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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후기

‘차별없는’ 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

by 행성인 2011. 3. 6.

‘차별없는’ 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
-2월19일 첫 번째 다달의 캠페인을 함께하며-



청계광장 앞을 지날 때마다 묘한 설렘이 있다. 마치 나를 반겨줄 것 같은 사람들이 광화문 사거리와 소라광장 앞을 가득 메울 것 같기 때문이다. 캠페인 장소로 가기 위해 종로1가역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캠페인하기 적합한 날씨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먼 곳부터 ‘모든 것을 다 이룬 듯한’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선택한 첫 번째 ‘다달’의 캠페인 장소가 ‘청계광장’이란 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것 같다.

소라광장 근처는 여러 단체에서 나와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 캠페인 장소를 찾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잠깐의 우려도 있었지만 ‘무지개색 파마가발’을 쓰고 유인물을 열심히 나눠주는 통통한 남자가 보였으니 내가 가야할 장소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많은 수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 주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의 활동가들이었고 10명 남짓 되는 활동가들이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을 상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만큼은 캠페인 진행시간 2시간이 길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심심할 수 있는 캠페인 분위기를 신나게 해 준 것은 “You can't stop the beat" 음악에 맞춰 춘 율동? 군무? 였다.

오랜만에 나온 캠페인이어서인지 몰라도 처음엔 긴장도 되었지만 시민들에게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캠페인의 좋은 점은 우리가 법안을 만들고 회의 자리에서 나오는 언어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쉽고 잘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찾아야 한다는 데 있다. 내가 선택한 키워드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마이크를 잡고 ‘불편’이라는 말을 꺼냈다.

“혹시 살아오시면서 ‘불편’했던 경험 없으십니까? 그것이 무심히 넘어갔던 차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편은 개인이 참아야 하는 것쯤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잘 못됐다고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우리 스스로 차별을 인식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차별금지법 설명이 담긴 유인물을 받아 가는데 그쳤지만 그 중 일부는 입법청원의 일원으로 참여해주었다. 아직 목표 입법 청원인수가 정해져있진 않지만 2월22일 홈리스 관련 단체들이 1,531명의 입법청원 서명지와 함께 홈리스법 제정을 촉구한 것처럼 차별금지법도 더 많은 시민들을 만나서 차별금지법의 요구를 담은 입법청원 서명을 준비하면 좋겠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방해라도 하고 있는 듯, 길 건너편 조선일보 건물이 따뜻한 햇볕을 가리기 전까지만 해도 차별금지법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잘 되고 있었다. 어느 새 그늘에 가려져 쌀쌀한 기운을 느끼게 된 우리는 단체사진을 찍는 것으로 당일 캠페인을 마무리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힘겨운 도전이 시작됐다. 다달이 진행되는 캠페인은 앞으로도 시민들과 소통하며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권의 가치가 존중받고 차별 없는 사회를 원한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인권기본법이다. 기본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인권존중을 기대할 수 없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곧 봄이 온다. 이 사실은 불변의 진리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차별 없는’ 봄은 기다린다고 우리에게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갈 때 비로소 맞이할 수 있다. ‘차별 없는’ 봄이 오는 날, 대규모의 사람들이 “You can't stop the beat”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추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앞으로 있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캠페인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

정욜 _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 동성애자인권연대

* 이 글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http://www.ad-act.net/에도 함께 기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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