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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퀴어퍼레이드

뒷걸음질 치는 세상에 우리가 외쳐야 할 것은? 바꿔!!! CHANGE!

by 행성인 2010. 5. 26.

- 2010 퀴어문화축제, 퀴어퍼레이드를 기다리며


지난 23일 일요일, 사무실에 동인련 회원들이 모여 올해 퀴어퍼레이드 차량과 가판 그리고 행진 때 들고 나갈 피켓을 만들었다. 우드락에 예쁜 글씨를 써서 오린 다음 머리띠에 붙이거나 피켓에 색지를 붙이는 작업들을 했다. 그리고는 차량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보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즐거운 수다들이 이어졌다. 작년 퀴어퍼레이드 때 동인련 참가단은 'Pink Revolution'이란 이름으로 함께하며, 핑크색 삼각형 피켓에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원한다!’, ‘군형법 92조 즉각 폐지하라!’, ‘성소수자 차별없는 일터를!’등의 구호를 담아 행진했었다. 버리기 아까워 보관해두었던 그 피켓을 보자니, 지금 우리 사회에 바뀐 것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2009년 퀴어퍼레이드 참가사진




군형법 92조 계간금지 조항은 1,500여명의 조항 폐지의 목소리를 담아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제출 했음에도 위헌결정이 나지 않았고 오히려 올해 2월 3일부터 법정형이 1년에서 2년으로 개정되어 늘어났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경우, 성적 지향의 차별금지 복원은 꿈에나 그릴만한 일이 되었고 아마 제정이 된다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치적만 쌓는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아가 성소수자들의 일할 권리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권리는 또 어떠한가? 성소수자들을 위한 특별한 권리가 아닌 평등하고 보편적 인권을 추구해야 마땅함에도 법과 제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성소수자들의 삶을 둘러싼 문제만 뒷걸음질 치고 있을까? 물론 아니다. 사회적 약자라 일컬어지는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들의 삶은 ‘삽질’에 밀려 신음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는 물론 학생들의 권리들을 비롯해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기득권 세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삶의 벼랑에 몰려 있는 지경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외쳐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뒷걸음질 치는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마음들이 통했을까? 퀴어퍼레이드 동인련 참가단 이름과 슬로건을 만드는 자리에서 'CHANGE!'라는 올해의 슬로건은 모두의 공감을 얻으며 쉽게 결정될 수 있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10 퀴어문화축제의 폐막에 맞춰 열리는 6월 12일 퀴어퍼레이드에서 'CHANGE!' 참가단을 꾸려서 ‘평등한 사랑! 평등한 세상!’을 위해 필요한 우리의 요구를 외칠 것이다.


2010년 퀴어퍼레이드에 들고 나갈 홍보물!!




올해로 열 한번째를 맞이하는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OUTING : 지금, 나가는 중입니다.'이다. ‘아웃팅Outing’이란 말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의 성적 지향, 성 정체성이 알려지는 것을 말한다. 아웃팅은 성소수자에게는 폭력이다. 하지만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은 아웃팅을 "남의 시선을 벗어 던지고서 서로 환하게 웃으며 어울릴 수 있도록 한발자국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또한, "처음 내딛는 한 걸음은 많은 두려움을 갖게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첫걸음의 자신감이라고 밝히며 축제와 함께 즐거운 첫걸음을 내딛자."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변하지 않는 세상을 향해 바꿀 것을 외치고, 성소수자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한껏 웃으며 소중한 한 걸음을 내딛는 이번 퀴어문화축제와 퀴어퍼레이드는 저항의 역사를 기억하고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높이는 성소수자 자긍심 축제이다. 그 저항의 역사는 바로 1969년 미국 뉴욕 크리스토퍼 거리에 위치한 작은 스톤월 술집에서 경찰과 마피아의 차별과 멸시를 거부하며 거리로 나선 성소수자들의 투쟁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한 저항의 정신을 소중하게 알려준 스톤월 항쟁은 올해 열 한번째 퀴어문화축제와 퀴어퍼레이드로 찾아왔다.


이번 퀴어문화축제는 SeLFF(서울 LGBT 영화제), 오프닝 및 메인 파티 그리고 전시, 강연, 스페셜 이벤트 등 풍성한 행사가 열릴 것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3일 전인 6월 9일에 5년 전부터 동성애자인권연대와 인연을 맺어 온, 한국 성 소수자들의 활동과 투쟁을 지지하는 미국 시카고 신학대 테드 제닝스 교수의 '종교와 동성애 : 호모포비아 극복하기' 강연이 오후 7시 30분 민주노총 서울본부 강당에서 열린다. 성서신학과 조직신학을 강의하고 시카고 신학대 내 LGBT 종교 연구센터에서 활동하는 테드 제닝스 교수의 이번 강의는 한국 사회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동성애에 대한 공격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꼭 필요한 강연이 될 것이다. 


몇일 전 한 인권활동가가 나에게 올해 퀴어퍼레이드는 언제냐고 물었다. ‘6월 12일!’ 이라고 하니 그날 월드컵 한국팀 첫 경기가 열린다고 했다. 시내에 쏟아져 나올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응원 시민들에게 신경 쓰이긴 하지만 오히려 TV 드라마에서 보이는 동성애자의 모습보다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꾸미고 살아가는 자신감 넘치는 동성애자, 성 소수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 소수자들이 학교와 직장과 군대에서,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영역에서 더 이상 차별 받지 않는 세상, 즉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바뀐 사회를 원하고 있음을 외친다면 성 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더구나 평등한 세상과 민주주의를 바라는 목소리가 철저히 차단된 지금 이때, 퀴어퍼레이드만큼 멋지게 시민들에게 우리의 권리를 말할 공간이 어디 있을까? 심지어 즐겁게!!!




장병권 _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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