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혐오와 차별의 경계에서 인권을 외치다!
인권활동가들이 뽑은 10대 인권뉴스에 영광스럽게도(?) <인생은 아름다워로 촉발된 동성애 혐오의 조직화와 확산 ... 조선일보에 동성애 혐오 광고 게시 등>이 뽑혔다. 저열한 거짓말로 동성애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일간지 광고 어록들과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 ‘참교육’ 어머니 전국모임 등 그동안 있어왔는지도 의심스러운 단체들의 동성애 반대 선동은 동성애자들의 삶의 역사를 무참히 짓밟았다. 동성애자에서 이성애자로 전향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자기고백이 조선일보 전면광고로 나오고 있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의 보수교계까지 발 벗고 나서서 동성애 반대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과 언론을 등에 업고 공세적인 광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폭력과 야만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2011년에도 동성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분위기는 더 확산될 것이고 동성애자들의 삶을 더욱 옥죌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보고 게이 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SBS가 책임져라!
2010년 SBS에서 방영한 주말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 혐오 조장의 첫 출발을 끊었다.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었고 주말 저녁에 방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 주인공으로 동성애자 캐릭터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보수교계는 불편해했다. 마치 드라마를 본 자기 자식들이 동성애자가 될 것이라며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댔다. 법무부는 구금시설 내에서 <인생은 아름다워>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8월9일 교화일지에 의하면 ‘갈수록 동성애 비중이 높아져 교화방송의 의도와 맞지 않는다’는 불분명한 이유를 대고 있다. 급기야 9월29일 조선일보에는 <인생은 아름다워>보고 게이 된 내 아들, 에이즈로 죽으면 SBS가 책임져라! 라는 글귀가 적힌 하단광고가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은 이 광고에 분노했다. 혹자는 불륜드라마를 보면 불륜하고 <공부의 신>을 보면 모두 서울대가냐고 반문했다. <인생은 아름다워>보고 게이가 되었다면 대부분의 이성애자 사랑을 다룬 드라마를 보고 다시 이성애자가 되면 된다고 조롱했다. 반면 동성애자들은 <인생은 아름다워> 속에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의 사랑과 가부장제 가족 울타리 안에서 겪게 되는 갈등에 주목했다. 이성애자들에게는 동성애자 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드라마를 집필한 김수현 작가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수여하는 무지개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동성애 허용하면 군 기강 무너지고 에이즈 확산되며 김정일만 좋아한다!
<인생은 아름다워>로 시작된 동성애 혐오 조장 분위기는 10월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 군형법 92조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보도가 나가자 절정을 이루었다. 대한민국어버이회,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극우 보수세력까지 겹합되어 국가인권위원회 앞은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까지 확대되었다. 군형법 92조는 ‘계간 기타추행을 한 자는 징역 1년 이하에 처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동성애 차별 제도이다. 계간鷄姦은 동성 간 성행위를 닭에 비유하며 폄하하고 있고 명확하지 않는 기타추행이라는 표현으로 합의에 의한 성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다. 동성애자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헌법 상 규정하고 있는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현재 군형법 92조는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되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극우 보수단체들과 보수교계는 이 조항이 폐지되면 군대 내에서 동성애가 허용되어 에이즈와 성폭력 사건이 만연할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자기 아들을 군대에 입대시키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부모들도 등장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를 별도로 설립하고 교회에서 교인들을 대상으로 받은 수천, 수만 장에 달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들은 군전투력을 저하시키는 일은 김정일만 좋게 만드는 일이라며 군형법 92조 위헌판결을 내리는 행위를 친북활동과도 연결시키고 있다.
동성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행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동성애로 검색하기만 하면 국민일보, 크리스천투데이 중심으로 실리는 동성애 관련 종교기사들이 도배되어 있다. 있지도 않은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여론전을 계속하고 있고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동성애 찬반을 묻는 질의문서를 배포하고 있고 답변을 하지 않은 의원들까지 낙선운동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협박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2010.11.28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성소수자 인권지지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문화제
허위사실과 거짓말로 점철된 이들의 주장은 동성애자들의 삶의 입지를 더 좁게 만들고 있다. ‘동성애자 차별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동성애는 문제다’라고 말하는 위선 속에서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속이며 숨죽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성애자들의 현실이 보인다. 동성애 혐오는 동성애자들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반대해야 한다. 이들은 동성애 혐오를 무기로 동성애자 인권을 옹호하는 진보정당들을 공격하고 있다.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은 인종차별에 찬성하며 교리와 생명윤리를 핑계로 여성들의 낙태에 대한 권리도 반대하고 있다.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사회 암적인 존재로 규정해 한국사회에서 추방하고 척결하자고 주장한다. 동성애 혐오반대 투쟁은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투쟁과도 연결되어 있다.
2011년 1월5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출범하였다. 법무부가 관심없는 상황 속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2011년 반차별 운동의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 초안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성별, 장애, 병력, 혼인여부, 성별정체성, 학력, 성적지향, 전과, 고용형태, 인종, 피부색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이 법이 제정된다면 정부는 차별금지 및 예방 등 차별시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기본법으로서의 차별금지법은 제도적 한계는 있겠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운동은 우리 사회 보이지 않았던 차별의 끔찍한 현실을 보여줄 수 있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켜나가는데 구심점이 될 것이다. 반격도 있을 것이다. 통합적인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차별금지법이라고 호도하며 제정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보수교계가 선두에 설 것이며, 고용형태로서 비정규직 차별과 장애, 성별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재계 역시 찬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비록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차별금지법을 통해 동성애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분명히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청탁받고 나서 며칠 후 한겨레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건이 하나 발생했는데 의견을 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 10대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집안에서 홀로 자살을 했는데 2주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사건을 추적하며 조사한 이 기자는 부모, 친구들과의 갈등과 외면,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자기 현실을 비관한 죽음이라고 했다. 특히 10대 청소년이라 그녀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웠다. 이런 비극적인 현실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동성애,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사회분위기를 바꾸는 길 밖에 없고 동성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세력보다 더 큰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동성애자인권연대_ 정욜
* 이 글은 구속노동자후원회 소식지 <구속노동자>에 2011년 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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