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그리고 청소년

Posted at 2010.04.29 15:25// Posted in 청소년성소수자



이 얘기를 꺼내기 위해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했었다. 내가 청소년 시기에 섹스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내가 게이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남들보다 문란한 건 아닐까? 내가 갖고 있는 이 생각은 정말 나만의 생각은 아닐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이유들을 하나하나 쳐내다 보면 결국에 끝까지 남는 것은 ‘청소년은 미숙하다’라는 편견이었다.


다양한 사회, 다양한 가정, 다양한 개인이 있는 것처럼 청소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이 있다. 그러나 사회의 다수는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은 인정하지 않는다. 학생이 아닌 청소년도 있고 장애인 청소년도 있으며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소년도 있다. 그러나 사회가 강요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어른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청소년은 똑같이 미숙한 존재이고, 그래서 어떤 행동은 반드시 금지되어야 한다는 이 사회의 인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섹스가 중독된다는 것 또한 청소년에게만 따라다니는 꼬리표이다. 청소년의 섹스가 금기시 되어야 할 이유가 ‘임신할 가능성’ 때문인가? 아니면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임신이 문제가 되지 않는 동성 간의 섹스는 괜찮다고 할 것인가? 자제력이 없기 때문에 중독되기 쉽기 때문인가? ‘사고’칠 위험이 크기 때문인가? 학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그런 걸 접하면 안 되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 모든 이유를 다 포함하기 때문인가? 결국 ‘청소년이기 때문에’라는 단서만이 늘 붙는다. 실제로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를 떠나서 ‘그때는 원래 그런 시기다’라고 단정 지어놓고서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나를 비롯해서 지금의 내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연애와 섹스 얘기는 빠지지 않는다. 청소년은 어리기에 아직 사랑할 수 없는 존재이며 더불어 성 행위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도 아니라며, 도리어 죄책감을 주는 사회 분위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내가 그래왔고 지금의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청소년 시기는 ‘모자란 시기’가 아니다.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시기임에도 나이에 의한 굴레는 계속해서 청소년을 압박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미숙한 사람은 청소년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무시하고 편견에 대해 반성하지 않으며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다.

 
Anima_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자긍심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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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와
    2010.04.30 16:33 신고 [Edit/Del] [Reply]
    이렇게 올바르고도 복잡위험한 얘기를 써놓고 군대에 갔구나 ㅋㅋ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거고 누구도 억압할 수 없는 거지만
    그 당연한 권리를 잘 이해하고 나를 사랑하는 방향으로(어떤 방향이 되었든) 사용하는 걸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이건 성인이든 청소년이든 상관없이 잘 알면서도 또한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같고.
    성인이라고해서 몸의 권리를 억압받지 않는 것도 아닌듯 하고 ㅋ(<-이건 정말 중요한 얘기야.)

    군대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몸 건강히 잘 하고, 휴가 나올때 보자. 주소 알게되면 편지쓰마.
    • 2010.09.01 07:06 신고 [Edit/Del]
      그러게요. 게다가 이제 보니 엄청 짧네요. 아마 이 때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커서 글 쓰기가 매우매우 싫었던 것 같아요. 으으, 언젠가 다시 뜯어 고쳐봐야겠어요.
  2. 조조
    2010.05.01 08:40 신고 [Edit/Del] [Reply]
    친구들에게 물어봐면 자기 입으로 직접 '청소년은 미숙하니까'라고 대답하더라구요. 그럼 저는 되묻곤 해요. '그럼 70년 만에 인간이 퇴화 했다는거임??' 70년 전, 그리고 그 전의 사회는 열일곱이면 당연히 결혼을 하여 아이를 가져야 하는 나이였죠. 열일곱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미숙한 나이가 아니었어요. 언제부터 열일곱이 아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 해와
      2010.05.03 01:24 신고 [Edit/Del]
      동의해요.
      더이상 미숙한 존재가 아닌 만큼
      그에 따르는 자기 삶에 대한 책임감도 잘 알고
      어느 것이 내 인생에 정말 도움이 돼나
      고민도 많이 해야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것 같아요^^
  3. 2010.05.01 13:28 신고 [Edit/Del] [Reply]
    다 알거 아는 나이라며 섹스에 대해 쿨하게 생각하는 청소년은 그게 일단 멋이 아니라는걸 알았으면 좋겠고
    청소년의 섹스는 덜 익은 음식을 완성되기 전에 먹는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몸이 아직 다 자라지 않았으니 섹스로 몸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거죠.
    • 해와
      2010.05.02 23:56 신고 [Edit/Del]
      그래요. 섹스는 일단 멋으로 하는 건 아니죠.
      딱히 쿨한 일도 아니구요.
      그런데 섹스가 몸을 망가뜨리는 일인 것은 아니에요.
      만약 임신과 출산이 동반된다면
      몸이 힘들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건 딱히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성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에게든 청소년에게든 섹스는 칼이나 불과 같은 것인 것 같습니다. 잘 사용하면 삶이 윤택해지고 행복해지겠지만 반대의 경우 그렇지 못할 수도 있죠.
  4. Grace
    2010.05.01 14:37 신고 [Edit/Del] [Reply]
    청소년의 섹스를 금기시하는 건 커다란 집단을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의 전형적인 속성에 있다고 봅니다. 커다란 집단 안에 속한 사람들은 그 속성이 제각기 다르죠. 하지만 커다란 집단(ex:국가)을 운영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구성원의 다양함보다는 그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대체로 들어맞는' 어떠한 속성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연 나이 20세를 '성인'으로 규정하는 건 그 '대체로 들어맞는' 속성 때문입니다.

    한국은 6-3-3 학제를 택하고 있고, 대체로 고등학교까지 마칩니다. 안 그런 사람도 물론 있죠. 하지만 한국의 중등학교(중학교, 고등학교) 취학률은 90% 이상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는 연 나이 20세를 모든 금기(?)를 풀어주는 시점으로 지정한다고 봐야 합니다. (빠른 년생은 19세에 졸업하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을 텐데, 저는 분명히 '대체로 들어맞는' 속성 즉 대체로 20세에 졸업한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10대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지 않았느냐? 그건 그 시대의 상황에 맞는 일이죠. 그땐 평균수명이 지금보다 짧았고, 지금처럼 교육을 받는 기간이 (선택에 의해서든 의무이든) 길지도 않았고, 식량생산성도 지금보다 낮아 가족구성원이 가능한 한 이른 나이에 일을 하고 자손을 번식하지 않으면 생활에 상당한 차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회가 사람들에게 일찍 결혼할 것을 요구했다고 봅니다.
    • 해와
      2010.05.03 00:27 신고 [Edit/Del]
      그렇죠. 대체로 사회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죠.
      그 안에서 얼마나 영리하게 자신의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도 매우 중요한 것 같구요.
      덧붙이자면, Grace님도 지적한 것처럼
      대체로 사회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긴 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워낙 개인별로 제각각이라
      모든 사람들의 삶을 그런 한가지 기준으로 재단할 수는 없을 거예요.
      다른 가능성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우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존중할 수 있어야겠죠.^^
    • Grace
      2010.05.03 15:42 신고 [Edit/Del]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는 것과, 사회가 사람들의 다양성을 모두 수용할 수가 없는 까닭을 알아두는 건(물론 가능한 한 수용하는 게 좋지만 말이죠) 결국 같은 성격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쪽 진영에서 섹스에 대해 논할 때에는 전자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후자를 애써 무시하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서 이런 댓글을 남겼습니다.
    • 조조
      2010.05.19 08:51 신고 [Edit/Del]
      전 우리 사회가 그런 기준을 만들어서 그것을 강요해야 한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가네요. 대학교를 20살 때 들어가는 것과 섹스하는 것은 무슨 관계가 있죠? 섹스=임신이 아닐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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