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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 혐오/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들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서명’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

by 행성인 2011. 3. 6.

성소수자들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서명’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



3월2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행된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강제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두발 및 복장 규제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성적지향’에 의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소수 학생들을 향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인권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인권침해와 차별에 노출되기 쉬운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도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다. 차별을 ‘차별’ 그 자체로서 인식할 수 있는 기초적인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학생인권조례가 소극적인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제대로 안착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성소수자들도 이 조례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차별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차별과 인권침해 사례들을 모아 학교와 교육청에 더 나은 대안을 내 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말 그대로 ‘조례’이기 때문에 경기도 지역에 위치한 학교에만 적용이 된다. 서울을 포함해 그 외 지역의 학생들은 경기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인권조례’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 각 시도마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서울의 경우 경기도처럼 교육청이 주도하는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서울 시민의 힘으로’ 아래로부터 만들어가는 주민발의 인권조례 운동을 선택했다. 청소년과 학부모 및 인권, 교육, 노동단체는 물론 동성애자인권연대와 한국게이운동단체 친구사이와 같은 성소수자 단체도 관심을 가지고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민의 1% 이상, 약 10만 명의 청구인 서명이 있어야 주민발의가 가능하다. 결코 적지 않은 이 숫자를 만들기 위해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소속의 많은 단체와 개인들은 매일매일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서울마저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 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MB정부와 보수언론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마치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 교실이 난장판이 되고 교사들의 수난시대가 올 거라고 말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은 이미 실패했고 목표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기세등등한 기사들이 보도되기도 한다. 학생인권을 빌미로 진보교육감이 추진하고자 하는 모든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분위기가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지 못하도록 찬물을 끼얹는 이런 행동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서울에서 추진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소수자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가 제안한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안’을 보면 성소수자들이 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보다 소수자 학생들을 위한 차별금지 원칙을 더 구체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조례안 곳곳에 성소수자 학생, 성적지향, 성정체성, 성별정체성 등의 표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성적지향은 물론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6조) 있고 학생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기초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설하는 행위나, 모욕, 괴롭힘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제7조②)고 말하고 있다. 사생활의 자유 및 사생활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포함된 제13조에서는 성적지향, 성정체성 등을 개인정보로 규정하며 사생활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제20조의 학교복지에 관한 권리에서도 교육감 및 학교 설립자 경영자, 학교의 장은 성소수자 학생 등을 배려하는 데에 우선적으로 예산 등의 자원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조례안 중에 성소수자 인권감수성이 높이 평가되어 지는 조항은 소수자 학생의 권리보장을 규정한 제28조이다. 소수자 학생의 정의에 성소수자 학생이 포함되어 있고, 인권교육프로그램 마련과 전문 상담의 적절한 지원뿐만 아니라 진로 및 취업프로그램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같은 조의 ④항에 의하면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특히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관한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보호자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아니 되며 학생의 안전상 긴급성을 요하는 경우에도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안이 후퇴되지 않고 통과된다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향한 편견어린 시선과 차별정책 등이 완전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 참여해야 한다.

인권조례 제정 주민발의 서명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서명에 참여한 숫자는 아직 부족하다. 이미 청소년 시기가 지났다고, 앞으로 학부모로서 살지 않는다고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게 아니라 학생인권조례제정은 ‘성소수자 인권이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아니면 멈춰 있느냐’와도 많은 관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적극 참여해주길 바란다. 아쉽게도 학생인권조례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청소년들은 주민발의 서명에 참여할 수가 없다. 19세 이상의 서울시민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약 10만 명 정도의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정체성이 노출될 가능성도 없다. 두려워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나의 학생시절을 되돌아보았을 때, 단 한 번도 학교제도와 규칙들이 문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두발과 복장을 규제해도, 밤늦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을 시켜도 그냥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했다. 입시경쟁 속에서 모든 것을 낮추고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도 또래 친구들이나 교사들에게 들키지 않고 혼자 견디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학교를 자발적으로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치 죄인처럼 숨죽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학교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멋모르고 지냈던 나의 학창시절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가장 인권적인 것이 가장 교육적이다.” 이 슬로건이 현실이 될 때만이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행복한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성소수자들도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서명에 적극 참여했으면 한다.

※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http://www.sturightnow.net 에 방문하면 서울특별시학생인권조례안을 비롯해 주민발의 서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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