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퀴어 되기

‘이러이러한 사람은 이러이러하다.’ 나는 이런 사고방식이 딱 질색이다. 흑인 사람들은 게으르고 동양 사람들은 공부밖에 모른다. 여성들은 부드럽고 여성주의자들은 남자랑 같이 못 잔지가 오래 되어서 억울하다. 레즈비언들은 분리주의자들이고 양성애자들은 가짜다. 청소년들은 무식하고 정신 장애인들은 위험하다. 나에게 있어 이런 판단들을 내리는 행동은 무딘 칼로 손과 발을 절단하는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특별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한 편이였던 것 같다. 사람들이 그런 편견을 항상 가지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껴서, 나는 오랫동안 나의 다양한 정체성들을 부정했다. 내가 자랐던 미국의 마을에는 동양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비동양인들은 그들을 무시했고 한국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가슴을 감기 시작했고 완전히 터프하게 보이려고 했다. ‘여자들은 왜 그래? 나는 그러진 않아.’
 

나는 개성이 있는 이곤지가 아니라 사회가 나한테 준 꼬리표들이 내 자신을 정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자라왔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까, 나는 그때 나도 모르게 물에 빠져 숨을 못 쉬는 상태에서 ‘나는 다르다’라는 생각을 붙잡으면서 살아남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편견들은 개인 관계에서 어렵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사람들의 선택권을 벗겨 내는 것이었다. 누가 어떤 계기를 가지는지, 누가 복지를 받는지, 누가 누구를 사랑할 수 있는지, 누가 행복 할 수 있는지 등. 미국 사회는 동양 사람들이 다 똑똑하고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뭐, 이런 ‘좋은’ 편견들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미국으로 이민가고 나서 아주 힘들게 살고 있는 동양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미국이 동남아시아에서 벌인 전쟁 때문에 수많은 피난민들이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도망오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들을 제대로 책임지고 있지 않다. 복지도 열악하고 이에 대한 조사도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 많은 서비스들이 요구된다. 
 

플라스틱 물병을 보면 가만히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별개로 더 갈라질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물을 더 자세히 보면 수많은 수소와 산소 분자들이 언뜻 접촉하면서 결합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튕기고 헤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한쪽은 음전하 입자가 많고 다른 쪽은 양전하 입자들이 많다. 물병의 환경을 조금만 바꾸면 병 속에 들어가 있는 물의 질이 확 변한다.


나는 사람들에 대한 ‘절대’라는 생각을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퀴어’라는 정체성이 좋다. 내가 ‘여자’라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신체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하지만 섹스가 남자로 정해져 있는 사람들 중에서 치마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치마를 매일 입는 사람들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가끔씩 입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치마 입는 남자들 중에는 일반도 있고 이반도 있다. 
 

나에게 있어 ‘퀴어’는 성생활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이상한 형태들로 되어 있는데, ‘퀴어’라는 것은 사람들의 이상한 모습을 네모 갑에다 쑤셔 넣으려고 하는 것을 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을 오랫동안 싫어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항상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여자, 재미 교포, 퀴어, 기타 등등이라고 해도 나는 그 정체성의 의미를 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결심했다. 그런 결정을 하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이 있는 친구들도 만나게 됐다. 그러면서 나의 정체성들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고 깨달았다. 그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서 조직을 만들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밀어 붙이려는 것이다.

 

이곤지

이곤지님은 재미교포 2세로 Pomona College를 다니며 Asian American Studies (소수 민족을 아시안 이주민들에 중심으로 하는 과)를 전공하고 생물학을 부전공하였습니다. 현재 국내 시민단체 체험을 위해 한국에 와서 인천겨레하나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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