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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

장애인 운동은 혁명이다! - 행성인 4월 회원교육 '장애인운동' 다시보기

by 행성인 2016. 4. 8.

 

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4월 20일은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입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수많은 차별과 억압 속에서 기본적인 삶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고통 받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날은 여전히 시혜와 동정으로 치장되어 장애인의 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2002년부터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동투쟁단)을 구성하여, 동정과 시혜로 기념일을 챙기는 것을 거부하고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 투쟁하는 날로 4월 20일을 기념해 왔습니다.

 

성소수자들은 존재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취급 받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습니다. 동정과 시혜를 거부하고 권리를 위해 싸우는 장애인 운동은 이런 맥락에서 성소수자 운동에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이에 행성인은 2004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420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필두로 장애인 운동과 다양한 만남과 연대의 자리를 가져왔습니다. 그 사이 장애인 운동은 성소수자 운동의 든든한 벗이 되어주었습니다.

 

 

 

지난 4월 6일 행성인에서는, 곧 다가올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를 모시고 장애인운동의 투쟁의 역사와 당면 과제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박경석 님은?

 

교육 중인 박경석 교장쌤

 

 

이야기 손님으로 모신 박경석 님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이자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으로, 장애인 운동의 선봉에 서서 활발한 투쟁을 펼치고 계신 분입니다. 노들장애인야학은 교육의 기회를 놓친 장애인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확대하기 위한 취지 아래 1993년 개교한 장애인 학교입니다. 사고로 중도의 장애를 입고 난 뒤 5년 동안 집에서만 지내다가 밖으로 나와 장애인 문제에 대해 알게 되고, 장애인 운동을 접하게 되고, 현장 활동을 시작한 곳이 바로 노들장애인 야학이었습니다. 그래서 박경석 님에게는 마음의 고장과도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몸이 고장(故障) 났다 하여 노들장애인야학 내에서는 박경석 님을 ‘교장’이 아닌 ‘고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장애인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 장애에 대한 인식

 

대학생 장애인식조사. 2012.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

 

 

본격적인 장애인운동의 이야기를 듣기에 앞서 장애, 장애인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살펴보았습니다. 2012년 실시된 대학생 장애인식조사에서 장애인과 마주쳤을 때 드는 생각으로 ‘도울 것을 찾는다’, ‘동정심이 든다’가 각각 30%가 넘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장애를 드러낼 때 동정, 봉사, 극복의 서사들을 많이 사용하며, 장애는 사회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당사자가 극복해야 된다는 시각을 드러냅니다.

 

왜 동정, 봉사, 극복이 시각이 만연한 것일까요? 장애인 운동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중요 가치와 기준이 개인주의, 경쟁, 효율성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대중 교통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들어갑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경쟁과 효율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노동시장에서도 장애인은 경쟁에서 뒤떨어지며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이너스 100’의 효율성을 가진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은 살아갈 수 없습니다. ‘0(zero)’의 기준까지 효율성을 올려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지요. 하지만 기준 자체를 변화시키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장애인 운동에서는 이러한 물음표를 던지며, 기준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없이 하위 집단을 동정, 봉사, 극복이라는 방식으로 대하며 부조리함을 가려버리는 사회를 비판합니다.   

 

 

장애란 무엇일까요? - 장애의 '정의'

 

장애인 운동은 자기들 스스로 기준을 변화시키기 위해 ‘장애’를 재정의 하고자 합니다. ‘장애’란 무엇일까요? WHO(세계보건기구)는 장애와 장애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내립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조 (장애와 장애인)

① ... 장애라 함은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 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말한다.
② 장애인이라 함은 제1항에 따른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법적 기준은 신체적·정신적 손상으로 대상의 장애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지닌 채 살아갑니다. 다만 그 손상이 ‘특정한 관계’ 안에서 발생할 때 ‘장애’로 나타난다는 게, 장애인 운동에서 강조하는 요지입니다.

 

 

서아프리카 부족 어느 마을 사람의 발

 

'까렌족'의 여성들

 

위에 있는 두 사진 속 인물은 ‘장애인’일까요? 서아프리카 부족 어느 마을의 사람들은 위 사진과 같이 대부분이 두 개의 발가락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고 장애로 인식되지도 않습니다. 미얀마 및 타이에 거주하는 ‘까렌족’이라는 소수민족 마을의 여성들은 아래 사진과 같이 목에 건 링의 수와 종류로 사회적 지위를 나타냅니다. 때문에 목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깁니다. ‘까렌족’ 여성들은 ‘까렌족’내에서 장애인일까요? 

 

 

 

 

과다한 체지방을 가진 상태를 이르는 말인 ‘비만’. 보통 치료 대상으로 인식되긴 하지만, 비만인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은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비만은 장애입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는 극심하지만, 이 또한 이주노동자를 장애인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의사소통이 안 되는 외국 이민자를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손상은 특정한 관계 안에서만 장애가 됩니다. 흑인이 노예이던 시절, 피부가 검기 ‘때문에’ 노예가 된 게 아니라, 백인우월주의에 기초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으로 노예가 됐던 것처럼, 손상 또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으로 인해 장애가 됩니다. 만약 손상 자체로 인해 장애가 되는 것이라면, 그 손상을 치료하는 게 장애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차별과 억압이 그 과정에 있다면, 그 과정을 해결해야 장애 문제가 해결됩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 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 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됩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위한 교육은 체계적으로 있으나, 수화를 위한 교육은 체계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청각 장애인이 수화를 통해 소통할 수 있으면 장애가 될까요?

 

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 인권유린 등의 사태를 담아 전국민의 분노를 사게 했던 영화 도가니. 정작 청각 장애인들은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국내 영화라 자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책 체계가 없는 것이 차별로 작동합니다. 정책 체계의 부재는 장애인을 배제하고 소외시키고 격리시킵니다. 정부는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해결하기는커녕, 앞서 말했던 것처럼 동정, 봉사, 극복으로 문제들을 덮어 두기만 합니다.

 

장애인 운동은 못미더운 정부에 기대지 않고,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을 지속해왔습니다.   
 

장애인도 이동할 권리가 있다! -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시작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리프트가 있었지요. 안전하지 못한 리프트에서는 추락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그러다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하여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몇 명의 장애인 활동가는 오이도 추락참사 대책위를 꾸려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서울시에 찾아가 요구합니다.

 

지하철 이동권 투쟁 당시 박경석 님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어 투쟁을 벌이는 장애인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검토하겠다고만 답할 뿐이었습니다. 언제까지 검토할 건지만 알려달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언제까지 검토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는 무성의한 답이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하염없이 지켜만 볼 수 없었던 대책위는 서로의 목에 사다리를 걸치고 지하철 선로로 뛰어 들어갑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시작이었습니다.

 

수갑과 쇠사슬을 이용한 투쟁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

 

그리고 장애인 운동은 요구를 하나 덧붙입니다. 저상버스 도입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고 싶다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그만큼 당연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도, 저상버스도 각종 핑계를 대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돈이었습니다. 저상버스는 기존 버스에 비해 생산비용이 더 들고, 엘리베이터도 리프트보다 설치 비용이 더 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본과 연결되는 문제였고, 장애인들에게 많은 자본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므로 요구를 거절한 것입니다.

 

사실 2003년 전에는 ‘이동권’이라는 단어조차 없었습니다. 장애인 운동의 투쟁으로 장애인 이동권이 부각되자, 2003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이동권’이 수록되고 사회적인 관심사로도 떠오르게 됩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2005.1.27. 공포)

제3조 (이동권)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그리고 법에 이 당연한 권리를 집어넣기 위해 장애인들은 마포대교를 행진합니다. 150여명이 연행되는 격렬한 투쟁이었습니다. 투쟁의 결과, 이동권이 들어간 법이 2005년 1월 공표되었고, 2016년 현재, ‘서울시의 모든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와 ‘시내버스 노선 전체에 대하여 저상 버스 100%도입 추진’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냅니다.

 

 

한강대교를 건너서 - 활동보조제도화 투쟁

 

장애인 운동이 투쟁으로 이루어낸 성과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2006년 시작된 활동보조제도화 투쟁으로 활동보조를 제도화하기도 합니다. 2006년 전, 그 당시 활동보조제도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에 식사를 가져다주는 제도만 있었다고 합니다. 활동보조제도의 부재로 경남 함양에서 혼자 살던 한 장애인이 수도관이 터져 동사하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활동보조제도가 시범사업으로 도입됐지만 밤 11시까지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어느날 새벽 2시, 한 중증장애인이 화재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장애인 운동에서는 거듭된 참사를 겪고, 활동보조제도화를 요구하며, 당시 시범사업 예산인 1억 5천만 원에서 3억 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서울시는 역시 예산이 부족하다며 거절합니다. 하지만 그 무렵 한강대교 옆 노들섬에 예산 9천억 원의 오페라하우스 설치가 계획됩니다.

 

한강대교 위에 쓰여진 "인간답게 살고 싶다" 한강대교를 기어서 행진하는 장애인들

 

분노한 장애인들은 한강대교를 기어서 행진하며 6시간에 걸친 투쟁을 벌입니다. 그 결과 활동보조서비스를 권리로 인정받아 2007년 활동보조가 제도화 됩니다.

 

 

투쟁은 현재진행형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장애인권리보장법

 

각종 투쟁을 통해 여러 권리를 보장받는데 성공했지만, 장애인권 보장을 위한 투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장애인 권리에 대한 악법들을 폐지하고자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급권자 부양 책임을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지목하여 가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부양의무제’. 그리고 단순 행정 편의를 위해 고기에 등급을 매기듯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매겨,  활동보조서비스가 꼭 필요한 장애인들이 해당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하는 ‘장애등급제’가 대표적인 악법입니다. 장애인 운동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공동행동’을 꾸려 광화문 지하농성장에서 1336일(4월 6일 기준)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차별의 근본적 원인인, 손상으로 정의되는 장애인. 이 정의 자체를 바꾸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애인 복지법에서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장애인 운동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재정의를 포함하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에서 장애인이란 ‘사회의 문화적, 물리적 및 제도적 장벽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참여에 제약을 경험하는 신체적 또는 신체적 특성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운동은 혁명이다!

 

 

문제로 정의된 사람들이 그 문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혁명은 시작된다 - Mc Knight, 1995


문제로 정의된 장애인들. 장애를 다시 정의하기 위해 투쟁하는 장애 운동은, 그래서 혁명이라고 이야기됩니다. 요즘 언론에서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언급할 때, ‘성소수자 문제’, ‘동성애자 문제’라는 표현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성소수자가 사람으로 여겨지는 게 아닌, 사회 문제로 여겨지는 요즘. ‘정의’를 바꾸기 위한 ‘혁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들은 박경석 님께서 교육 시 사용한 PPT 에 포함되어 있던 이미지입니다.)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에 함께 하기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에 함께 하기

 

장애인권리보장법 입법청원인으로 함께 하기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에 함께 해 주세요]

 

1. 단체라면?
420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으로 함께해요!
-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장애인들이 대상화되는 행사를 거부하고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장애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구조를 알려냅니다. 또한 5월 1일까지,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구조를 철폐하기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투쟁을 진행합니다. 420공투단은 투쟁 기간동안 투쟁 계획과 실천, 공투단의 운영을 함께 논의하고 책임집니다.

* 420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 신청하기:  https://goo.gl/qv4ScK

 

2. 개인이라면?
2016 420장애인권위원 장애인권리보장법 입법청원인으로 함께해요!
- 입법청원인은 장애인 권리보장의 시대를 여는 ‘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을 함께 만듭니다.
입법청원인은 2016년 420 장애인권위원으로 위촉되어 장애인의 차별받는 현실을 알리고 지지하는 다양한 실천을 함게 합니다.
입법청원인으로 모아주신 기금은 장애인권리보장법 입법활동,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및 문화제, 14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등에 사용됩니다.

* 420장애인권위원 장애인권리보장법 입법청원인 신청하기: https://goo.gl/nDfCF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