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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성소수자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영화 <친구사이?>를 보고 싶다!

by 행성인 2010. 4. 29.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영화 <친구사이?>를 보고 싶다!

현재 영화 <인플루언스>에서 이병헌 및 한채영과 호흡을 맞춘, 황태자 순종 역을 맡았던 이제훈. 그리고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문근영과 서우의 사이를 처음으로 갈라놓게 된 계기였던 동수역의 연우진(서지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영화 <친구사이?>의 주인공을 했던 사람들이다.
 

영화 <친구사이?>는 엄청 나게 대중에 퍼진 영화는 아니지만, 성소수자들이라면 그리고 많진 않더라도 꽤 다수의 대중들이 알고 있는 퀴어 영화중에서도 소위 말해 ‘뜬’ 영화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겸 감독은 커밍아웃한 게이감독인, 청년필름 대표 ‘김조광수’이다. 김조광수 감독은, 들으면 익숙한 예지원과 지현우 주연의 영화 <올드미스다이어리>, 김남길과 이영훈이 주연한 영화 <후회하지 않아> 등을 제작한 사람이다. 
 

그가 감독이라 불리기 시작한 때는 2008년부터였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모범생 역을 맡았던 김혜성과,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 등으로 많은 인기를 얻은 이현진을 캐스팅 해, <소년, 소년을 만나다>라는 단편영화를 통해 감독으로 홀로섰다. 그리고 2009년에는 이제훈과 연우진 주연의 영화 <친구사이?>를 만들게 되었다.

 

'친구사이? 포스터' 출처 _ http://blog.naver.com/gbfilms2009



<친구사이?>의 내용은 이렇다. 내가 보기에도 정말 예쁜 커플인 ‘석이’와 ‘민수’. 석이는 민수를 보기 위해 면회를 가게 되지만, 그 둘 사이를 가로막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민수의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등장으로 둘의 사이는 그저 ‘친구’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나중에는 석이와 민수가 연인이라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내가 맨 처음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건, 중앙대학교 성소수자 모임인 ‘레인보우피쉬’에서 주최했던 영화제에서였다. 김조광수 감독님의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서 망설임 없이 단숨에 가게 되었다. 내가 거기서 본 <친구사이?>는 정말 우리 모습 그대로였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신의 남자친구를 만나러가는 모습이나, 정말로 절실하게 사랑하는 사이지만 남들 앞에선 그저 ‘친구’라고 밖에 대답 할 수 없는 현실들,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면서 힘들어하는 어머니의 모습. 나는 그 영화를 보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참 잘 다루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관람해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태클이 들어왔다. 바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친구사이?> 예고편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심의가 반려되었다. 선정적이라는 이유는 이렇다. 예고편 중간에 이불을 젖히고 셔츠의 단추를 푸는 장면이 성애의 묘사라는 것이다.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영화 <미인도>에서도 옷고름을 푸는 장면이 들어가 있는데, 영등위는 예고편 심의를 내줬다. 민수가 석이의 셔츠 단추를 푸는 것은 선정적이고, 강무가 신윤복의 옷고름을 푼 것은 선정적이지 않다는 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조광수 감독은 한 걸음 물러나서 영등위가 성애를 묘사한다고 했던 장면을 삭제하고 예고편을 내보냈다. 

그런데!!!

2009년 11월 10일. 영화 <친구사이?>에 대한 등급을 청소년관람불가로 내려버렸다. 주제의 표현 정도가 다소 높다는 이유로 선정성과 모방 위험의 표현 정도를 높음으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영상의 표현에 있어 선정적인 부분이란, 성적 행위 등의 묘사가 노골적이며 자극적인 표현이 있기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영화(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영화)라고 판정을 내렸다. 
 

허, 거기다가 2차 심의에서는 특정 장면의 노출이나 묘사 수위보다 맥락이 선정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주인공이 군복을 입은 채 동성애를 표현하는 것이 ‘청소년관람불가’ 요소라고?
 

그 이후 우리는 싸움에 뛰어들게 되었다.
 

2009년 11월 12일 영등위 동성애 차별 심의 규탄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심의에 대한 불만을 토해냈다. 이때 나도 참여했었는데, 청소년 입장에서 <친구사이?>를 본 관점을 표현했었고, 기자회견에 온 수 많은 기자들에게 나의 발언문이 전해졌다.

그리고 2010년 2월 4일.

청소년 관람불가 결정 행정 취소 처분을 위한 기자회견을 가지게 되었다.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변호사 정정훈,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소장 최준영, 그리고 <친구사이?>의 감독 김조광수 감독 등이 청소년 관람불가 결정의 위법성과 <친구사이?>를 청소년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유 등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날 법정에 행정 소송서를 제출하였다. 
 

그로부터 약 2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진전된 것은 하나도 없다. <친구사이?>의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판정 취소 행정 소송의 첫 변론이 4월 8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영등위 쪽 변호사의 연기 신청으로 한 달 후로 또 다시 연기 되었다.
 

내 생각에 이 싸움은 아주 긴 싸움이 될 것 같다. 잘못 된 편견과 차별로 가득한 영등위가 그 생각을 고쳐먹으려면 아마도 한 참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싸움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싸움을 그만두어서도 안 된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성소수자에 대한 관점을 넓혀가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 싸움은 <친구사이?>라는 영화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앞으로 나올 수많은 퀴어 영화들의 미래와 더 많은 선택의 폭을 위해서다. 승리를 위해서 우리 모두 파이팅!


평인 _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자긍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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