효율적인 업무분담을 하고, 현안대응과 활동방향을 함께 모색해나가고자 합니다. 전에 없던 공동운영위원장 체제를 구성하면서 격려와 축하 속에서 질문과 우려를 들었습니다. 혹여 호흡이 다르고 의견이 달라서, 스타일이 안 맞아서 활동이 삐걱거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었죠. 일리가 있는 지적이고,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려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분담하는데 중점을 둬야겠지요. 그래도 걱정되신다면, 오셔서 같이 활동하며 합을 맞춰나갑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항상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구체적인 연대활동

연대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중요한 가치입니다. 항상 단체 안팎에는 이주노동자, 장애인, 비정규직/해고노동자가 있었고,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도 이들의 투쟁에 지지를 표하며 함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혐오는 여성, 계급, 인종, 지역, 질병과 사상에 걸쳐 일어납니다. 그렇기에 혐오에 맞선 투쟁, 기득권 세력에 대한 투쟁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연대를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도처에서 조직화된 혐오선동의 맨살을 마주했습니다. 2015년, 혐오와 차별의 기운이 더욱 어둡게 드리워질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조차 이제는 익숙해졌을 만큼 사회의 보수화 속에서 혐오와 폭력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015년 극우 기독교 세력은 성적지향에 기반 하는 차별 금지를 명시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개악하려 외압을 넣고 있습니다. 올해도 퀴어퍼레이드 장소를 구하는 일은 힘겨울 것이고, 혐오세력은 이전보다 조직적으로 난입해올 것입니다. 올 초 들려온 소식은 2015년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합니다. 미국에서 반동성애단체으로 분류되는 United Families International이 한국지부(아시아의 첫번째 지부)를 설립한 것입니다. 아시아 어느 국가보다 극우 기독교의 영향력이 큰 한국이 이제 혐오세력과의 격전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인권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할 국가인권위마저 혐오발언을 서슴지 않는 보수기독교인사들로 중책이 채워지는 가운데, 유엔보고서에 세월호를 누락했다는 사실은 실망과 분노를 삽니다.

하지만, 우리는 2014년 크고 작은 승리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왔고, 우리의 눈에 닿지 않았던 더 많은 이들이 우리와 연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혐오세력에 대응했던 대구퀴어퍼레이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무지개농성”을 통해 박원순 시장의 사과를 받아냈고, 서울시와 성소수자 단체들 간의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무지개농성”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여성, 노동, 장애, 종교, 교육, 시민사회 등 다양한 연대의 힘을 확인하고, 성소수자 운동이 직접 행동을 통해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2015년 더욱 거세질 혐오세력의 공격을 “무지개농성”에서 얻은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돌파할 것입니다. 연대와 직접행동을 통해 올 한해도 다양한 영역에서 실천을 이어갈 것입니다. 특히 올 한해에는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여성, 노동, 장애, 종교, 교육 등 다양한 시민사회 함께 성소수자인권을 넘어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와 저항운동을 억압하는 극우 혐오세력에 대항하는 활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보다 촘촘한 연대를 위해 우리는 구체적인 활동을 기획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4월에는 장애운동과 함께 추모주간을 기획하고 있으며, 성소수자 노동권팀에서는 노동자 참가단을 조직하여 올해 퀴어퍼레이드에 함께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언제나 그래왔듯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여성,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등 다양한 이들의 투쟁 현장에 함께 하고, 싸우는 이들과 연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