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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병권의 성북동 무지개

지난 4년의 활동 그리고 2010년 동인련

by 행성인 2009. 12. 30.



안녕하세요. 동인련 사무국장 장병권입니다.

지난 한해 동인련의 활동을 돌아봅니다. 동인련의 주장, 활동 소식을 알리는 웹진은 꾸준히 발간되었으며 매월 둘째주 토요일이면 사무실이 들썩이게 만드는 청소년들의 무지개 학교 놀토반이 열렸습니다. 먼저 간 육우당을 기리며 거리에서 자신 있게 ‘평등과 인권’을 외친 청소년 성소수자 자긍심 캠페인도 있었습니다. 회원들에게 친근하게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 마련된 회원 프로그램 ‘외출’, 후퇴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거리에서 뜨겁게 외친 퀴어퍼레이드, 성황리에 개최되며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던 2009 성소수자 진보포럼, 그리고 실천과 연대의 중요한 원칙으로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해 정리해고에 맞선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건넨 연대의 손길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용산 참사의 문제를 성소수자의 시선으로 다가간 ‘종로, 용산을 만나다’등 점점 멀어져가는 생존권, 인권에 맞선 활동에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한해를 돌아보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지난 12월 19일, 이런 지난 한해의 활동들을 정리하기 위한 동인련 송년의 밤이 열렸습니다. 서른 명이 넘는 회원, 후원회원들이 함께 모여 2009년의 활동을 돌아보고 인상 깊은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송년의 밤에서는 서로 준비한 선물을 건네주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동인련 활동에 성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은 회원에게 ‘물심양면’상도 주었습니다. 이 상은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활동가이자 동인련 회원이며 현재 제작중인 커밍아웃 시리즈 세 번째를 촬영하고 있는 ‘이감독’님이 받으셨습니다. 이감독님은 언제나 카메라를 들고 동인련 활동의 세세한 모습을 담는가 하면 늘 곁에서 따뜻한 지지를 보내주는 분입니다. 그리고 CMS의 여왕상은 작년에 이어 솔리드 군이 연속 수상했습니다. 비록 개인적인 사정으로 자리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두 해 동안 동인련 재정에 큰 힘이 되는 CMS를 적극적으로 조직한 공로는 여러 회원들이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쑥스럽지만, 저도 상을 받았습니다. 동인련이 생겨난 후 처음으로 ‘돈’을 들여 감사패를 만들었습니다. 동인련에 첫발을 내딛고 활동을 시작한 지 6년 그리고 동인련 사무국장이라 불리며 활동한지 4년... 지난 4년이 쌓은 시간의 켜에 감사의 마음을 보태 만든 감사패였습니다.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했던”이란 문구가 어색하긴 했지만 그간의 고생했던 마음을 달래는 기분으로 흔쾌히 받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활동을 익히고 사무국 업무에 적응하기까지는 어려운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과도한 활동들이 몇몇 회원들에게만 집중되는 현실을 조절하기 위해 애썼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정된 재정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회원들의 참여로 웃고 울었던 시간들 속에서 힘을 얻어 4년의 시간을 잘 버텨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직장과 학교에 다니면서 평일 늦은 시간에 허기진 배로 회의에 참석하고, 주말이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휴가도 여름 방학도 동인련 일정에 반납하며 헌신적인 활동들을 이어온 회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간 동인련이 한 발짝 앞으로 전진 했다면, 그것은 모두 그분들, 우리들의 헌신에 의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공을 이번 송년회에서 저만 인정받은 것 같아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 번 지난 4년 간 부족한 저에게 힘을 실어주고 성원과 질책을 아끼지 않은 동인련 회원님들, 후원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저는 사무국장이 아닌 총무(회계)로서 보다 회원들과 가까운 곳에서 친근한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동인련과 함께 했기에 받을 수 있었던 감사의 선물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헌신적인 활동가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0년 동인련은 새로운 실험을 이어갈 것입니다. 먼저, 현 사무국 체계를 운영회원 체계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기존 사무국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총무(회계), 회원 조직, 후원회원 관리, 일부 팀 활동 핵심 담당자가 모여 활동을 기획, 점검, 운영해 나갈 것입니다. 그 핵심에는 ‘운영회원장’이 있습니다. 이 역할은 정욜씨가 훌륭하게 잘 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정욜씨의 모습은 동인련에 좋은 귀감이 되었고 그의 운영능력은 지금까지 동인련이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새해엔 사무실을 이전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11월 중순부터 중단된 반상근 활동가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회원들이 쉽게 올 수 있는 사무실, 지역 거점으로서 다양한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보조 할 수 있는 사무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재정을 더욱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활동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는 만큼 동인련 회원, 후원회원도 늘어났습니다. 2005년 정기회비, 후원금 출금을 위한 CMS를 도입하고 20만원도 안 되는 재정으로 근근이 활동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월세, 운영비, 활동비 지출과 사무실 이전을 위한 적립금도 책정해 놓을 수 있을 만큼 늘어났습니다. 몇 년간 회원, 후원회원 여러분들이 주변의 친구들, 직장 동료들에게 자신 있게 동인련을 소개하고 활동의 큰 힘이 되는 후원을 조직한 결과입니다.

마지막으로 회원, 후원회원 여러분들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적극적인 활동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과 ‘실천과 연대’라는 원칙을 이어갈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하는 동인련이 될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10년의 활동에도 큰 성원과 참여 및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성소수자들에게 좋은 친구, 사회적 약자들에게 든든한 친구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앞장서며 활동하는 동인련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실천과 연대의 유쾌한 행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리며 201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장병권 _ 동성애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