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소년성소수자

달라진 나의 삶. “청소년 성소수자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by 행성인 2010. 4. 29.

달라진 나의 삶,  찌난, 코코샤넬, 광호와 함께 한 유쾌한 수다의 시간

2010.4.4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원 양성교육 프로그램


4월 청소년 특집호를 맞이해 청소년 자긍심팀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찌난, 코코샤넬, 광호와 ‘달라진 나의 삶’을 주제로 유쾌한 수다를 가졌습니다. 인터뷰한 이 날도 4월25일로 예정되어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캠페인을 준비하는 날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청소년들은 늘 재밌게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도 풍부합니다. 활동에 대한 책임감도 상당히 높습니다. 약속시간도 어기는 법이 없습니다. 달라진 나의 삶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인권활동을 통해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찌난, 코코샤넬, 광호처럼 더 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인권활동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달라진 삶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정욜 : 우선 코코샤넬부터. 자기소개부터 부탁해요.

코코샤넬 : 나이는 현재 19살이고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경영정보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장래희망은 사회복지사 겸 인권활동가예요. 아버지가 안 계셔서 그런지 몰라도 생활력이 굉장히 강한 편이에요.

정욜 : 아버지가 안 계시는구나. 아버지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물어봐도 돼요? 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코코샤넬 :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비오는 날 갑자기. 5살 때였던 거 같아요. 얼굴만 가물가물해요. 목소리는 어떠셨는지는 잊어버렸어요. 아버지가 안 계시다 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집에서 네가 잘해야 한다는 주입식 말을 많이 들었어요. 우울증도 걸려보고 병원에 입원해봤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생활이 어렵다보니 사춘기가 아직 안온 거 같아요.

정욜 : 가족관계는 어떻게 돼요?

코코샤넬 : 여동생이 있고 고1이에요. 정말 무서워요. 만원을 빌리면 그 다음날 이 만원을 줘야 할 정도로 깍쟁이에요. (웃음) 집에서는 서열이 있어요. 엄마. 동생, 강아지, 저 그래요. 제가 제일 마지막이에요.

정욜 : 본인의 성정체성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어요? 그리고 계기라고 하면 우습지만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코코샤넬 : 저는 게이고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고민을 하기 시작하다가 고1때 확신하게 됐어요. 특별한 계기 같은 건 없었고 그냥 자연스러웠던 거 같아요. 저는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지원센터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는 편인데, 노원에 있는 청소년센터에서 알게 된 누나에게 고2때 커밍아웃을 했어요.

정욜 : 다음은 광호. 광호에게도 똑 같은 질문을 해볼게요.

광호 : 저는 고3이구요. 수능공부하고 있어요. 내신이 안 좋아서 걱정이에요.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로 전학을 왔어요. 부산에서는 자율형 사립고를 다녔어요.

찌난 : 전교 18등의 위력.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래요. (웃음)

광호 : 평일스케줄은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7시20분까지 가고 오후 6시까지 수업. 자율학습을 12시까지 해요. 12시30분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켜요. 매일매일 모의고사를 풀어보고 있어요. 친구랑 대화를 하면서 (컴퓨터를) 하다보면 2시정도 자요. 자는 시간 4시간. 수요일은 야자를 안 하고 토요일은 5시에 끝나요

정욜 : 정말 힘들겠다.

광호 : 고3에겐 토요일이 없는 거 같아요. 월화수목금수일이에요. 수요일은 야자가 없는데. 토요일에 오후까지 학교에 있어야 해요. 그래서 금토일이 아니라 금수일이에요. 일요일에는 동인련 청소년 회의에 오거나 목욕탕에 가서 피로를 풀어요. 그나마 일요일은 자유예요.

정욜 : 혹시 가고 싶은 학교나 전공이 있어요?

광호 : 얼마 전부터 과탐에서 사탐으로 전향했어요. 지금은 국문과나 철학과 영화/영상학과 이렇게 셋 중 하나에 가고 싶어요.

정욜 : 광호는 가족관계가 어떻게 돼요?

광호 : 지금은 아버지랑 살고 있어요. 외아들이에요. 부모님이 별거 중이시거든요

정욜 : 성정체성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요?

광호 : 성정체성은 게이구요. 처음부터 자연스러웠어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답하기 어려워요. 제일 힘든 질문인 것 같아요. 재밌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남자 담임선생님이었거든요. 처음 봤을 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 멋있었던 거요. 친구들에게 담임선생님 멋있지 않냐고 했는데 친구들이 이상하게 봤어요. 그 이후 학년이 올라가면서 (내가 게이라는) 확신이 조금씩 들었어요.

식에 대해 말하자면, 베어를 좋아해요. (웃음) 아버지가 유도하고 육상을 하면서 덩치가 좋았거든요. 그 이미지가 남아서 그런가. 끼워 맞추기식인 거 같기도 하고. 통통한 사람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에요. 더 구체적인 가정사는 비밀이에요.

정욜 : 찌난도 소개부탁 드려요

찌난 : 현재 18살이고 찌난이란 닉네임은 이름에서 따온 거 에요. 실업계고등학교에서 디자인과를 전공하고 있어요. 앞으로 영상디자인이나 영화를 배워보고 싶어요. 학교에서는 산업디자인 전반을 배우고 있고요. 학교 일정이 빡세진 않은데. 가끔 기능대회가 있을 때 보조를 해야 해서 바빠지는 거 같아요. 학원을 다닐 여유가 없어서 학교에서 하는 입시미술 보충 수업을 다니고 있어요. 요즘 좀 바빠진 것 같아요.

정욜 : 성정체성은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찌난 : 영상을 공부하다 깨닫게 되었어요.

정욜 : 영상? 어떤 영상?

찌난 : 봐도 봐도 날 채워주지 못하는 욕망이라고 할까. 한 순간에 필이 확 꽂혔어요. 게이야동을 보다가. (웃음) 풋풋한 로맨스를 지어낼 수는 없잖아요.(웃음)

정욜 : 그러면 첫 영상은 언제 접했어요?

찌난 : 중학교 1학년 때. 혼자 미친 듯이 찾았어요. 일반 동영상이었는데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 어떻게 찾다보니 게이물이 나왔고. 속으로 ‘아자!’를 외쳤죠. 그렇다고 게이야동이 절 바꿔놨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원인을 찾으려고 하니까 그런 거지, 굳이 그게 아니었어도 성정체성을 알았을 거예요. 잘 더듬어보면 남자나 여자나 상관없이 누군가 내게 호감을 주고 그런 감정이 좋았던 거지, 어떤 아이는 남자이기 때문에 호감이 가고 어떤 아이는 여자이기 때문에 호감이 가지 않았던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도 저는 도덕책에서 교육받은 데로 살고 있는 거 같아요. 지금의 모습도 몇 년 전과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분명 달라졌을 것 같아요. 솔직해졌고 자유분방해졌어요. 사람관계에서나 마음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남에게 생각을 돌리려는 생각도 하고, 용기도 부족하고 자기합리화를 시키고 있다는 생각도 있어요. 환경 때문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정욜 :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때요? 학교 친구들 중에 아는 사람은 있는지 궁금해요.

광호 : 학교에서는 조용한 편이에요. 여기 분위기와는 다르게. 작년에 아무래도 블로그 테러사건 있고 나서 선생님이 (제가 운영했던) 블로그를 닫으라고 하셨어요. 그때 생각했던 게, 커밍아웃함으로써 제가 문제가 되는 건 상관없는데 학부모들이 학교에 전화를 거나 봐요.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조용히 있기로 했어요.

정욜 : 지금은 학교에서 특별한 문제는 없어요?

광호 : 지금은 많이 잠잠해졌어요.

정욜 : 다행이네. 블로그 테러 사건이 굉장히 큰 문제였는데, 광호가 마음을 크게 먹고 얘기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광호 : 학교에서 제 평판은 안 좋아졌지만 그래도 작년만큼은 아니니까 괜찮아요. 친구는 거의 없고 2~3명 정도 있어요. 편견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별로 문제 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정욜 : 찌난이는 학교에서 알아요?

찌난 : 중학교 때 친구. 말하면 그 친구에 대한 아웃팅일 수도 있는데, 지금은 광호 형이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셋이서는 가끔 얼굴을 봐요.

정욜 : 우리 모임에 자주 왔던 그 친구? 그 친구는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직접 말했어요?

찌난 : 아니오. 제가 수업시간에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멋대로 제 블로그에 들어간 거예요. ‘아. 돌이킬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죠. 다행히 별 생각을 안 하더라구요. 태도도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정욜 : 학교에서 말하는 게 힘들 텐데 답답함은 없어요?

찌난 :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죠. 친구들을 깊이 못 사귀고 친구들에게 벽을 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게 하다 보니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진실 되게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요. 성소수자라는 사실 빼고는 진실 되게 할 수도 있을 텐데, 친구들이랑 어울릴 시간에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시간 자체가 없어요.

코코샤넬 : 저는 거의 이중생활하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진짜 옆 반 친구들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을 안 해요. 학생부 활동을 따로 하고 있는데도 입을 닫아버리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다 몰라요. 다들 조용하고 평범한 애로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정욜 : 동성애자인권연대 말고 어울리는 커뮤니티 있어요?

찌난 : 처음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 라틴에서 시작했어요. 라틴을 통해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라틴에 가입한 지는 2~3년 정도 됐어요. 개인적으로 탈퇴한 친구들하고도 연락하고 있어요. 라틴 정기모임에도 참석하고 있구요.

광호 : 커뮤니티 데뷔는 2007년 코리아베어스 네이버 까페이구요. 3년 전에 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도 있어요. 중3때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검색을 하다가 무비스 블로그를 알게 되었어요. 느낌이 통해서 서로 이웃 신청을 했어요. ‘나도 너랑 동갑이고 이쪽이다’라고 해서. 무비스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요. 무비스는 마치 허브 같아요.

코코샤넬 : 올해 2월에 라틴에 가입했어요. 라틴 정모하고 무지개학교 놀토반까지 하면 세 번 정도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한 것 같아요.

정욜 : 그러면 성소수자 인권운동 활동을 하게 되었던 계기가 어떻게 돼요? 동인련이 아니더라도?

찌난 : 이반 커뮤니티 오프라인 모임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던 게 라틴이었고. 되게 많이 새롭고 숨통이 탁 트이는 것 같았어요. 너무 좋았어요. 그 이후로 계속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을 하다가 동인련에서 제 작년에 시작한 청소년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 이후부터 무지개학교 놀토반이나 청소년자긍심팀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코코샤넬 : 저는 장래희망을 사회복지사를 생각하고 있다 보니까 사회복지 단체에서 직업체험을 소개해 주었어요. 직업 체험을 하던 곳이 퀴어뱅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활동)이었거든요. 인터뷰하면서 찾아갔어요. 이후 라틴하고 동인련을 알게 되었어요. 라틴에 가입해보라고 권유해서 바로 가입했어요. 2월 초였거든요. 라틴에 스터디 모임이 있었는데 참여할까 말까에 대한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전혀 모르고 살았으니까요.

광호 : 부산에 있을 때 무비스랑 친해졌는데,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무지개학교 놀토반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는데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어요. 처음에는 귀찮게 생각했는데. 홍보물을 보고 흥미가 생겼어요. 그래서 가보자고 생각했죠. 용기를 내서 갔는데 위치를 몰라 전화를 하니까 전화를 아무도 안 받는 거예요. 새우잡이 배에 끌려가게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욜 : 매우 다양한 활동을 했었는데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어떤 게 있어요?

광호 : 작년 퀴어퍼레이드예요. 그리고 4월에 열렸던 청소년 캠페인도 좋았어요.

찌난 : 전 특히 무지개학교 놀토반에서 상영했던 영화가 너무 좋았어요. 작년 퀴어퍼레이드에서 ‘게이시대’라고 구성해 춤을 췄는데, 그 이후로 여기저기서 후원 공연 해달라는 곳이 많아졌어요. 활동의 또 다른 재미를 알게 된 거 같아요.

광호 : 나는 그 이후로 벅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웃음)

코코샤넬 : 저는 활동을 별로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정욜 : 대외적인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좋았던 거. 아니면 바뀌면 좋을 것들. 아무거나 좋아요.

광호 : 제가 무지개학교 놀토반 프로그램에 처음 왔을 때 느꼈었던 것은 항상 코리안 베어스 카페에만 있다 보니 작년까지 제가 모임에서 막내였거든요. 전부 다 20대여서 제 또래가 많이 있는지 적게 있는지 모르고 형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무지개학교 놀토반에 왔는데 제 또래만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또래 친구들끼리 어울리는 게 힘들었어요. 저는 오히려 회원프로그램 외출에서 성인들과 어울렸던 게 더 편했어요. 그래도 청소년 친구들이랑 가장 많이 친해졌던 계기가 작년 퀴어문화축제 ‘게이시대’ 활동이었던 거 같아요. 그때 라틴 고아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말마다 봤거든요. 10시간 정도씩 만나고 춤추고 밥 먹고 하니까. 같이 고생하면서 굉장히 친해진 것 같아요.

찌난 : 저는 활동을 하면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나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구나, 나도 행복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리고 ‘내가 하찮구나, 쓸모없구나’라는 생각 대신, 나도 인지도 있고 꽤 중요한 위치에 있을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어요. 또 한 가지 얘기하자면, 만약 활동을 안 했더라면 내가 지금 위치에 서 있지 않았더라면, 내가 바라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의 대부분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크게 한 번 성숙해진 것에 대해 다행스럽다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잘 알지 못해서 배려하지 못했던 부분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광호 : ‘우연같은 필연’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맞물려있는 거 있잖아요. 만약 인터넷 검색을 할 때 무비스 블로그가 안 나왔더라면, 만약 서울로 전학을 안 왔더라면, 만약 내가 무지개학교 놀토반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중 하나라도 틀어졌다면 동인련을 아마 몰랐을 거예요.

코코샤넬 : 처음에는 겁이 났어요. 뭐라 그래야 할까 꼭 모험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직업체험을 선택할 때 다른 직업에 참여했다면, 아마 지금도 혼자서 끙끙 앓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욜 :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 있어요?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 이런 거.

광호 : 청소년팀 전담활동가가 필요할 것 같고 제가 하고 싶기도 해요.

찌난 : 여유도 생기고 생각도 더 많아진다면 동인련 다른 팀에도 관심가지고 참여하고 싶어요. 지금은 너무 어렵게 느껴져요. 나는 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 삶을 긍정했잖아요. 양지로 나온 셈인데. 요즘에는 음지에서 굴러봐야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청소년 성매매라던가, 성과 관련한 질병이나 에이즈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어떤 심정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요. 그 친구들 상대로 상담을 하고 싶기도 하고 궁금한 것도 있고.

광호 : 지금 청소년자긍심팀 멤버들을 보면 꽤 수가 되는데, 지금보다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 성인멤버들과의 멘토링을 시작해보고 싶어요.

정욜 : 벌써 마지막 질문이에요. 아직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찌난 : (청소년 시기가) 충분히 많이 힘들고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지만 그리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간에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그리고 고민을 하더라도 동인련과 같은 열린 공간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친구들이 쉽게 동인련 같은 단체를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활동을 하던 활동을 하지 않던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코코샤넬 :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요. 누가 곁에 있어야 하고 서로 의지를 해야 하는데. 혼자 있으면 외롭잖아요. 마음에 담아 둔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게 활동이나 상담을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광호 : 원래는 ‘연애를 많이 해봐라’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 저도 못하고 있으니까. (웃음)

정욜 : 왜 청소년들에게 연애를 하라고 하고 싶어요?

 

광호 : 연애를 해보라고 하는 이유는 청소년들의 고민은 대개 우울증과 함께 오는 것 같아요. 저도 중학교 3학년 때 굉장히 우울한 상태였고 자살도 많이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고 서울에 올라와서 동인련 활동을 하면서 나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게 너무 즐거운 거예요. 그리고 그 즐거움을 아마 최대한 끌어올 릴 수 있는 건 연애라고 생각해요.

찌난 : 근데 연애가 끝난 후에 상실감은 어떻게 해. (웃음)

정욜 : 더 우울해지는 거 아냐? (웃음)

광호 : 그건 몰라.

찌난 : 나는 그래서 연애를 한다기보다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라고 하고 싶어.

광호 : 맞아. 물론 연애도 하면 좋겠지만.

찌난 : 나는 너무 친구들이 많은가봐. 연애를 할 시간이 없어. (웃음)

인터뷰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한 수다삼매경은 계속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의외로 평범했습니다. 독립을 하고 싶다, 알바를 하고 싶다, 등등.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꿈꾸는 건 대단한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평범하게 그냥 살고 싶은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정리 _ 정욜




* 웹진 '랑'의 글이 마음에 드신다면 그리고 성소수자 차별없는 세상을 원하신다면 매월 동인련 활동 소식,
  회원들의 소소한 이야기들 그리고 성소수자들에게 꼭 필요한 글들을 싣는
  동성애자인권연대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은 정기/비정기로 할 수 있으며, 후원 하실 분들은
 
http://www.lgbtpride.or.kr/lgbtpridexe/?mid=support 를 클릭해주세요^^
*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정부, 기업의 후원없이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인들의 정기, 비정기 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